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골짜기에서 물놀이를 하는 동안 읽을까 하고 시집을 챙기지만, 시집을 꺼낼 틈이 없다. 아이들과 마을 어귀 샘터에 나가 샘터와 빨래터에 낀 이끼를 걷어낸 뒤 숨을 돌리면서 읽을까 하고 시집을 또 챙기지만, 시집을 들출 겨를이 없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마실을 가는 길에 버스에서 한 줄이라도 읽으려고 가방에 시집을 넣지만, 참말 한 줄이라도 돌아볼 말미를 못 낸다. 그래도 아침저녁을 차리면서 밥과 국이 끓는 사이에 한 줄 읽는다. 뒷간에서 똥을 누며 두 줄 읽는다. 아이들과 낮잠을 자려고 하면서 자장노래를 부른 뒤 슬며시 석 줄 읽는다. 큰아이가 그림책을 읽으며 놀 적에 조용히 넉 줄 읽는다. 《칼》이라는 시집을 선보인 안명옥 님은 언제 시를 썼을까. 안명옥 님은 이녁 시집을 장만해서 읽을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읽으리라 생각할까. 두 아이는 잠들고 풀벌레 노랫소리가 온 집안을 감돈다. 조용하면서 호젓한 기운이 흐른다. 아이들이 잠들었으니 불을 켤 수 없고, 그저 나즈막하게 자장노래를 부르면서 스스로 시를 쓰고 스스로 시를 읽는다. 4347.7.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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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안명옥 지음 / 천년의시작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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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를 언제나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다니는데, 올해 일곱 살인 큰아이가 샛자전거에 앉은 채 아버지한테 묻는다. “아버지, 내가 더 크면 어떤 자전거를 타?” “벼리가 더 크면 이제 혼자 자전거를 타야지.” “쳇!” 혼자 자전거를 타면 어디이든 스스로 가고픈 데로 신나게 달릴 수 있는걸. 네가 오늘은 쳇쳇 할는지 모르지만, 아마 네가 열일곱 살이 되면 어릴 적에 그렇게 뱉은 말을 못 떠올릴는지 몰라. 아니, 네 어릴 적 말을 떠올리면서 ‘나이가 들어도 함께 달리는 자전거가 한결 재미있어!’ 하고 외칠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자전거는 으레 ‘혼자 타는 것’으로 여기기 일쑤인데, 혼자 아닌 둘이나 셋이 함께 타는 자전거가 있다. 넷이 함께 타는 자전거도 있다. 굳이 혼자서 두발자전거를 몰면서 다녀야 하지는 않는다. 여럿이 함께 발판을 구르면서 사이좋게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대단히 재미있으면서 즐겁다. 그림책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에 나오는 아이는 다섯 살이 된다. 다섯 살이 되면서 혼자 두발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꿈을 키운다. 그런데, 다섯 살에 두발자전거를 혼자 탈 수 있을까? 타려고 하면 탈 수도 있다. 다만, 몸과 힘살과 키가 작거나 여리기에 많이 벅차다. 다섯 살이라면 언니 오빠 자전거에 폭삭 앉아서 “자 달려 보라구!” 하면서 놀아도 된다. 즐겁게 자전거 짐받이에 앉아서 놀다가 일곱 살을 맞이하고 아홉 살을 맞이할 무렵 혼자서 두발자전거로 옮겨타도 된다. 그래, 그러니까 그렇다. 두발자전거를 타야만 ‘자전거 타기’이지 않다. 샛자전거에 타고 ‘자전거 타기’이다. 넷이나 둘이 함께 타는 자전거에 타도 얼마든지 ‘자전거 타기’이다. 4347.7.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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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논장 / 2014년 6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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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77) 때문에


이메일이 없으면 곤란한 지경에 빠질 정도로 이미 정보 기술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종이 미디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하라 켄야/민병걸 옮김-디자인의 디자인》(안그라픽스,2007) 110쪽


 때문에

→ 이 때문에

→ 이러하기 때문에

→ 이리하여

 …



  ‘때문’은 매인이름씨(의존명사)입니다. 매인이름씨는 글월 첫머리에 혼자 쓸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라든지 “이렇기 때문에”라든지 “너희 때문에”라든지 “들어오기 때문에”라든지 “빠르기 때문에”처럼 씁니다. 앞말이 있어야 ‘때문’을 뒤에 받쳐서 쓸 수 있어요.


  언제 누가 왜 ‘때문에’를 외따로 글 첫머리에 썼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기자와 작가나 학자가 자꾸 이런 말투를 퍼뜨립니다. 잘못된 말투를 자꾸 쓸 뿐 아니라, 잘못된 말투가 잘못인 줄 알아채지 않습니다. 잘못을 알려주어도 스스로 바로잡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출판사 편집자 일꾼도 이런 말투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합니다. 신문사 교열부에서는 이런 말투를 얼마나 살필까요. 방송국 피디나 작가는 어느 만큼 돌아볼까요. 국어학자도 이 대목을 제대로 건드리지 않거나 다루지 않습니다. 4347.7.2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누리편지가 없으면 힘들 만큼 이미 정보 기술과 깊게 이어졌다. 이 때문에 종이 매체를 쓸 때에는


‘이메일(email)’은 ‘누리편지’로 바로잡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바로잡아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곤란(困難)한 지경(地境)에 빠질 정도(程度)로”는 “힘들 만큼”이나 “일을 못할 만큼”으로 다듬고, “깊은 관계(關係)를 맺고 있다”는 “깊은 관계이다”나 “깊은 사이이다”나 “깊게 이어졌다”로 다듬습니다. “종이 미디어(media)”는 “종이 매체”로 손보고, “사용(使用)하는 경우(境遇)는”은 “쓸 때에는”이나 “쓸 적에는”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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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50) -의 : 강의 회생


다마 강의 회생을 위해 애쓰며 그럭저럭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야마사키 미쓰아키/이정환 옮김-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RHK,2013) 105쪽


 강의 회생을 위해

→ 강을 되살리려고

→ 강을 다시 살리려고

→ 강을 살리려고

→ 강이 살아나게 하려고

→ 강이 다시 살아나도록

 …



  한자말 ‘회생(回生)’은 무엇을 뜻하는지 살피니 “= 소생(蘇生)”으로 나옵니다. 다시 한자말 ‘소생’을 살피니 “거의 죽어 가다가 다시 살아남”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한국말로 ‘다시 살아나다’라 말하면 될 노릇입니다. 이 한자말이든 저 한자말이든 쓸 까닭이 없습니다. 한자말이 아닌 한국말 ‘다시 살아나다’나 ‘되살리다’를 넣으면 토씨 ‘-의’가 들러붙을 자리가 없습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안 쓴 탓에 토씨 ‘-의’가 자꾸 들러붙습니다.


  보기글을 보면 뒤쪽에도 ‘-의’를 붙입니다. 뒤쪽에서는 토씨 ‘-이라는’을 붙이거나 ‘-이나 되는’이나 ‘-에 걸친’을 넣어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보기글 뒤쪽은 “10년을 보냈다”나 “열 해를 보냈다”처럼 적으면 한결 단출해요. 4347.7.2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다마 강을 되살리려고 애쓰며 그럭저럭 열 해를 보냈다


“회생을 위(爲)해”는 “되살리려고”나 “다시 살리려고”나 “다시 살아나도록”으로 다듬습니다. “10년(十年)의 세월(歲月)”은 “십 년이라는 세월”이나 “열 해”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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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나뭇잎을 읽는다



  콰르르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골짜기 한복판에 드러눕는다. 아이들 무릎이나 허벅지쯤 잠기는 곳이라면 어른은 벌렁 드러눕기 알맞다. 물 위로 튀어나온 돌에 머리를 받치고 눕는다. 온몸을 골짝물에 담근다. 이렇게 차가우면서 시원하기에 골짜기로구나 하고 생각한다.


  하늘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지만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가려 준다. 눈이 부시지 않다. 골짝물 위쪽으로 하늘을 덮으려는 나뭇잎을 한참 바라본다. 귀로는 물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여름잎을 바라본다.


  여름에 골짜기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즐거운가. 여름에 골짜기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더울까.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지내니 골짜기를 누린다 할 테지만, 시골이라 하더라도 농약이 스미지 않는 멧골이라야 골짜기를 누린다. 시골이더라도 짐승우리가 없고 공장이 없을 때에 비로소 골짜기를 누린다. 등산객이 드나들지 않는 멧골이어야 골짜기를 누리고, 고속도로나 송전탑이나 골프장 따위가 가까이에 없어야 골짜기를 누린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골짜기를 누리기는 더욱 어렵겠구나 싶다. 시골다운 시골이 몇 군데나 남는가. 조용하면서 깨끗한 시골이 어느 만큼 남는가. 흐르는 골짝물을 즐겁게 마실 수 있을 만큼 정갈하면서 맑은 시골은 어디에 있는가. 여름 나뭇잎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이 비로소 시골이다. 4347.7.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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