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금욕 禁慾


 금욕의 생활을 하고 있는 → 안 하는 / 참는 / 삼가는 / 빗장을 건

 이개월간 금욕 중이다 → 두 달째 끊는다 / 두 달을 하지 않는다

 금욕의 생활을 지속하면서 → 죽 내리누르면서 / 참아가면서

 항상 금욕하는 태도는 → 늘 그치는 / 노상 견디는 / 으레 삼가는


  ‘금욕(禁慾)’은 “욕구나 욕망을 억제하고 금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견디다·참다’나 ‘그만두다·그만하다·그치다’로 고쳐씁니다. ‘끊다·끊어내다·끝·끝내다·끝장·끝장내다’나 ‘누르다·내리누르다·억누르다’로 고쳐써요. ‘담배끊기·담배그만·술끊기·술그만’이나 ‘막다·막아내다·멀리하다·멈추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빗장·채우다’나 ‘삼가다·손사래·안 하다·하지 않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금욕(衾褥)’을 “이불과 요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이부자리”처럼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 금욕기간은 3일로 연장되는 적도 있었다

→ 할 수만 있다면 사흘 더 억누른 적도 있다

→ 할 수만 있다면 사흘 더 끊은 적도 있다

→ 될 수만 있다면 사흘 더 삼간 적도 있다

《북미 최후의 석기인 이쉬》(데오도라 크로버/김정환 옮김, 창작과비평사, 1981) 269쪽


저 어제 처음으로 금욕 성공했어요

→ 저 어제 처음으로 참았어요

→ 저 어제 처음으로 견뎠어요

→ 저 어제 처음으로 안 했어요

《묘쌤은 이렇게 말했다 7》(카나리 토쿠사쿠 글·무테키 소다 그림/박경용 옮김, 소미미디어, 2025)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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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전도유망



 전도유망한 사업가 → 앞길이 밝은 일꾼 / 이제 꽃길일 살림꾼

 전도유망한 기업 → 앞날이 환한 일터 / 앞으로 피어날 곳


전도유망(前途有望) : 앞으로 잘될 희망이 있음 ≒ 전도유위



  앞으로 잘되리라 여길 때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밝다’ 같은 낱말로 나타낼 만하지요. ‘전도 + 유망’ 같은 얼거리로 짠 한자말씨라면, “앞날이 밝다·앞으로 환하다·앞으로 잘된다”나 ‘환하다·훤하다·잘되다’로 고쳐씁니다. ‘꽃길·꽃나래·꽃물결’이나 ‘꽃날·꽃나날·꽃눈·꽃싹’으로 고쳐써요. ‘눈부시다·빛나다·빛접다·밝다·반짝이다’나 ‘봉오리·꽃봉오리·꽃망울·망울·몽우리’나 ‘잎눈·잎싹·잎망울·종·풀싹·풀눈’으로 고쳐쓰고요. ‘꿈나무·꿈별·꿈빛·꿈아이’나 ‘빛길·빛날·빛나날·빛철’로 고쳐쓸 수 있어요. ‘빛철·빛씨·빛씨앗’이나 ‘새빛·새넋·새얼·새싹’으로도 고쳐씁니다. ‘신바람길·신바람날·신바람철’이나 ‘아름날·아름나날·아름철’로 고쳐써도 됩니다. ㅍㄹㄴ



문단은 전도유망한 청년 작가를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었으나

→ 글마을은 앞길이 밝은 젊은 글꾼을 눈여겨보았으나

→ 글마을은 앞날이 훤한 젊은 글벗을 지켜보았으나

→ 글마을은 이제 꽃길을 걸을 젊은이를 눈여겨보았으나

→ 글마을은 활짝 피어날 젊은이를 지켜보았으나

《도스또예프스끼 평전》(E.H.카/권영빈·김병익 옮김, 열린책들, 2011) 35쪽


가장 전도유망한 네가

→ 가장 꽃길일 네가

→ 가장 눈부실 네가

→ 가장 빛날 네가

《에도로 가자 3》(츠다 마사미/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1) 25쪽


전도유망한 청년이 갑자기

→ 밝은 젊은이가 갑자기

→ 환한 젊은이가 갑자기

→ 꽃길 앞 젊은이가 갑자기

→ 활짝 필 젊은이가 갑자기

《마르틴 루터》(도쿠젠 요시카즈/김진희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8) 25쪽


집요하고 강박적인 성격이라면 특히 전작주의자로서 전도유망하다

→ 검질기고 바득바득한다면 누구보다 모두읽기로 앞길이 밝다

→ 사리물고 무릅쓴다면 더더구나 온책읽기 꿈나무이다

→ 날카로우며 매달린다면 참말로 통째읽기로 반짝일 만하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정세랑, 마음산책, 2026)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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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자라고 재우는 책 (2024.9.28.)

― 부산 〈카프카의 밤〉



  누구나 말을 지으면서 살아갑니다. 나는 나대로 짓고, 너는 너대로 빚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엮고 여미며 여는 말길입니다. 어린날에는 ‘책집·책가게’ 같은 말을 들었고, 문득 ‘책밭·책바다’라는 말을 들었으며, 여기에 한마디 거들자 싶어 ‘책숲·책마루’ 같은 말을 지어 보았습니다. ‘책숲·책마루’쯤은 제가 아니어도나 퍼뜩 떠올려서 쓸 만할 테지요. ‘책나라·책누리’도 누구나 수월히 생각하며 쓸 만합니다.


  ‘책놀이·책빛·책씨’ 같은 이름을 지은 이웃이 있습니다. 저는 ‘책노래·책살림·책꽃’ 같은 이름을 지어 보았습니다. ‘책하루’이며 ‘책마실·책나들이’에 ‘책집마실·책집나들이’나 ‘책숲마실·책숲나들이’ 같은 낱말을 잇달아 짓고, ‘책수다·책이야기’에 ‘책눈·책손’ 같은 낱말도 가만히 지어 봅니다. 말짓기는 언제나 새롭고 한결같습니다. 어느 한 사람만 할 수 있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누리는 이 삶을 헤아려서 사투리로 짓습니다.


  차분히 자라는 하루입니다. 다독이며 재우는 오늘입니다. 〈카프카의 밤〉으로 마실하며 가을바람과 가을볕과 가을나무를 헤아립니다. 적잖은 분은 ‘책나무·책사랑’ 같은 낱말도 즐겁게 씁니다. 그래서 저는 ‘책님·책동무·책지기’에 ‘책순이·책놀이’하고 ‘책글·책바람’ 같은 낱말도 새록새록 엮습니다.


  눈을 두는 곳에 몸을 두면서 살아갑니다. 마음을 두는 곳에 꿈을 두면서 살림합니다. 생각을 두는 곳에 빛씨를 두면서 사랑합니다. 새벽이슬을 훑으며 새벽책에 책새벽을 맞고, 책이슬을 나누는 책아침과 책낮과 책저녁과 책밤을 보내요. 애벌레는 잎갉이를 하니, 책벌레는 ‘책갉이’를 할는지 모릅니다. 애벌레는 날개돋이로 거듭나니, 책벌레는 책돋이로 피어날 만합니다.


  종이를 묶은 책이 하나 있으면, 마음을 담은 말 한 마디로 주고받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글그림으로 묶은 책이 둘 있으면, 살림짓는 꿈과 사랑으로 손빛을 노래하는 책이 둘 있습니다.


  아이는 몸이 작아서 자라지 않습니다. 어른은 다 커서 안 자라지 않습니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면서 자라고, 어른은 눈을 빛내며 자라요. 아이는 어진 사람 곁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며 자라요. 어른은 신나는 아이 곁에서 어깨동무로 자라지요.


  책집은 살림집마냥 조촐하면 넉넉합니다. 책숲은 뭇 책집을 아우르는 품으로 드넓으면 느긋합니다. 모든 사람은 한몸을 뉘여 별꿈으로 쉴 집을 누려야 합니다. 모든 나라는 작은집을 널리 헤아리면서 살림길에 온힘을 쏟아야 하고요.


ㅍㄹㄴ


《작가님, 어디 살아요?》(뉴욕타임스 엮음/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2018.7.15.)

#TheNewYorkTimes #FOOTSTEPS (2017년)

《아더 마인즈》(피터 고프리스미스/김수빈 옮김, 이김, 2019.5.8.첫/2019.6.21.2벌)

#Other Minds #The Octopus the Sea and the Deep Origins of Consciousness #PeterGodfreySmith

《룽산으로의 귀환》(조너선 D.스펜스/이준갑 옮김, 이산, 2010.7.8.첫/2010.11.11.2벌)

《무해한 복숭아》(이은규, 아침달, 2023.3.31.)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이반 일리히/박홍규 옮김, 미토, 2004.3.29.)

#EnergyandEquity #IvanIllich

《식민주의와 언어》(손준식·이옥순·김권정, 아름나무, 2007.8.20.)

《모기가 궁금해》(신이현, 자연과생태, 2017.9.25.)

《동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해》(박현주, 책공장더불어, 2021.10.4.)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호리 신이치로/김은산, 민들레, 2008.12.5.)

#掘眞一郞 #きのくに子どもの村の敎育

《자연을 닮은 식사》(에릭 마르쿠스/진상현·박준식 옮김, 달팽이, 2003.7.25.)

#Vegan #the new ethics of eating #ErikMarcus

《빅토리 노트》(이옥선·김하나, 문학동네, 2022.6.23.)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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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23 작은책집 차리는 길은 없다

책벌레수다 : ‘작은·큰’이 아닌 ‘책’을 씨앗으로



  어느새 ‘작은책숲(작은도서관)’과 ‘작은책집(작은책방)’ 같은 이름이 널리 퍼진다만, ‘작은-’은 스스로 작은이웃을 헤아리며 어깨동무하고, 작은펴냄터(1인출판사)에서 작게 여미는 알찬 작은씨 같은 작은책을 눈여겨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함부로 안 써야 할 이름이라고 느낀다. 크기가 작기에 작은책집이지 않다. 키나 몸이 작기에 ‘작은사람’이지 않다. 크기나 겉모습만 따지면서 ‘작은-’이나 ‘큰-’을 붙이느라 자꾸 속빛을 안 보거나 못 보면서 휩쓸리기 일쑤이다.


  온누리 들숲메를 이루는 모든 나무는 풀씨보다 작은씨이게 마련이다. 풀씨보다 작아도 어느새 우람하게 자라나는 나무인데, 겉보기로 ‘작은몸’이라 하더라도 그저 ‘씨앗’이듯 그저 ‘책집’과 ‘책숲’이고, 그저 ‘책’이다.


  숱한 ‘작은책숲·작은책집’을 들여다보면, 이름은 ‘작은-’이되 정작 ‘큰펴냄터’에서 잔뜩 찍어내어 널리 파는 ‘이름책(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가 수북하게 꽂히더라. 언뜻 본다면, 큰펴냄터에서 선보이면서 알림길(홍보)에 목돈을 쏟아붓는 책이 더 잘 팔린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누리책집(인터넷서점)·큰책집 팔림새하고 마을책집 팔림새는 다르다. 또한 마을책집에서 “‘누리책집·큰책집’하고 똑같거나 비슷한 얼거리로 책을 들이거나 갖추거나 팔려고 한다”면, 이미 처음부터 그들(큰곳)하고 붙을 수 없다. 커다랗게 차리는 책집이 아니라, 마을에서 조촐히 차려서 이웃을 마주하려는 책집이라면, “큰숲을 이루는 작은씨”처럼 “마음을 넉넉하고 아름답게 지피는 씨앗으로 삼을 작은책”을 건사할 일이라고 본다.


  마을책집을 찾아오는 이웃이나 손님이 ‘이름책’을 사겠다고 여쭈면, 그때에 비로소 들여놓되, 처음부터 이름책을 들이지 않을 수 있는 곳이기에 마을책집이요, 마을책숲이면서, ‘작은-’이라는 말을 붙일 만하다.


  “작은책집 꾸리는 길”이라는 말은 꽤 덧없거나 부질없다. 모든 마을책집은 다 다른 마을에서 다 다른 지기가 다 다른 이웃을 마주하려는 터전이니까. “나(책지기를 바라는 나)는 누구인가?” 하고 돌아보면서, “나는 누구를 이웃으로 만나려는가?” 하고 묻고, “나는 낯선 마을이웃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함께 이곳을 새롭게 가꾸고 일구는 사랑씨앗을 심으려 하는가?” 하고 헤아리면 된다.


  숲을 이루는 씨앗마냥, 마을도 푸른숲으로 나아가고 살림집도 푸른터로 피어나는 길을 속삭이는 작은책을 품어서 나누는 터전이라면 ‘작은책집’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책집을 처음 차리려는 분은 “책집살림 잘 꾸리기”를 배우려 할 까닭이 없다. “책집을 꾸리는 살림을 배우는 마음”을 바라볼 노릇이지 싶다. 마을책집을 처음 차리려는 분이 으레 ‘기존 독립서점 책지기’님한테 말씀을 여쭙곤 한다만, ‘이웃 마을책집’은 그저 책이웃으로 드나들 노릇이요, ‘오랜 마을책집’ 지기한테서 “여태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지고 다루면서 일하셨나요?” 같은 말을 여쭙고서 가만히 들으면 한결 다르리라고 본다.


  이를테면, 인천 〈아벨서점〉이나 구미 〈삼일문고〉 책지기님 같은 분은 누구한테나 “책집이라는 곳을 마을에서 꾸리는 마음”을 기꺼이 들려줄 만한 그릇과 눈빛이 밝다. 이분들은 여태 살림길을 오롯이 책으로 넉넉히 지어 왔다. 서울 〈글벗서점〉이나 〈숨어있는 책〉 책지기님도 이제껏 숱한 ‘병아리 책지기’한테 오래도록 도움말을 들려주었다. 큰책집이냐 작은책집이냐 하고 가르지 말고, 한결같이 ‘책집’ 하나를 보면 된다. 새책이나 헌책이 아닌 ‘책’이다. 책을 다루는 집인 책집이다. 살림하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일구며 살아가려는 터전이라서 ‘집’이요, 이러한 집 가운데 책으로 살림길을 배우고 사랑길을 나누며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새삼스레 짓고 싶기에 ‘책집’이다.


  “새로 나온 책”이라는 겉이름을 내려놓을 수 있을 적에 ‘책’을 바라볼 수 있다. 애벌로 읽고서 잊어버리거나 치워놓을 ‘소비재’가 아니라, 두벌 석벌 열벌 쉰벌 온별을 오래오래 이으면서 곁에 놓을 ‘읽고 익혀서 잇는 이야기밭’일 적에 비로소 ‘책’이다. 책이란, 참답게 채우는 그릇이다. 책이란, 손수짓고 손수빚는 동안 몸소 챙기는 꾸러미이다.


  겉이름에 휘둘리면 ‘책’이 아닌 ‘척·체’로 기울고 만다. 바다에서 낚는 그물이건, 나물을 손질하며 담는 그릇이건 ‘채’라고 한다. ‘책’은 모든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때와 곳을 살아내며 스스로 배우고 익힌 바를 채로 건져올려서 참하게 채우고 스스로 챙기는 이야기그릇일 테니, 우리가 열거나 드나드는 책집이라는 곳은 참하고 착하게 나누고 노래하는 숨빛과 빛씨를 가꾸는 쉼터요 놀이터요 일터요 살림터요 숲터일 테지.


  아름다운 사람을 나이로 가르거나 따지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빛을 크기나 값으로 재지 않는다. 함께 읽고 나누면서 책집이며 책숲에 건사할 책이라면, 우리 스스로 ‘무엇’을 눈여겨보고 살피면서 손에 얹으며 함께 웃고 울고 이야기할 만한지 생각할 일이지 싶다.


  작은책집이라면 “문학상을 받은 책”이나 “팔림새가 대단한 책”이 아닌, “글그림에 얹은 이야기”하고 “글그림으로 추스른 삶”하고 “글그림으로 노래하는 사랑”을 어떻게 꾸린 책인가 하고 바라보는 이음터이지 싶다. 마을책집이라면 “글쓴이·펴냄터 이름값”을 다 지우고서 “서울 바라보기”를 하지 않는 책을 가리고 솎고 고르고 건사해서 마을이웃하고 나누는 터전이리라.


ㅍㄹㄴ


+


그날도 나는 지난날의 원고뭉치를 꺼내어 펴놓고 이것저것 뒤적여보고 있었다. 언제 햇빛을 보게 될는지조차 알 길 없는 원고들. 그중에는 잉크빛이 부옇게 바랜 것도 적지않았다. 남에게 있어서는 한갓 휴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것들이 그러나 내게는 다시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어둡고 메마른 세월(1943년)과 함께 자꾸만 위축해 들어가는 내 생활의 명맥을 그런대로 이어주는 한가닥 삶의 보람은 역시 벽장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이 원고뭉치가 아닐 수 없었다. 《黃順元全集 4 너와 나만의 時間·내일》178쪽


방학이 끝나고 보면 / 둘 셋 친구 자리가 / 늘 비어 있습니다 / 말도 없이 / 어딘가로 떠나버린 친구들 // 빈 걸상 올리며 내리며 / 청소를 할 때 / 편지 한 장 없는 그 친구를 / 떠올려봅니다 (방학이 끝나고) 《탄광마을 아이들》 59쪽


이미, 몇 차례나 전술되었듯이, 그는 숱한 ‘읽기’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읽기와 접하는 일이 이기철 자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타의에 의해서라는 사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장정일) 《문화비평 2호》 210쪽


우리가 한국사람으로서 정말 긍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내용도 사실 복잡한 것은 아니다. 민족이나 민족주의라는 말에 주눅이 들어 이 말을 애써 피해야만 하는 독일사람에 비해 오히려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작은 나라지만 자기를 지키는 높은 문화를 보유하고, 민주적인 절차가 서고, 통일된 평화스러운 나라로서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있는 민족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모습이 교육에 나타날 때 오늘날 냉소주의와 허무주의가 뒤범벅이 된 교육이민이라는 말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경계인의 사색》 290쪽


“혹시 내가, 이대로 영원히 바다 위에서. 으앙∼. 오는 게 아니었어!” “못 말려. 아직 30분도 안 됐는데.” 《도라에몽 6》 108쪽



《黃順元全集 4 너와 나만의 時間·내일》(황순원, 문학과지성사, 1982.8.10.)

《탄광마을 아이들》(임길택, 실천문학사, 1990.5.5.)

《문화비평 2호》(이기철 엮음, 형설출판사, 1989.6.10.)

《경계인의 사색》(송두율, 한겨레신문사, 2002.10.14.)

《도라에몽 6》(후지코 F.후지오/박종윤 옮김, 대원씨아이, 1995.10.31.)

#藤子F不二雄 #ドラえもん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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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7
오자키 이라 지음, 박소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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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10.18.

책으로 삶읽기 1148


《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7》

 오자키 이라

 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6.30.



《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7》(오자키 이라/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을 읽었다. 뒷걸음이 좀처럼 한글판으로 안 나와서 아쉽다만, 안 팔리는 책을 얼른 옮기라고 다그칠 수는 없다. 이 그림꽃이 다루는 줄거리나 이야기는 “철없고 얼뜬 사내를 부드럽지만 단단히 나무라고 꾸짖는” 길이면서도, “철들고 얼찬 사내로 거듭나기를 깊이 바라고 더없이 그리는” 길이기도 하다. 철없는 이를 왜 꾸짖겠는가? 철없으니까 이 별에서 사라지라는 뜻일까? 아니다. 철없으니까 부디 철들면서 이 삶을 아름답게 짓는 손길을 가꾸라는 뜻이다. 얼뜬 이를 왜 자꾸 나무랄까? 얼뜬 몸짓을 그만 내려놓고서 바야흐로 얼찬 사람으로 피어나서 참하고 착하게 살림을 하는 눈망울을 틔우라는 뜻이다. ‘사랑’이 아닌 ‘살섞기’만 노리는 철없고 얼뜬 사내가 이 그림꽃을 읽을 수 있기를 빈다. 철없고 얼뜬 사내랑 한집살이를 하는 가시내가 이 그림꽃을 짝꿍한테 건넬 수 있기를 빈다. 함께 읽고 살피고 생각할 때라야 비로소 함께 가꾸면서 손을 맞잡을 만하다.


ㅍㄹㄴ


“말을 해도 모르잖아. 내가 냄비 손잡이는 안쪽으로 향하게 하라고 전부터 계속 말했었지? 뭔가에 걸리면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그랬는데 … 밖에선 일을 척척 잘하는 사람이 가정에서의 일에선 이렇게까지 우둔해지는 이유가 뭐야? 아무것도 모르고, 가르쳐 준 것조차 제대로 못 하고.” 32, 33쪽


“그런 놈이 회사에선 제대로 잘한다고? 그럼 뭐야. 집에서는 바보가 되는 병이라도 걸렸나?” 37쪽


“회사에 제출할 생각은 없어요. 괜히 원한을 사서 밤길에 덮치거나 하면 안 되니까요. 제출은 안 할 거지만, 아, 그런데 실수로 인터넷에 유출하면 죄송하겠네요. 일단 조심은 하겠지만요.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싶진 않겠죠?” 67쪽


“여자를 얼마나 얕잡아봐야 속이 풀리는 건지. 우린 처음부터 노력을 요구당하고 있어요. 결혼해도, 아이가 있어도, 문제를 일으켜도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처음부터 몇 배나 더 노력하고 있다고요.” 69쪽


“너무해. 집안일도 하고, 거기에 일도 하라는 거야?” 114쪽


#尾崎衣良 #深夜のダメ??鑑


+


뭐어? 버진 로드를 아빠랑 같이 걸어?

→ 뭐어? 하얀길을 아빠랑 같이 걸어?

→ 뭐어? 꽃길을 아빠랑 같이 걸어?

→ 뭐어? 새나래길을 아빠랑 같이 걸어?

→ 뭐어? 날개길을 아빠랑 같이 걸어?

74쪽


그 사람은 아마겟돈이 일어나도 ‘우왕― 종말이당―ㅋㅋㅋ’ 하면서 살아남을 타입이야

→ 그 사람은 끝장이 나도 ‘우왕! 끝장이당! ㅋㅋㅋ’ 하면서 살아남을 놈이야

→ 그 사람은 불수렁이 일어나도 ‘우왕! 불이당! ㅋㅋㅋ’ 하면서 살아남아

→ 그 사람은 낭떠러지에서도 ‘우왕! 벼랑이당! ㅋㅋㅋ’ 하면서 살아남을 만해

12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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