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21.


《니시오기쿠보 런스루 1》

 유키 링고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7.15.



잎샘바람이 불면서 살얼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춥다고 하기 어려운 날씨이다. 오히려 잎망울을 톡톡 깨우는 잎바람 같고, 꽃망울을 살살 터뜨리려는 꽃바람 같다. 하늘에 구름이 없이 맑다. 이 작은 시골마을에 하루 내내 쉬잖고 마을알림을 틀어대는 면사무소·군청인데 ‘전라남도 가뭄대책위원회’라든지 ‘산불예방 안내’라든지 ‘코로나백신 맞으라’라든지 ‘교통사고 안전대책’까지 끝없는 얘기를 자꾸자꾸 떠든다. 벼슬꾼(공무원)으로서 할 일이 없으면 차라리 누리놀이(인터넷게임)를 하시길 빈다. 《니시오기쿠보 런스루》를 읽었다. 푸름이한테 읽혀도 어울릴 만하리라 본다.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마치고서 더 배움길로 나아가지 않고서 일터를 찾아나서는 아이가 보내는 나날을 담아낸다. 종잇조각(졸업장·자격증)이 없으면 안 되는 듯이 내모는 터전(사회)인데, 종잇조각이 아닌 온몸과 온마음으로 일거리를 살피면서 하루를 짓겠노라는 발걸음을 찬찬히 짚으니 반갑다. 줄거리를 늘어뜨리지 않고 딱 넉걸음(1∼4)으로 단출히 매듭짓는다. 가만히 보면, 일터에서도 늘 새롭게 배운다. 보금자리에서도 언제나 새롭게 배운다. 그러나 온나라는 종잇조각을 안 따면 ‘안 배웠다’고 여기니, 다들 미쳐돌아간다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