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해에 걸쳐 읽은 시집 (황명걸)



  시집 한 권을 열 해에 걸쳐 읽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시집을 이렇게 읽지는 않는다. 이렇게 읽을 만한 시집이로구나 싶을 적에 이렇게 읽는다.


  2014년 오늘, 황명걸 님 시집 《흰 저고리 검정 치마》를 놓고 느낌글을 쓴다. 이 시집은 2004년에 처음 나왔고, 나는 이때부터 이 시집을 읽었다. 내 책상맡과 책시렁에서 하도 손때를 받은 탓에, 얼마 앞서 스캐너로 이 시집 겉그림을 긁으며 보니 하얀 겉종이에 가무스름한 때가 듬성듬성 끼었다.


  황명걸이라는 ‘늙은 시인’은 시집을 아주 드물게 내놓는다. 나이도 많이 자신 분이 고작 세 권 선보였다. 앞으로 이녁이 흙으로 돌아가기 앞서 한 권쯤 더 선보일 수 있을까? 더디다 못해 뜸하게 내놓는 시집이기도 하지만, 쉬 읽어치우고 싶지 않아, 시를 읽는 사람으로서 더디게, 뜸하게, 천천히, 느긋하게 하나하나 곱씹으니 어느새 열 해가 흘렀다. 시를 쓴 나날이 쉰 해가 넘는데, 내놓은 시집이 세 권이라면, 이녁 시를 읽는 사람도 쉰 해가 넘는 나날에 걸쳐 아주 차근차근 오물조물 곱씹을 만하리라 느낀다. 겨를 덜 벗긴 누런쌀을 오래오래 씹어서 단물을 쪽쪽 빨아서 먹듯이, 이녁 시집을 오래오래 씹어서 단물을 쪽쪽 빨아서 읽을 만하리라 느낀다. 4347.11.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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