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부터 《어머니 알통》을 읽는다. 장만한 지 한참 되었는데, 장만한 줄조차 잊고 지내다가 엊그제 책꽂이를 갈무리하다가 문득 보았다. 몇 해 앞서 이 시집을 읽었으면 그때에는 무엇을 느꼈을까. 큰아이가 일곱 살인 이즈막에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나는 무엇을 느낄까. 나는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짓고, 우리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어떤 이야기를 물려받을 만한가 돌아보면서 차근차근 읽는다. 어머니 이야기를 시로 엮은 의사 아저씨가 반갑다. 4347.11.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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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알통
서홍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1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11월 2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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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 《고양이 라면》에는 라면을 끓이는 고양이가 나온다. 라면집지기인 고양이는 라면집을 하고 싶어 라면집을 한다. 잘 끓이는지 못 끓이는지 알 수 없지만, 고양이털이 라면에 묻어나기도 하지만, 알바생한테 돈을 뜯기기도 하지만, 언제나 웃고 노래하면서 라면집을 지킨다. 고양이가 지키는 라면집을 찾아오는 손님은 라면을 먹으러 오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기쁨을 북돋우려는 마음이 제법 크지 싶다. 라면집을 지키는 고양이와 말을 섞고 생각을 나누면서 새롭게 기운을 낸달까. 다만, 만화책 《고양이 라면》에 나오는 라면집지기 고양이는 퍽 자주 바보스럽거나 어처구니없는 짓을 일삼는다. 그런데 이 바보스럽거나 어처구니없는 짓이 꽤 귀엽다. 아주 어렵거나 막다른 곳에 이르면, 갑작스레 ‘아버지 고양이’가 나타나서 살며시 돕는다. 참 재미있는 만화이다. 4347.11.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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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라면 3
켄지 소니시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0년 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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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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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깃 여미기



  오늘 따라 두 아이가 이불을 자꾸 걷어차며 잔다. 많이 고단한가 보다. 나는 바지런히 이불깃을 여민다. 여느 날에도 밤마다 수없이 이불깃을 여미는데, 참말 아이는 으레 이불을 뻥뻥 걷어차면서 자는가 보다. 아무래도 몸이 무럭무럭 자라는 터라, 잠을 자는 동안에도 꿈속에서 놀고 날 테니까, 이렇게 신나게 자고 신나게 이불을 걷어찰 테지.


  내 어릴 적에도 어머니는 으레 내 이불깃을 여미어 주었다. 나는 어머니가 이불깃을 여미어 줄 적에 늘 이를 알아챘다. 다만, 실눈을 뜨고 살며시 바라보았고, 이불깃을 여미어 주는 손길이 좋아 어느 날은 일부러 이불을 걷어차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어버이 손길을 더 받고 싶어서 일부러 이불을 걷어찰까? 4347.11.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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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해에 걸쳐 읽은 시집 (황명걸)



  시집 한 권을 열 해에 걸쳐 읽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시집을 이렇게 읽지는 않는다. 이렇게 읽을 만한 시집이로구나 싶을 적에 이렇게 읽는다.


  2014년 오늘, 황명걸 님 시집 《흰 저고리 검정 치마》를 놓고 느낌글을 쓴다. 이 시집은 2004년에 처음 나왔고, 나는 이때부터 이 시집을 읽었다. 내 책상맡과 책시렁에서 하도 손때를 받은 탓에, 얼마 앞서 스캐너로 이 시집 겉그림을 긁으며 보니 하얀 겉종이에 가무스름한 때가 듬성듬성 끼었다.


  황명걸이라는 ‘늙은 시인’은 시집을 아주 드물게 내놓는다. 나이도 많이 자신 분이 고작 세 권 선보였다. 앞으로 이녁이 흙으로 돌아가기 앞서 한 권쯤 더 선보일 수 있을까? 더디다 못해 뜸하게 내놓는 시집이기도 하지만, 쉬 읽어치우고 싶지 않아, 시를 읽는 사람으로서 더디게, 뜸하게, 천천히, 느긋하게 하나하나 곱씹으니 어느새 열 해가 흘렀다. 시를 쓴 나날이 쉰 해가 넘는데, 내놓은 시집이 세 권이라면, 이녁 시를 읽는 사람도 쉰 해가 넘는 나날에 걸쳐 아주 차근차근 오물조물 곱씹을 만하리라 느낀다. 겨를 덜 벗긴 누런쌀을 오래오래 씹어서 단물을 쪽쪽 빨아서 먹듯이, 이녁 시집을 오래오래 씹어서 단물을 쪽쪽 빨아서 읽을 만하리라 느낀다. 4347.11.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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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저고리 검정 치마 - 황명걸 시집
황명걸 지음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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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81



예쁜 사람들

― 흰 저고리 검정 치마

 황명걸 글

 민음사 펴냄, 2004.11.29.



  제법 굵은 빗줄기가 퍼붓는 가을 낮에 마을 어귀에 서서 군내버스를 기다립니다. 두 아이는 빗속이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비 내리는 가을날 나들이인 터라 새롭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따라 오지 않는 군내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틀림없이 들어와야 하는 때에 버스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불러 읍내로 나가기로 하는데, 다섯 군데에 전화를 건 끝에 겨우 한 대 부를 수 있습니다.


  군내버스를 타지 못했으니 찻삯이 더 들기도 하지만, 늘 부르는 택시가 아닌 처음 부르는 택시를 탄 터라, 여느 때보다 찻삯이 더 듭니다. 택시삯을 치르고 내리면서 가만히 생각합니다. 다른 택시보다 1/3을 더 받은 오늘 탄 택시를 모는 아재는, 이만큼 삯을 받으면 돈을 얼마나 더 모을 만할까요. 오늘 탄 이 택시처럼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택시를 모는 아재는, 이녁 일삯을 다달이 어느 만큼 모을 만할까요.



.. 모처럼 서울 인사동에 출타 나왔다가 시골 수릉리 집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 안에서,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하고 여류 최영미가 내뱉은 〈지하도에서〉의 촌철살인적 경구의 적절함에 감탄하면서, 우리 산하의 사계를 간판그림처럼 곱게 그린 구리 어느 아파트를 지나면서는, 어지러웠던 머리가 한결 개운해진다 ..  (歸路辭說)



  고흥 읍내에 튀김닭 파는 집이 꽤 많습니다. 우리 식구는 고흥 읍내 모든 닭집에 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이곳저곳 가 보기는 했는데, 썩 마음에 들어 다시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데는 얼마 앞서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깊은 두멧시골에도 튀김닭을 파는 집이 있어서 아이들과 어쩌다 한 번 갈 수 있구나 싶어 ‘고맙다’고 여겼습니다. 맛으로도 값으로도 이냥저냥 당기지 않았어요. 면소재지에는 튀김닭집이 한 군데 있고, 그곳에서는 우리 마을까지 날라다 주기는 하지만, 어딘가 알 수 없이 매워 아이들이 먹지 못하고, 제대로 튀기지 않아 핏물이 돌기 일쑤이면서, 값까지 비싸서 더는 그곳에서 시키지 않습니다.


  지난달에 ‘닭집 선물권’을 석 장 얻었습니다. 어느 잡지사에서 찾아온 손님한테 취재를 받았고, 취재 이야기가 잡지에 실린 뒤, 취재를 받아 주어 고맙다는 뜻으로 ‘닭집 선물권’을 우리한테 보내 주었습니다. 백화점 선물권도 아니고 구두 선물권도 아니고 ‘닭집 선물권’이라니, 참 재미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닭집이 고흥 같은 시골에도 있나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살피니 읍내에 한 군데 있습니다.


  와, 고흥도 있을 곳은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언제 그 닭집에 갈 날을 손꼽았으며, 열흘 앞서 한 번 찾아가서 선물권을 씁니다. 이날 찾아가서 ‘고흥에 터를 잡아 지낸 지 처음’으로 ‘다시 찾아가서 맛나게 먹을 만한 닭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톡 쏘는 쐬주 한 잔에 / 감칠맛 나는 과메기 한 점을 / 생미역에 둘둘 말아 안주 삼는 / 이 한때의 살맛 ..  (과메기)



  가을비 퍼붓는 날에 바가지 택시삯을 물고 읍내 튀김닭집에 가서 느긋하게 앉아 저녁을 먹습니다. 두 아이는 배불리 먹고 더 못 먹습니다. 곁님도 넉넉히 먹습니다. 나는 이렁저렁 즐겁게 먹습니다. 이제껏 읍내 다른 가게에서는 두 마리를 시켜야 비로소 아이들이 배불리 먹는데, 이곳에서는 한 마리를 시켜도 배불리 먹습니다.


  무엇이 다를까요. 가게마다 무엇이 다를까요. 가게를 꾸리는 일꾼마다 무엇이 다를까요.



.. 흰 저고리 검정 치마 / 너무 아름다워 흠갈라 ..  (흰 저고리 검정 치마)



  황명걸 님 시집 《흰 저고리 검정 치마》(민음사,2004)를 진작 읽었습니다. 시집을 워낙 드물게 내신 할배(이제는 할배이지요)라,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고, 틈틈이 다시 읽었습니다.


  황명걸 님이 열 해 앞서 2004년에 선보인 세 권째 시집에 붙은 이름을 읽으면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열 해 앞서도 빙그레 웃었고, 열 해가 지난 오늘도 빙그레 웃습니다. 나는 이 시집을 ‘이름만 읽으’면서도 황명걸 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가 하는 대목을 환하게 알아차렸습니다. 겉그림과 책 꾸밈새도 시집 이름을 잘 드러내고, 시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잘 살렸습니다. 멋진 시집입니다.



.. 일제 시대 내가 어릴 적 / 작은 장난감 일본도를 가지고 싶어했던 나에게는 / 일 천황 군모 위의 장식 깃털이 꼭 억새를 닮아 멋있어 보였던 / 부끄러운 기억이 있네 ..  (억새)



  예쁜 아이들은 언제나 예쁩니다. 예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예쁜 어른이 됩니다. 예쁜 어른은 예쁜 아이를 낳습니다. 예쁜 어른은 예쁜 아이를 낳아 예쁜 말을 물려줍니다. 예쁜 어른은 어떤 일을 하든 예쁜 마음으로 예쁜 손길을 펼칩니다.


  그러면, 그러면 말이지요, 안 예쁜 어른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 가운데 안 예쁜 아기가 있을까요? 아장아장 걷고 옹알이를 하는 아기 가운데 안 예쁜 아기가 있을까요?


  무시무시한 독재와 전쟁과 폭력 따위를 일으킨 이들도 갓 태어났을 적에는 아주 예뻤으리라 생각합니다. 안 예쁠 수 없습니다. 핵무기를 만들고 핵발전소를 세우는 이들조차 갓난쟁이였을 적에는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웠을까요. 지구를 쥐락펴락 갖고 논다는 재벌 우두머리도 두어 살 꼬맹이였을 적에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웠을까요.



.. 내 안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 있다 / 내 안에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있다 / 이빨을 드러내는 일촉즉발의 대치, 독사의 눈같이 싸늘한 반목 / 겨 묻은 개 똥 묻은 개 얼려 뒹구는 이전투구 / 남북의 팽팽한 긴장, 여야의 치사한 대결이 / 내 안에 있다. 시뻘겋게 살아 있다 ..  (내 안의 사라예보)



  우리는 모두 예쁜 사람입니다. 너와 나는 다 함께 예쁜 이웃입니다. 이 책도 예쁘고 저 책도 예쁩니다. 이 신문도 예쁘고 저 신문도 예쁩니다.


  고흥 읍내에 있는 우체국에 가면, 몇 가지 주간잡지를 여러 권 놓습니다. 가져가서 보고픈 사람은 가져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주간잡지는 한두 달이 가도 안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사람들이 잘 안 가져갑니다. 나도 이 주간잡지를 안 가져갑니다. ㅈㅈㄷ에서 내는 주간잡지가 아니지만, 이른바 ‘진보’ 쪽에 선다고 하는 이들이 엮는 주간잡지이지만, 읍내 우체국에 들러서 소포를 부친 뒤 살짝 숨을 돌리면서 이 주간잡지를 손에 쥐어 차례를 보고 몸글을 죽 살피는데, 시골사람한테 눈길을 끌 만한 이야기는 한 꼭지도 없습니다.


  시골사람한테 ‘시사’나 ‘논쟁’이나 ‘초점’이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시골사람한테는 ‘땅을 가꾸는 이야기’나 ‘들을 돌보는 이야기’나 ‘숲을 사랑하는 이야기’나 ‘풀을 먹는 이야기’쯤 되어야 눈길이 갈 만합니다. 그런데, 신문이든 잡지이든 방송이든 책이든, 이런 이야기를 거의 안 다뤄요.


  대통령 아무개를 나무라는 이야기를 열 쪽 스무 쪽 채운들 나라가 달라질까요? 어처구니없는 짓이 늘 터지는 한국 사회이기에 어처구니없는 일을 열 쪽이든 스무 쪽이든 다룰밖에 없기도 할 테지만, 백 쪽 남짓 엮는 잡지 가운데 한두 쪽쯤은 ‘삶을 밝히고 삶을 손수 가꾸며 삶을 기쁨으로 짓는 이야기’를 실을 만하지 않느냐 싶어요. 이런 이야기가 있어야 비로소 주간잡지이든 일간신문이든 시골에서 읽히거나 팔릴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 하지만 악수하고 싶어라 / 저들의 손 뜨겁게 잡고서 / 저들의 생생한 기를 받고 싶어라 ..  (손에 관하여)



  흰 저고리가 이쁩니다. 검정 치마가 이쁩니다.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은 사람은 그지없이 이쁩니다. 한겨레 옷이기에 이쁘다기보다, 이쁘니까 이쁩니다.


  가시내는 치마저고리를 입으며 이쁩니다. 사내는 바지저고리를 입으며 이쁩니다. 그리고, 가시내도 바지와 저고리를 입을 수 있고, 사내고 치마와 저고리를 입을 수 있습니다. 옷차림이야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쁜 생각으로 이쁜 손길을 뻗어 이쁜 삶을 일구면 언제나 이쁩니다.


  읍내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적에는 군내버스를 탑니다. 네 살 작은아이는 군내버스에 잠들고,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내린 뒤 한손으로 우산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 잠든 아이를 가슴에 품어 집으로 걸어서 오는데, 집에 닿으니 작은아이가 눈을 번쩍 뜹니다.


  큰아이도 이랬고 작은아이도 이렇습니다. 아마, 나도 어릴 적에 이랬을 테지요. 아이들도 나도 모두 이쁜 사람입니다. 4347.11.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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