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어른곁 2025.4.21.달.



‘어른곁’은 ‘나무곁’과 같아. ‘아이곁’은 ‘바다곁’이나 ‘하늘곁’과 같지. ‘어른곁’이라면 ‘숲곁’에 ‘들곁’일 테고, ‘아이곁’은 ‘별곁’에 ‘샘곁’ 같고. 아이도 어른도 나무곁으로 다가간단다. 어른도 아이도 바다곁이나 하늘곁으로 다가서. 누구나 하나이고 혼자인데, 저마다 빛나는 숨이고 밝은 꽃이라서,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다가서지. 어른곁이란 놀면서 자랄 만한 자리야. 어른곁은 누구나 스스로 하면서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마당이야. 어른곁은 느긋이 잠들면서 기운이 차오르는 집이고, 어른곁은 한결같이 푸르게 노래하는 곳이야. 누구나 어른곁에서 태어났어. 어느 어른곁은 높다란 봉우리라면, 어느 어른곁은 뛰놀 들판이고, 어느 어른곁은 아기자기한 뒤꼍인데, 어느 어른곁은 왁자지껄 놀이터야. 고즈넉이 나무로 우거진 어른곁이 있고, 봄 같거나 여름 같거나 가을 같거나 겨울 같은 어른곁이 있어. 모든 어른곁은 달라.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하는 틀이란 없지. 다 다른 어른곁은 다 다르게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마을이야. 너는 어른곁에서 두고두고 느긋하게 자라나지. 이윽고 너는 어른하고 어깨동무하며 ‘새어른’으로 서더니, 이제는 아이곁에 나란히 서는 즐거운 사람으로 깨어난단다. 사람이 왜 사람일까? 사람은 늘 어른곁이면서 아이곁에 서는 ‘하나인 두 빛’이거든. 아이답기에 어른스러워. 어른답기에 아이스러워. 아이하고 놀기에 어른이야. 어른하고 얘기하기에 아이야. 어른한테서 듣기에 아이요, 아이한테서 들으니 어른이지. 너는 아이들이 찾아오는 ‘어른곁’으로 살림을 하니? 너는 몸소 ‘어른곁’으로 찾아가는 아이로서 사랑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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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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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나무가 자라면 2025.4.22.불.



아직 나무씨가 깃들지 않으면 둘레가 메마르고 뜨겁기만 해. 이제 나무씨가 깃들면, 나무씨는 꿈을 그리지. “이곳으로 비가 한 줄기 내리고서 구름이 드리워서 싹이 틀 틈이 있기를!” 나무씨는 기다리고 기다려. 한 해를 기다리고, 두 해 닷 해 열 해 쉰 해를 가만히 자면서 기다린단다. 마침내 저(나무씨)한테 맞게 비구름이 찾아드는 줄 느끼면 잠을 깨서 일어서지. 이때부터 “싹튼 나무씨” 둘레가 바뀌어. 까슬까슬 거칠고 메마르던 흙이었지만, 나무싹으로 거듭나면서 이슬이 맺히는구나. 작은 잎 밑으로 이슬방울이 흘러내려. 그야말로 조그마한 푸른그늘이 드리우고, 이 작은 푸른그늘로 쉬러 찾아오는 작은벌레가 있구나. 나무싹은 자라며 줄기가 굵고 가지를 뻗어. 잎을 조금씩 더 내고, 작은 벌레가 좀더 찾아와. 이제는 작은풀씨가 날아와서 쉬기도 하는구나. 작은풀씨는 조촐하니 퍼진 ‘작은푸른그늘’을 누리면서 하나씩 돋아나고, 어느새 조그맣게 풀밭을 이루네. 풀밭으로 바뀐 땅에서 어린나무는 기쁘게 자라. 벌나비에 새가 찾아오거든. 가끔 개구리도 만나. 해가 가고 또 해가 가면서, 이제는 어린나무가 아닌 오롯이 ‘나무’로 자라. 그리고 ‘나무’인 숨결은 꽃을 피우고 씨앗과 열매를 내놓지. 지난날 어미나무가 저를 낳았듯, 바야흐로 나무씨를 새로 내놓을 만큼 듬직하게 서는구나. 나무씨가 새로 퍼지고 나무가 자꾸자꾸 자라면서 둘레가 새롭게 빛나. 온갖 숨결이 수북수북 우거지는 ‘숲’이 된단다. 아직 작은숲이지만 나무는 무척 기뻐. 어떻게 이곳이 숲이 되었는지 둘레에서 모를 수 있지만, 나무는 늘 그저 웃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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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9.


《미래 세대를 위한 세계시민 이야기》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25.2.16.



안개가 자욱한 밤을 지나고 새벽에 이른다. 큰아이가 말한다. “오늘 안개는 비처럼 하늘먼지를 씻어 주나 봐요.” 시골에서 들숲메바다를 차분히 읽고 느끼며 품는 아이들 마음을 배운다. 마을앞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에 닿아서 한 시간을 기다려 부산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는, 사상나루에서 다시 시내버스로 보수동으로 간다. 길에서 스치는 숱한 사람들은 ‘생각씨앗을 밝히는 즐거운 살림이야기’가 아닌 누가 뒷말과 벼슬꾼(정치꾼) 핀잔이 넘실거린다. 아쉬운 남을 탓할 만할 테지만, 이보다 우리 꿈부터 그리고 얘기할 적에 스스로 눈부시고 나라도 바꿀 만하다고 본다. 〈학문서점〉과 〈파도책방〉에서 책을 읽고 사느라 주머니가 홀쭉하지만 기쁘다. 책짐을 〈책과 아이들〉에 갖다 놓고서 〈카프카의 밤〉으로 건너간다. 버스에서 다시 노래 한 자락을 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세계시민 이야기》를 읽었다. 어느새 ‘시민’이란 이름을 넘어 ‘세계시민’을 말하는 때로구나 싶은데, 부피나 크기를 늘리기보다는 ‘사람’이라는 수수한 자리로 돌아가면 어떠려나 싶다. 서로 ‘사람’으로서 사랑으로 살림을 짓고, 함께 ‘이웃’으로 잇고 이야기하면서, 나란히 ‘동무’로 동글동글 돌보고 돕는 두레로 가는 길이면 넉넉하리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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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8.


《에델과 어니스트》

 레이먼드 브릭스 글·그림/장미란 옮김, 북극곰, 2022.3.30.



국을 끓이고 곁밥을 내놓는다. 훑은 모과꽃은 볕을 듬뿍 머금었으니 병에 담는다. 잔뜩 훑었어도 나무에 남은 모과꽃이 훨씬 많고, 뒤곁과 마당과 온집에 모과꽃내음이 넘실거린다. 모과꽃은 모과꽃빛이라고 할밖에 없다. 흰민들레씨와 텃노랑민들레씨를 조금조금 받아놓는다.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오면서 노래를 두 자락 새로 쓴다. 《에델과 어니스트》를 그려낸 뜻은 훌륭하다고 느끼면서도, 엄마아빠한테 마음으로 다가서려고 하는 하루가 너무 밭았구나 싶다. 그린이가 거꾸로 헤아리면 쉽게 알 만하다. 그린이 딸아들이 나중에 그린이 삶을 글이나 그림으로 담는다고 할 적에 얼마나 지켜보고 얘기하고 함께해야 할까? 그냥그냥 듣고 옮길 적하고, 오래오래 함께 살아가면서 품을 적은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그린이로서 ‘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엄마아빠랑 오래 멀리 떨어져 지냈기에, 두 어버이가 어떤 마음과 하루와 사랑이었는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풀어내기 어려웠을 만하지 싶다. 이때에는 ‘그린이 눈’으로 담아야 한다고 본다. 마치 ‘엄마아빠 눈’으로 보기라도 한 듯이 그리기보다는, 그저 ‘엄마아빠네 아이’라는 눈으로 담으려고 했다면, 이 책은 줄거리와 이야기가 매우 달랐으리라고 느낀다.


#Ethel&Ernest #RaymondBrigg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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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라데크 말리 지음, 레나타 푸치코바 그림, 김성환 옮김, 편영수 감수 / 소전서가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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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27.

만화책시렁 745


《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라데크 말리 글

 레나타 푸치코바 그림

 김성환 옮김

 소전서가

 2024.5.10.



  《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을 읽고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책에는 쪽을 안 달았고, 시커멓게 바른 바탕에 카프카 님 글을 곁들이는 얼거리입니다. 이미 떠나고 없는 카프카 님은 이녁 글이 이렇게 다시 나와서 팔리는 줄 모르겠지요. 딱히 ‘수수께끼’라 할 줄거리는 없는 터라 이 책도 ‘카프카 이름’을 등에 업은 또다른 책 가운데 하나이겠네 싶습니다. 어쩐지 갈수록 ‘유튜브스러운 글·그림으로 엮은 책’이 늘어나는데, 카프카를 알고 싶으면 카프카를 읽어야지요. 카프카 님이 쓴 글에 군더더기를 붙이는 책이 아닌, 카프카 님이 남긴 글을 그대로 찍은 책을 읽어야 할 테고요. 이 책을 놓고는 그야말로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텅 비었달까요.


#FanzKafka

#RadekMaly #RenataFucikova


ㅍㄹㄴ


카프카의 눈에 비친 그의 아버지는 가정의 폭군이었다. 어떤 면에서 그러한 생각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정당했지만, 카프카는 아버지가 선의를 갖고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33쪽)


카프카의 가족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세 명의 여동생은 모두 유대인 강제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79쪽)


카프카는 체코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워했다. 독일어로 작품을 썼을 뿐만 아니라, 권력이라는 기계에 갇혀 절망하는 개인들을 묘사하는 그의 능력은 나치와 공산당 모두의 심기를 건드렸다. 오랜 세월 동안 그의 작품들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출간되지 않았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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