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09. 2014.11.1.ㄴ 김치맛 찌개와



  오늘 아침은 ‘김치찌개’라기보다는 ‘김치맛 찌개’이다. 일산 할머니가 부치신 김치를 통으로 옮기면서 김칫국물이 국그릇으로 하나 가득 남았고, 이 국물을 여러 날 건사했다. 이제 미역국은 그만 끓일까 하고 생각하면서 오늘 ‘김치맛 찌개’를 끓이기로 한다. 김치찌개 아닌 ‘김치맛 찌개’인 까닭은 김치는 없이 김칫국물과 배추로 끓이기 때문이다. 날배추를 아이들 한입거리에 맞게 썰어 소고기와 함께 폭 끓이면 ‘마치 김치를 끓인 듯’ 보인다. 이 국물은 덜 매워 아이들이 조금은 먹을 수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막상 밥상에 올리니 아이들은 건더기만 골라 먹어도 맵다면서 힘들어 한다. 밥돌이는 이럭저럭 먹지만 밥순이는 너무 괴로워 한다. 다음부터는 어머니 몫으로만 끓일게. 오늘 아침은 아버지가 잘못했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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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08. 2014.11.1.ㄱ 아침 입가심 까마중 



  아침 입가심으로 까마중을 훑는다. 이슬이 곱게 내려앉은 까마중을 오른손으로 따고 왼손에 그러모은다. 작은 접시를 둘 밥상에 놓고, 두 아이한테 반씩 나누어 준다. 나는 두 알만 먹는다. 지난해에는 늦가을까지 까마중을 누렸는데 올해에는 어쩌다가 조금 맛보는구나. 까마중이라는 이름과 까마중알 맛을 너희는 잘 떠올릴 수 있겠니? 아버지가 훑어 주지 않아도 우리 집 마당과 뒤꼍에서 너희가 언제라도 마음껏 훑어서 먹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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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푸름이한테 읽히려고 쓴다는 ‘청소년시’를 읽으면 거의 모든 작품이 ‘입시지옥에서 쪼그라드는 가녀린 넋’을 노래한다. 아무래도 중·고등학교가 한국에서 입시지옥 말고는 아무것이 아니니, 청소년시에서 이런 이야기만 다룰밖에 없겠구나 싶다. 그런데, 시집 한 권을 통째로 ‘입시지옥에서 기계나 종이 되는 바보스러운 하루’만 그리니, 이런 시집을 읽으면서 참으로 무거우면서 거북하다. 틀림없이 중·고등학교는 입시지옥이지만, 푸름이한테 입시지옥만 있을까? 어른들은 청소년시로 입시지옥만 노래해야 하는가? 입시지옥만 노래할 노릇이 아니라, 입시지옥을 없애려고 힘쓸 일이 아닐까? 입시지옥을 만든 사람은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입시지옥을 만들지 않았다. 아이들은 학교를 만들지 않았다. 어른들이 만든 학교이고, 어른들이 만든 입시지옥이다. 어른들은 학교와 입시지옥을 만들고서, 청소년시도 만들면서 청소년시로는 그예 입시지옥만 다룬다. 어딘가 좀 얄궂은 모양새 아닌가. 《그래도 괜찮아》라는 청소년시 꾸러미를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 시집이 참말 100% 입시지옥 이야기만 다뤘으면 너무 끔찍해서 끝까지 못 읽었겠다고. 군데군데 ‘푸른 꿈’과 ‘푸른 삶’ 이야기가 있어서, 겨우 끝까지 읽는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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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아
안오일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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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10.22.

 : 장갑과 모자를 찾는 철



- 장갑과 모자를 찾는 철이다. 들길을 거닐 적에는 굳이 장갑과 모자를 찾지 않아도 되지만, 자전거를 달릴 적에는 장갑과 모자를 찾아야 한다. 찬바람이 싱싱 불고, 샛자전거나 수레에 앉아서 함께 움직이자면 자칫 몸이 얼 수 있으니까.


- 자전거순이는 모자를 안 쓰겠다고 앙앙거리더니 우는 얼굴이 된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맞이하는 차가운 바람맛을 네가 아직 못 깨닫는구나. 아무리 따스한 고장인 고흥이지만, 이제는 저녁이 되어 해가 기울면 저녁바람이 몹시 차단다. 너는 엊그제 손이 시렵다면서 샛자전거에서 언손을 호호 불면서 녹였어.


- 마을 한 바퀴를 돌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들길에서 한 차례 세운다. 돌콩이 자라는 곳에서 살짝 쉬기로 한다. 아이들이 저녁 자전거마실을 하면서 추울 테니 숨을 돌리는 한편, 아직 알맹이가 달린 돌콩이 보여 얼마쯤 훑는다. 돌콩 씨앗을 주머니에 넣는다. 우리 도서관 둘레에 뿌리려 한다. 이듬해 봄에 우리 도서관 둘레에서 딸기싹도 새로 돋고 돌콩싹도 씩씩하게 날 수 있기를 빈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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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자라는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10.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도서관에 간다. 책순이는 걸상을 받치고 높은 곳에 꽂힌 그림책을 하나씩 꺼내어 읽는다. 책순이는 이 그림책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고 떠올린다. 그래, 네가 어릴 적에 본 그림책이지. “그런데 이 책들 왜 집에 안 놔요?” 책순아, 이 그림책을 조그마한 우리 집에 모두 두면 우리가 집에서는 옴쭉달싹 못한단다. 집에 둔 책도 가뜩이나 많아 더 옮겨야 하지.


  책순이가 손에 쥐는 그림책은 책순이가 태어난 뒤 장만한 그림책도 있으나, 이 아이들이 태어나기 앞서 아버지가 하나둘 모은 그림책도 있다. 나는 아이들을 맞이하기 앞서 그림책을 두루 읽으면서 살았다. 왜냐하면, 그림책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은, 단출한 글과 그림으로 모든 이야기를 담아서 들려준다. 짤막한 그림책이라 여길 수 없다. 수없이 되읽으면서 언제나 새롭게 깨닫도록 이끄는 그림책이다. 아이도 어른도 그림책을 한 번 장만하면 백 번쯤 가볍게 되읽는다. 그야말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은 천 번도 읽고 이천 번도 읽는다. 온누리 어떤 책을 이렇게 천 번쯤 읽을 수 있을까? 온누리 어떤 책이 천 번쯤 읽도록 이끌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도서관이 자란다. 어른과 함께 도서관이 자란다. 도서관은 ‘건물’이 아니다. 도서관은 ‘책’이 아니다. 도서관은 마을과 함께 오래오래 뿌리를 내리면서 이어가는 ‘이야기’이다. 도서관이 마을에 있어야 하는 까닭은 ‘책 문화’나 ‘교육 복지’ 때문이 아니다. 도서관은 마을에서 ‘모든 마을사람과 함께 자라는 쉼터요 삶터’ 구실을 한다.


  우리 도서관을 둘러싼 나무와 풀이 모두 뽑히고 사라진다. 너무 휑뎅그렁하다. 하루 빨리 이 도서관을 우리 것으로 삼아야,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있던 나무를 함부로 뽑아 없애는 짓을 막을 수 있다. 이 도서관이 언제까지나 우리 마을과 이웃 여러 마을 사이에서 살가운 쉼터와 삶터와 책터 구실을 할 수 있기를 빌고 또 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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