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5.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
하현 글, 빌리버튼, 2019.2.25.
어제그제 부산에서 편 이야기를 돌아보며 고흥으로 돌아간다. 이웃님 한 분이 “도서관에서 달마다 잡지를 버리는데, 지나간 잡지도 나중에 읽을거리가 많은데 왜 버려야 하는지 안타까워요.” 하고 말씀하시기에 문득 ‘책품책숲’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책을 품는 책숲”이라는 뜻이면서 “책으로 품고서 책으로 이룬 숲”이라는 얼개이다. 부산서 완도까지 가는 07:05 시외버스는 순천을 거친다. 순천까지 타고서 고흥버스로 갈아탄다. 고흥읍에서는 옆마을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로 갈아탄다. 함박비가 시원스레 쏟는다. 큰아이가 옆마을까지 마중을 나왔다. 둘이 빗길을 가만히 걷는다. 빗소리가 말소리를 잡아먹는 즐거운 논둑길이다. 작은아이도 논둑길에서 만난다. 우리는 오늘 논둑에서 벼락도 구경한다.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를 읽었다. 끝내 에스파냐말을 품지는 못 했다는 줄거리이되, 너무 애써서 이웃말을 품지 않아도 되는 줄 받아들였다는 삶이다. 우리는 거침없이 말할 줄 알 까닭이 없다. 마음을 밝히고 생각을 펼 낱말을 혀에 얹으면서 이야기로 여미면 넉넉하다. 경상사람이 전라말을 빈틈없이 익혀야 하지 않지. 전라사람이 경상말을 훌륭히 써야 할 까닭이 없다. 서로 만나서 마음을 읽으면 어질고 반가울 뿐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