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열린배움터 사잇길 (2026.9.14.)

― 부산 〈당신의 책갈피〉



  우리나라는 스스로 배움터를 차리지 않았습니다. 나라에서는 임금집 아들과 벼슬아치 아들만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나리집에서는 따로 아들을 가르쳤고, 드물게 딸을 가르치는 집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래도록 ‘아들’만 ‘수글(한문)’을 갈고닦아서 ‘그들끼리’ 쥐락펴락하며 온나라를 주무르는 얼개였습니다. 이러다가 임금틀이 무너지면서 어린배움터를 차리는 어른이 나타났고, 잇달아 푸른배움터와 열린배움터를 차리는 어른도 나타납니다.


  올해(2026) 들어 나라돈을 들여 ‘서울대 10곳 만들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이름부터 ‘서울대 만들기’라고 붙일 적에는 ‘서울대여야 한다’는 뜻이고 ‘서울대 아닌 곳은 볼일없다’는 밑뜻이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서울대’가 아닌 ‘참배움터(참답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스스로 빛날 터전)’를 차려야 할 텐데요.


  전남 고흥에서 새벽길을 나섭니다. 한낮에 부산 사상나루에 닿습니다. 등짐을 메고서 〈당신의 책갈피〉를 찾아갑니다. 마을책집 한 곳은 경성대와 부경대 사이에 있습니다. 두 열림배움터 사이에는 ‘문화골목’이나 ‘젊음거리’ 같은 이름이 붙는 듯한데, 온통 술집과 밥집입니다. 먹고마시고 놀고 떠들어야 ‘문화’와 ‘젊음’이라고 여기는 듯싶습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살림(문화)은 어디 있을까요. 베풀고 나누면서 어른으로 일어서는 젊음은 어디 있는가요.


  한 해 만에 찾아오는 〈당신의 책갈피〉인데 쉼날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제 해날과 달날을 쉬는군요. 책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노래를 한 자락 적습니다. 왁자지껄하고 어수선하고 냄새나는 ‘젊음문화골목’에서 벗어난 안골목에 깃든 책집은 조촐히 짙푸른 작은숲입니다. 작은나무와 작은풀이 어울리는 작은책집 앞에 서다가 앉아서 손으로 슥슥 이야기 한 자락을 여밉니다.


  아이어른은 언제나 서로 빛나는 눈빛으로 지내려고 한집을 이루는 사이라고 느낍니다. 한집을 이루는 둘(아이어른)은 나란히 별빛으로 깨어나서 한살림을 지피기에 사랑길을 걷는다고 느낍니다.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라며 푸름이로 철들어서 어른이라는 길을 걷습니다. 모든 사람한테는 모든 씨앗이 빛살 한 줄기로 흘러요. 서로서로 빛살을 마주보고 헤아리고 어루만지기에 사람입니다.


  이제 사잇길에서 나옵니다. 젊은 발걸음은 낮에도 부산합니다. 곧 저녁이 되면 젊은 발걸음이 물결칠 테지요. 한 손으로 밥 한 그릇을 먹는다면, 다른 손으로 바람 한 줄기를 마시기를 빕니다. 한 손으로 술 한 모금을 마신다면, 다른 손으로 책 한 자락을 펼치기를 빕니다. 익혀서 가다듬고 꿈꾸기에 젊은씨앗입니다.


ㅍㄹㄴ


《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김정인, 권혁용, 이재승, 오항녕, 철수와영희, 2026.9.18.)

《강산의 가얏고》(원유순, 서해문집, 2025.6.30.)

《내 운명은 내가 만든다》(이수일, 살림터, 2026.7.31.)

《극채의 집 8》(빗케 글·그림/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6.8.15.)

#極彩の家 #びっけ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7》(호시노 나츠미/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6.7.15.)

#キジトラ猫の小梅さん #ほしのなつみ #ねこぱんちコミックス

《여학교의 별 3》(와야마 야마/현승희 옮김, 문학동네, 2023.

《여학교의 별 4》(와야마 야마/현승희 옮김, 문학동네, 2025.3.31.첫/2025.4.1.2벌)

#女の園の星 #和山やま

《길가의 후지이 1》(나베쿠라오/이미나 옮김, 학산문화사, 2026.4.25.)

#路傍のフジイ #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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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읽는 나 + 읽는 바보

스무 살 쉰 살



  오늘(2026.9.14.) 눈금(지지율)이 새로 나온다. 나라지기가 잘한다고 밝힌 사람은 33.6%에, 나라지기가 잘못한다고 밝힌 사람은 63.3%라고 한다. 전라도조차 잘한다고 밝힌 사람이 55.9%이니, 고작 한 해 만에 이렇게 일을 잘못하는 보기를 잘 드러내는 셈이라고 느낀다.


  쉰줄은 42.6%나 잘한다고 밝혔단다. 스무줄은 18.6%만 잘한다고 밝혔다지. 이레 앞서까지만 해도 ‘스물사내(이대남)’가 외쏠림처럼 잘못한다고 밝혔다면, 오늘은 ‘스물사내 19.6%’에 ‘스물가시내(이대녀) 17.6%’라고 한다. 이제 스무줄은 순이돌이 모두 잘못한다고 밝힌 사람으로 확 기울었는데, 스물사내보다 스물가시내가 더더욱 잘못한다고 밝힌다.


  아직도 나라지기가 잘한다고 밝히는 전라도와 쉰줄은 이 땅에서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일까? “그저 믿습니다!”에 따라서 언제 어디에서나 추켜세우거나 모시려는 셈일까?


  오늘 쉰줄인 사람들은 서른 해 앞서는 스무줄이었다. 서른 해 앞서인 1996해를 떠올려 보자. 얼마나 서슬퍼렇던 나날인가? 나는 1996해에 싸움터(군대)에 있었고, 강원도 양구군 멧골짜기에서 날마다 윗내기한테 얻어맞고 추레짓(성폭력)에 시달리면서 견디고 참고 버티었다. 마흔 해 앞서인 1986해는 1996해보다 훨씬 서슬퍼렇게 무시무시했다. 골목마다 주먹잡이가 버티어 돈을 빼앗고 때리는 판이었고, 지킴이(경찰)는 으레 주먹잡이와 한동아리였다. 쉰 해 앞서인 1976해는 어떠했을까? 나라지기가 잘못한 일을 혀끝에 올려도 갑자기 끌려가서 주검으로 바뀌던 무렵이다. 1966해나 1956해는, 1946해나 1936해는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다. 다만, 이와 같은 지난날에 스무줄이던 사람들은 이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며 스스로 살림을 지으려고 했는지 돌아봐야지.


  내가 이쪽에 손을 든다고 하더라도, 이쪽에서 저지르는 잘못을 나무라야 맞다. 내가 저쪽에 손을 든다고 하더라도, 저쪽에서 일삼는 말썽은 꾸중해야 맞다. 내가 나라지기한테 손을 들었든 안 들었던, 그이가 일을 잘하면 ‘잘한다!’ 하고 손뼉칠 노릇이다. 일을 잘못하면 ‘잘못하네!’ 하고 타박하면서 타이를 노릇이다.


  얼마 앞서까지 스물사내(이대남)는 ‘극우’에 물들었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넘쳤다. 나라지기를 나무란대서 스물사내한테 ‘극우 프레임 씌우기’를 일삼은 붓잡이가 수두룩하다. 자, 그러면 이제는 스물가시내한테도 똑같이 ‘극우 프레임 씌우기’를 할 셈인가? 아니면, 잘못한 일은 잘못인 줄 알아보면서 이 나라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마음을 기울이겠는가?


  순이돌이는 싸워야 할 사이가 아니다. 순이돌이는 ‘어버이(어머니 + 아버지)’라는 오랜 낱말처럼 서로 어질게 돕고 어깨동무하면서 살림꽃을 피우며 사랑으로 마주할 사이로 살아갈 일이다. 우리말은 ‘어버이’와 ‘암수’와 ‘가시버시’와 ‘엄마아빠’처럼 언제나 가시내를 앞세워서 길을 짓고 사내가 뒤서면서 받치는 얼개이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에는 ‘아들딸’만 올림말로 싣지만, 우리말로는 ‘딸아들’이라 얘기해야 어울린다.


  쉰줄인 사람들은 스무줄인 사람들한테서 배울 노릇이다. 스무줄인 사람들은 쉰줄인 사람들한테 가르칠 노릇이다. 언제나 나어린 사람이 나이든 사람을 가르치게 마련이다. 나이든 사람은 나어린 사람이 들려주는 말에 귀기울이면서 스스럼없이 먼저 움직이고 일하고 살림하기에 어른스럽다고 한다. 오늘 우리가 스스로 ‘어른’으로 서야 집과 마을과 나라와 별(지구)이 나란히 아름답다. 우리는 모두 어른으로 살아내면서 아이라는 숨빛을 사랑으로 품을 노릇이다. 그대가 스무줄이건 쉰줄이건, 서른줄이건 일흔줄이건, 마흔줄이건 예순줄이건, 아흔줄이건 열줄이건, 온하루를 사랑으로 짓는 살림씨앗을 심기를 빈다. 2026.9.14.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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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군의 정중한 생활 2
후지모토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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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9.14.

만화책시렁 881


《스즈키 군의 정중한 생활 2》

 후지모토 유키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5.7.15.



  우리나라는 바느질을 즐길 뿐 아니라, 밥짓기를 도맡을 줄 아는 푸른돌이를 글이나 그림으로 보여주는 어른이 드뭅니다. 살림꾼이기를 바라는 푸른돌이가 적은 탓일 수 있지만, 이보다는 ‘함께지을 보금자리’라는 새길을 헤아리는 눈썰미가 얕은 탓입니다. 저는 어릴적(열 살·1984해)에 이미 김치를 담그고 밥과 국을 끓이며, 바느질도 이럭저럭 했습니다. 요새는 잊었으나 그때에는 대바늘로 뜨개질도 했습니다. 집에서 어머니를 늘 도왔고, 배움터에서는 ‘실과’란 이름으로 가시내한테도 톱질을 가르치고, 사내한테도 밥짓기를 시켰거든요. 다만 그무렵 집살림을 배운 또래 가운데 서른 살이나 마흔 살이나 쉰 살을 지나는 동안 살림손길을 가다듬은 사내는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적습니다. 《스즈키 군의 정중한 생활 2》이 한글판으로 나온 지 한 해가 훌쩍 지나서야 석걸음이 나왔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살림하는 남고생’을 보여주는 그림꽃이 팔리거나 읽히기 어려울 만합니다. “어디에 이런 아이가 있다고?” 하고 따지는 목소리가 높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적다고 해도 틀림없이 있”으며, 적으면 적은 대로 앞으로 늘어나야겠지요. 싸우거나 멍청한 꼰대스러운 모습에 사로잡히는 아이어른이 아닌, 사랑하며 어질게 보금자리를 가꾸는 이야기를 쓰고 읽고 나눌 적에 온나라가 바뀌니까요.


ㅍㄹㄴ


“이렇게 누군가와 공유하는 건 처음이라서. 죄송해요. 저, 요리도 재봉도 책이나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계속 혼자 했거든요.” 55쪽


“그치만 이딴 거 잘해 봤자 아주 쓸모도……, 아, 미안.” “아니야. 저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응?” “소지품에 이름을 수놓아 줄 수도 있고.” 113쪽


“그럼 왜 나를 강하게 만들었어?” “강해지면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으니까. 자신이 있으면 남이 너에게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144쪽


#壽壽木君のていねいな生活 #ふじもとゆうき


+


《스즈키 군의 정중한 생활 2》(후지모토 유키/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5)


상성이 좋은 풀이야

→ 맞는 풀이야

→ 어울리는 풀이야

→ 맞물리는 풀이야

6쪽


스와그(벽에 거는 꽃장식. 드라이플라워나 생화 등을 묶어 인테리어 소품이나 선물용으로 사용한다)를 줬어

→ 꽃자루를 줬어

→ 꽃다발을 줬어

6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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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14. 월요일.


부산 <책과아이들>에서


19:00-21:00 :'글놀이꽃(시창작교실)' 모임

17:30-18:30 : 책내모(책 내는 모임) 2걸음


[책내모 2걸음]에 오실 분한테 미리 띄우는 나눔글이다. [책내모]에 오지 않더라도, "책을 내는 길"을 배우고 싶다면 읽어 보시라는 뜻으로 걸친다.


ㅍㄹㄴ


+


책내모 2



어느 글을 쓰든, 글을 마친 뒤에는 이레쯤 그대로 묵혔다가, 이레 뒤에 되읽고서 고쳐쓸 수 있어야 합니다. 마감에 맞추어서 글을 써야 하는 일이 있다면, 적어도 마감 이레 앞서 글을 애벌로 매듭을 짓고서 차분히 돌아볼 노릇입니다. 이러고서 마감날 “마치 처음 읽는 글”이라 여기면서 새롭게 천천히 읽을 노릇이지요. 이렇게 하면, 우리는 따로 길잡이가 옆에 없더라도 “스스로 길잡이가 되어 즐겁게 글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읽기’와 ‘쓰기’를 너무 서두르는 분이 넘칩니다. 지난날에는 책집에서 책을 사든, 책숲에서 빌려서 읽든, 책 한 자락을 여쭙고서 받는 날까지 “짧아도 사흘, 길면 한두 달”을 가볍게 기다렸습니다. 차분히 기다리는 틈을 낼 줄 알아야, “앞으로 읽을 책”에 흐를 이야기와 줄거리와 마음과 뜻과 빛과 숨결을 하나하나 새길 수 있습니다. 얼른 사거나 받아서 얼른 읽어치우려고 하면 ‘줄거리’조차 제대로 못 새길 뿐 아니라, ‘뜻’은커녕 ‘글쓴이 이름값’에 얹어가는 ‘책 좀 읽었다는 자랑’으로 그치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기다리는 틈을 누려야 합니다. 드디어 받을 수 있는 날을 기쁘게 맞이해야 합니다. 이러고서 차분히 읽어야지요. 애벌로 읽고서 덮을 만하구나 싶은 책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눈이 얕았구나!” 하고 배울 수 있습니다. 두어벌은 읽을 만한데 굳이 서너벌까지 읽을 만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내가 눈을 조금 더 가꿔야겠구나!” 하고 배울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100벌이나 1000벌을 되읽으려고 집에 모시는 책”이 아니라면 “잘못 산 책”이라고 여겨야 맞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쓰는 글도 “내가 쓴 글을 나부터 100벌이나 1000벌을 늘 새롭게 되읽을 만하게 써야 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런 길을 살펴야 ‘글을 읽는 길’과 ‘글을 쓰는 길’을 스스로 가다듬습니다. 누가 손보아 주기 앞서 먼저 스스로 고쳐쓰기를 할 줄 알면, 모든 글은 스스로 빛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내모 2걸음]에서는 ‘쪽느낌글 쓰기’를 해봅니다. 그동안 모임에서 ‘쪽글’만 ‘쪽종이’에 적어 보았는데, 오늘은 〈책과아이들〉에 있는 책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가볍게 되읽고서 “쪽종이 한 바닥만큼만 쪽느낌글 쓰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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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백지상태



 답안지를 백지상태로 제출하다 → 길종이를 하얗게 내다 / 풀이종이를 빈 채 내다

 그 일은 백지상태였으므로 → 그 일은 몰랐으므로 / 그 일은 캄캄했으므로

 모든 일이 백지상태로 돌아갔다 → 모든 일이 처음으로 돌아갔다

 백지상태에서 지원자를 면접하다 → 모르는 채 사람을 만나다


백지상태(白紙狀態) : 1. 종이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상태 ≒ 백지(白紙) 2. 어떠한 대상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3. 어떠한 일을 하기 이전의 상태 4. 잡념이나 선입관 따위가 없는 상태



  아직 쓰지 않았으니 하얗습니다. ‘빈종이’일 테지요. 이런 모습을 한자말씨로 ‘백지상태’로도 나타내는데, 우리말씨 ‘흰종이·하얀종이·빈종이’나 ‘종이·종이쪽’으로 고쳐씁니다. ‘처음·첫걸음·첫길’로 고쳐쓰고요. ‘깜깜하다·어둡다·캄캄하다’나 ‘거품·물거품’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맨끝·맨뒤·맨밑’이나 ‘밑바닥·밑자리·바닥·바닥나다’로 고쳐써도 됩니다. ‘비다·비우다·민-·없다·없애다·사라지다’로 고쳐쓰지요. ‘모르다·낯모르다·낯설다·설다·눈이 어둡다’나 ‘하얗다·하양·희다·허옇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파리하다·해쓱하다·핼쑥하다’로 고쳐쓸 때도 있습니다. ㅍㄹㄴ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의 예비지식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백지상태가 차라리 나은 것 아닐까

→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 미리 알기보다는, 그냥 모르면 차라리 낫지 않을까

→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 미리 꾸미기보다는, 깜깜하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유리가면 7》(미우치 스즈에/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 105쪽


의도적으로 내 모국어인 한국어를 백지상태에서부터 쌓아올렸다

→ 일부러 겨레말인 우리말을 하얗게 하고서 쌓아올렸다

→ 부러 겨레말인 한말글을 텅 비우고서 쌓아올렸다

→ 어릴적부터 쓰던 한말을 그냥 바닥부터 쌓아올렸다

《0 이하의 날들》(김사과, 창비, 2016) 148쪽


예전에는 인간이 백지상태로 세상에 온다고 주로 생각했죠

→ 예전에는 사람이 빈몸으로 이 땅에 온다고 흔히 생각했죠

→ 예전에는 사람이 텅 비어서 이 땅에 온다고 으레 여겼죠

→ 예전에는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 태어난다고들 여겼죠

→ 예전에는 사람이 까맣게 모르는 채 태어난다고들 여겼죠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18) 98쪽


백지 상태였던 아이들은 단어를 습득할 때, 결코 그 의미를 되는대로 추측하지 않는다

→ 아직 모르는 아이는 낱말을 익힐 때 뜻을 되는대로 짚지 않는다

→ 새하얀 아이는 낱말을 받아들일 때 뜻을 되는대로 보지 않는다

→ 처음 낱말을 배우는 아이는 낱말뜻을 되는대로 넘겨짚지 않는다

《언어의 아이들》(조지은·송지은, 사이언스북스, 2019)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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