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날아갔잖아



  한낮에 빨래터에 와서 이끼를 걷고 치웠어야 했는데 저녁 다섯 시가 가까워서야 아차 깨닫고는 부랴부랴 빨래터 치우러 나온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길 생각만 하고, 아버지는 얼른 솔질을 해서 치워서 집으로 돌아가 저녁 차릴 생각만 한다. 아주 바쁘게 솔질을 하는데 문득 큰아이가 외친다. “아버지, 미꾸라지 날아갔잖아!” 엥? 무슨 소리이니? 웬 미꾸라지가 어떻게 날아갔다고?


  빨래터를 빙빙 돌며 솔질을 할 적에 물이 펑펑 튀기는데, 이때에 두 아이는 아버지 옆으로 살살 달라붙어서 물에 안 맞으려고 뛰는 놀이를 한다. 이러다가 물방울과 함께 뭔가 튀어오른 모습을 보았지 싶다. 그런데, 고것이 미꾸라지였나 보다.


  “미꾸라지가 어디 있어?” “저기 있어.” 어디 보자. 어디로 날아가서 어디에 숨었나 보자. 한참 살피니, 돌틈 풀포기 옆에 달라붙는다. 요 녀석. 이렇게 여기에 달라붙는들 네가 살겠느냐. 숨이 가빠서 죽지. 얼른 이리 와라.


  바가지에 미꾸라지를 넣고 물을 붓는다. 아이들은 미꾸라지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러다가 물놀이로 눈길을 돌린다. 이윽고 빨래터 이끼를 다 걷어내고 기지개를 켠다. 미꾸라지는 잘 있는가 들여다보는데, 없다. 어라. 어디 갔나? 설마 펄떡펄떡 춤추면서 바가지에서 벗어났나? 빨래터를 여기저기 살핀다. 아까보다 더 오래 살핀다. 수챗길까지는 가지 못했고, 빨래터 한쪽 바닥에서 힘을 거의 잃고 뻐끔거린다. 얘야, 수챗길로 가면 외려 너는 죽는다. 그리로 가면 그야말로 너한테는 죽음길이야.


  바가지에 다시 담는다. 이제 미꾸라지는 아주 얌전하다. 아이들이 신나게 논다. 언제까지 놀려나 하고 기다리는데,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덜덜 떨면서 “추워!” 한 마디만 내뱉고는 꼼짝을 않는다. 갑자기 추위가 닥쳤구나. 그러면 얼른 옷을 벗어야지. 아이들 옷을 갈아입힌 뒤 미꾸라지는 큰아이더러 빨래터에 다시 넣으라고 이른다. 겨울에도 빨래터는 얼지 않을 테니 미꾸라지는 겨우내 잘 살겠지. 다음에 또 만나자.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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