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8.
《안락사회》
나우주 글, 북티크, 2022.8.31.
일산 할아버지 여든잔치에 간다. 이 여든잔치를 이끄는 곁님 동생네에 ‘꽃돈 담은 쌈지’를 건넨다. 오늘날은 서울·큰고장뿐 아니라 시골·작은고장조차 마당이나 골목·고샅이나 빈터나 바깥에서 뛰노는 어린이가 아예 없다고 할 만하다. 지난날에는 그저 누구나 어울리면서 동무를 했다면, 오늘날에는 어버이가 돈을 치르는 곳에 넣어 주어야 겨우 또래를 만나면서 한동안 땀을 뺄 수 있다. ‘돈을 치르고 한동안 땀빼기’는 놀이일 수 없다. 사슬터에 갇힌 이들이 해바라기 조금 하는 굴레하고 똑같다. 잿집(아파트)에 갇힌 아이들한테는 꿈이나 사랑이 자랄 틈이 없다. 그나마 어버이가 아이를 마을책집에 보내면 낫지만, 마을책집을 다니는 아이는 무척 적다. 바람을 쐴 틈이 없고, 비를 맞을 짬이 없고, 샘물을 길어서 마실 곳이 없고, 해바라기를 하다가 드러누울 빈터나 풀밭이 없고, 타고 오르며 놀 나무가 없고, 새랑 풀벌레랑 구름이랑 개미랑 눈빛·마음을 나누면서 하루를 천천히 즐길 겨를이 없는 ‘서울 아이(도시 아이)’로 길들면서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저렇게 말해야 한다’는 굴레에 길든다. 《안락사회》를 거의 다 읽었다. 놀이를 빼앗기면서 노래를 스스로 잊은 사람들 생채기랑 멍울이 차곡차곡 흐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