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뭇잎을 읽는다
콰르르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골짜기 한복판에 드러눕는다. 아이들 무릎이나 허벅지쯤 잠기는 곳이라면 어른은 벌렁 드러눕기 알맞다. 물 위로 튀어나온 돌에 머리를 받치고 눕는다. 온몸을 골짝물에 담근다. 이렇게 차가우면서 시원하기에 골짜기로구나 하고 생각한다.
하늘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지만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가려 준다. 눈이 부시지 않다. 골짝물 위쪽으로 하늘을 덮으려는 나뭇잎을 한참 바라본다. 귀로는 물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여름잎을 바라본다.
여름에 골짜기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즐거운가. 여름에 골짜기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더울까.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지내니 골짜기를 누린다 할 테지만, 시골이라 하더라도 농약이 스미지 않는 멧골이라야 골짜기를 누린다. 시골이더라도 짐승우리가 없고 공장이 없을 때에 비로소 골짜기를 누린다. 등산객이 드나들지 않는 멧골이어야 골짜기를 누리고, 고속도로나 송전탑이나 골프장 따위가 가까이에 없어야 골짜기를 누린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골짜기를 누리기는 더욱 어렵겠구나 싶다. 시골다운 시골이 몇 군데나 남는가. 조용하면서 깨끗한 시골이 어느 만큼 남는가. 흐르는 골짝물을 즐겁게 마실 수 있을 만큼 정갈하면서 맑은 시골은 어디에 있는가. 여름 나뭇잎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이 비로소 시골이다. 4347.7.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