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6.


《일연 스님이 전해 준 역사 속 옛이야기, 삼국유사》

 이진이 글·장경혜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2.11.28.



뿌연 하늘이다. 철갈이 안개가 아닌 먼지띠로구나. 우리 책숲에 전기가 끊어진 지 한 해가 넘은 듯싶다. 오늘 전기를 새로 잇는다는 일꾼이 왔는데, 일을 마쳤다고 해서 가 보니 두꺼비집이 칙칙 소리를 내며 펑 터진다. 그저 혀를 찼다. 이렇게 엉터리로 해놓고서 돈은 따박따박 받아갈 테지. 저녁에 먼지잼이 뿌린다. ‘먼지잼’이란 “먼지를 재우는 가벼운 비”를 가리킨다. 먼지띠나 먼지구름이 흐르며 매캐한 날 내리면서 둘레를 싱그럽고 환하게 씻어서 틔우는 반가운 비라고 여길 만하다. 우리말을 살피지 않는다면 ‘졸임물’을 가리키는 ‘잼(jam)’만 떠올리리라. 토닥이거나 달래듯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가라앉히는 ‘재우다’인 ‘먼지잼’이다. 《일연 스님이 전해 준 역사 속 옛이야기, 삼국유사》를 읽었다. 지난날 우리 옛이야기를 남기려고 책을 여민 어른이 있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우리 삶이야기나 살림이야기를 어떻게 여미거나 남기는지 되새겨 본다. 나라가 셋일 적에 ‘세나라’라 하지 못 하고 ‘삼국’이라 하는 틀을 언제까지 붙들어야 할까? 수수하게 쓰는 말씨에 우리 삶·살림·사랑이 흐른다. 발자취(역사)는 ‘남은 책이나 조각(유물)’으로도 얼핏 읽을 터이나, 무엇보다 말과 살림새에서 읽을 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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