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427 : 초가집



고향 초가집을

→ 고향 풀집을

→ 고향 흙집을

→ 시골집을


초가집(草家-) : = 초가(草家)

초가(草家) : 짚이나 갈대 따위로 지붕을 인 집

풀집 : 예전에,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풀로 이엉을 한 집

흙집 : 흙으로 지은 집



  한겨레 시골집을 두고 흔히 ‘초가집’이라 일컬었습니다. 지난날 시골에서 기와를 지붕에 얹은 집은 아주 드물고, 참으로 거의 모든 집이 짚으로 지붕을 이었거든요. 짚으로 지붕을 이은 집은 바로 ‘풀(草)’을 지붕으로 삼기에 ‘풀집’인데, 이를 한자말로는 ‘초가’라 합니다. ‘초가’는 ‘풀(草) + 집(家)’인 얼거리예요. 지붕을 풀로 이은 집은 으레 바닥이나 벽을 흙으로 다집니다. 지붕을 얹을 적에도 서까래에 흙을 얹어요. 그래서 ‘풀집’은 ‘흙집’이기도 해요. 어느 모로 본다면 ‘풀흙집’인 셈입니다.


  예부터 집은 ‘집’이라 했기에, 돌집이든 풀집이든 흙집이든 나무집이든 ‘-집’을 붙입니다. 한자를 쓰던 옛사람은 풀집을 두고 ‘초가’라는 이름을 따로 붙였는데, 어느새 ‘초가’라는 이름에 ‘-집’이 달라붙어서 ‘초가집’ 같은 겹말이 생겼어요. ‘풀집 집’인 꼴인 ‘초가집’이라는 한자말입니다.


  오늘날 ‘시골집’은 옛날하고 달라서 풀집이나 흙집은 아니기도 하지만, 예전 시골에 있던 집을 가리키는 자리라면 ‘시골집’이라는 낱말로도 풀집이나 흙집을 가리킬 만해요. 2016.8.15.달.ㅅㄴㄹ



낡은 초가집을 아직도 볼 수 있다

→ 낡은 풀집을 아직도 볼 수 있다

→ 낡은 흙집을 아직도 볼 수 있다

→ 낡은 시골집을 아직도 볼 수 있다

《시바 료타로/박이엽 옮김-탐라 기행》(학고재,1998) 55쪽


곰이는 앵두나무가 함박꽃을 피우던 고향 초가집을 떠올렸습니다

→ 곰이는 앵두나무가 함박꽃을 피우던 고향 풀집을 떠올렸습니다

→ 곰이는 앵두나무가 함박꽃을 피우던 시골 흙집을 떠올렸습니다

→ 곰이는 앵두나무가 함박꽃을 피우던 시골집을 떠올렸습니다

《권정생·이담-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보리,2007) 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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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 인간과 사람



우리들 인간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 우리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죽이려고

→ 우리들 사람은, 서로를 죽이려고

→ 우리들 사람은, 이웃을 죽이고자

→ 우리들 사람은, 동무를 죽일 생각으로

→ 우리들 사람은, 서로 죽이고 죽으려고


인간(人間) : = 사람

사람 :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한자말 ‘인간’은 ‘사람’을 가리켜요. “우리들 인간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처럼 쓰면 겹말입니다. 그런데 “대통령도 한 사람의 인간”이라든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말한다” 같은 말투를 쓰는 분이 있습니다. 이때에는 “대통령도 똑같이 한 사람”이나 “똑같은 사람으로서 말한다”로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우리들 인간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우리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죽이려고 태어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 우리들 사람은, 서로를 죽이려고 태어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 우리들 사람은, 이웃을 죽이고자 태어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미우라 아야코/박기동 옮김-여인의 사연들》(부림출판사,1984) 11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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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25 : 연거푸



연거푸

→ 거푸

→ 거푸거푸


연거푸(連-) : 잇따라 여러 번 되풀이하여

거푸 : 잇따라 거듭

거듭 :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연거푸’에서 ‘연(連)’은 ‘잇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연거푸 = 잇따라 거푸/잇달아 거푸’를 나타내지요. 그런데 ‘거푸’라는 한국말은 “잇따라 거듭”을 뜻해요. ‘거푸’라는 낱말에 ‘잇따라’가 깃들기에 ‘연 + 거푸’는 겹말입니다. ‘거푸’만 쓰거나 ‘잇따라·잇달아’를 쓸 노릇입니다. 2016.8.13.흙.ㅅㄴㄹ



그 후로 나는 물을 3잔 연거푸 마시고

→ 그 뒤로 나는 물을 석 잔 거푸 마시고

→ 그 뒤로 나는 물을 석 잔 거푸거푸 마시고

→ 그 뒤로 나는 물을 석 잔 잇따라 마시고

《타니카와 후미코/도노랑 옮김-사랑이 샘솟는다》(AK 코믹스,2016) 11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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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23 : 폭넓다



폭넓게 파악하여

→ 넓게 헤아려서

→ 널리 살펴서

→ 드넓게 보아서


폭넓다(幅-) : 1. 어떤 일의 범위나 영역이 크고 넓다 2. 어떤 문제를 고찰하는 것이 다각적이고 다면적이다 3. 사람들을 대할 때 아량을 베푸는 마음이 크다

폭(幅) = 너비

넓다 : 1. 면이나 바닥 따위의 면적이 크다 2. 너비가 크다 3. 마음 쓰는 것이 크고 너그럽다 4. 내용이나 범위 따위가 널리 미치다



  ‘폭(幅)’이라는 한자는 ‘너비’를 가리킵니다. ‘너비’란 “얼마나 넓은가”를 가리키는 낱말이기에 ‘폭 + 넓다’처럼 엮어서 쓰는 낱말은 겹말입니다. 한국말사전은 ‘폭넓다’를 올림말로 다루고, 사회에서도 이 낱말을 널리 씁니다. 그러나 ‘넓다’ 한 마디로도 ‘폭넓다’라는 한국말사전 올림말이 다루려는 뜻을 모두 담아내요.


  새로운 낱말을 지어야 했다면 ‘넓다(너비)’를 나타내는 한자 ‘幅’을 붙이기보다는 한국말 ‘품’을 붙여서 ‘품넓다’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마음넓이(마음너비)’나 ‘생각넓이(생각너비)’나 ‘넋넓이(넋너비)’나 ‘사랑넓이(사랑너비)’ 같은 낱말도 지어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넓다’를 비롯해서 ‘널리’나 ‘드넓다’나 ‘너르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2016.8.13.흙.ㅅㄴㄹ



교육의 의미를 좀더 폭넓게 파악하여

→ 교육하는 뜻을 좀더 넓게 헤아려서

→ 가르치는 뜻을 좀더 너르게 살펴서

→ 배우고 가르치는 뜻을 좀더 널리 보아

《강상중/김수희 옮김-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2016) 11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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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40년 동안의 격차


40년 동안의 격차는

→ 40년 격차는

→ 마흔 해에 이르는 틈은

→ 마흔 해 동안 생긴 틈은

→ 마흔 해 동안 달라진 틈은

→ 마흔 해 동안 벌어진 틈은

→ 마흔 해 동안 갈라진 틈은

《리처드 로드/박선주 옮김-세계를 읽다, 독일》(가지,2016) 35쪽


  ‘격차(隔差)’는 벌어져서 달라진 모습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틈’이나 ‘틈새’로 손볼 만합니다. 이 글월은 “40년 격차”라든지 “마흔 해에 이르는 틈”이라든지 “마흔 해 동안 생긴 틈”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의 모습이 확연히 다를 만큼 무섭게 자랐다

→ 아침과 저녁마다 모습이 뚜렷이 다를 만큼 무섭게 자랐다

→ 아침과 저녁 모습이 크게 다를 만큼 무섭게 자랐다

→ 아침과 저녁이면 모습이 확 다를 만큼 무섭게 자랐다

《조병준-기쁨의 정원》(샨티,2016) 23쪽


  ‘-의’만 덜어도 되는 글월입니다. 또는 ‘-마다’나 ‘-이면’을 넣을 만해요. ‘확연(確然)히’는 ‘뚜렷이’나 ‘크게’나 ‘확’으로 손봅니다.


한자의 뜻을 조합하고 의역하여

→ 한자 뜻을 엮고 풀이하여

→ 한자가 무슨 뜻인지 엮고 풀이하여

《이건범-한자 신기루》(피어나,2016) 119쪽


  ‘-의’만 덜어도 됩니다. 또는 “한자가 무슨 뜻인지”처럼 또렷하게 적어 볼 수 있습니다. “조합(組合)하고 의역(意譯)하여”는 “엮고 옮겨서”나 “엮고 풀이하여”로 손봅니다.


한자 수요의 감소 추세는

→ 한자 수요가 줄어드는 흐름은

→ 한자 쓰임새가 줄어드는 흐름은

《이건범-한자 신기루》(피어나,2016) 226쪽


  “감소(減少) 추세(趨勢)” 같은 글월을 쓰기에 앞에 ‘-의’가 튀어나오고야 맙니다. 이 글월은 일본 말투입니다. 일본말에서 ‘の’를 넣고 앞뒤에 한자말을 붙이는 말투이지요. “한자를 쓰는 사람이 줄어드는 흐름”이라든지 “한자 쓰임새가 줄어드는 흐름”처럼 글월을 통째로 손볼 만합니다. 2016.8.13.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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