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869 : 달리는 러너의 어디론가 도망 절심함을 느끼


달리는 러너의 모습에서 어디론가 도망치려는 듯한 절실함을 느끼기 때문일까

→ 달리는 모습에서 동동거리며 달아난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 달리는 사람이 마음태우며 튀려 한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손민지, 디귿, 2021) 9쪽


달리는 사람은 “달리는 사람”이라 하면 되고, ‘달림이’처럼 엮거나 ‘달리다’로 나타내면 됩니다. 우리말보다 영어를 앞세우며 멋부리느라 “달리는 러너”처럼 잘못 씁니다. 군더더기 ‘-의’는 덜고, 군말 ‘어디론가’도 덜어요. “도망치려는 듯한 + 절실함을 느끼기”는 “동동거리며 + 달아난다고 느끼기”로 손질합니다. ㅍㄹㄴ


러너 : x

runner : 1. (특히 경주·경마에 참석한) 주자, 경주마 2. 밀수업자, 밀반입[출]자 3. (썰매의) 활주부[날] 4. (땅위로 뻗어 가면서 뿌리를 내리는 식물의) 줄기 5. 러너(가구 위·바닥 등에 까는 길고 가느다란 천·카펫) 6. (회사·조직 내의) 잔심부름꾼 7. 경주화, 운동화

도망(逃亡) : 피하거나 쫓기어 달아남 ≒ 도주(逃走)

절실(切實) : 1. 느낌이나 생각이 뼈저리게 강렬한 상태에 있다 2. 매우 시급하고도 긴요한 상태에 있다 3. 적절하여 실제에 꼭 들어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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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868 : 실제로 -게 된 선생님의 용안 물론 미남


실제로 뵙게 된 선생님의 용안은 물론 미남이었으나

→ 막상 뵌 님은 몹시 잘생겼으나

→ 몸소 뵌 님은 무척 말끔했으나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이슬아·남궁인, 문학동네, 2021) 15쪽


얼굴은 ‘얼굴’이라 하면 됩니다. 임금 얼굴을 높여서 이른다는 한자말은 구태여 쓸 까닭도 없고, 이제는 떨굴 노릇입니다. 일본말씨와 옮김말씨가 섞인 “실제로 + 뵙게 된 + 선생님의 용안은 + 물론 + 미남이었으나”는 “막상 + 뵌 + 님은 + 몹시 + 잘생겼으나”로 고쳐쓸 만합니다. 잘생겼다고 말한다면 ‘얼굴’을 가리킬 테니 이 보기글은 한결 단출히 손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실제(實際) : 1. 사실의 경우나 형편 2. [불교] 허망(虛妄)을 떠난 열반의 깨달음. 또는 진여(眞如)의 이체(理體) 3. 거짓이나 상상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 실제로

선생님(先生-) : 1. ‘선생’을 높여 이르는 말 2. 나이가 어지간히 든 사람을 대접하여 이르는 말

용안(容顔) : 눈,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 = 얼굴

용안(龍顔) : 임금의 얼굴을 높여 이르는 말 ≒ 성안·옥안·천안

물론(勿論) : [이름씨] 말할 것도 없음 [어찌씨] 말할 것도 없이

미남(美男) : 얼굴이 잘생긴 남자 ≒ 미남자·미남정·미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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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860 : 것 인연 -게 있어서 고통


귀여운 것과는 인연이 없었던 내게 있어서는 고통일 뿐이었다

→ 나는 귀여운 길과는 멀기에 지칠 뿐이다

→ 나는 귀엽게 살지 않기에 괴로울 뿐이다

→ 나는 귀여운 쪽과는 안 가까워 힘들 뿐이다

《마니마니》(우니타 유미/최미애 옮김, 시리얼, 2009) 106쪽


군말 ‘것’에 틀린말씨 ‘-에 있어서’를 섞은 일본말씨인 “귀여운 것과는 + 인연이 없었던 + 내게 있어서는 + 고통일 뿐이었다”입니다. “나는 + 귀여운 쪽과는 + 안 가까워 + 힘들 뿐이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나는 + 귀엽게 + 살지 않기에 + 괴로울 뿐이다”로 고쳐써도 되어요. “나는 + 안 귀여우니 + 고단할 뿐이다”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ㅍㄹㄴ


인연(因緣) :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 연고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3. 일의 내력 또는 이유 4. [불교]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다 ≒ 유연 5. [불교] 원인이 되는 결과의 과정

고통(苦痛) :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 ≒ 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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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병기 竝記/倂記


 괄호 안에 병기된 한자 → 묶음표에 나란히 쓴 한자

 인명 표기에서 한자가 한글과 병기되는 문제에 대해 → 이름에 한자를 한글과 같이 쓰는 일을

 하나의 인명에 대해 여러 가지 문자가 병기되어 있다 → 이름 하나에 여러 글을 함께썼다

 두 가지 글자를 병기했다 → 두 가지 글씨가 나란하다


  ‘병기(竝記/倂記)’는 “함께 나란히 적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나란글·나란적이’나 ‘나란하다·나란길’로 손봅니다. ‘같이쓰기·함께쓰기’로 손보고요. ‘두레글·두레글월·두레글씨’나 ‘모둠글·모둠글월·모둠글씨’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병기’를 다섯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병기(兵棋/兵碁) : 전략·전술상의 훈련을 쌓기 위하여 응용되는 장기(將棋) 놀이

병기(兵機) : 1.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 = 전기 2. 전쟁의 기략(機略)

병기(病氣) : 병의 기운

병기(病期) : 질병의 경과를 그 특징에 따라 구분한 시기

병기(竝起) : 두 가지 이상의 것이 함께 일어남



설명을 붙이든가 아니면 한자를 병기해야 한다

→ 풀이를 붙이든가 한자를 같이써야 한다

→ 덧말을 붙이거나 한자를 함께써야 한다

《한자 신기루》(이건범, 피어나, 2016) 136쪽


이야기 중반쯤에서 생각났다는 듯 한자 병기를 하는

→ 이야기 사이에 불현듯 한자를 같이쓰는

→ 이야기 사이에 불쑥 한자를 나란히 적는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고이시 유카·신쵸사/현승희 옮김, 서교책방, 2026)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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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여섯 해 만에 새로



  지난 2020해에 전주마실을 하면서 《남해에서 뭐 해 먹고사냐 하시면 아마도책방이겠지요》라는 책을 장만해서 읽었다. 전남 고흥과 경남 남해는 그리 멀지않으나, 뚜벅이나 두바퀴로 가기에는 하염없는 길이다. 여섯 해가 흐르는 동안 아직 남해에 첫발을 디디지는 못 한다. 앞으로 언제쯤 남해마실을 해볼는지 모른다.


  올 2026해 늦봄 어느 날 부산 언덕마루(산복도로) 한켠에 있는 마을책집 〈만만〉에 들르는데 〈아마도책방〉 지기님이 쓴 책이 보인다. 이미 사읽은 책이지만 새로 산다. 오늘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새로 읽는다. 이밖에 오늘 버스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는 책을 허벅지에 얹고서 해바라기를 해본다.


  서울이건 부산이건 인천이건 진주이건 마산이건 청주이건 대전이건 광주이건 속초이건 영양이건 안동이건 정읍이건 공주이건, 온나라 모든 마을책집이 반갑다. 우리 어버이가 나고자랐다는 당진은 언제쯤 책집마실을 해볼는지 아직 모른다. 아마도 예순 살이나 일흔 살에 갈는지 모르고 아흔 살이나 온 살에 갈 수 있을는지 모르지.


  엊그제 고흥 시골집에서 곁님과 두 아이랑 한참 ‘미치오 카쿠’ 할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카쿠 할아버지는 어릴적에 ‘아인슈타인이 못 푼 길’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 “왜 엄마한테 안 물어봤대? 엄마한테 물어보면 엄마가 알려줄 텐데?” 하고 말했다지. 우리 곁님은 카쿠 할배 말마따나 아인슈타인도 ‘아인슈타인 엄마’한테 물어봤으면 즐겁게 모든 길을 풀었으리라고 얘기한다.


  어제오늘 부산으로 이야기꽃을 펴러 나들이를 하는 동안 이 대목을 내내 곱씹었다. “아빠한테 물어보았다면 풀었을까?” 하고 곱씹자니 아무래도 아빠한테 물었으면 그저 풀죽었으리라 느낀다. 엄마는 아빠와는 달리 “그래? 무슨 일이야? 뭐? 못 푸는 길이 있다고? 이리 줘 봐. 이렇게 하면 돼!” 하고 알려주고는 다른 일을 하러 갔으리라 본다. 또는 “좀 쉽지 않네. 그래도 생각해 보면 풀 수 있을 테니까, 더 부딪혀 보자.” 하고 북돋우며 같이 땀흘렸을 만하다.


  먼 옛날부터 아빠가 아이곁에 없지 않았으리라. 먼 옛날부터 엄마만 아이곁에 있지 않았으리라. 먼 옛날에는 엄마도 아빠도 아이곁에서 함께 풀고 나란히 품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모든 길을 틔웠으리라고 본다. 이제는 엄마아빠가 손을 맞잡고서 새롭게 길을 열 때요, 어깨동무로 슬기롭게 생각을 밝힐 때이다.


  신나게 달리는 시외버스에서 읽던 책을 덮는다. 스치는 들숲메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시골내기는 시골내기가 반갑다. 낯도 이름도 모른다만, 말을 섞은 바도 없지만, 아무래도 싱그럽고 시원한 골짜기가 짙푸른 모든 시골은 푸른빛으로 나란히 이웃이라고 느낀다. 일거리와 읽을거리를 새로 품고서 우리집으로 돌아간다. 버스는 순천에서 쉴 테고, 나도 순천에서 기지개를 켤 테고, 늦봄볕은 슬슬 여름티가 스미고, 바람에는 곧 밤꽃가루빛이 번질 테며, 논마다 사름이 오르겠구나. 어느덧 모래내(섬진강)를 스친다. 2026.5.13.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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