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당연 當然


 소가 버는 것은 당연히 버는 거고 → 소가 버는 것은 마땅히 버는 거고

 동생을 근심하는 건 당연하지요 → 동생을 근심하는 건 옳지요

 겁을 먹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 무서운 것도 그럴 만하다고

 일이 다르면 당연히 몫도 달라야 → 일이 다르면 마땅히 몫도 달라야

 귀띔을 했으면 당연히 무슨 말이 있어야 → 귀띔을 했으면 으레 무슨 말이 있어야


  ‘당연(當然)하다’는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당연하다 = 마땅하다’ 꼴인 뜻풀이입니다. ‘마땅하다’는 “1. 행동이나 대상 따위가 일정한 조건에 어울리게 알맞다 2. 흡족하게 마음에 들다 3.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이치로 보아 옳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그래서 ‘당연하다’는 ‘마땅하다’를 비롯해서 ‘맞다·알맞다’나 ‘옳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응당하다”처럼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응당(應當)’을 찾아보면 “1. 행동이나 대상 따위가 일정한 조건이나 가치에 꼭 알맞게 2.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이치로 보아 옳게. ‘마땅히’로 순화”로 풀이해요. 곧 ‘당연하다’뿐 아니라 ‘응당하다’도 ‘마땅하다’로 고쳐쓸 낱말인 셈입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네 가지 한자말 ‘당연’을 싣는데, 이 네 가지는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2016.8.20.흙.ㅅㄴㄹ



당연(唐硯) : 예전에, 중국에서 만든 벼루를 이르던 말

당연(唐筵) : 예전에, 중국에서 만든 대자리를 이르던 말

당연(瞠然)하다 :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볼 정도로 놀랍거나 괴이쩍다

당연(戃然) : 실망하여 의욕을 잃은 모양



너희들이 한 일은 당연하다

→ 너희들이 한 일은 옳다

→ 너희들이 한 일은 마땅하다

《미야자와 겐지/이경옥 옮김-빙하쥐 털가죽》(우리교육,2006) 34쪽


이 마을에서는 당연하고 의례적인 광경이지만 여행자에겐 아기자기한 감동이다

→ 이 마을에서는 마땅하고 흔한 모습이지만 여행자한텐 아기자기한 기쁨이다

→ 이 마을에서는 으레 있고 뻔한 모습이지만 여행자한텐 아기자기한 기쁨이다

《서순정-일본의 작은 마을》(살림Life,2009) 110쪽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말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다

→ 우리 아이들 앞날이 달라진다는 말은 너무도 마땅한 말이었다

→ 우리 아이들 앞날이 달라진다는 말은 너무도 맞는 말이다

→ 우리 아이들 앞날이 달라진다는 말은 너무도 마땅하다

→ 우리 아이들 앞날이 달라진다는 말은 너무도 옳다

《용서해-삶의 마지막 축제》(샨티,2012) 232쪽


스하마 씨가 팔고 있는 우유는 시판가격의 5배나 된다. 하지만 팔리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 스하마 씨가 파는 우유는 시판값보다 다섯 곱이나 된다. 그러나 팔린다. 마땅한 일이다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2015) 200쪽


우리와 똑같이 개성 있는 것이 당연하고

→ 우리와 똑같이 개성 있는 것이 마땅하고

→ 우리와 똑같이 개성이 있기 마련이고

→ 우리와 똑같이 마땅히 개성이 있고

《스즈키 뎃페이·야마시로 도오루/문희언 옮김-여행하는 채소 가게》(하루,2016) 31쪽


“그럼 여우랑 너구리랑 고양이랑 손을 잡아도 장갑은 한 짝만 있으면 되는 거야?” “당연하지!”

→ “그럼 여우랑 너구리랑 고양이랑 손을 잡아도 장갑은 한 짝만 있으면 돼?” “그렇지!”

→ “그럼 여우랑 너구리랑 고양이랑 손을 잡아도 장갑은 한 짝만 있으면 돼?” “아무렴!”

《이모토 요코/강해령 옮김-장갑보다 따뜻하네》(북극곰,2016) 1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적' 없애야 말 된다

 지적


 지적 능력 → 아는 힘

 지적 호기심 → 알고픈 마음

 지적 수준이 높습니다 → 아는 수준이 높습니다 / 똑똑하게 압니다

 지적인 분위기 → 똑똑한 분위기 / 잘 아는 듯한 기운

 지적인 매력을 풍긴다 → 슬기로운 매력을 풍긴다

 한결 지적으로 보인다 → 한결 똑똑해 보인다


  ‘지적(知的)’은 “지식이나 지성에 관한”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지식(知識)’은 “1.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 2.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을 가리키고, ‘지성(知性)’은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 넓은 뜻으로는 지각이나 직관(直觀), 오성(悟性) 따위의 지적 능력을 통틀어 이른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지식’을 풀이하며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라 하는데, ‘인식(認識)’은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을 가리키고, ‘이해(理解)’는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깨달아 앎”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곧 ‘인식·이해’모두 ‘앎(알다)’을 가리키니, “알게 된 인식이나 이해”는 “알게 된 앎이나 앎”이란 꼴이라서 돌림풀이에 겹말풀이입니다.


  ‘지성’을 풀이하며 “지각된 것으로 새로운 인식”이 되면서 “지적 능력을 통틀어” 이른다고 하는데, ‘지각(知覺)’은 “알아서 깨달음”을 가리키니 ‘지성 = 알아서 새로운 앎’ 꼴이라 겹말풀이인데, ‘지성 = 지적 능력’이라고도 하니, 이 또한 돌림풀이입니다.


  이 모두를 간추리자면 ‘지적’이란 “아는 모습”을 가리켜요. “잘 안다”고 한다면 ‘똑똑하다’라 할 만하고, ‘슬기롭다’를 써 볼 만합니다. 2016.8.20.흙.ㅅㄴㄹ



지적(知的) 도둑질인 것이다

→ 배움 도둑질이다

→ 다른 이 생각을 훔친 짓이다

→ 다른 이 슬기를 훔친 짓이다

→ 다른 이가 흘린 땀을 빼앗은 짓이다

→ 다른 이가 땀흘려 이룬 보람을 빼앗은 짓이다

《김성재-출판 현장의 이모저모》(일지사,1999) 37쪽


선배들이 지적 욕구가 강했죠

→ 선배들이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끝이 없었죠

→ 선배들은 배우고 또 배우려고 했지요

→ 선배들은 무척 많이 알고 싶어 했어요

《여성, 녹색세상을 말하다》(여성환경연대) 창간준비호(2005) 31쪽


지적인 샐러리맨

→ 똑똑한 회사원

→ 슬기로워 보이는 회사원

→ 무엇이든 잘 아는 회사원

《도키와 신페이-추억의 베스트셀러 101 : 미국편》(신원에이전시,2006) 18쪽


지적 우월감뿐이라고

→ 더 잘 안다는 생각뿐이라고

→ 더 똑똑하다는 생각뿐이라고

→ 똑똑해서 더 낫다는 마음뿐이라고

→ 남보다 잘났다는 머리뿐이라고

《안미선-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철수와영희,2009) 91쪽


지적인 사고를 해야 할 때

→ 똑똑히 생각을 해야 할 때

→ 슬기롭게 생각을 해야 할 때

→ 깊고 넓게 생각을 해야 할 때

《장 가브리엘 코스/김희경 옮김-색의 놀라운 힘》(이숲,2016) 4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인간의


 인간의 조건 → 사람다운 조건 / 사람이 될 조건

 인간의 품격 → 사람다운 품격 / 사람 된 바탕

 인간의 역사 → 사람 역사 / 사람이 살아온 역사 / 사람이 걸어온 자취

 인간의 길 → 사람이 갈 길 / 사람길 / 사람다운 길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 사람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 사람 마음은 착하다 / 사람은 마음바탕이 착하다


  ‘인간(人間)’은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 상의 고등 동물”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고 해요. 한자말은 ‘인간’이고, 한국말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람’으로 손질해서 쓰면 되는데, 꼭 ‘인간’을 쓰려 한다면 ‘-의’를 덜면서 “인간 조건”이나 “인간 품격”이나 “인간 역사”나 “인간 한계”나 “인간 본성”처럼 쓸 수 있어요. “인간의 길”은 “인간이 걷는 길”처럼 쓸 수 있겠지요. 2016.8.19.쇠.ㅅㄴㄹ



인간의 언어가 여러 개라는 것이겠죠

→ 사람들 말이 여럿이라는 것이겠죠

→ 사람이 쓰는 말이 여럿이라는 얘기이겠죠

→ 말이 여럿이라는 얘기이겠죠

《마루야마 마사오·가토 슈이치/임성모 옮김-번역과 일본의 근대》(이산,2000) 36쪽


인간의 학대를 받아 왔지만

→ 사람들한테서 괴롭힘을 받아 왔지만

→ 사람들한테 시달려 왔지만

→ 사람들한테 들볶여 왔지만

→ 사람들이 괴롭혀 왔지만

→ 사람들이 마구 잡아 죽여 왔지만

《레이첼 카슨/김선영 옮김-잃어버린 숲》(그물코,2004) 73쪽


인간의 힘으로는

→ 사람 힘으로는

→ 사람들 힘으로는

《호시노 미치오/김욱 옮김-노던 라이츠》(청어람미디어,2007) 95쪽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 사람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은

→ 사람답게 살고 싶은

→ 사람으로 살고 싶은

《하종강-길에서 만난 사람들》(후마니타스,2007) 118쪽


인간의 시야와 가장 비슷한

→ 사람 눈과 가장 비슷한

→ 사람 눈길과 가장 비슷한

→ 사람이 보는 눈과 가장 비슷한

→ 사람이 눈으로 볼 때와 가장 비슷한

《클레망 셰루/정승원 옮김-앙리 카르티에브레송》(시공사,2010) 90쪽


인간의 눈이 감지하는 색은

→ 사람 눈이 느끼는 빛깔은

→ 사람이 눈으로 느끼는 빛은

《장 가브리엘 코스/김희경 옮김-색의 놀라운 힘》(이숲,2016) 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복용 服用


 약물 복용 → 약물 먹기

 이 약은 복용이 간편하다 → 이 약은 먹기 쉽다

 소화제를 복용하다 → 소화제를 먹다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 약을 오래 먹어야


  ‘복용(服用)’은 “1. 약을 먹음 2. 옷으로 입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 복약(服藥)·상약(嘗藥)”처럼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약을 먹는다”는 뜻으로 ‘복용하다’를 비롯해서 ‘복약·상약’을 쓰는 셈인데, 약을 먹을 적에는 “약을 먹다”라고만 하면 넉넉하지 싶어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복용(複用)’이라는 한자말을 “거듭 사용함”을 뜻한다면서 싣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쓸 일이 없으리라 느낍니다. 거듭 쓸 적에는 “거듭 쓴다”고 말하면 됩니다. 2016.8.19.쇠.ㅅㄴㄹ



당시 복용하고 있던 코디손 때문에 조금 부은 얼굴은

→ 그무렵 먹던 코디손 때문에 조금 부은 얼굴은

《알베르토 코르다/이재룡 옮김-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현대문학,2006) 156쪽


복용 시간을 일러 주나 싶어

→ 먹는 때를 일러 주나 싶어

《안미선-여성, 목소리들》(오월의책,2014) 17쪽


환자가 약을 복용하면서도

→ 환자가 약을 먹으면서도

《장 가브리엘 코스/김희경 옮김-색의 놀라운 힘》(이숲,2016) 5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436 : 기간 동안



이 기간 동안

→ 이동안


기간(其間) :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동안

기간(期間) : 어느 일정한 시기부터 다른 어느 일정한 시기까지의 사이

동안 : 어느 한때에서 다른 한때까지 시간의 길이



  한자말 ‘기간(其間)’은 ‘동안’을 가리켜요. 한국말사전 뜻풀이도 이와 같습니다. 다른 한자말 ‘기간(期間)’도 이와 매한가지입니다. 두 한자말은 모두 ‘동안’하고 뜻이 같습니다. 다만 ‘기간(期間)’은 “접수 기간”이나 “계약 기간” 같은 자리에서는 “접수 날짜”나 “계약 날짜”로 손볼 만합니다. “오랜 기간”은 “오랫동안”으로 손보면 되지요. 그러니 “이 기간 동안”은 겹말입니다. ‘이동안’으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그러나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그동안’만 한 낱말로 다루고, ‘이 동안’처럼 띄어서 적으라고 나오는데, ‘이동안’처럼 붙여서 한 낱말로 삼아야 올바르다고 느낍니다. 2016.8.19.쇠.ㅅㄴㄹ




이 기간 동안 그는 줄곧 아라비아에만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 이동안 그는 줄곧 아라비아에만 머물렀다고 본다

《E.P.샌더스/전경훈 옮김-사도 바오로》(뿌리와이파리,2016) 2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