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1.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김진주 글, 얼룩소, 2024.2.28.



두 아이랑 하루쓰기를 이으면서 돌아본다. 우리 보금숲은 하루 내내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와 푸른내음을 누린다. 밤이면 별을 보고, 여름개구리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이러한 터전은 까맣게 모르는 채 하루를 보낼 서울내기(도시인)라면 마음에 무엇을 담을까? 철이란 “석 달”만 가리키지 않는다.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네 갈래뿐 아니라, 다달이 다르고 나날이 새롭기에 철이다. 철빛이란 언제나 한결같이 새롭게 피어나는 숨결을 품는 넋이라고 할 만하다. 서울에서는 여름겨울이 거의 똑같은 차림새이다. 여름에는 춥고 겨울에는 더운 버스·전철·일터·집이지 않은가?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저잣짐을 함께 나른 큰아이가 대견하다.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읽었다. 그런데 갑자기 판이 끊어졌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는데, 펴냄터를 옮겨서 2025년 6월에 새로 나온다. 부디 작은목소리를 섣불리 누르거나 밟지 않기를 빈다. ‘무안참사 특검’도 여태 안 하는데, 이렇게 쭉쭉 갈라서는 나라인 채 안 바꾼다면, 아프거나 다치는 사람은 앞으로도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흉과 허물은 달게 값을 치를 일이다. 잘잘못을 낱낱이 밝히고서 바보들한테 호미 한 자루에 바늘 한 쌈을 쥐여주고서 밭일을 시키고 바느질을 시켜야 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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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0.


《냉전의 벽》

 김려실과 일곱 사람 글, 호밀밭, 2023.6.25.



집으로 돌아왔으니 저잣마실을 나갈까 했으나 그만둔다. 하루를 푹 쉬면서 여러 일을 돌본다. 집안일을 하고 빨래를 한다. 늦은낮에는 큰아이하고 앵두를 따면서 새소리를 듣는다. 둘이서 어느새 큰들이를 채운다. 이튿날 더 하면 큰들이 하나를 더 얻을 만하다. 구름이 짙다가도, 이슬비를 뿌리다가도, 새삼스레 해가 나면서 싱그럽고 따사로운 여름이다. 여름이되 덥지 않고 따사롭다. 워낙 새여름은 안 덥던 날씨이다. 구름 없는 한낮이라면 조금 덥더라도 바람과 구름이 이내 식히는 길목이다. 《냉전의 벽》을 읽었다. “차가운 담”은 남이 쌓지 않는다. 큰나라가 끼어들었다고 여기되, 우리가 큰나라 등쌀과 옷자락에 휘둘리기에 “얼음담”을 쌓는다. 옆에서 쑤석거리는 놈이 있기에 “겨울담벼락”이 생길 수도 있되, 모든 겨울담은 우리가 스스로 녹이고 허물 만하다. 이제는 우리가 할 때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치우고 걷어낼 노릇이다. 높녘(북)에도 ‘사람’이 살지만, 꼭두각시와 허깨비가 무시무시하게 도사린다. 마녘(남)은 어떤가? 우리는 서로 ‘사람’으로 여기는가, 아니면 이미 마녘에서도 서로 차갑게 담벼락을 높다랗게 세우면서 싸우는가? 민낯을 고스란히 바라볼 때라야 응어리도 고름도 생채기도 하나하나 달랠 수 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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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6. 알못 못알



  누구나 그때그때 배울 이야기를 따라서 낱말 한 자락이 찾아온다. 좋거나 나쁜 낱말이 아닌 배울거리인 낱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나한테 온 낱말”을 고요히 돌아보고서 차분히 짚을 적에 스스로 길을 연다.


  ‘알못’이라는 낱말을 예전에 처음 듣고서 “알꼴로 둥근 머리인 못”인가 하고 갸우뚱했는데 “알지 못하다”를 줄인 낱말이라고 해서 빙그레 웃었다. 대못·잔못이 아니었구나.


  아이들은 ‘안’이나 ‘못’을 앞에 놓는다. 아이들 말씨라면 ‘못알’이다. “못알 = 못 알다 = 모르다”이다. 오랜 우리말씨라면 ‘못알’이라 해야 알맞은데, 워낙 오늘 우리가 스스로 우리말씨를 잊은 모습을 보여주는 셈이다.


  못알이라서 알아가고 알아보고 알아들으려고 하는 아이라면, 먼저 못알에서 ‘알’로 나아가서 ‘알깨기(알아차리기)’로 거듭난 사람이 ‘어른’이다. 아이어른은 한 사람 몸마음에 나란히 있다. 두 빛인 넋과 얼이 한덩이로 밝기에 ‘숨’이다. 이 숨을 살리기에 ‘사람’이고, 사람이 서로 살리는 숨결이 ‘사랑’으로 넘어간다.


  좋고나쁨과 옳고그름을 다 놓아야 비로소 삶을 느끼고 보고 배운다. 배우는 길에 서기에 가만히 익힐 틈을 낸다. 배우고서 익히는 틈과 짬을 누리기에 눈을 뜬다. 눈을 뜨기에 철이 들고, 철이 들면서 찬찬히 나이를 머금으니 바야흐로 어른이란 이름으로 일어선다. 나이를 알맞게 머금으며 무르익는 사람을 지켜볼 수 있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논다. 아이는 어른 곁에서 놀이랑 노래를 누리고 짓는다. 어른은 아이 곁에서 일이랑 살림을 돌보고 나눈다.


  모르기에 배우는 길에 선다. 하나를 알기에, 이 하나를 씨앗으로 새로 묻고서 즐겁게 다시 배우는 길을 걷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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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4. 돼지



  ‘고기돼지’가 아닌, 우리에 갇힌 돼지가 아닌, 들이며 숲을 가로지르면서 아름다이 노래하는 돼지를 만나거나 사귀면서 함께 하루를 짓는 분은 얼마나 있을까요? 그렇게 믿던 사람이 무시무시한 칼이나 도끼를 들고서 저한테 다가와 마구 휘두르니, 돼지는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면서 슬프게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꾸로 생각해 봐요. 누가 사람 목을 무서운 칼이나 도끼로 내리치려고 하면, 사람도 “사람 멱 따는 소리”를 내면서 슬프게 숨을 거둘 테지요. 우리는 “돼지 멱 따는 소리”가 아닌 “돼지가 풀숲에서 고르릉고르릉 기쁘게 노래하는 소리”를 나눌 수 있는 살림길로 달라져야지 싶습니다. 더 많이 먹으려고 더 모질게 좁고 어둡고 답답한 우리에 가두어서 착하고 상냥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마는 고기돼지라는 길은 끝내기로 해요. 느긋하며 아늑할 뿐 아니라 착하고 참하면서 곱게 숲을 같이 누리는 따사로운 길을 나아가야지 싶어요. 사람을 사람답게 보려면 나무를 나무답게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개미를 개미답게 마주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돼지를 돼지답게 끌어안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돼지는 노래하고 싶습니다. 돼지는 멱을 따이고 싶지 않습니다. 돼지는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돼지는 좁은 잿바닥(시멘트바닥)에 갇힌 채 흙도 풀도 나무도 꽃도 없는 곳에서 찌꺼기로 배를 채울 생각이 없습니다. 돼지는 풀잎을 사랑해요. 돼지는 풀벌레하고 동무하면서 놀고 싶어요.



돼지


반지르르한 털은 아침햇살

곧고 긴 등줄기는 여름바다

새털같은 몸은 날렵날렵

싹싹하며 올찬 걸음걸이


혀에 닿으면 바람맛 느껴

코에 스치면 흙맛 느껴

살에 대면 마음멋 느껴

품에 안으면 숨멋 느껴


낯선 길을 의젓이 이끌지

우는 동생 토닥토닥 달래

사나운 물살 헤엄쳐 건너

별빛으로 자고 이슬빛으로 일어나


거짓말 참말 환히 꿰뚫고

즐거운 웃음을 노래하면서

보금자리 정갈히 돌보는데

둥글둥글 모여 누워 꿈을 그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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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운해 雲海


 운해가 장관이었다 → 구름떼가 대단했다


  ‘운해(雲海)’는 “1. 구름이 덮인 바다 2. 바닷물이나 호수가 구름에 닿아 보이는 먼 곳 3. 산꼭대기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바다처럼 널리 깔린 구름 ≒ 구름바다”를 가리킨다고 하는군요. ‘구름’으로 고쳐씁니다. ‘구름떼·구름밭·구름무리·구름물결’로 고쳐쓰고요. ‘구름바다·구름같다·구름처럼’으로 고쳐써도 되어요. ㅍㄹㄴ



운해가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 반짝이는 구름을 보면서

→ 반짝이는 구름바다를 보면서

《토리빵 8》(토리노 난코/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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