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까닭이라면



  책을 읽는 까닭이 따로 있을까. 살아가는 까닭을 떠올린다면, 책을 읽는 까닭도 헤아릴 만하리라 느낀다. 그러면, 나는 왜 살아가는가. 날마다 즐겁게 노래하고 싶으니 산다. 언제나 새롭게 사랑하고 싶기에 산다. 새로 맞이할 아침에 웃고 싶어서 산다. 하루하루 빛으로 그득하게 채우고 싶기에 산다.

  책을 읽는 까닭은 무엇인가. 마음을 건드리는 책이나 영화를 만나면, 내 마음에 새로운 생각과 사랑이 싹틀 수 있으리라 느낀다. 다시 말하자면, 내 마음에 새로운 생각과 사랑이 싹트도록 북돋우고 싶으니 책이나 영화를 만나려고 한다. 삶을 새롭게 밝히고, 생각을 새롭게 열며, 사랑을 새롭게 가꾸는 빛을 누리려고 책이나 영화를 가까이한다. 빛이 될 책을 만나고 싶다. 삶을 빛으로 일구고 싶다.

  책을 읽는다. 책빛을 읽는다. 책을 삭힌다. 삶빛이 되도록 책 하나를 껴안는다. 4347.7.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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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걸터앉기



  손님을 마중하러 마을 어귀에 나와 기다린다. 일곱 살 사름벼리는 혼자서 걸터앉을 수 있다면서 야무지게 올라가 앉는다. 높은 곳에 올라가도 사름벼리는 무섭지 않다. 스스로 무서움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면소재지에 있는 놀이터에 갈 적에도 사름벼리는 언니나 오빠가 못 올라가거나 안 올라가는 꽤 높은 곳에 아무렇지 않게 척척 올라가서 바람을 쐰다. 높은 데에서 부는 바람이 몸을 어떻게 간질이면서 어루만지는지를 안다. 4347.7.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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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씻기놀이 1 - 나란히 앉아서



  마을 어귀 샘터에서 낯을 씻는다. 두 아이는 으레 찰싹 붙어서 움직인다. 아니, 누나가 가는 데라면 동생이 언제나 따라간다. 그러니, 낯을 씻어도 둘이 나란히 앉아서 낯을 씻는다. 모든 삶이 언제나 놀이인 아이들은 낯을 씻을 적에도 히히 하하 웃는다. 4347.7.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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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84. 작대기 머스마 (2014.7.24.)



  산들보라가 대나무 작대기 하나도 무겁다고 여겨 제대로 못 들던 지난날을 그려 본다. 이제 다리에도 팔에도 힘이 제법 붙는다. 키도 훌쩍 자란다. 가볍게 바깥마실을 하는 동안 씩씩하게 대나무 작대기를 들고 콩콩콩 달린다. 작대기 머스마는 오롯이 시골아이답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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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47. 2014.7.24. 여기 꽃 있어요



  우리 서재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사름벼리가 저만치 앞서 달리다가 우뚝 선다. 아버지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아버지가 옆에 오자 부른다. “아버지 여기 봐요. 꽃 있어요. 꽃 사진 찍어요.” 음, 그래, 참말 거기 시멘트 갈라진 틈에 꽃이 한 송이 곱게 올라왔네. 그 꽃 참 곱구나. 그런데, 네 아버지는 네가 그 꽃을 알아보고 예쁜 눈길로 바라보는 몸짓이 더없이 꽃답구나 싶어서 기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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