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87 : -의 우주의 은혜로움 있 -의 곡식 중생의 -로움


한 알의 물에도 우주의 은혜로움이 깃들어 있으며, 한 알의 곡식에도 중생의 수고로움이 있습니다

→ 물 한 방울에도 온누리 빛이 깃들며, 낟알에도 여러 사람 손길이 있습니다

→ 물 한 방울에도 모든 빛이 깃들며, 낟알 하나에도 뭇사람 손빛이 있습니다

《우리는 먹어요》(고정순, 웃는돌고래, 2022) 18쪽


물은 “한 알의 물”이 아니라 “물 한 방울”로 셉니다. 낟알은 “낟알 한 톨”로 세고요. 온누리 빛은 물방울에도 낟알에도 깃듭니다. 뭇사람 손길이며 손빛이며 품이며 마음도 어디에나 고루 스며요. 우리는 모두 빛으로 만나고 어울리는 사이입니다. ㅍㄹㄴ


우주(宇宙) : 1.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 2. [물리] 물질과 복사가 존재하는 모든 공간 3. [천문] 모든 천체(天體)를 포함하는 공간 4. [철학] 만물을 포용하고 있는 공간. 수학적 비례에 의하여 질서가 지워져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를 강조할 때에 사용되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용어이다

은혜(恩惠) : 1. 고맙게 베풀어 주는 신세나 혜택 ≒ 보권(寶眷)·은대(恩貸)·혜은·혜의 2. 하느님, 하나님 또는 부처님의 은총

곡식(穀食) : 사람의 식량이 되는 쌀, 보리, 콩, 조, 기장, 수수, 밀, 옥수수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 곡물

중생(衆生) : 1. 많은 사람 2. [불교] 모든 살아 있는 무리 ≒ 살타·제유·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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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88 : 기억의 것


기억의 처음은 내가 기어 다니다가 첫걸음을 걸으면서 똥을 내질렀다는 것

→ 떠오르는 처음은 내가 기어다니다가 첫걸음을 떼면서 똥을 내질렀다는

→ 되새기는 처음은 내가 기어다니다가 첫걸음을 디디며 똥을 내질렀다는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황화섭, 몰개, 2023) 5쪽


일본스러운 옮김말씨인 “기억의 처음은”입니다. 한자말을 그대로 두고 싶다면 “처음 기억은”이나 “첫 기억은”이라 해야 우리말씨입니다. “첫걸음을 걸으면서”는 여러모로 얄궂습니다. “첫걸음을 떼면서”나 “첫걸음을 디디며”로 손봅니다. 또는 “처음 걸으면서”로 손볼 노릇입니다. 말끝에 붙인 ‘것’은 군더더기이니 털어냅니다. ㅍㄹㄴ


기억(記憶) :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정보·통신]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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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숲집놀이터 294. 남들은 책날(세계 책의날)



해마다 4월 23일을 ‘책날(세계 책의날)’이라 하는 듯하다. 4월 23일이 저물녘에 비로소 알아챈다. 속으로 “그런가?” 하고 혼잣말을 하다가 이내 잊는다. 집안일을 하고, 집살림을 맡고, 읍내 나래터(우체국)로 얼른 글자락을 부치러 시골버스를 타고서 달려가야 하고, 숨돌릴 틈이 없이 바깥일을 보고서 겨우 어느 기스락 걸상에 앉아서 다리를 주무른다. 퉁퉁 부은 다리를 천천히 주무르고, 만지기만 해도 욱씬거리는 발가락을 하나하나 푼다. 두 아이하고 날마다 쓰는 나눔글(교환일기)을 쓰고 나니 팔뚝과 손목마저 시큰거린다. 지난 4월 19∼22일을 고스란히 부산·대구·서울을 돌고서 고흥으로 돌아온 터라 등허리까지 결린다.


그나저나 오늘이 책날이라고 하지만, 시골사람으로서는 하나도 느낄 수 없다. 어느새 오늘 아닌 어제로 넘어가고, 마당에만 서도 밤개구리와 밤풀벌레와 밤새가 베푸는 소릿가락이 너울거린다. 구름이 모두 걷힌 밤하늘은 캄캄한 어둠빛이면서 별이 초롱초롱하다. 멍하니 하늘바라기와 들바라기를 하면서 후박나무 곁에 선다. 후박나무는 한봄부터 새잎과 꽃을 내면서, 늦봄부터 한여름 사이에 가랑잎을 떨군다. 숱한 늘푸른나무는 한겨울에도 잎이 푸르되, 봄여름에 잎갈이를 한다.


책날이기에 책을 기리고 그리는 이웃님이 많다. 그런데 책날에 나무를 기리고 그리는 이웃님은 드물다. 책날에 들숲메바다를 기리고 그리는 이웃님은 더더욱 적다. 책날에 ‘아이들한테 물려줄 들숲메바다를 푸르고 파랗게 사랑으로 기리고 그리는 이웃님’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책날이기에 책을 복판에 놓고서 기리고 그려야 맞을 텐데, 책이 어디에서 오는가? 책을 이루는 몸은 바로 들숲메바다에서 온다. 숲에서만 오는 종이가 아니다. 바다가 파란빛으로 넘실거려야 숲이 나란히 푸르고, 숲이 나란히 푸를 적에 들도 함께 푸른데, 들이나 바다가 망가지고 메가 앓으면 숲도 죽어간다. 곧, 책을 이루는 종이란 들숲메바다가 바탕이기에, 들숲메바다한테 먼저 고맙다는 마음을 들려주는 하루일 적에 책날이 빛나리라 본다.


책에 담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고 보살피는 푸른집(싱그러운 보금자리)에서 온다. 책날일수록 더더욱 들숲메바다와 보금자리를 돌아보고 되새기는 이웃님이 늘기를 빈다. 책날일수록 우리가 어른으로서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주고 남기려는 하루인지 더더욱 깊이 짚고 다루며 생각할 일이라고 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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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4.23. 아찔하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4월 19일에 부산으로 이야기마실을 떠났고, 4월 21일에 부산서 대구를 거쳐 서울로 간 뒤에, 4월 22일 아침에 이야기꽃을 펴고서 이날 14:40 버스를 타고서 밤에 고흥으로 돌아왔습니다. 밖에서 보내는 나흘이란, 쉬거나 잠들지 않으면서 움직이는 길입니다. 그런데 고흥집에 돌아온 저한테 고흥교육지원청에서 글자락을 보내었고, 바로 이튿날 나래터로 가서 ‘폐교임대신청서’를 손글씨로 적어서 내야 하더군요. 그나마 고흥집에서 네 시간쯤 딱딱한 나무바닥에 등허리를 펴고서 누우니 살짝 개운했고, 4월 23일 한낮에 아주 낡아 몹시 덜컹거리는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갑니다. 한참 걸으며 이모저모 꾸린 뒤에 고흥교육지원청에 글자락을 보냈고, 큰아이가 바란 고기빵(햄버거)에 곁님이 바란 신물(식초)를 장만해서 집으로 돌아온 저녁에는 그야말로 눈이 감기다 못해 쓰러질 판입니다.


  곁님은 제가 집으로 돌아오기만 기다린 듯싶습니다. 짐을 내리고서 발을 씻으려 하니, “그러니까 spirit과 soul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야 해요?” 하고 묻습니다. 우리 낱말책은 우리말을 제대로 못 다룹니다. 그런데 영어 낱말책도 ‘spirit·soul’을 어떻게 풀이해야 하는지 모르는구나 싶어요. 다만, 지치고 졸린 몸으로 곁님한테 두 낱말을 옮기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을 텐데 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하자니, 마음으로 어떤 목소리가 들립니다. “네 몸이 졸립거나 힘들대서, ‘네’가 졸립거나 힘들지 않잖아?”


  그야말로 참말입니다. ‘내 몸’이 힘들거나 아프거나 졸립거나 지친다고 느끼더라도 ‘나’라는 넋과 얼과 빛과 숨이나 마음이 힘들거나 아프거나 졸립거나 지칠 수 없습니다. ‘내 몸’은 살덩이라는 옷을 입고서 삶을 겪어서 배우는 구실입니다. ‘내 몸’은 어느 때에 힘들다거나 아프다거나 졸립다거나 지친다거나 심심하다거나 지겹다거나 골난다거나 싫다거나 좋다거나 밉다거나 괴롭다거나 어찌저찌하다고 느끼면서, 다 다른 때와 곳마다 다 다른 삶과 하루를 배웁니다.


  그러나 ‘나’는 ‘몸’이 아닙니다. ‘나’는 ‘몸’을 입을 뿐, “몸은 나일 수 없”습니다. 내가 마주하는 ‘너’도 마찬가지예요. 나도 너도 ‘몸’은 나와 네가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넋으로 마주하고, 얼로 헤아리고, 빛으로 주고받고, 숨으로 나누고, 마음으로 생각합니다.


  더없이 졸립고 지친 터라 ‘몸뚱이 아닌 숨빛’으로만 곁님하고 마주하면서 한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곁님은 끝없이 묻고 새로 묻습니다. 저는 끝없이 대꾸하고 들려주고 보탭니다. ‘낱말그림’까지 큼직하게 그리면서 하나하나 짚고, 어떻게 다른 결이면서, 어떻게 우리말로 옮겨서, 어떻게 아이곁에서 우리 스스로 배우며 익히는 길을 풀어낼 적에 ‘깨닫는 오늘’로 걸어갈 수 있는지 속삭입니다.


  드디어 곁님이 궁금한 곳을 다 푼 듯싶습니다. 바야흐로 드러누울 수 있습니다. 나뭇바닥에 몸을 눕히고서 눈을 감으니 곧장 꿈누리로 날아갑니다. 다섯 시간을 죽은 듯이 잠들고서 개구리소리에 깨어납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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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정화수·정한수 井華水·井-水


 정화수를 떠 놓고 →  새벽물을 떠놓고

 정한수를 뿌리고 → 비나리물 뿌리고 / 비손물을 뿌리고


  ‘정화수(井華水)’는 “[민속] 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 조왕에게 가족들의 평안을 빌면서 정성을 들이거나 약을 달이는 데 쓴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정한수(井-水)’는 “[민속] → 정화수”로 고쳐쓰라고 하고요. 여러모로 헤아리면 우리말로 ‘비나리물’이나 ‘비손물’이나 ‘새벽물’로 풀어낼 만합니다. ㅍㄹㄴ



어머니가 떠 놓고 비는 한 사발의 정한수같이 진실하고 겸허해야 합니다

→ 어머니가 떠놓고 비는 한 사발 물같이 곱고 너그러워야 합니다

→ 어머니가 떠놓은 한 사발 새벽물같이 참하고 다소곳해야 합니다

《내 젊은 날의 사랑은》(민영, 나루, 1991) 150쪽


정한수 물을 귀한 반상에 올리고서

→ 새벽물을 값진 자리에 올리고서

→ 비나리물 고운 밥자리에 올리고서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황화섭, 몰개, 2023)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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