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순이 41. 좋아하는 옷 입고 (2014.9.25.)



  자전거순이는 언제나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싶다. 자전거를 탈 적에 바지를 꼭 입어야 하거나 치마를 입지 말아야 하지 않다. 참말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으면 된다. 우리는 더 빨리 달리려고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를 즐겁게 누리고 싶어서 자전거를 탄다. 이 가을에는 고운 바람과 하늘과 들을 듬뿍 즐기고 싶어서 자전거를 탄다. 지난해에 큰아이가 즐겨입던 고양이 청치마가 있는데, 이 치마가 어느 구석에서 먼지만 먹었다. 얼마 앞서 알아채고는 신나게 빨아서 이틀쯤 해바라기를 시키는데, 한창 해바라기를 시키던 어느 날 큰아이가 이 치마로 갈아입는다. 더 햇볕을 먹이려 했지만, 큰아이는 그냥 입고 싶다. 그래, 그렇겠지. 네가 입어서 땀을 내면 몸도 씻고 옷도 다시 빨면 되지. 아주 좋아하는 옷을 입은 자전거순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마냥 싱글벙글 웃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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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61. 2014.9.25. 억새와 자전거



  가을하늘 파란빛이 아주 눈부시다. 이런 날은 자전거를 안 달릴 수 없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자전거를 천천히 달리면서 가을빛을 듬뿍 마신다. 참으로 자전거 발판을 아주 더디 구른다. 하늘도 구름도 들도 모두 아름답기 때문이다. 봄과 여름을 거친 시골은 알뜰히 무르익는 열매와 함께 넉넉하면서 푸근하다. 꽃순이는 이런 기운을 듬뿍 마시면서 억새밭 옆에서 억새를 한 포기 톡 끊어서 하늘로 치켜든다. 구름을 찌르니? 하늘과 너를 잇는 다리이니? 동생 몫까지 두 포기를 손에 쥐고 신이 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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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9.24.

 : 가을비 살짝 멎은 날



- 비가 제법 쏟아지는 날, 부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우체국에 다녀오기도 해야 하지만, 차가운 가을비가 내린다고 하루 내내 집에서만 노는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마실을 다녀오고 싶다. 비가 가늘어졌다가 다시 내리다가, 해가 방긋 나왔다가 부슬부슬 흩뿌리다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바라본다. 이러다가 삼십 분 즈음 비가 멎은 하늘을 가만히 살핀다. 비가 다시 오더라도 가 보자고 생각한다.


- 낮잠을 건너뛰고 놀던 작은아이는 수레에 앉고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바로 곯아떨어진다. 이렇게 고단했으면서 왜 집에서는 안 자고 그렇게 버티었니. 꼭 아버지가 비 오는 날에도 자전거를 태워 주어야 잠을 자니.


- 큰아이는 비옷을 입는다. 비가 그쳤어도 길바닥에는 빗물이 마르지 않았으니 자전거가 달리면서 물이 튀겠지. 나는 비옷을 안 입는다. 내 비옷은 수레 바닥에 댄다. 빗길을 달리며 물이 튀면 수레바닥이 젖으니, 작은아이가 앉은 수레에 빗물이 스미지 않도록 이곳에 비옷을 놓는다.


- 비가 멎은 시골길은 구름과 안개가 호젓하다. 조용한 길에 바람소리와 빗내음이 물씬 어우러진다. 비가 안 오고 맑은 날에 타는 자전거는 그런 자전거대로 즐겁고, 비가 살짝 멎은 때에 빗내음을 마시며 달리는 자전거는 이런 자전거대로 재미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묵은 밭을 본다. 묵은 밭 곳곳에 돋은 서숙을 본다. 누가 따로 심지 않았을 텐데 서숙이 스스로 올라왔다. 아마 예전에 이곳을 서숙밭으로 가꾸었을 때에 서숙을 베면서 낟알이 조금 떨어졌겠지. 그때 떨어진 서숙알이 올봄부터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려 이렇게 익었겠지. 묵은 밭 서숙 한 포기를 뽑는다. 묵은 밭이란 임자가 없는 밭인데, 몇 해 앞서까지 이 밭을 일구던 할매나 할배는 어떻게 지내실까. 조용히 숨을 거두셨을까.


- 큰아이와 조금 걷는다. 큰아이가 손이 시렵다고 한다. 나는 괜찮지만, 아이들은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타면 손이나 몸이 많이 춥구나.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작은아이는 안 깬다. 십 분 즈음 천천히 들길을 걷다가 다시 자전거를 달린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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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바가지와 솔 머리에 이고



  빨래터에 간다 하니, 두 아이 모두 신나서 나선다. 두 아이는 저마다 제 막대솔을 붙잡는다. 큰아이는 솔을 담은 바가지를 머리에 이겠다고 나더러 달란다. 그래, 그러면 너는 바가지랑 솔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렴. 멋쟁이 시골순이에 예쁜 살림순이 노릇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머잖아 작은아이가 더 크면 누나한테서 바가지와 솔을 하나씩 얻어 저도 머리에 이고 빨래터까지 가겠다고 하겠지.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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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날아갔잖아



  한낮에 빨래터에 와서 이끼를 걷고 치웠어야 했는데 저녁 다섯 시가 가까워서야 아차 깨닫고는 부랴부랴 빨래터 치우러 나온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길 생각만 하고, 아버지는 얼른 솔질을 해서 치워서 집으로 돌아가 저녁 차릴 생각만 한다. 아주 바쁘게 솔질을 하는데 문득 큰아이가 외친다. “아버지, 미꾸라지 날아갔잖아!” 엥? 무슨 소리이니? 웬 미꾸라지가 어떻게 날아갔다고?


  빨래터를 빙빙 돌며 솔질을 할 적에 물이 펑펑 튀기는데, 이때에 두 아이는 아버지 옆으로 살살 달라붙어서 물에 안 맞으려고 뛰는 놀이를 한다. 이러다가 물방울과 함께 뭔가 튀어오른 모습을 보았지 싶다. 그런데, 고것이 미꾸라지였나 보다.


  “미꾸라지가 어디 있어?” “저기 있어.” 어디 보자. 어디로 날아가서 어디에 숨었나 보자. 한참 살피니, 돌틈 풀포기 옆에 달라붙는다. 요 녀석. 이렇게 여기에 달라붙는들 네가 살겠느냐. 숨이 가빠서 죽지. 얼른 이리 와라.


  바가지에 미꾸라지를 넣고 물을 붓는다. 아이들은 미꾸라지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러다가 물놀이로 눈길을 돌린다. 이윽고 빨래터 이끼를 다 걷어내고 기지개를 켠다. 미꾸라지는 잘 있는가 들여다보는데, 없다. 어라. 어디 갔나? 설마 펄떡펄떡 춤추면서 바가지에서 벗어났나? 빨래터를 여기저기 살핀다. 아까보다 더 오래 살핀다. 수챗길까지는 가지 못했고, 빨래터 한쪽 바닥에서 힘을 거의 잃고 뻐끔거린다. 얘야, 수챗길로 가면 외려 너는 죽는다. 그리로 가면 그야말로 너한테는 죽음길이야.


  바가지에 다시 담는다. 이제 미꾸라지는 아주 얌전하다. 아이들이 신나게 논다. 언제까지 놀려나 하고 기다리는데,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덜덜 떨면서 “추워!” 한 마디만 내뱉고는 꼼짝을 않는다. 갑자기 추위가 닥쳤구나. 그러면 얼른 옷을 벗어야지. 아이들 옷을 갈아입힌 뒤 미꾸라지는 큰아이더러 빨래터에 다시 넣으라고 이른다. 겨울에도 빨래터는 얼지 않을 테니 미꾸라지는 겨우내 잘 살겠지. 다음에 또 만나자.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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