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68 천천히



  빨리 읽어치우는 마음과 숨결과 손길이 있으니, 더 빠르게 더 많이 뚝딱거리는 나라가 서는구나 싶습니다. 천천히 읽어내는 마음과 숨결과 손길이 있기에, 차곡차곡 가면서 찬찬히 누리고 채울 줄 아는 알찬 길로 나아가지 싶어요. 더 빠르기에 나쁘거나 더 천천하기에 좋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때로는 회오리바람이 싱싱 불듯 더 빠르게 갈 자리도 있겠지요. 때로는 바람 한 줄기 없구나 싶도록 조용하듯 더 아늑하면서 고요하게 이룰 터도 있을 테고요. 온누리는 아마 꿈그림대로만 안 갈는지 모릅니다. 꿈그림보다는 돈그림·힘그림·이름그림을 쳐다보는 어른이 많고, 오늘날 숱한 배움터(학교)는 아이를 돈·힘·이름에 길들이려 하더군요. 그렇지만 꿈그림을 헤아리면서 사랑그림을 바라고 살림그림을 짓는 분이 곳곳에서 조그맣게 씨앗 한 톨을 심는다고 느껴요. 푸른별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바로 씨앗지기가 곳곳에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꿈그림이 없는 터에 꿈그림이 자라도록 찬찬히 가꾸고 싶기에 씨앗을 심고서 느긋이 기다리고 지켜봐요. 씨앗 곁에서 웃고 노래하는 하루를 즐겨요. 꿈을 그리는 마음을 고이 건사하는 하루라면, 누구나 스스로 노래하면서 사랑을 즐겁게 심고 가꾸어 꽃을 피우고 새 씨앗을 둘레에 나누지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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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67 멋



  낱말책은 이 낱말을 저 낱말로 풀어내는 책입니다. 낱말책은 멋을 부리지 못합니다. 수수하거나 투박하다 싶은 길을 갑니다. 더 멋스럽다는 낱말을 올리지 않고, 안 멋스럽다면서 자르지 않아요. 모든 말을 수수하게 바라보면서 다룹니다. 어느 낱말을 돋보이도록 멋부린 뜻풀이나 보기글을 붙이지 못해요. 모든 낱말이 저마다 다르게 빛나며 값어치가 있기에, 모든 낱말을 수수하거나 투박하게 건사해요. 우리 살림자리도 말꽃짓기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수수하거나 투박하게 다스린다면 외려 멋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멋을 안 부려야 오히려 멋스럽지 싶어요. 꾸미면 꾸밈결일 뿐입니다. 치레하면 치레일 뿐이에요. 삶과 살림과 사랑이라는 숨결을 수수하게 담아내기에 그저 삶과 살림과 사랑이면서 시나브로 멋이 피어납니다. 글멋을 부릴 까닭이 없습니다. 삶을 옮기는 글이면 넉넉합니다. 글치레를 할 일이 없습니다. 살림을 담는 글이면 즐겁습니다. 멋을 부리려 하기에 멋이 사라진다는 대목을 읽는다면, 맛깔나는 글이기를 바라면서 자꾸 꾸미려 들기에 맛깔나는 길하고는 도리어 동떨어지는구나 싶어요. 투박하게 짓는 살림이 참으로 맛깔나기 마련입니다. 오늘 누리고 짓고 가꾸는 삶을 그저 즐겁게 수수하면서 투박한 눈빛으로 그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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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노래

책하루, 책과 사귀다 52 힘들게 사네



  웬만한 어른조차 제 등짐을 못 듭니다. 엄청 무겁다고 할 만한 등짐에 사잇짐까지 여럿 겹쳐 들고서 걷거나 자전거를 달립니다. 이런 저를 두고 “힘들게 사네요”나 “고행하시네요” 하고 말하는 분이 있어 “저는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즐겁게 이 길을 걸어요.” 하고 말합니다. 즐기는 하루가 모이고 살림하며 노래하니 삶이 사랑으로 나아가거든요. “자가용 좀 몰면 안 힘들 텐데” 하고 묻는 분한테 “저는 글을 쓰고 읽는 길을 가기로 했기에 손잡이를 안 쥐기로 했습니다. 손잡이를 쥐고서 어떻게 글을 쓰고 읽나요?” 하고 말하지요. “무거운 책을 짊어지느라 책을 못 읽지 않나요?” 하고 되묻기에 “전 이 등짐을 짊어지고 걸어다니면서도 글꾸러미(수첩)를 펴서 글을 쓰고 한 손에 책을 쥐어요. 걸으면서도 얼마든지 쓰고 읽어요.” 하고 보탭니다. 몸소 이고 지고 다니면 힘들다고들 말하지만, 먼먼 옛날부터 얼마 앞서까지 누구나 스스로 이고 지며 살았어요. 아기는 어버이가 폭 감싸안을 적에 사랑스러운 기운을 느껴요. 종이꾸러미인 책도 똑같습니다. 두 손에 쥐고 펼 적에 책은 우리한테서 사랑빛을 받아서 반짝거려요. 손에 쥘 책을 등짐으로 이고 지며 집으로 나릅니다. 제 온사랑을 종이꾸러미한테 살며시 베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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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11.4.

책하루, 책과 사귀다 66 좋은책이라는



  ‘좋은책’이라는 이름이 힘듭니다. ‘좋다’고 하는 말이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자꾸 한켠이나 외곬로 밀어대는 말씨라고 느껴요. “야, 그 좋은 것을 넌 왜 안 해?” 하고 묻는 분한테 “제 몸(체질)에는 안 맞는걸요.” 하고 말하면 “너 참 얄궂다(이상하다)?” 하는 소리를 들어요. 저는 김치도 찬국수(냉면)도 못 먹고, ‘동치미·생크림케익·요구르트·요거트’에 고춧가루·고추까지 모두 몸에서 꺼려요. 어릴 적부터 김치를 먹으면 으레 게우거나 배앓이를 했는데 “한겨레(한국인)가 왜 김치를 못 먹어? 너 한겨레 맞아?” 하는 소리를 날마다 들으며 늘 죽고팠습니다. “김치가 몸에 좋다”고들 널리 말하지만, 저 같은 몸(체질)인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요? 안 받는 김치를 먹으며 날마다 게우고 배앓이를 해도 ‘좋은밥’일까요? “좋은책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1000만 사람한테 ‘좋은책’이라 해도 어느 사람은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이와 달리 ‘사랑책“일 적에는 열 사람이 반기더라도 어느 누구도 아프게 안 해요. 고삭부리란 몸을 타고나면서 “좋은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느꼈고, 섣불리 “좋은책 추천”을 안 합니다. 저는 오직 “사랑책 수다”를 펴고, 저부터 사랑글을 쓰는 사랑님이 되려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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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65 히틀러



  눈먼 사람이 눈먼 우두머리를 끌어올립니다. 우리가 눈뜬 사람이라면 눈먼 허수아비나 얄개가 함부로 못 나옵니다. 우리가 눈멀 뿐 아니라 눈감은 사람이기에 눈먼 허수아비나 얄개가 판칠 뿐 아니라, 이들은 우두머리·나라지기·벼슬꾼·글바치 같은 자리를 거머쥐면서 온누리를 억누릅니다. 우리가 쉽게 잊거나 놓치는 대목이 있다면, “히틀러만 손가락질한다”이지 싶어요. “히틀러가 제국주의·차별주의를 내세웠다”면, “숱한 수수한 독일사람은 바로 히틀러를 고스란히 떠받들면서 독일사람 스스로 제국주의·차별주의를 독일에 확 퍼뜨렸”어요. 히틀러 곁에서 “그대가 가는 길은 헛발질이자 틀렸습니다” 하고 외친 사람이 적었고, 또 이런 외침을 “히틀러 심부름꾼과 알랑이”가 잘라냈는데, 무엇보다 이런 히틀러를 안 쳐다보고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사랑을 나누어야 할 숱한 수수한 독일사람이 스스로 바보가 되어 같이 뒹굴었습니다. 일꾼을 뽑을 적에는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착하며 참한’ 사람을 가려야 합니다. ‘덜 나쁜(차악·차선)’도 ‘똑같이 나쁠’ 뿐인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늘 ‘일꾼’이 아닌 ‘덜 나쁜’ 사람을 뽑으려 하면서 스스로 막짓놈을 우두머리·나라지기·벼슬꾼·글바치로 세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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