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10.10.
《金洙暎 全集 2 散文》
김수영 글, 민음사, 1981.9.30.
저잣마실을 하러 15:05 시골버스를 탄다. 흙날(토요일)에 고흥읍에 가는 버스는 널널하다. 그러나 시골읍내는 달구지와 손님으로 붐빈다. 한글날을 낀 쉼날이 길어서 놀러온 서울사람이 많은 듯싶다. ‘쉼날’이라는 이름이지만, 막상 온나라 모든 사람이 일을 쉴 수 없다. 쉼날이기에 일터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집안일은 한 해 내내 한다. 먼나라 프랑스가 무너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라빚이 어마어마하다는구나. 살림돈을 제대로 안 다룬 탓이 크고, 일놀이를 고르게 세우지 않는 탓도 크고, 무엇을 배워서 어디에서 어떻게 살림할 노릇인지 잊은 탓도 크고, 벼슬꾼이 많은 탓도 크고, 넋을 차리지 않는 탓도 크다. 이제 시골에서는 ‘일꾼’이 모조리 이웃사람(이주노동자)이다. 《金洙暎 全集 2 散文》을 되읽었다.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92해에 처음 읽었을 테니, 여태 꽤 자주 되읽었다. 김수영 님이 훌륭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저 둘레에서 쉬쉬하며 목소리를 삼갈 적에 기꺼이 목소리를 낸 이슬받이라고 느낀다. 요즈음은 목소리를 어질게 내려는 사람이 확 줄었다. 길미가 될 자리나 때가 아니라면 입을 다문달까. ‘무안참사’를 스스럼없이 나무라고 따지는 글바치가 몇이나 될까? ‘진도참사(세월호참사)·용산참사·이태원참사’만 목소리를 높이고서 입을 다문다면 붓잡이라고 할 수 없다. ‘놈(적군)’이 나라를 거머쥐었다고 여길 적에만 글을 쓰고 말을 한다면 한낱 허수아비일 뿐이다.
김수영 님을 놓고서 여러모로 아쉬운 곳이 있다. 하나를 꼽는다면 “아무리 그무렵이었다고 해도 기꺼이 집안일을 하고 집살림을 즐기려 했다면, 술담배에 절어서 비틀거릴 일이 크게 줄었”으리라고 본다. 집에서 손에 물을 묻히면서 일과 살림을 맡으면, 또한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면, 우리가 쓰는 한말글부터 사뭇 거듭날 수 있다. 예나 이제나 붓잡이는 ‘손일’과 ‘몸일’을 너무 안 하거나 등진다. 더구나 ‘시골일’이나 ‘흙일’은 모르쇠이기까지 하다. “달에 가면 달을 못 본다”는 헛말을 읊는 분이 있더라. 바다에 가면 바다를 못 보나? 숲에 가면 숲을 못 보나? 시골에 가면 시골을 못 보나? 서울에 가면 서울을 못 보나? 서울밖에서도 서울을 볼 수 있고, 서울품에 안겨도 서울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집’이라는 곳부터 차분히 헤아리고 들여다보면서 사랑할 적에, 글쓰기도 말하기도 살린다. 가장 수수하면서 언제나 스스로 온몸과 온마음을 다할 집일과 집살림부터 맡으려고 할 적에, 글감과 그림감과 노래감이 샘물처럼 솟아나서 온누리를 적신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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