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자라고 재우는 책 (2024.9.28.)

― 부산 〈카프카의 밤〉



  누구나 말을 지으면서 살아갑니다. 나는 나대로 짓고, 너는 너대로 빚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엮고 여미며 여는 말길입니다. 어린날에는 ‘책집·책가게’ 같은 말을 들었고, 문득 ‘책밭·책바다’라는 말을 들었으며, 여기에 한마디 거들자 싶어 ‘책숲·책마루’ 같은 말을 지어 보았습니다. ‘책숲·책마루’쯤은 제가 아니어도나 퍼뜩 떠올려서 쓸 만할 테지요. ‘책나라·책누리’도 누구나 수월히 생각하며 쓸 만합니다.


  ‘책놀이·책빛·책씨’ 같은 이름을 지은 이웃이 있습니다. 저는 ‘책노래·책살림·책꽃’ 같은 이름을 지어 보았습니다. ‘책하루’이며 ‘책마실·책나들이’에 ‘책집마실·책집나들이’나 ‘책숲마실·책숲나들이’ 같은 낱말을 잇달아 짓고, ‘책수다·책이야기’에 ‘책눈·책손’ 같은 낱말도 가만히 지어 봅니다. 말짓기는 언제나 새롭고 한결같습니다. 어느 한 사람만 할 수 있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누리는 이 삶을 헤아려서 사투리로 짓습니다.


  차분히 자라는 하루입니다. 다독이며 재우는 오늘입니다. 〈카프카의 밤〉으로 마실하며 가을바람과 가을볕과 가을나무를 헤아립니다. 적잖은 분은 ‘책나무·책사랑’ 같은 낱말도 즐겁게 씁니다. 그래서 저는 ‘책님·책동무·책지기’에 ‘책순이·책놀이’하고 ‘책글·책바람’ 같은 낱말도 새록새록 엮습니다.


  눈을 두는 곳에 몸을 두면서 살아갑니다. 마음을 두는 곳에 꿈을 두면서 살림합니다. 생각을 두는 곳에 빛씨를 두면서 사랑합니다. 새벽이슬을 훑으며 새벽책에 책새벽을 맞고, 책이슬을 나누는 책아침과 책낮과 책저녁과 책밤을 보내요. 애벌레는 잎갉이를 하니, 책벌레는 ‘책갉이’를 할는지 모릅니다. 애벌레는 날개돋이로 거듭나니, 책벌레는 책돋이로 피어날 만합니다.


  종이를 묶은 책이 하나 있으면, 마음을 담은 말 한 마디로 주고받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글그림으로 묶은 책이 둘 있으면, 살림짓는 꿈과 사랑으로 손빛을 노래하는 책이 둘 있습니다.


  아이는 몸이 작아서 자라지 않습니다. 어른은 다 커서 안 자라지 않습니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면서 자라고, 어른은 눈을 빛내며 자라요. 아이는 어진 사람 곁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며 자라요. 어른은 신나는 아이 곁에서 어깨동무로 자라지요.


  책집은 살림집마냥 조촐하면 넉넉합니다. 책숲은 뭇 책집을 아우르는 품으로 드넓으면 느긋합니다. 모든 사람은 한몸을 뉘여 별꿈으로 쉴 집을 누려야 합니다. 모든 나라는 작은집을 널리 헤아리면서 살림길에 온힘을 쏟아야 하고요.


ㅍㄹㄴ


《작가님, 어디 살아요?》(뉴욕타임스 엮음/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2018.7.15.)

#TheNewYorkTimes #FOOTSTEPS (2017년)

《아더 마인즈》(피터 고프리스미스/김수빈 옮김, 이김, 2019.5.8.첫/2019.6.21.2벌)

#Other Minds #The Octopus the Sea and the Deep Origins of Consciousness #PeterGodfreySmith

《룽산으로의 귀환》(조너선 D.스펜스/이준갑 옮김, 이산, 2010.7.8.첫/2010.11.11.2벌)

《무해한 복숭아》(이은규, 아침달, 2023.3.31.)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이반 일리히/박홍규 옮김, 미토, 2004.3.29.)

#EnergyandEquity #IvanIllich

《식민주의와 언어》(손준식·이옥순·김권정, 아름나무, 2007.8.20.)

《모기가 궁금해》(신이현, 자연과생태, 2017.9.25.)

《동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해》(박현주, 책공장더불어, 2021.10.4.)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호리 신이치로/김은산, 민들레, 2008.12.5.)

#掘眞一郞 #きのくに子どもの村の敎育

《자연을 닮은 식사》(에릭 마르쿠스/진상현·박준식 옮김, 달팽이, 2003.7.25.)

#Vegan #the new ethics of eating #ErikMarcus

《빅토리 노트》(이옥선·김하나, 문학동네, 2022.6.23.)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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