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바람 한 줄기 (2026.10.6.)

― 부산 〈파도책방〉



  마을책집(지역서점)을 알리는 길을 모르거나 헛짚는 분(개인·단체·지자체·평론가·작가·기자)이 몹시 많습니다.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마을책집을 알리려면 언제나 “먼저 마을책집에 즐겁게 책나들이를 하는 이웃이나 동무로 지낼” 노릇이니까요. 마을책집을 꾸리는 책집지기가 갈무리한 ‘알림글(홍보문구)’을 크게 붙인다고 해서 마을책집을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마을책집 어느 곳이든 그저 스스로 자주 드나들면서 책을 잔뜩 사서 읽으면 됩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하루씩 열두 달에 걸쳐서 “한 해 열두걸음 마을책집 나들이”를 할 적에 어느 마을책집 한 곳을 한 줄쯤으로 말할(알릴)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하루씩 다섯 해쯤 드나들어서 쉰걸음쯤 책나들이를 했다면 어느 마을책집 한 곳을 다섯 줄쯤으로 말할(알릴)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하루씩 열 해 남짓 온걸음(100번)쯤 책나들이를 했다면, 이제는 어느 마을책집 한 곳을 글 한 꼭지로 말할(알릴) 수 있습니다.


  마을책집을 놓고서 글을 쓰거나 책을 내거나 모임(토론회·세미나·강연)을 하는 분(전문가)이 꽤 느는데, 이분들 가운데 책집나들이를 꾸준히 하면서 ‘단골책집’을 두는 분은 아직 없다고 느낍니다. 어쩌다 하루 한 걸음을 하면서 만나보기(인터뷰)만 하는 매무새로는 마을책집이 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지 겉훑기로만 짚을 테고, 다 다른 마을책집을 다 다르게 말할(알릴) 길도 없게 마련입니다.


  보수동책골목 〈파도책방〉을 돌아봅니다. 책시렁 짜임새가 모두 바뀌었습니다. 그림책을 띄엄띄엄 놓는 책빛이 되었군요. 천천히 여러 그림책을 둘러보는 사이에 젊은 가시버시가 곧잘 드나듭니다. 그런데 젊은 가시버시는 좀처럼 그림책을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아이하고 함께 읽을 그림책이라든지, 어버이 먼저 그림책에 마음을 기울이면서 조곤조곤 들려줄 길을 살피지는 못 하는구나 싶습니다.


  아이한테 그림책을 많이 읽혀야 하지는 않고, 꼭 읽히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그림책은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돌보는 한집안을 포근히 다독이는 빛’을 이야기로 담게 마련입니다. 줄거리가 아닌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길을 넌지시 짚기도 하지요. 비록 요즈음 우리나라 그림책은 ‘아이곁에서 살림노래’라기보다는 ‘붓놀림·붓솜씨’에 기울거나 ‘옳은목소리’에 잠기기 일쑤입니다만.


  붓으로 바람 한 줄기를 담을 수 있을까요? 글붓이나 그림붓은 바람이나 해나 별이나 비를 담을 수 없을까요? 그저 겉눈을 가만히 감고서 속눈을 가볍게 틔울 적에는 바람빛과 햇빛과 별빛과 비빛을 고스란히 담는 눈빛이자 붓빛입니다.


ㅍㄹㄴ


《어느 꼬마의 마루밑 이야기》(토마스 리베라/임성현 옮김, 정음, 2005.6.10.)

#Y NO SE LO TRAGO LA TIERRA #TomasRivera

《생각하는 한국인을 위한 반미교과서》(홍성태 글·노순택 사진, 당대, 2003.4.7.)

《별이 된 소년》(사마모토 사유리/정유선 옮김, 페이지, 2006.1.25.)

#ちび象ランディと星になった少年 #坂本小百合

《생각의 좌표》(홍세화, 한겨레출판, 2009.11.24.첫/2011.8.29.9벌)

《영화로 살펴보는 다양성 이야기》(주수원, 철수와영희, 2026.6.20.)

《그래도 널 좋아해》(아나 예나스/김유경 옮김, 청어람미디어, 2021.7.29.)

#Te quiero (casi siempre) (2015년) #AnnaLlenas

《덴마크 자유 교육》(송순재 엮음, 민들레, 2010.11.15.)

《별이 내리는 마을 5》(하라 히데노리/김희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1.15.)

《별이 내리는 마을 7》(하라 히데노리/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2008.11.15.)

#ほしのふるまち #原秀則

《노공이산 4》(이건 글·박운음 그림, 도모북스, 2013.5.6.)

《탐묘인간 NEW 1》(soon, 애니북스, 2013.9.16.)

《고양이가 서쪽으로 향하면 3》(우루시바라 유키/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21.6.30.)

#YukiUrusibara #猫が西向きゃ #漆原友紀

《위치 워치 WITCH WATCH 16》(시노하라 켄타/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5.3.31.)

《위치 워치 WITCH WATCH 17》(시노하라 켄타/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5.4.30.)

#ウィッチウォッチ #篠原健太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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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아이를 그립니다
배소현 지음 / 오늘의기록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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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0.9.

인문책시렁 509


《매달 아이를 그립니다》

 배소현

 오늘의기록

 2025.9.9.



  두더지와 사람이 살갑게 사귈 수 있는 곳이라면, 아름다운 마을과 숲과 나라로구나 싶습니다. 새와 사람이 새롭게 어울리는 터전이라면, 즐거운 집과 들과 별이로구나 싶습니다. 사람만 빼곡한 곳은 어쩐지 사납습니다. 사람 곁에 나무가 설 적에 비로소 사랑스럽습니다. 사람만 붐비는 데라면 아무래도 차갑습니다. 사람 곁에 나비 한 마리가 날면서 풀꽃나무가 짙푸른 데라야 참하면서 푸근합니다.


  《매달 아이를 그립니다》를 돌아봅니다. 아이하고 지내는 삶 가운데 한 달에 한 가지 이야기를 추슬러서 그림노래로 묶습니다. 곁에 찾아온 아기를 품고서 하루하루 살림을 꾸리다 보면, 모든 하루가 새롭고 놀랍게 사랑으로 피어나는 줄 알아채게 마련입니다. 온누리 모든 어버이는 ‘아이돌봄길’을 ‘하루꾸러미’로 엮을 만합니다. 모든 하루가 새롭기에 하루에 한 가지 이야기만 골라서 ‘한해살림(365가지 살림 이야기)’으로 남길 만하거든요.


  그런데 다달이 아이 이야기를 한 가지씩 고른 《매달 아이를 그립니다》를 펴면, ‘마음’보다 ‘몸’에 더 눈이 가는 듯합니다. 아이가 하루하루 가꾸는 ‘속빛’보다 ‘겉모습’을 더 지켜보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하루가 다르게 몸이 크기 때문에 몸과 겉모습을 더 볼 수 있습니다만, 아이돌봄길을 들려주려는 꾸러미라면 ‘몸’ 이야기는 줄이면서 ‘마음’ 이야기로 엮는 길이 나으리라고 느낍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몸이 자랍니다. 누구나 늘 몸이 자랍니다. 마흔 살이건 여든 살이건 몸이 자라요. 몸이 안 자라면, 밤에 잠들려고 눕자마자 죽습니다. 우리 몸은 늘 자라기에 밤에 잠들고서 아침에 일어날 적에 멀쩡해요. 아이들은 늘 자랄 뿐 아니라 부피고 늘기 때문에 좀더 유난해 보일 뿐입니다.


  아이는 어른과 어버이를 겉몸이나 겉모습으로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른과 어버이를 속마음으로 마주하고 품고 사랑합니다. 우리는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아이 눈망울’에 흐르는 빛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익히면서 새삼스럽게 이야기꽃으로 돌려줄 노릇입니다. 그래서 “날마다 아이 마음을 읽을게요”라든지 “다달이 아이 눈빛을 그릴게요”라든지 “해마다 아이 손끝을 담을게요”처럼, 아이하고 어울리는 마음과 눈빛과 손끝을 나누는 살림길을 지켜볼 적에, 이슬받이라는 길동무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습니다.


ㅍㄹㄴ


나도 어릴 때 양말을 그리 자주 갈아 신어서 엄마 속을 썩였다는데, 이런 것도 닮는 건가? ‘나 정도면 착한 딸’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는데, 아이를 낳고 키워 보니 그건 절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만 28개월/23쪽)


보조바퀴가 달린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주원이. 킥보드에 이어 자전거를 탈 때도 정말 감동했다. (만 46개월/59쪽)


아빠가 공부하는 방에 들어가 펜을 갖고 나와서 집안 여기저기 몰래 숨겨두는 놀이를 좋아하던 주원이는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빠, 펜이 다 없어졌지?” 하며 깔깔거렸고, 주원아빠는 짜증도 내지 않고 그걸 찾아주는 놀이를 해주었다(나였다면 짜증을 냈을 것 같다). (만 51개월/69쪽)


난 영화관에서 자막 버전으로 〈엘리멘탈〉을 먼저 보고, 주원이랑 한 번 더 가서 더빙 버전으로 보고, 우리 셋이 집에서 자막 버전으로 한번 더 관람했다. 주원이가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보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 (만 109개월/183쪽)


+


《매달 아이를 그립니다》(배소현, 오늘의기록, 2025)


분리불안도 떼고, 라포도 쌓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 근심걱정도 떼고, 두런두런하고, 이야기도 술술 할 수 있어서 즐겁다

→ 걱정하지도 않고, 사근사근하고, 얘기도 가만가만 할 수 있어서 낫다

→ 떨지도 않고, 사귀기도 하고, 가만가만 얘기할 수 있어서 기쁘다

11


이 책의 주인공인 나의 아이 이름은

→ 이 책에 나오는 우리 아이 이름은

13쪽


각 그림 속에 있는 숫자는 아이의 월령이다

→ 그림마다 아이 달나이를 적는다

→ 그림에는 아이가 몇 달인지 쓴다

→ 그림에 아이 달살이를 밝힌다

13쪽


단어와 단어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고 언어적 표현력이 더 풍성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 낱말과 낱말을 이을 수 있고 말솜씨가 더 늘었다고 적었다

→ 말과 말을 이을 수 있고 말빛이 더 넉넉하다고 담았다

17쪽


족욕을 하며

→ 발을 씻으며

→ 발씻이 하며

27쪽


주원이가 그린 두족인(사람의 머리 부분을 크게 그리고 몸통을 생략하고 팔다리를 얼굴에 연결시켜 묘사하는 것)

→ 주원이가 그린 머리사람(머리는 크게 하고, 몸통은 지우고, 팔다리를 머리에 붙인 그림)

→ 주원이가 그린 머리발(몸통은 없이 머리에 팔다리를 붙인 그림)

→ 주원이가 그린 난쟁이(몸통은 빼고서 머리에 팔다리를 붙인 그림)

63쪽


첫 유치가 빠진 주원이 … 처음 젖니를 뺄 때는

→ 첫 젖니가 빠진 주원이 … 처음 젖니를 뺄 때는

→ 배냇니가 빠진 주원이 … 처음 젖니를 뺄 때는

99쪽


우체국에 가는 날은 우리의 특별한 외출 데이였다

→ 날개터에 가는 날은 즐겁다

→ 나래집에 가는 날은 신난다

115쪽


짧은 게 포인트라고 하면서

→ 짧아야 한다면서

→ 짧아야 멋이라면서

→ 짧기에 꽃이라면서

143쪽


가시에 쏘이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괜찮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 가시에 쏘이는 일도 있었지만 안 다쳐서 참말 한숨돌렸다

→ 가시에 쏘이는 사달도 있었지만 멀쩡해서 그저 숨돌렸다

15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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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0.9. 한글날꽃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글날을 앞두고서 부산 마을책집 〈마주서가〉에서 한글날꽃을 폈습니다. 한글날 우리 스스로 저마다 새롭게 꽃빛으로 물들면서 꽃길을 꽃마음으로 걸어가는 꽃발과 꽃손과 꽃눈을 함께하자는 뜻입니다.


  누구나 꽃입니다. 온누리는 암꽃수꽃이 나란합니다. 사람도 뭇숨결도 언제나 꽃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도 말꽃이고, 우리가 쓰는 글도 글꽃입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꽃입니다.


  어떤 꽃으로 마주하면서 즐겁게 ‘마주꽃’으로 만나 볼까요? 스스로 어떤 꽃으로 삼으면서 기쁘게 ‘하루꽃’을 그려 볼까요? 서로 어떤 꽃으로 바라보면서 새롭게 ‘서로꽃’이라는 길을 거닐까요?


  태어난 지 닷온(500) 해가 되었어도 정작 사람들이 널리 쓸 길이 없던 ‘훈민정음·정음’이었습니다. 임금·글바치·벼슬아치는 중국글(한문)만 쓰면 된다고 여긴 닷온 해였습니다. 낡은 틀이자 높은 담벼락인 중국글이었고,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온 나날에다가, 1945해 뒤에도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잇는 서슬퍼런 얼음나라에서는 으레 중국글을 높였습니다.


  닷온 해에 걸쳐서 숨죽이던 ‘훈민정음·정음’이지만, 작은사람 주시경 님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처음 지어서 두루 가르치는 첫걸음을 뗐습니다. 우리말을 담는 그릇인 우리글이 비로소 빛을 본 지 이제 온해(100년)입니다. 우리말이 꽃으로 피려면, 우리글이 꽃길을 가려면, 먼저 우리 스스로 눈을 틔우고 귀를 열고 마음을 가꿀 노릇입니다. 눈꽃을 틔우기에 우리말꽃이 핍니다. 귀꽃을 열기에 우리글꽃을 짓습니다. 마음꽃을 돌보기에 살림꽃으로 잇습니다.


  ‘바른소리(훈민정음)’를 여미어 내놓은 분을 오른손으로 모신다면, ‘한글(함께 한마음으로 한사랑을 이루어 한살림을 일구는 길잡이인 글)’을 가다듬어 가르친 분을 왼손으로 기릴 노릇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두 분 사이에서 우리 스스로 새롭게 하루를 일구고 짓고 빚고 나누면서 이곳을 노래하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노래하려고 푸른별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려고 파란별에서 만납니다. 우리는 살림하며 보금자리에 깃들려고 서로서로 어깨동무합니다. 마음을 얹은 소리인 말 한 마디에 꿈과 빛과 길과 숨과 꽃과 씨와 별을 고루 담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글날은 ‘쉼날(공휴일)’이기 앞서 ‘함께날’입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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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싫어서 싫은



네가 할 일은 네가 하면 돼. 굳이 맡기거나 시킬 까닭이 없어. 네가 안 할 일은 네가 안 하면 돼. 네가 꼭 맡거나 해야 하지 않아. 달구지에 치이거나 밟혀서 죽는 새·짐승·벌레·뱀·개구리에 사람까지 수두룩해. 달구지가 지나가면 풀도 나무도 시달려서 죽지. 이때 너는 ‘주검’이 된 새·짐승·벌레·뱀·개구리에 사람을 거두어서 흙으로 옮길 수 있어. 너는 미처 손쓰지 못 하면서 지나칠 수 있어. 주검이 된 목숨붙이는 이미 넋이 몸에서 나갔어. 주검이 더 안 다치기를 바라면서 흙으로 옮겨도 훌륭해. 그러나 길바닥에 그대로 눌러붙은 주검이어도 해가 말리고 바람이 털고 비가 씻으면서 어느새 흙으로 돌아가. 비록 어느 누구도 안 거두느라 자꾸 밟히고 내내 밟히더라도, 몸을 내려놓은 넋은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단다. 이제 생각하렴. 몸을 내려놓은 넋은 왜 안 미워하고 안 싫어할까? 몸을 벗은 넋은 무엇을 바라보면서 어디에 있을까? 너는 으레 싫어서 싫은 티를 내. 너는 자꾸 좋아서 좋은 티를 내. 너는 또 미워서 미운 티를 내. 너는 끝끝내 달라붙고 매달리면서 티끌이 되고 말아. 너도 남도 티끌이나 먼지일 까닭이 없어. 모두 작은씨앗이면서 작은별이고, 작은길이면서 작은숨이야. 누구나 작은바람이고 작은바다이면서 작은밭이니, 언제나 작은꽃이요 작은노래란다. 싫으니까 싫고, 좋으니까 좋다는, 이 끝없는 쳇바퀴질을 멈추고서 앞뒤옆 어디이든 걸으면 되지 않아? 너 스스로 굴레를 벗고서 맨손으로 맨얼굴을 비비면서 맨몸에 온빛을 받아들이면 돼. 그저 이 하나란다. 2026.9.30.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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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하고 싶은 잔소리



“또 못 했다”는 말이 나오면

이다음에 참말로 또 못 하더라


“응 못 했네” 하고 여기면

이다음에 또 못 하더라도

다시 해보자 싶더라


“와 못 했네” 하고 웃으면

자꾸자꾸 못 하는데

새로 일어나서 즐겁게 하네


오늘은 얼마나 할는지 몰라

그래서 오늘 하루 천천히 걸으면서 해


2026.10.7.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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