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의 계절 - 2025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도서 ㅣ 고정순 그림책방 3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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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9.27.

그림책시렁 1644


《난독의 계절》

 고정순

 길벗어린이

 2024.10.31.



  노래하는 심수봉 씨가 시골잔치(지역축제)에서 읊은 말마디는 한창 도마에 오릅니다(2026.9.). 노래꾼이 노래보다는 딴짓에 휩쓸린다면 따끔하게 한마디 할 만하지만, 따끔말은 얼굴을 마주보며 들려줄 일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두 가지 수렁에 스스로 잠깁니다. 먼저, 배움터가 배움빛을 잃어요. 다음으로, 스스로 배우는 눈을 잊습니다. 길잡이책이 ‘캐릭터북’으로 바뀐 지 오래요, 어린이와 푸름이는 붓(연필)도 없이 멍하니 자리에 앉았다가 때 되면 달구지(학원버스·자가용)에 몸을 싣고서 다른곳으로 옮기기 일쑤입니다. 누구나 낱말책을 끼면서 말뿐 아니라 깊넓게 익히듯 꾸밈머리(ai)를 돌려서 이모저모 찾아볼 만하지만, 손과 몸과 마음을 나란히 쓰는 살림길을 잊고 잃는다면 온통 새까만 앞길만 있을 뿐입니다.


  《난독의 계절》은 그림님이 보낸 어린날을 돌아보는 줄거리입니다. 그림님뿐 아니라 숱한 어린이는 열 살 남짓 이르는 동안 글을 못 읽거나 못 쓰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글은 늦게 익혀도 되고 안 익혀도 됩니다. 말을 하면 되거든요. 우리는 스스로 철이 들면서 때가 되면 글이건 그림이건 살림이건 알아차리면서 손수 가다듬게 마련입니다. 나이가 찼으니 눈금(학년)을 올려야 하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배움터는 나이를 눈금으로 가르지 않아야 합니다. 배우고 싶은 모든 사람이 ‘내 눈길’에 맞춰서 눈금을 하나하나 다스리면 되고, 힘들거나 어려우면 어느 눈금에 한두 해 더 머물면 됩니다. 때로는 한두 해나 여러 해를 쉬고서 다시 다녀도 되고요.


  ‘까만철’이나 ‘하얀철’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글씨가 까맣게 보이거나 종이만 하얗게 보이더라도 멀쩡히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뛰놀고 조잘조잘 떠들 뿐 아니라, 집살림을 도울 줄 알면 됩니다. 이제는 꽤 이른 나이부터 글을 깨치는 나라로 바뀝니다만, 글은 일찍 깨치되 철은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앞길이 캄캄하거나 새하얄 뿐입니다. 글은 몰라도 살림지기로 살아온 숱한 분이 있기에 푸른별이 푸른숲으로 이어올 수 있습니다.


ㅍㄹㄴ


《난독의 계절》(고정순, 길벗어린이, 2024)


치명적인 엉덩이

→ 끔찍한 엉덩이

→ 무시무시 엉덩이

→ 죽이는 엉덩이

2쪽


바깥세상이 궁금해

→ 바깥이 궁금해

16쪽


희한한 일을 척척 해내는 나도 못하는 게 있었다

→ 뜬금짓을 척척 해내면서도 못하는 일이 있다

→ 엉뚱하게 척척 해내면서도 못하는 일이 있다

→ 난 남다르게 척척 해냈는데 못하는 일이 있다

→ 난 웃기는 일도 척척 하면서 못하는 일이 있다

22쪽


사실 나의 짝꿍도 글을 잘 쓸 줄 몰랐다

→ 뭐 짝꿍도 글을 잘 쓸 줄 몰랐다

→ 다만 짝도 글을 잘 쓸 줄 몰랐다

39쪽


딱 좋은 지금이 모여 나는 자랐다

→ 나는 딱 좋은 오늘이 모여 자랐다

→ 나는 딱 좋은 하루가 모여 자랐다

86쪽


자라면서 나는 무수한 나를 만날 것이다

→ 나는 자라면서 숱한 나를 만난다

→ 나는 자라면서 온갖 나를 만난다

→ 나는 자라면서 나를 끝없이 만난다

106쪽


먼 훗날 나는 이 시절을 ‘난독의 계절’이라고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 나는 나중에 이무렵을 ‘새까만 철’로 떠올릴지 모른다

→ 나는 먼뒷날 이때를 ‘하얀날’이라고 되새길지 모른다

→ 나는 이다음에 이맘때를 ‘멍했다’고 돌아볼지 모른다

→ 나는 뒤안길에 이즈음을 ‘새카맣’게 곱씹을지 모른다

10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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