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28.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

 정세랑 글, 창비, 2019.6.21.



새벽비를 느낀다. 빗방울이 들을 적부터 느낀다. 갓 떨어지는 빗방울을 못 느끼는 분이 늘어나는데, 하늘과 땅에 귀기울이면 한두 방울이 톡톡 바닥에 닿는 소리와 몸짓을 헤아릴 만하다. 이렇게 빗방울 하나와 이슬방울 둘을 느끼면, 누구나 마음에 눈물방울 셋을 북돋아서 온누리를 사랑으로 돌보는 길을 열 테지. 어제에 이어 ‘책읽는 ACC’로 간다. 알림판 하나 제대로 없고, 광주시에서 썩 못 알린다고도 느끼되, 이곳에 깃들어서 책이웃을 그리는 마음일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책잔치에 마실하는 사람은 으레 순이인데, 드문드문 돌이를 마주한다. 조용히 숲책을 읽고 가만히 푸른책을 품는 돌이가 늘어날 적에 순이돌이가 어깨동무를 이루는 새빛을 일굴 만하다고 본다. 민주도 평화도 페미니즘도 대안도, 둘이 함께해야 피어난다. 암꽃만으로는 씨앗과 열매를 못 맺는다. 씨앗과 열매는 오롯이 암꽃이 품되, 수꽃이 꽃가루를 내주어야 한다. “쓰임새가 적은 수꽃”이게 마련이라서, 수꽃(남성)이란 작은돌(소수의견·소수자)이다. 워낙 작은돌이던 수꽃 가운데 몇몇 얼뜨기와 모지리가 벼슬(권력)을 거머쥐면서 뭇사람(암꽃·수꽃 모두)을 짓밟고 억눌렀다. 이제는 암수꽃이 나란히 씨앗과 열매를 맺을 길을 열 때라고 본다.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은 누구 읽으라고 쓴 글인지 알쏭했다. 푸른씨더러 읽으라고 쓴 글일까? 푸른씨한테 이 만한 글을 읽혀도 될까? 그냥 서울에서 그냥 ‘타고난 돈과 힘과 재주’만으로 그냥그냥 잘먹고 잘사는 줄거리에 슬쩍 도깨비 옛이야기를 짜맞추는 글이 무슨 이바지를 할까? 차라리 씨름돌이가 아닌 씨름순이를 그려서 ‘힘’이나 ‘돈’이 아니라 오롯이 ‘마음’과 ‘사랑’으로 맺고 풀 새길을 밝히는 글을 쓸 만하지 않나? 어린씨와 푸른씨한테 읽히는 글로 장난치지 않기를 빈다.


ㅍㄹㄴ


"李 정부, 재생에너지 '돈 놓고 돈 먹기' 게임 만들지 않으려면…"

https://v.daum.net/v/2025092905301317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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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27 : -의  것 솔직함 적나라함


가슴 깊은 곳의 이야기까지 꺼내 보여주는 것은 솔직함이 아닌 적나라함이 될 수도 있다

→ 가슴 깊은 이야기까지 보여주면 꾸밈없기보다는 발가벗을 수도 있다

→ 가슴 깊은 이야기까지 들려주면 고스란보다는 민낯일 수도 있다

《심심과 열심》(김선희, 민음사, 2020) 71쪽


“가슴 깊은 곳의 이야기”에서 ‘-의’는 군더더기 일본말씨입니다. ‘-의’를 털면 단출히 “가슴 깊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가슴 깊거나 속으로 깊이 들려주거나 보여주는 이야기가 왜 ‘발가벗기’라고 여겨야 할까요? 얼핏 벌거벗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만, 속빛을 가만히 밝혀야 비로소 삶글이요 살림글이자 사랑글입니다. 그대로 적고 고스란히 옮길 줄 알 적에는 ‘까밝히’지 않아요. 민낯과 맨몸을 드러내면서 티없이 빛나는 숲글로 깨어나는 셈입니다. ㅍㄹㄴ


솔직하다(率直-) :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

적나라하다(赤裸裸-) : 1. 몸에 아무것도 입지 아니하고 발가벗다 2.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어 숨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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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26 : 루틴 습관 원고 기간 매일 양


어느새 이 루틴에 습관이 붙어서 책 원고를 쓰는 기간이 되면 매일 비슷한 양을 일하고

→ 어느새 이런 버릇이 붙어서 책을 쓸 적에는 날마다 비슷하게 쓰고

→ 어느새 이렇게 길을 들여서 책을 쓸 때에는 나날이 비슷비슷 일하고

《심심과 열심》(김선희, 민음사, 2020) 86쪽


“루틴에 습관이 붙어서”는 영어랑 한자말을 나란히 겹쳐쓴 말씨입니다. “버릇이 붙어서”나 “몸에 붙어서”나 “길을 들여서”로 바로잡습니다. “책 원고를 쓰는 기간이 되면”도 겹말씨예요. “책을 쓸 적에는”이나 “책을 쓸 때이면”으로 고쳐씁니다. “비슷한 양”에서 ‘양’이라는 외마디한자말은 군더더기입니다. 늘 비슷하게 쓰니 ‘비슷하게’라 하면 되어요. 늘 비슷비슷 일하니 ‘비슷비슷’이라 합니다. ㅍㄹㄴ


루틴(routine) : [정보·통신]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경우에 쓴다

습관(習慣) :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원고(原稿) : 1. 인쇄하거나 발표하기 위하여 쓴 글이나 그림 따위 2. = 초고

기간(其間)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동안

매일(每日) : 1. 각각의 개별적인 나날 2. 하루하루마다

양(量) : 1. 세거나 잴 수 있는 분량이나 수량 2. 분량이나 수량을 나타내는 말 3. 음식을 먹을수 있는 한도 4. = 국량(局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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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5.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

 하현 글, 빌리버튼, 2019.2.25.



어제그제 부산에서 편 이야기를 돌아보며 고흥으로 돌아간다. 이웃님 한 분이 “도서관에서 달마다 잡지를 버리는데, 지나간 잡지도 나중에 읽을거리가 많은데 왜 버려야 하는지 안타까워요.” 하고 말씀하시기에 문득 ‘책품책숲’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책을 품는 책숲”이라는 뜻이면서 “책으로 품고서 책으로 이룬 숲”이라는 얼개이다. 부산서 완도까지 가는 07:05 시외버스는 순천을 거친다. 순천까지 타고서 고흥버스로 갈아탄다. 고흥읍에서는 옆마을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로 갈아탄다. 함박비가 시원스레 쏟는다. 큰아이가 옆마을까지 마중을 나왔다. 둘이 빗길을 가만히 걷는다. 빗소리가 말소리를 잡아먹는 즐거운 논둑길이다. 작은아이도 논둑길에서 만난다. 우리는 오늘 논둑에서 벼락도 구경한다.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를 읽었다. 끝내 에스파냐말을 품지는 못 했다는 줄거리이되, 너무 애써서 이웃말을 품지 않아도 되는 줄 받아들였다는 삶이다. 우리는 거침없이 말할 줄 알 까닭이 없다. 마음을 밝히고 생각을 펼 낱말을 혀에 얹으면서 이야기로 여미면 넉넉하다. 경상사람이 전라말을 빈틈없이 익혀야 하지 않지. 전라사람이 경상말을 훌륭히 써야 할 까닭이 없다. 서로 만나서 마음을 읽으면 어질고 반가울 뿐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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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4.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글/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2016.1.25.



연산동 길손집에서 새벽을 맞는다. 등허리를 잘 폈다. 100-1 버스를 타고서 〈책과 아이들〉로 건너간다. 어제에 이은 ‘말닿기 마음닿기’ 모임을 꾸린다. 마음이 있어야 말이 있고, 마음이 없으면 꾸밈소리만 있다. “마음에 없는 말”이란 “겉으로 치레하는 소리”일 뿐이니, 마음에도 없지만 삶으로도 없이 생각조차 안 하는 채 흘러나오는 소리이기에 ‘이야기’나 ‘노래’로 안 뻗는다. 마음으로 지핀 말이기에 이야기와 노래로 피어난다. 마음을 살찌우는 말이란, 이미 스스로 삶을 가꾸면서 노래한 말인 셈이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읽는다. 우리는 한나 아렌트를 어떻게 읽는 오늘일까? ‘듣기 좋은’ 말만 고르면서 ‘나를 살피는 도움말’은 영 ‘듣그럽다’고 꺼리는 나라이지 않나? 피와 살이 되는 말과 밥과 바람과 볕은 마냥 달콤하지 않다. 쓰고 시고 맵고 짠 숱한 맛이 어울리기에 ‘나를 살리는 말·밥·바람·볕’인걸. 갈수록 온나라가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로 기울고 흔들린다. “쓰니 삼키고 달면 놓는다”라는 배움길을 알아보는 이웃을 그린다. 모든 다 다른 낟알과 잎과 남새와 열매가 다 다르게 푸른물인 줄 알아채는 동무를 그린다. 등짐을 묵직하게 짊어지고 걸으면 땀방울이 단내 같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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