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67 멋



  낱말책은 이 낱말을 저 낱말로 풀어내는 책입니다. 낱말책은 멋을 부리지 못합니다. 수수하거나 투박하다 싶은 길을 갑니다. 더 멋스럽다는 낱말을 올리지 않고, 안 멋스럽다면서 자르지 않아요. 모든 말을 수수하게 바라보면서 다룹니다. 어느 낱말을 돋보이도록 멋부린 뜻풀이나 보기글을 붙이지 못해요. 모든 낱말이 저마다 다르게 빛나며 값어치가 있기에, 모든 낱말을 수수하거나 투박하게 건사해요. 우리 살림자리도 말꽃짓기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수수하거나 투박하게 다스린다면 외려 멋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멋을 안 부려야 오히려 멋스럽지 싶어요. 꾸미면 꾸밈결일 뿐입니다. 치레하면 치레일 뿐이에요. 삶과 살림과 사랑이라는 숨결을 수수하게 담아내기에 그저 삶과 살림과 사랑이면서 시나브로 멋이 피어납니다. 글멋을 부릴 까닭이 없습니다. 삶을 옮기는 글이면 넉넉합니다. 글치레를 할 일이 없습니다. 살림을 담는 글이면 즐겁습니다. 멋을 부리려 하기에 멋이 사라진다는 대목을 읽는다면, 맛깔나는 글이기를 바라면서 자꾸 꾸미려 들기에 맛깔나는 길하고는 도리어 동떨어지는구나 싶어요. 투박하게 짓는 살림이 참으로 맛깔나기 마련입니다. 오늘 누리고 짓고 가꾸는 삶을 그저 즐겁게 수수하면서 투박한 눈빛으로 그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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