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풍 風


훈풍(薰風) :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

해풍(海風) : 바다에서 육지로 불어오는 바람

삭풍(朔風) : 겨울철에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

미풍(微風) : 약하게 부는 바람

광풍(狂風) : 미친 듯이 사납게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


  여름이 되어 부는 바람이라면 ‘여름바람’입니다. 따스하게 부는 바람이라면 ‘따순바람’이에요.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라면 ‘바닷바람’이요, 겨울에 부는 바람은 ‘겨울바람’이면서 ‘높바람’입니다. 또는 ‘된바람’이나 ‘찬바람’이 될 테고요. 가볍게 부는 바람이라면 ‘간들바람’이나 ‘산들바람’입니다. 미친 듯이 부는 바람이라면 ‘미친바람’이나 ‘모진바람’이 될 테지요. 바람은 그저 ‘바람’입니다. 2016.7.5.불.ㅅㄴㄹ



훈풍이 부는 5월

→ 따뜻한(따순) 바람이 부는 5월

→ 바람이 따스한 5월

→ 봄바람이 부는 5월

《후루노 다카오/홍순명 옮김-백성백작》(그물코,2006) 87쪽


햇볕과 해풍이 잘 들어

→ 햇볕과 바람이 잘 들어

→ 햇볕과 바닷바람이 잘 들어

《류기봉-포도밭 편지》(예담,2006) 144쪽


다시금 삭풍 드는 임도(林道)

→ 다시금 된바람 드는 숲길

→ 다시금 찬바람 드는 숲길

→ 다시금 겨울바람 드는 숲길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26쪽


연날리기는 완벽한 미풍에 천을 하늘 높이 띄워 조종하는 재미 말고도

→ 연날리기는 좋은 산들바람에 천을 하늘 높이 띄워 이끄는 재미 말고도

→ 연날리기는 좋은 간들바람에 천을 하늘 높이 띄워 움직이는 재미 말고도

《라파엘 로젠/김성훈 옮김-세상을 움직이는 수학 개념 100》(반니,2016) 58쪽


한국에서 영어 광풍이 불었듯이

→ 한국에서 영어 미친바람이 불었듯이

→ 한국에서 영어 된바람이 휘몰아쳤듯이

→ 한국에서 영어 바람이 사납게 불었듯이

→ 한국에서 영어 바람이 거세게 불었듯이

→ 한국에서 영어 바람이 드세게 불었듯이

《조홍식-파리의 열두 풍경》(책과함께,2016) 13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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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불면의


 불면의 밤 → 잠 못 드는 밤 / 잠 못 자는 밤 / 잠 못 이루는 밤

 불면의 시대 → 잠 못 드는 시대 / 잠 못 이루는 시대

 불면의 계절 → 잠 못 드는 철 / 잠 못 자는 철


  ‘불면(不眠)’은 “1. 잠을 자지 못함 2. 잠을 자지 아니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말뜻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이나 “잠을 못 자는”으로 손보면 됩니다. 굳이 ‘불면 + 의’ 꼴로 적어야 하지 않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날은 그냥 잠이 오지 않을 수 있으나 걱정이나 근심이 많을 수 있어요. 이때에는 “걱정 깊은 밤”이라든지 “근심걱정 밤”이라든지 “바늘방석 밤”이라든지 “두려운 밤”처럼 느낌을 살려서 새롭게 써 볼 수 있습니다. 2016.7.5.불.ㅅㄴㄹ



잠들지 못하고 잔 여러 불면의 밤

→ 잠들지 못하고 잔 여러 밤

→ 잠들지 못하고 만 여러 밤

→ 잠들지 못하고 보낸 여러 밤

→ 잠들지 못한 밤

→ 잠들지 못한 숱한 밤

→ 잠들지 못하던 긴긴 밤

《강운구-시간의 빛》(문학동네,2004) 8쪽


과연 있을까 하는 걱정이 나의 불면의 이유였다

→ 참말 있을까 하는 걱정이 내가 잠 못 자는 까닭이었다

→ 참으로 있을까 하는 걱정이 내가 잠을 못 이룬 까닭이었다

→ 참말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잤다

→ 참으로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들 수 없었다

→ 그야말로 있을까 하는 걱정이 쌓여 잠자지 못했다

《소노 아야코/오근영 옮김-왜 지구촌 곳곳을 돕는가》(리수,2009) 190쪽


창가를 서성이는 불면의 밤

→ 창가를 서성이는 잠 못 드는 밤

→ 창가를 서성이는 잠 못 이루는 밤

→ 창가를 서성이는 잠 안 오는 밤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2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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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황량 荒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 거칠고 을씨년스럽다 / 거칠고 쓸쓸하다

 황량하고 적막하다 → 거칠고 고요하다 / 거칠고 쓸쓸하며 고요하다

 그 밭은 황량하기 이를 바 없다 → 그 밭은 거칠기 이를 바 없다


  ‘황량(荒)하다’는 “황폐하여 거칠고 쓸쓸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황폐(荒弊)’는 “거칠고 피폐함”을 가리키고, ‘피폐(疲弊)’는 “지치고 쇠약하여짐. ‘황폐’로 순화”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쇠약(衰弱)’은 “힘이 쇠하고 약함”을 가리킨다는데, ‘쇠(衰)하다’는 “힘이나 세력이 점점 줄어서 약해지다”를 가리킵니다. ‘약(弱)하다’는 ‘여리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황량 = 황폐 + 거칠고 쓸쓸하다 = 거칠고 피폐하다 + 거칠고 쓸쓸하다 = 거칠고 + 황폐 + 거칠고 쓸쓸하다 = 거칠고 + 거칠고 피폐 + 거칠고 쓸쓸하다’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꼴입니다. ‘쇠약’이라는 한자말도 ‘쇠약 = 쇠하다 + 약하다 = 약하다 + 약하다 = 여리다 + 여리다’인 셈이고요. 이래저래 살피면 ‘황량하다’는 “거칠고 쓸쓸하다”나 ‘거칠다’로 손볼 만합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황량(黃粱)’을 “= 메조”로 풀이하며 싣지만, ‘메조’는 ‘메조’로 쓰면 넉넉할 뿐입니다. 2016.7.5.불.ㅅㄴㄹ



계속 춤을 추며 황량한 들판을 지나

→ 자꾸 춤을 추며 거친 들판을 지나

→ 자꾸 춤을 추며 거칠고 쓸쓸한 들판을 지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와사키 치히로/이지연 옮김-빨간 구두》(소년한길,2002) 22쪽


보다 척박하고 황량한

→ 더 메마르고 거친

→ 더 메마르고 쓸쓸한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권영주 옮김-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씨앗을뿌리는사람,2004) 17쪽


황량한 숲과 쌓인 눈과 매서운 추위 속에서

→ 거친 숲과 쌓인 눈과 매서운 추위에서

《로라 잉걸스 와일더/김석희 옮김-초원의 집 1》(비룡소,2005) 39쪽


이 황량하고 척박한 사막에서

→ 이 거칠고 쓸쓸한 사막에서

→ 이 거칠고 쓸쓸하며 메마른 사막에서

《이일우-내 인생의 첫 번째 포트폴리오》(팝콘북스,2006) 124쪽


온통 눈 덮인 황량한 고원

→ 온통 눈 덮인 쓸쓸한 고원

→ 온통 눈 덮인 거칠고 쓸쓸한 고원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8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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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계곡 溪谷


 계곡 물이 넘쳐 → 골짜기 물이 넘쳐 / 골짝물이 넘쳐

 시원한 계곡으로 가자 → 시원한 골짜기로 가자

 길 따라 흘러 내려가는 계곡 → 길 따라 흘러 내려가는 골짜기


  ‘계곡(溪谷)’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라고 합니다. 한국말로는 ‘골짜기’로 쓰면 됩니다. 골짜기 가운데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이 있다고 여긴다면, 따로 ‘냇골’이나 ‘물골’이나 ‘시냇골’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계학(溪壑)’처럼 비슷한말을 다루기도 하는데, ‘계학’은 “시냇물이 흐르는 산골짜기”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시냇물이 흐르는 골짜기라면, 말 그대로 ‘시냇골’이라 하면 됩니다. 이밖에 ‘계곡(谿谷)’을 “‘장유’의 호”를 가리킨다면서 한국말사전에 싣는데, 한국말사전은 인명사전이 아니니, 이런 올림말은 털어야겠습니다. 2016.7.5.불.ㅅㄴㄹ



아름다운 산과 숲과 계곡

→ 아름다운 산과 숲과 골짜기

→ 아름다운 산과 숲과 시냇골

《미우치 스즈에/서수진 옮김-유리가면 44》(대원씨아이,2010) 14쪽


계곡에서 계곡으로 설산에서 설산으로

→ 골짜기에서 골짜기로 눈산에서 눈산으로

《곽효환-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2014) 84쪽


휘파람새 부부가 대여섯 쌍이나 있는 계곡

→ 암수 휘파람새가 대여섯 짝이나 있는 골짜기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2015) 53쪽


연중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산림지대의 계곡

→ 한 해 내내 고르게 축축한 숲에 있는 골짜기

《이정현·박대식-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자연과생태,2016) 5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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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계란 鷄卵


 계란에도 뼈가 있다 → 달걀에도 뼈가 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 달걀로 바위 치기

 계란찜 → 달걀찜


  ‘계란(鷄卵)’은 “= 달걀. ‘달걀’로 순화”처럼 풀이합니다. 한국말은 ‘달걀’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달걀’ 아닌 ‘계란’을 쓰는 분이 매우 많습니다. ‘계란’ 같은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는 분은 거의 없을 테고, 어쩌다 찾아보더라도 ‘달걀’이라는 낱말을 알맞게 쓰자고 생각하는 분도 아직 드문 듯합니다. 달걀을 말아서 ‘달걀말이’요, 달걀을 부쳐서 ‘달걀부침’입니다. 2016.7.5.불.ㅅㄴㄹ



슈퍼마켓에서는 계란 상자들이 다시 사용될 수 있도록

→ 가게에서는 달걀 상자들이 다시 쓰일 수 있도록

《M.램/김경자·박희경·이추경 옮김-2분 간의 녹색운동》(성바오로출판사,1991) 141쪽


언니가 계란 노른자를 반으로 뚝 자르며 말했다

→ 언니가 달걀 노른자를 반으로 뚝 자르며 말했다

《이연경-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바람의아이들,2004) 61쪽


계란 부친 것도 슬며시 누나 밥그릇 옆으로 디밀었으나

→ 달걀 부친 것도 슬며시 누나 밥그릇 옆으로 디밀었으나

→ 달걀 부침도 슬며시 누나 밥그릇 옆으로 디밀었으나

《윤정모-누나의 오월》(산하,2005) 85쪽


내 계란말이 좀 먹을래요

→ 내 달걀말이 좀 먹을래요

《아베 야로/조은정 옮김-심야식당 1》(미우,2008) 17쪽


이 작은 계란처럼 꼭꼭 갇혀 있어

→ 이 작은 달걀처럼 꼭꼭 갇혔어

《조주희-키친 7》(마녀의책장,2009) 36쪽


계란 프라이나 소시지 같은 맛있는 반찬

→ 달걀부침이나 소시지 같은 맛있는 반찬

→ 달걀지짐이나 소시지 같은 맛있는 반찬

《정경조·정수현-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삼인,2016) 16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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