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8.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글, 포르체, 2023.1.11.



가볍게 뿌리던 비는 안개로 바뀐다. 하루 내내 고요한 빛으로 흐른다. 비는 먼지를 씻어내고, 안개는 먼지를 녹인다. 해는 먼지를 달래고, 바람은 먼지를 턴다. 사람도 매캐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마음빛을 펴면 먼지를 날릴 수 있으리라. 나쁜 풀꽃나무나 풀벌레나 짐승은 없다. 사람도 이와 매한가지이다. 밥옷집을 손수 지으면서 살림을 스스로 가꿀 적에는 모든 사랑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밥옷집을 손수 안 짓고, 서울에 우르르 몰리고, 잿집(아파트)을 마구 세우고, 쇳덩이(자동차)를 몰아대면 어느새 사람빛을 잃다가 ‘남이 시키는 대로 굴레를 쓰는’ 꼭두각시로 뒤바뀐 채 하루를 보낸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를 읽었다. ‘글을 쓴다’는 마음이 아닌 ‘하루를 살아간다’는 마음이라면 줄거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본다. ‘글을 쓰는 일을 한다’는 마음이 아닌 ‘하루를 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마음이라면,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흔들리거나 아프거나 고단할 까닭이 없다고 본다. 자주 부끄럽게 느끼는 일이라면 아예 쳐다보지 않을 노릇이다. 가끔 즐거운 일이라면 그야말로 걷어치울 노릇이다. 늘 맑고 밝게 마음을 가꾸는 일을 해야 스스로 즐겁다. 이 나라 글바치는 ‘삶·사랑’을 으레 잊기에 헤매다 죽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