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10.30.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남궁인 글, 문학동네, 2021.7.12.



‘고흥마을대학’이 다섯돌을 맞이해서 고흥읍에서 이야기밭(토론회)을 연다. 지난 열흘 사이에 쉴틈없이 여러 고장을 다녀오느라 한껏 힘썼기에, 나갈까 말까 망설인다. 그래도 나가서 손을 보태자고 여긴다. 옆마을로 걸어가서 12:20 시골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일어서다가 걸상 바닥쇠에 오른뒤꿈치가 쿡 하고 큰소리를 낼 만큼 찍힌다. 그러려니 했으나, 내려서 들여다보니 오지게 찍혀서 피가 철철 난다. 띠를 붙여서 피를 막지만 뒤꿈치가 차갑다. 쉼터 걸상에 앉아서 띠를 간다. 해바라기를 하면서 피멎이를 기다린다. 이야기밭 자리에 어찌저찌 가서 한나절 얌전히 앉는다. 자리가 끝나자마자 감을 한 자루 사서 얼른 시골버스를 타고서 집으로 간다. 아이들이 나무란다. 이렇게 다쳤으면 바로 택시를 잡아서 돌아와야 하지 않느냔다. 잘못했다고 고개숙인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돌아본다. 글쓴이 두 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지만 ‘아는 사이’인 듯하다. 글월을 자주 주고받는 사이인지 모르겠으나, 어느 달책에 이어싣는 글로 ‘다 보는 글월’을 실은 듯싶다. 마음을 나누는 글월이 아닌, ‘글발(글힘)을 날리는 글월’인 얼거리에 줄거리이다. 그저 두 사람이 느긋이 오래도록 주고받은 글월이 있다면, 이런 글월을 책으로 묶으면 뜻있을 테지. 그러나 처음부터 ‘아예 책으로 묶을 뜻’으로 억지스레 쓴 글을 묶으려 하니, 너무 티가 나고, 너무 겉치레 같다.


오늘 고흥읍에서 들은 이야기를 돌아본다. 여러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저 듣기만 했는데, 첫째로 고흥은 주민등록인구가 5만 남짓인데, 이 가운데 10500이 ‘새내기(귀촌인)’라고 하더라. 어느 고장에나 들고나는 사람은 많을 테지만, 시골에서 새내기가 1/5이 넘는다면 아주 많다. 게다가 ‘서울에서 일하거나 대학을 다니거나 지내면서 주소지만 시골에 두며 시골 혜택을 받는’ 사람이 꽤 많다. ‘실거주자’로 친다면, 고흥은 이미 새내기가 1/2쯤 된다고 여길 수 있다.


둘째로 ‘고흥밖 대학생’한테만 돈을 몰아주는 짓을 그쳐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러 해 앞서까지는 ‘서울대 1000만 원, 연고대와 이대 500만 원, 서울 몇몇 대학교 300만 원’ 이렇게 돈을 내주었다면, 올해부터는 ‘그냥 대학생 누구나 학기마다 200만 원’으로 바꾸었다지. 그런데 정작 고흥에서 나고자라거나 고흥에 깃들어 논밭을 지으려는 젊은이한테는 이바지돈이 0원이라고 한다.


셋째로 ‘이장단·개발위원 권력’을 나무라는 소리를 듣는다. 군청이며 여러 곳에서 으레 ‘똑똑한 귀촌인’ 목소리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고들 말이 많다고도 한단다. 아무렴, 오늘날에는 ‘똑똑한 서울내기(도시인)’가 일부러 몸을 써서 즐겁게 땀흘려 일하려고 먼먼 시골로 가게 마련이다. 모든 똑똑한 서울내기가 시골살이를 하려고 서울을 떠나지 않다만, 곰곰이 보면 참으로 똑똑한 서울내기가 ‘똑똑한 벼슬자리’를 마다하고서 시골로 온다. 그래서 이들 새내기(귀촌인)가 시골살림(군행정)을 바꾸는 실마리로 이을 수 있다.


이슬아·남궁인 두 분이 쓴 글은 나쁘지 않다. 두 분은 글을 못 쓰지 않는다. 그저 ‘글을 쓰려고 쓴 글’이라는 티가 너무 짙다. ‘먼저 삶을 짓는 하루’를 누리고서 쓰는 글이 아닌, ‘글로 담으려고 이런저런 삶을 만든다’는 티가 물씬 난다. 글로 담으려고 만지작거리거나 꾸미는 글은 이제 걷어낼 때이지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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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조원' 체코 원전 시공계약 결렬…한수원, 대우·두산 컨소시엄과 결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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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이 암 유발? 근거 없다"…3600만명 데이터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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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뒷골목·SNS 속 국민과 직접 소통은 중요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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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文 생가 복원 포함 110억 규모 ‘근현대사 역사문화 공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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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정동영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 후 美 정보 일부 제한” 공식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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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개미지옥"이 맞았다... 이러다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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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조용히 해라": 미네소타 주민들, 일한 오마르에게 쏟아낸 신랄한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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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여준 "대통령이 SNS 할 시간 많다는 게 의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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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열매 사무총장도 ‘李 경기라인’ 임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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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무회의서 ‘자살 통계’ 줄줄이 잘못 말한 李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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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탈북어민 강제북송' 질문에 "돌려보내는 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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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수사반장' 최불암 별세…'파하~' 웃음 짓던 '국민 아버지'(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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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李 차남 전세 살다 관저행에 전용기 "아버지 대통령이라 포기하는 일상도" 조상호 "미혼자녀 나가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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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8/0001037329?sid=10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1/0002828928?sid=100


재정난 전주시, 1조4천억 공약 확정…감당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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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재정난 전주시 "가용 재원 부풀려 사업 추진".. 기관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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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재정난에 버스노조 한발 물러섰다…11시간 협상 끝 파업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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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카시 장의사 5 - 완결
Yukiko AOTA 지음, 박소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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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11.7.

책으로 삶읽기 1210


《아야카시 장의사 5》

 아오타 유키코

 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9.30.



《아야카시 장의사 5》(아오타 유키코/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을 돌아본다. 죽음이라는 새길을 받아들이지 못 하느라 둘레를 캄캄하게 잡아먹는 주검이 있다지. ‘죽다 = 죽음’이요, ‘주검 = 죽은 몸뚱이’이다. 죽은 몸은 이제 내려놓을 껍데기나 허물이다. 애벌레와 풀벌레가 허물벗기를 하듯, 허물은 그저 ‘빈몸’이라서 붙들 까닭이 없다. 나무는 철이 되면 가랑잎을 내놓고서 흙을 북돋우며 이다음 새잎을 내놓는다. 사람은 어떨까? 사람은 늘 낱(세포)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허물벗기를 한다. 사람이 하는 허물벗기는 풀벌레하고는 다르기에 얼핏 눈에 안 띈다고 여길 만한데, 큰몸을 통째로 내려놓는 길은 끝이 아닌 새길로 가는 첫목이다. 이 얼거리를 읽지 않으려고 하니 발버둥을 치면서 둘레를 괴롭힌다. 이 얼거리를 읽기에 느긋이 죽살이를 가다듬는 눈을 뜰 수 있다.


ㅍㄹㄴ


“그게 정말이야? 미요의 진짜 소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기를’.”


“그건 지금 살아 있는 우리가 생각할게.” 122쪽


“내가 죽으면 네가 기억을 봐다오. 나의 긴 세월 동안의 기억을.” 144쪽


“인간 입장에선 터무니없이 오랜 시간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이렇게 살아도, 아니 살면 살수록 아직 부족해.” 158쪽


#あやかしの葬儀屋 #あおたゆきこ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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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조금 용감한 하루 ㅣ 작은 곰자리 84
마야 다츠카와 지음,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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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1.7.

그림책시렁 1907


《두더지의 조금 용감한 하루》

 마야 다츠카와

 장미란 옮김

 책읽는곰

 2025.7.15.



  북적거리는 데가 어지러워서 힘들 수 있습니다. 북적거리는 데가 즐거워서 웃을 수 있습니다. 호젓한 데가 느긋해서 즐거울 수 있습니다. 조용한 데가 숨막혀서 뛰쳐나올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릅니다. 다르게 태어나서 다르게 자라고, 다르게 나이를 머금으면서 다르게 오늘을 살아갑니다. 《두더지의 조금 용감한 하루》는 여러 동무하고 그저 어울리고 싶으나 좀처럼 틈을 내지 못 하는 아이가 의젓하게 새로 나아간다고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여러 숨붙이를 사람한테 빗대어 들려주는 얼거리라 할 텐데, 앙증맞은 그림을 지켜보는 어린이는 여러 숨붙이 가운데 하나를 ‘나’랑 마주놓고서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을 만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두더지가 보여주는 모습을 ‘씩씩(용감)’으로 옮겨야 할는지 좀 짚어야겠습니다. “Mole is not alone”이라는 책이름을 더 새기면서 줄거리를 좇아야 할 테지요. ‘alone’은 ‘혼자’를 가리킬 텐데 ‘alone(all + one)’인 얼개이고, ‘혼자(하나)’라는 낱말도 ‘혼 = 한 = 하늘’인 얼개입니다. 동무를 사귈 적에는 동무한테 맞추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나로서·나다움’부터 헤아리기에 서로 다른 빛인 줄 느껴서 어깨를 겯는 사이로 지내요. 키가 같아서 어깨동무를 하지 않습니다. 키가 다르고, 발도 몸도 뜻도 다르기에 어깨를 겯는 동무로 지냅니다. 두더지는 그저 두더지라서 여러 숨붙이하고 동무할 수 있습니다.


#Mole is not alone #MayaTatsukawa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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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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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1.7.

인문책시렁 500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김승복

 달

 2025.7.7.



  노래하는 사람이 놀이도 일도 즐겁게 합니다. 노래하기에 놀든 일하든 홀가분하게 피어납니다. 노래가 있는 곳은 아침저녁에 번지는 노을처럼 맑고 밝게 빛납니다. 노래하지 않기에 놀이도 일도 안 즐겁습니다. 노래를 안 하기에 놀 줄 모르고 일할 줄 몰라요. 노래가 없는 곳에는 시시하고 싱겁게 시키는 짐만 있습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려고 하면, 어느 책도 우리한테 이바지하지 못 합니다. 배우고 익히면서 이 삶을 가꾸려는 뜻으로 다가가면, 어느 책이든 우리한테 이바지합니다. 눈귀에 익은 이름을 가까이한다면, 으레 쳇바퀴를 도는 줄거리를 단단히 감쌉니다. 눈귀에 낯선 이름이지만 궁금하다고 여기면서 다가서면, 으레 새롭게 눈을 틔우는 이야기를 기쁘게 마주합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일본에서 마을책집 〈책거리〉를 꾸리면서 ‘쿠온’이라는 펴냄터를 일구는 살림새를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책지기인 김승복 님은 어느 해에 “고칠 수 없다는 몸앓이”를 치러야 했다는데, 고칠 수 없다고 여긴 몸앓이라서 몸에 칼을 대지 않았고, 몇 달 남지 않았다는 삶을 오히려 새롭게 이어간다고 합니다.


  아프거나 앓을 적에 돌봄터(병원)에 안 기대는 안 쉬울 수 있습니다. 아프거나 앓는 일이란, 너무 바쁘거나 힘겹거나 나른하게 굴린 몸을 쉬어가라는 뜻입니다. 그저 푹 쉬려고 돌봄터에 몸을 맡긴다면 차분히 낫겠지요. 이와 달리 얼른 몸을 고쳐서 다시 바쁘게 굴리려고 하면 그만 켜켜이 티끌이 쌓이면서 쓰러집니다.


  요즈음은 으레 ‘좋다·좋아하다’ 같은 낱말을 널리 쓰는데, 책이건 삶이건 일이건 노래이건 자꾸 ‘좋은쪽’을 찾거나 쥐려고 하면 그만 비좁게 갇히게 마련입니다. 좋은쪽으로 가려고 하니, 조금이라도 못마땅하거나 마음에 안 차면 고개를 돌리거든요. 좋은책을 읽으려고 하니, 마음에 안 드는 책은 아예 안 쳐다봅니다. 좋은말만 들으려고 하니, 마음에 안 드는 말은 모두 내칩니다.


  배움터에서는 모든 갈래를 두루 들려주며 가르칩니다. 어느 갈래만 좋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골고루 살피면서 몸마음을 고루 가꾸라는 뜻이에요. 모든 책숲에는 여러 갈래 여러 책을 고루 두려고 합니다. 때로는 솎거나 빼내는 책이 있습니다만, 책숲이라는 곳은 ‘이 사람’이 썼기에 더 장만하거나 ‘저 사람’이 썼기에 다 손사래치는 데가 아닙니다. 이 사람이 썼든 저 사람이 썼든 다 다르게 배우고 익힐 대목이 있다고 여기면서 고루고루 품는 숲이 바로 책숲(도서관)입니다.


  글을 쓰고 읽는 길이라면 ‘글숲’으로 나아갈 노릇입니다. 어느 글만 좋아하다가는 그만 스스로 좁혀요. 스스로 좁히니 스스로 갇히고, 스스로 갇히니 자꾸자꾸 불타오르면서 싸우려고 뛰어듭니다.


  우리는 숲을 이루는 모든 풀꽃나무가 베푸는 푸른숨을 맞아들입니다. 이 나무가 베푸는 숨이라서 안 마시지 않아요. 저 풀이 베푸는 숨이라서 내치지 않습니다. 나무도 매한가지예요. 나무는 이 사람이 내놓는 숨만 마시지 않습니다. 나무는 저 사람이 내놓는 숨을 안 마시지 않아요. 그렇지만 어쩐지 오늘날 숱한 사람들은 ‘나무’를 섣불리 가리려 하고, 책과 글도 ‘좋아하는’ 대로만 가리려고 하는군요.


  “좋아서 한다”는 뜻이란, “나빠서 안 한다”는 뜻하고 나란합니다. 스스로 느긋이 일하면서 온누리를 골고루 푸르게 품으려는 길은 안 돌아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하고 다른 목소리”는 아예 귀닫고 눈감는다는 뜻이기까지 합니다. “좋아서 한다”고 금을 긋기에, 그만 “뜻맞는 또래”끼리 어울리고, 어느새 담을 높이다가, 바야흐로 좁은 곳에 끼리끼리 스스로 갇혀요. 이때에는 이 푸른별을 이루는 너른숲과 너른들과 너른바다와 너른메와 너른빛을 모두 등집니다.


  오늘 하루 즐겁게 배우면서 새롭게 일어설 씨앗 한 톨을 맞아들이려고, 바람 한 줄기를 읽고 햇살 한 줄기를 읽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즐겁게 나누고 새롭게 노래할 씨앗 한 톨을 심으려고, 글 한 줄을 읽고 책 한 자락을 쥡니다. 스스로 일으키는 바람입니다. 스스로 익히는 살림입니다. 스스로 읽는 눈입니다. 늘 스스로 이야기하는 숨결로 나아갑니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대로 좁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바라볼 오직 하나라면, ‘사랑하는’입니다. 사랑하는 일을 할 적에는 노래합니다. 사랑하는 일을 하기에 스스럼없이 펴고 나누면서 활짝 웃습니다.


ㅍㄹㄴ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냥 이대로 지낼 수밖에 없어요. 길면 6개월, 짧게는 3개월 살 수 있어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사실이라고 못박힐 뿐이었다 …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이것저것 탈이 많았으나 다행히 한국과 일본의 많은 친구들, 여러 신들의 도움으로 나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나 12, 13쪽


책방에 와서 책을 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은 없겠지만 나는 그 당연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멋있어 보인다. 63쪽


“쿠온은 조그만 출판사지만 우리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오랫동안 해내고 있습니다. 쿠온이 하고 있는 일로 일본어권 독자들의 정서가 풍부해져요.” 120쪽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독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편집자가 되는 일은 정말 멋진 경험이다. 그의 다음 책을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나 같은 독자들에게 이 설렘을 전하는 경험을 맛볼 수 있다. 174쪽


우리가 수년에 걸쳐 얻어낸 깨달음을 기노쿠니야 서점은 몇 달 사이에 간파해내고 말았다. 233쪽


+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김승복, 달, 2025)


그야말로 책의 거리다

→ 그야말로 책거리다

10쪽


옆집에 간신히 SOS를 쳤다

→ 옆집에 겨우 도와줘 했다

→ 옆집에 힘겹게 살려줘 했다

11쪽


공간대여를 한다는 것도 알릴

→ 자리를 내준다고 알릴

→ 터를 빌려준다고 알릴

37쪽


뜻을 모으기 위해 점주로서 냉철하게 득실을 따져야

→ 뜻을 모으려고 가게지기로서 매섭게 길미를 따져야

→ 뜻을 모으고자 가게돌봄이로서 똑똑히 돈을 따져야

38쪽


거래 방식은 늘 B2B(business to business) 즉 업체 간 거래였다 … 하지만 가게는 B2C(business to consumer)라 책을 한 권 팔 때마다 그 자리에서 결제가 이루어진다

→ 늘 일과일로 만났다 … 그러나 가게는 일과손이라 책을 하나 팔 때마다 그자리에서 돈을 받는다

→ 늘 일일로 사고팔았다 … 그런데 가게는 일이웃이라 책을 하나 팔 때마다 ㅡ자리에서 값을 치른다

39쪽


어쩜 이렇게 모든 서점들이 각자의 스타일대로 아날로그적인지, 정찰의 결과가 썩 도움되지 않았다

→ 어쩜 이렇게 모든 책집이 저마다 수수한지, 돌아보았어도 그저 그랬다 

→ 어쩜 이렇게 모든 책가게가 다들 투박한지, 살펴보았어도 시큰둥했다

43쪽


당시 가장 핫한 책방이었다

→ 그때 가장 뜨는 책집이었다

→ 이무렵 가장 붐볐다

→ 이때 가장 잘나갔다

45쪽


빼곡하게 주문呪文 같은 주문注文이 들어왔다

→ 빼곡하게 비나리 같은 벼리가 들어왔다

→ 빼곡하게 노래 같은 말씀이 들어왔다

47쪽


예치금을 먼저 입금한 뒤 서적 대금과 운송료를 제하는 방식이었지만

→ 미리돈을 넣은 뒤 책값과 나름삯을 빼는 틀이지만

→ 돈을 먼저 넣은 뒤 책값과 길삯을 더는 얼개이지만

55쪽


익숙해지면 감사할 것도 당연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 익숙하면 고마울 일도 마땅하게 여기게 마련이다

→ 익숙하면 기뻐할 일도 마땅하게 여기고 만다

56쪽


일거양득을 취하는 약은 언니라니

→ 덤을 누리는 약은 언니라니

→ 한꺼번에 얻는 약은 언니라니

→ 함께 가지는 약은 언니라니

→ 솔찮게 쥐는 약은 언니라니

66쪽


그들의 걱정은 일정한 품질의 맛을 낼 수 있는가였다

→ 그들은 고르고 낫게 맛을 낼 수 있는가 걱정한다

→ 그들은 꾸준히 맛을 낼 수 있는가 걱정한다

69쪽


다음 프로세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이런 움직임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겠지

→ 다음으로 부드럽게 이어가면 아름답다고 하겠지

→ 다음칸으로 스르르 이으면 아름답다고 하겠지

→ 다음길로 가만히 이으면 아름답다고 하겠지

71쪽


가끔씩 들려주는 자기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 가끔 들려주는 삶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 가끔 들려주는 하루 이야기가 떠오른다

75쪽


파본이 발생할 경우 여지없이 손해다

→ 책이 다치면 그대로 날린다

→ 다친책은 고스란히 빚이다

76쪽


점원이 없고 점장만 존재한다

→ 일꾼이 아닌 지기만 있다

→ 일꾼이 아닌 지킴이만 둔다

77쪽


일본으로 돌아온 귀국자녀였다

→ 일본으로 돌아온 아이였다

→ 일본으로 온 너머꽃이었다

80쪽


지성이면 감천인가, 원하면 얻을 수 있다. 정말이다

→ 하늘눈물인가, 바라면 얻을 수 있다. 참말이다

→ 한사랑인가, 그리면 얻을 수 있다. 참말이다

→ 온사랑인가, 뜻하면 얻을 수 있다. 참이다

→ 너울사랑인가, 빌면 얻을 수 있다. 참 그렇다

82쪽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 멀리서 오신 분들이

→ 시골에서 온 분들이

89쪽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 튀어나온다

98쪽


전체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 쓰임돈에서 크게 차지하게 마련이다

→ 살림돈에서 크게 차지한다

122쪽


이 행사가 가진 진심을 알아주신 두 분의 인덕仁德 덕분이다

→ 이 자리를 펴는 참뜻을 알아주신 두 분 빛 때문이다

→ 이 일을 하는 밑뜻을 알아주신 두 분 사랑 때문이다

125쪽


한국어로 프리토킹을 하는 것이다

→ 한말글로 수다를 떤다

→ 한말로 수다꽃을 피운다

→ 한겨레말로 얘기를 한다

142쪽


일련의 수다 파티를 끝내고 나는 마리오 씨에게 쿠온에서 만든 책을 몇 권 소개했다

→ 나는 수다판를 끝내고서 마리오 씨한테 쿠온에서 펴낸 책을 몇 자락 보여줬다

→ 나는 수다잔치를 끝내고서 마리오 씨한테 쿠온에서 낸 책을 보여줬다

215쪽


공룡의 출현으로 매출이 줄어 우리가 울상을 짓고 있는가

→ 큰놈이 나와서 팔림값이 줄어 우리가 우는가

→ 큰녀석 탓에 팔림새가 줄어 우리가 눈물짓는가

→ 큰미르 때문에 몫이 줄어 우리가 답답한가

233쪽


사이트들도 많아져 책을 직구하는 사람이 늘었다

→ 누리집도 늘어나 책을 바로사는 사람이 늘었다

→ 누리판도 늘어서 책을 곧장사는 사람이 늘었다

23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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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인생경험



 소중한 인생경험을 했다 → 뜻깊게 겪었다 / 뜻있게 배웠다

 인생경험을 진하게 한 날이다 → 삶을 짙게 맛본 날이다 / 삶을 깊이 느낀 날이다

 인생경험이 많은 분한테 질문하면 → 오래 살아온 분한테 여쭈면


인생경험 : x

인생(人生) : 1.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 2. 어떤 사람과 그의 삶 모두를 낮잡아 이르는 말 3. 사람이 살아 있는 기간

경험(經驗) : 1.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 2. [철학] 객관적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 작용에 의하여 깨닫게 되는 내용



  어떠한 일을 겪을 적에는 “일을 겪는다”고도 하고 “삶을 겪는다”고도 합니다. “삶을 맛본다”고 하고요. ‘인생 + 경험’처럼 묶는 일본말씨라면 ‘겪다·겪어내다·겪은일·겪은바·겪은길·겪은삶·겪은얘기·겪은이야기’나 ‘살다·살아가다·살아오다·살아내다·살아서·살면서’로 손질합니다. ‘삶·삶길·사는길·삶꽃·삶맛·삶멋·삶소리·살아갈 길·살아온 길’이나 ‘삶맛보기·삶맛선·삶을 맛보다·삶을 겪다·삶을 치르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다른길·다른삶·또다른·또다르다’나 ‘뜻깊다·뜻있다·뜻깊은 삶·뜻있는 삶’으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맛보기·맛보다·맛선·맛을 보다’나 ‘새살림·새삶·새로삶·새로살림·새로운 삶’로 손질할 만하고요. ‘배우다·배움·배우기·익히다·익힘·익히기’나 ‘치르다·치러내다·해보다·해보기·해볼거리’로 손질하며, ‘하다·해놓다·해대다·해두다·해주다·해오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ㅍㄹㄴ



섬에서 보낸 세월을, 별나고 색다른 인생 경험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 섬에서 보낸 나날을, 남다르고 새롭게 겪은 삶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 섬에서 보낸 나날을, 새롭고 남다르게 지낸 삶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 섬에서 보낸 나날을, 남다르고 새로운 삶맛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아벨의 섬》(윌리엄 스타이그/송영인 옮김, 다산기획, 2001) 170쪽


각자의 인생경험에 비춰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 저마다 삶길에 비춰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 다들 살아온 바에 비춰서 생각해 주시길 빈니다

《미궁 속의 벚꽃 上》(고우다 마모라/도영명 옮김, 시리얼, 2011) 53쪽


재수도 인생경험이니까

→ 거듭질도 삶길이니까

→ 거듭해도 삶이니까

→ 다시해도 뜻있으니까

→ 다시쳐도 새삶이니까

《미카코 7》(쿄우 마치코/이청 옮김, 미우, 2019)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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