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싫어서 싫은



네가 할 일은 네가 하면 돼. 굳이 맡기거나 시킬 까닭이 없어. 네가 안 할 일은 네가 안 하면 돼. 네가 꼭 맡거나 해야 하지 않아. 달구지에 치이거나 밟혀서 죽는 새·짐승·벌레·뱀·개구리에 사람까지 수두룩해. 달구지가 지나가면 풀도 나무도 시달려서 죽지. 이때 너는 ‘주검’이 된 새·짐승·벌레·뱀·개구리에 사람을 거두어서 흙으로 옮길 수 있어. 너는 미처 손쓰지 못 하면서 지나칠 수 있어. 주검이 된 목숨붙이는 이미 넋이 몸에서 나갔어. 주검이 더 안 다치기를 바라면서 흙으로 옮겨도 훌륭해. 그러나 길바닥에 그대로 눌러붙은 주검이어도 해가 말리고 바람이 털고 비가 씻으면서 어느새 흙으로 돌아가. 비록 어느 누구도 안 거두느라 자꾸 밟히고 내내 밟히더라도, 몸을 내려놓은 넋은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단다. 이제 생각하렴. 몸을 내려놓은 넋은 왜 안 미워하고 안 싫어할까? 몸을 벗은 넋은 무엇을 바라보면서 어디에 있을까? 너는 으레 싫어서 싫은 티를 내. 너는 자꾸 좋아서 좋은 티를 내. 너는 또 미워서 미운 티를 내. 너는 끝끝내 달라붙고 매달리면서 티끌이 되고 말아. 너도 남도 티끌이나 먼지일 까닭이 없어. 모두 작은씨앗이면서 작은별이고, 작은길이면서 작은숨이야. 누구나 작은바람이고 작은바다이면서 작은밭이니, 언제나 작은꽃이요 작은노래란다. 싫으니까 싫고, 좋으니까 좋다는, 이 끝없는 쳇바퀴질을 멈추고서 앞뒤옆 어디이든 걸으면 되지 않아? 너 스스로 굴레를 벗고서 맨손으로 맨얼굴을 비비면서 맨몸에 온빛을 받아들이면 돼. 그저 이 하나란다. 2026.9.30.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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