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943 : 화채 위 우아(優雅) 개념 직렬 주


그대는 화채 위에 꽃을 뿌리며 우아(優雅)라는 개념을 직렬로 주었고

→ 그대는 꽃밥에 꽃을 뿌리며 아름답다는 뜻을 그대로 보였고

→ 그대는 꿀밥에 꽃을 뿌리며 눈부시다는 빛을 곧바로 밝혔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고명재, 난다, 2026) 19쪽


꽃을 놓아 달게 마시기에 ‘화채’라고도 한다지요. 꽃을 놓는다면 ‘꽃밥·꽃물’이라 할 만하고, 달게 마신다면 ‘꿀밥·꿀물’이라 할 만합니다. 꽃밥에 꽃을 뿌립니다. 꽃나물에 꽃을 얹습니다. 아름답구나 하고 그대로 느낍니다. 눈부신 빛을 곧바로 밝힙니다. 고운 길을 고스란히 봅니다. 반짝이는 뜻을 확 받아들입니다. ㅍㄹㄴ


화채(花菜) : 꿀이나 설탕을 탄 물이나 오미잣국에 과일을 썰어 넣거나 먹을 수 있는 꽃을 뜯어 넣고 잣을 띄운 음료

우아하다(優雅-) :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

개념(槪念) : 1.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2. [사회] 사회 과학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회적 사실들에서 귀납하여 일반화한 추상적인 사람들의 생각. 예를 들어 사람들이 많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된다 3. [철학]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된 요소를 뽑아내어 종합하여서 얻은 하나의 보편적인 관념. 언어로 표현되며, 일반적으로 판단에 의하여 얻어지는 것이나 판단을 성립시키기도 한다

직렬(直列) : [전기·전자] 전기 회로에서 발전기, 축전기, 전지 따위를 일렬로 연결하는 일 = 직렬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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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942 : 안 들 -집


끓는 솥 안에서 무 조각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둥글어집니다

→ 끓는 솥에서 무조각이 어깨를 부딪치며 둥글둥글합니다

→ 끊는 솥에서 무조각이 어깨를 부딪치며 둥글합니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고명재, 난다, 2026) 10쪽


솥에 물을 넣고서 끓입니다. 무를 끓인다면 솥에서 무조각이 부딪칠 테지요. 모난 조각이 부딪히노라면 둥글둥글 바뀝니다. 옮김말씨처럼 ‘안’을 잘못 쓰고 ‘-들’을 군더더기로 붙이면서 ‘둥글어집니다’로 잘못 쓴 보기글입니다. 살며시 덜어내어 둥글둥글 가다듬습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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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써둔 글인데 여태 묵혔다가 올려놓는다.


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뱁새라는 너



  참으로 가득할 만큼 사람 곁에서 어울리는 참새가 있고, 밝게 노래하는 박새가 있고, 톡톡 내려앉듯 슬슬 나는 할미새가 있고, 더없이 조고만 몸으로 살랑대는 뱁새가 있다. 오래오래 속삭인 새이름에는 오래오래 이웃으로 지낸 마음이 흐른다. ‘참새·박새·할미새·뱁새·딱새·콩새·한새’ 같은 이름은 더 낫거나 좋거나 나쁘지 않다. 굳이 ‘뱁새’라는 이름을 나쁘게 여기어 ‘붉은머리오목눈이’로 바꾸어야 하지 않다.


  이른아침에 논둑길을 달려서 옆마을로 간다. 제비 셋이 머리 위로 가까이 스치며 노래한다. 참새 여럿이 가볍게 날며 노래하더니, 시든 억새포기에 사뿐히 앉는다. 작고 가벼운 몸이니, 시든 풀줄기에도 앉지. 달리다가 슬슬 거닐면서 참새떼를 바라본다. 이내 구름이 걷히고서 해가 난다. 이웃마을 느티나무에 새잎이 돋는다. 느티잎을 나물로 즐길 무렵이다. 2003년 가을 어느 날 권정생 할배가 “마, 예전에 먹을것이 없어서 느티잎도 떡으로 해먹었지.” 하고 알려준 적이 있다. 이 말씀을 듣고서 이듬해 봄을 기다렸다. 느티잎이 새로 돋을 한봄을 기다려서 한 잎씩 톡톡 끊어서 머금어 보았다. 처음에는 낯선 맛이었으나 이내 느티잎 푸른맛을 반겼다. 따로 떡을 안 하고서 잎을 나물로 삼으면 되더라.


  옅푸른 잎빛이 짙게 물들면 슬슬 억세다. 이때에는 다른 나뭇잎을 훑으면 된다. 불긋나무(단풍나무)도 갓 돋은 새잎을 이레나 열흘쯤 나물로 삼을 수 있다. 애벌레는 한 가지 잎만 갉지만 사람은 모든 잎을 다 훑을 수 있다. 들풀과 숲나무는 철철이 새빛으로 누구한테나 베풀면서 싱그럽다.


  시골버스를 타고서 붓을 쥔다. 사람 곁에서 나란히 하루를 살아가는 조그마한 이웃넋을 글줄로 그려 본다. 그래, 뱁새 이야기를 그리자. 이 조그마한 날갯짓과 몸짓으로 여태 우리 곁에서 싱그러이 춤노래를 베푼 새빛(날아다니는 새로서 새롭게 사이를 잇는 빛)을 적자.


  오늘은 나흘 만에 해를 본다. 봄해는 밝고 맑게 들숲마을을 비춘다. 눈을 떠서 하늘을 본다. 눈을 감고서 하루길을 헤아린다. 참새 못잖게 뱁새가 확 줄었다. 제비 못잖게 한새도 왜가리도 확 줄었다. 새 한 마리한테 땅 한 뼘 나누는 마음을 살리고 싶다. 박쥐도 소쩍새도 뻐꾸기도 꾀꼬리도 깃들 만한 숲이 서울 한복판에도 있기를 빈다. 새바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마을일꾼(지자체장·기초의원)으로 나서기를 빈다. 온 가지 새이름까지 알기를 바라지 않으나, 마을일꾼이라면 적어도 서른 가지 새이름을 알면서 마을 곳곳에 품을 줄 아는 눈썰미여야지 싶다. 나는 새랑 노래하고 놀이할 줄 아는 사람을 마을일꾼으로 뽑고 싶다. 2026.4.13.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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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의 계절 - 2025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도서 ㅣ 고정순 그림책방 3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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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9.27.

그림책시렁 1644


《난독의 계절》

 고정순

 길벗어린이

 2024.10.31.



  노래하는 심수봉 씨가 시골잔치(지역축제)에서 읊은 말마디는 한창 도마에 오릅니다(2026.9.). 노래꾼이 노래보다는 딴짓에 휩쓸린다면 따끔하게 한마디 할 만하지만, 따끔말은 얼굴을 마주보며 들려줄 일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두 가지 수렁에 스스로 잠깁니다. 먼저, 배움터가 배움빛을 잃어요. 다음으로, 스스로 배우는 눈을 잊습니다. 길잡이책이 ‘캐릭터북’으로 바뀐 지 오래요, 어린이와 푸름이는 붓(연필)도 없이 멍하니 자리에 앉았다가 때 되면 달구지(학원버스·자가용)에 몸을 싣고서 다른곳으로 옮기기 일쑤입니다. 누구나 낱말책을 끼면서 말뿐 아니라 깊넓게 익히듯 꾸밈머리(ai)를 돌려서 이모저모 찾아볼 만하지만, 손과 몸과 마음을 나란히 쓰는 살림길을 잊고 잃는다면 온통 새까만 앞길만 있을 뿐입니다.


  《난독의 계절》은 그림님이 보낸 어린날을 돌아보는 줄거리입니다. 그림님뿐 아니라 숱한 어린이는 열 살 남짓 이르는 동안 글을 못 읽거나 못 쓰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글은 늦게 익혀도 되고 안 익혀도 됩니다. 말을 하면 되거든요. 우리는 스스로 철이 들면서 때가 되면 글이건 그림이건 살림이건 알아차리면서 손수 가다듬게 마련입니다. 나이가 찼으니 눈금(학년)을 올려야 하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배움터는 나이를 눈금으로 가르지 않아야 합니다. 배우고 싶은 모든 사람이 ‘내 눈길’에 맞춰서 눈금을 하나하나 다스리면 되고, 힘들거나 어려우면 어느 눈금에 한두 해 더 머물면 됩니다. 때로는 한두 해나 여러 해를 쉬고서 다시 다녀도 되고요.


  ‘까만철’이나 ‘하얀철’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글씨가 까맣게 보이거나 종이만 하얗게 보이더라도 멀쩡히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뛰놀고 조잘조잘 떠들 뿐 아니라, 집살림을 도울 줄 알면 됩니다. 이제는 꽤 이른 나이부터 글을 깨치는 나라로 바뀝니다만, 글은 일찍 깨치되 철은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앞길이 캄캄하거나 새하얄 뿐입니다. 글은 몰라도 살림지기로 살아온 숱한 분이 있기에 푸른별이 푸른숲으로 이어올 수 있습니다.


ㅍㄹㄴ


《난독의 계절》(고정순, 길벗어린이, 2024)


치명적인 엉덩이

→ 끔찍한 엉덩이

→ 무시무시 엉덩이

→ 죽이는 엉덩이

2쪽


바깥세상이 궁금해

→ 바깥이 궁금해

16쪽


희한한 일을 척척 해내는 나도 못하는 게 있었다

→ 뜬금짓을 척척 해내면서도 못하는 일이 있다

→ 엉뚱하게 척척 해내면서도 못하는 일이 있다

→ 난 남다르게 척척 해냈는데 못하는 일이 있다

→ 난 웃기는 일도 척척 하면서 못하는 일이 있다

22쪽


사실 나의 짝꿍도 글을 잘 쓸 줄 몰랐다

→ 뭐 짝꿍도 글을 잘 쓸 줄 몰랐다

→ 다만 짝도 글을 잘 쓸 줄 몰랐다

39쪽


딱 좋은 지금이 모여 나는 자랐다

→ 나는 딱 좋은 오늘이 모여 자랐다

→ 나는 딱 좋은 하루가 모여 자랐다

86쪽


자라면서 나는 무수한 나를 만날 것이다

→ 나는 자라면서 숱한 나를 만난다

→ 나는 자라면서 온갖 나를 만난다

→ 나는 자라면서 나를 끝없이 만난다

106쪽


먼 훗날 나는 이 시절을 ‘난독의 계절’이라고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 나는 나중에 이무렵을 ‘새까만 철’로 떠올릴지 모른다

→ 나는 먼뒷날 이때를 ‘하얀날’이라고 되새길지 모른다

→ 나는 이다음에 이맘때를 ‘멍했다’고 돌아볼지 모른다

→ 나는 뒤안길에 이즈음을 ‘새카맣’게 곱씹을지 모른다

10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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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응급적


 응급적 처치만 하고서 → 손만 보고서 / 어영부영 하고서 / 때우기만 하고서

 응급적인 조치였다 → 땜질이었다 / 어물쩍이었다 / 눈가림이었다


  낱말책에 ‘응급적’은 없습니다. 없을 만합니다. ‘응급(應急)’은 “급한 대로 우선 처리함. 또는 급한 정황에 대처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곧바로·곧장·바로빨리’나 ‘바로·바로바로·바로길·바로꽃·바로빛’으로 손봅니다. ‘서두르다·서둘러·얼른·얼른얼른·빨리·빨리빨리’나 ‘벼락·벼락치다·벼락같다·벼락처럼·벼락날개·벼락나래’로 손볼 수 있습니다. ‘바람·바람같다·바람처럼·바람판’이나 ‘그때그때·그때마다·그곳·그쪽·그켠·그자리’로 손보고요. ‘깁다·기우다·손대다·손보다·손질하다·추스르다’나 ‘때우다·땜·땜질·땜하다·갑작손질’로 손봐요. ‘물타기·시늉·시늉하다·시늉질’이나 ‘어물·어물어물·어물거리다·어물쩍·어물쩡·엄펑·엄펑소니’로 손봐도 됩니다. ‘어설프다·어수룩하다·어영부영·어찌저찌·어찌어찌’나 ‘얼김·엉너리·엉너릿손·엉성하다·어벙하다·두리벙하다’로 손볼 만하지요. ‘이래저래·이러니저러니·이렇든 저렇든·이렇다 저렇다’나 ‘눈가림·눈가리다·눈가림짓·눈가림질·눈가림말’로도 손봅니다. ‘눈속임·눈속임길·눈속임짓·눈속임질·눈속임그림·눈속임글·눈속임말’이나 ‘버티다·버팅기다·벋대다·뻗대다·뻗장대다·비기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빤하다·뻔하다’로 손보며, ‘겉치레·겉으로·겉질·겉짓·겉꾼·겉사랑’이나 ‘겉옷·겉저고리·겉두루마기’로 손보기도 합니다. ㅍㄹㄴ



그것도 노동력 하나에만 의지하는 탄산炭山의 증가와 확장은 응급적인 증산에 불과하다는 측면을 감안하여

→ 게다가 몸뚱이 하나에만 기대는 돌메가 퍼지기에 땜질처럼 늘릴 뿐인 줄 헤아려

→ 더구나 몸 하나에만 매달리는 돌밭이 늘어나느라 그때그때 더 캘 뿐인 줄 살펴

《조선인 강제연행》(도노무라 마사루/김철 옮김, 뿌리와이파리, 2018)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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