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7.


《로자 파크스 나의 이야기》

 로자 파크스·짐 해스킨스/최성애 옮김, 문예춘추사, 2012.3.15.)



어버이라면 아이하고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보람으로 하루를 기쁘게 살아낼 만하다고 느낀다. 아이를 낳아서 어버이라는 자리를 얻을 적에는, 바깥일을 알맞게 하되 집안일을 사랑으로 품고서 함께 풀어내는 길을 열어야지 싶다. 두 아이는 곧잘 “왜 아버지 혼자 일을 다 해요?” 하고 묻지만 “너희가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하고픈 일과 놀이가 있을 적에는, 파란놀 씨가 집안일을 도맡으면 돼.” 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어버이’란,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춤과 노래로 웃는 사람일 적에 누리는 이름이라고 본다. ‘아이’란, 보금자리에서 늘 사랑을 느끼고 물려받으면서 실컷 뛰어노는 사람이 누리는 이름이지 싶다. 《로자 파크스 나의 이야기》를 이제서야 읽는다. 이런 놀라운 책을 한글로 옮긴 2012년에 우리나라 새뜸은 〈동아일보〉쯤만 글을 낸 듯싶다. 살짝 어이없는 노릇이지만, 모든 아름책을 알아보지 않는 새뜸이니 어쩔 길이 없기는 하다. ‘로자 파크스 목소리’로 지난날 미국을 읽자니 ‘밖으로 알려진 이야기’와 꽤 다른 줄 새삼스레 느낀다. 로자 파크스 님은 ‘모든 흰사람이 나쁘다’거나 ‘모든 검은사람이 착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라가 시키는 대로 길들면 어느 살갗이든 얼을 잃고, 스스로 아이곁에 서며 살림을 지으면 어느 살갗이든 어깨동무한다고 들려준다. ‘미워할 흰둥이’가 아니라 ‘아직 삶·살림·사랑을 모르는 이웃(흰사람)한테 삶·살림·사랑을 어떻게 보여주고 나눌 만할까?’ 하고 생각할 적에 푸른별을 바꿀 수 있다고 들려준다. 대단히 놀랍고 빛나며 아름다운 책이다.


#RosaParksMyStory #RosaParks #JimHaskins

#RosaLeeLouiseMcCauleyPark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28. 개구리 죽다



  옆마을로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려고 새벽에 논두렁을 걷는데 곳곳에 밟혀죽은 개구리가 납작하다. 한봄에 이르러 논개구리가 꽤 깨어나서 보름쯤 운다 싶더니 그제부터 갑자기 끊겼다.


  무슨 일인가? 한봄부터 여름 내내 울어야 할 논개구리가 모조리 어디 갔는가? 사흘 동안 논개구리 울음소리를 못 들으며 갸우뚱하는 시골사람이 있으려나? 서울사람은 개구리소리를 쳐다보거나 마음쓸 틈이 없을 만하다.


  그러나 개구리가 사리지면 논밭과 시골이 다 죽는다. 참새와 제비가 사라져도 온통 풀죽임물판으로 뒤덮이며 다같이 죽음수렁에 휩쓸리고 만다.


  우리는 ‘AI·챗·관세·경제·대선’서껀 쳐다볼 수 있되, 먼저 봄소리에 귀기울일 노릇이지 싶다. 소리죽은 봄이란 사람살이도 죽음으로 뒤덮는다는 뜻이다. 온소리가 넘실거리는 봄을 잊을 적에는, 모든 숨결이 서로 다르면서 하늘빛으로 푸른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줄 나란히 잊기에, 넋을 잃고 얼까지 빼앗긴다.


  4월 28일에 고흥서 서울 가는 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미리 끊었기에 걱정은 없다. 그런데 5월 1일에 고흥 돌아갈 버스에도 빈자리가 없네. 그나마 순천 거쳐 돌아갈 자리는 있다. 시골은 시외버스가 늘어야 할 텐데 군수나 지역구 의원은 버스를 안 타니, 그들 손아귀에서 시골은 더 망가진다.


  누가 걸어야 할까. 그들이 안 걷더라도 나부터 걸으면 된다. 누가 아이곁에 서야 할까. 그들이 아이곁에 없더라도 내가 아이곁에 서면 된다. 시골 들녘에도 서울 복판에도 개구리가 울고 어울리는 푸른빛을 되찾기를 빌면서 걷고 또 걷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22. 서로 손으로



  손으로 쓰는 동안 손끝부터 발끝으로 물든다. 손으로 맞잡는 사이에 손길이 발걸음으로 퍼진다. 손수 가꾸고 빚고 일구면서 스스럼없이 다리를 잇고 놓고 뻗는다.


  손으로 안 쓰다 보니 손빛과 눈빛을 나란히 잃는다. 손보지 않거나 손질하지 않는 동안에 차츰 솜씨하고 등지면서 잔재주로 길든다. 손이 닿지 않으니 마음마저 다가가지 않는다.


  아기는 저를 안고서 저를 알아보라며 우리를 부른다. 처음부터 아기를 잘 안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안아 보면서 아기한테 맞추는 사이에 천천히 아기 마음을 함께 느낀다. 모든 사람은 아기를 안고 어르고 달래고 같이 놀기에 비로소 어른으로 깨어난다.


  곁에 아이가 없는 사람은 노상 멋대로 군다. 곁에 아이를 두는 사람은 수수하게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이루면서 느긋이 넉넉히 함께 걷고 같이 쉬고 나란히 노래한다.


  어른은 아이곁에서 배우고, 아이는 어른곁에서 가르친다. 우리는 온누리 어른을 가르치고 깨우치려고 이 땅에 태어났다. 이제 어린날을 지난 우리는 새롭게 아이들한테서 배우는 즐거운 길로 접어든다.


  아이곁에 서지 않기에 철없이 군다. 아이를 안 낳기에 철없지 않다. 아이곁에 다가서려 하지 않으니 철없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짓과 살림과 사랑을 늘 아이들이 고스란히 물려받는 줄 느껴서, 말을 고르고 글을 추스르고 하루를 그릴 적에 비로소 어른이다.


  나이만 먹기에 늙고 꼰대이다. 아이곁으로 다가서서 말하지 않으니 늙었고 꼰대이다. 아이가 못 알아듣거나 어려워하는 말과 글을 그냥 쓸 뿐, 하나도 안 고치는 사람은 모조리 늙은 꼰대이다.


  너는 어른이야. 너는 이제 아이가 아니야, 나도 어른이지. 나도 이제는 아이가 아닌걸. 우리나라에 어른이 사라졌다고 푸념하지 마. 이제 네가 어른인걸. 이제 같이 철들자. 같이 어른으로 일어서며 아이곁과 나무곁에서 이 하루걸음을 노래하자. 파란하늘빛으로.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손힘찬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4.30.

까칠읽기 67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스튜디오 오드리

 2021.2.8.



모든 책은 바탕이 ‘나살림(자기계발)’이다. 내가 나부터 살리려고 글을 읽고 쓴다. 내가 나를 살리는 길을 배우고 익힐 때라야 책을 읽고 쓴다. 굳이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글을 쓰거나 책을 낼 까닭이 없다. 군더더기랄까.


‘자기개발’이든 ‘자기계발’이든 ‘자기관리’이든 말끝으로 장난을 칠 뿐이라고 느낀다. 내가 나를 안 돌보면 누가 나를 돌보나? 앓아누울 때조차 스스로 몸을 돌보면서 밥과 물을 끊고서 신나게 드러누워서 ‘나돌봄(나를 돌아보는 삶)’을 하기에 비로소 낫는다.


아이는 “남들이 걸으니까 따라서 걷지” 않는다. 아이는 “남은 남이고, 나는 즐겁고 씩씩하게 걷고 싶은 꿈”을 품기에 비로소 두 다리로 의젓하게 서서 척척 한 발짝 두 발짝 내딛는다.


다시 말하자면 ‘나살림(자기계발)’을 밝히거나 외치는 글과 책은 이제껏 “바로 내가 나부터 안 돌보고 안 살리는 팽개치기를 해왔다”고 드러내는 셈이다. 우리는 ‘나살림책(자기계발서)’를 아무리 읽는들 못 바꾸고 안 바뀐다. “내가 나를 안 보고 안 돌보고 안 가꾸는 삶을 이은 줄거리”가 드러날 뿐인 글이나 책을 읽고서 우리가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는가?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를 보면 머리말에 “나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과거의 이야기를 정리했다”처럼 적는데, 어느 누구도 멍을 풀거나 옛이야기를 치우지 못 한다. 멍을 풀었다거나 옛이야기를 치웠다고 밝히는 사람이 있다면 다 뻥이다. 눈속임이랄까. 멍을 지우려고 한들 지울 수 없다. 스스로 오늘을 사랑으로 지어서 일굴 적에 멍이 저절로 사라질 뿐이면서, 새살이 돋는다. 스스로 오늘을 사랑이라는 살림으로 가꾸기에 ‘옛이야기’는 ‘오늘이야기’로 녹아들면서, 바로 이곳에서 웃는다.


나는 남을 못 돕는다. 내가 남을 돕는다고 할 적에도 거짓말이다. 남도 나를 못 돕는다. 남이 나를 돕는다고 할 적에도 가짓부렁이다. 왜 그런가?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살리고 가꾸고 돌볼 뿐이니까.


내가 네게 들려줄 말이란, “넌 네가 너를 들여다보면서, 네 삶을 네가 너답게 너로서 사랑하는 길을 받아들이고서, 차분히 삭이는 틈을 들이면, 네 일을 언제나 네가 스스로 풀고 품어서 맺어.”일 뿐이다. 내가 너한테서 들을 말도 이와 같다. 우리는 서로 “스스로 할 일”을 두런두런 말을 섞으면서 “스스로 배울” 뿐이고, 이제 혼자 고요히 있는 보금자리에서 “내가 나를 바라보기”를 하면서 가다듬는다.


사랑이란, 사람마다 다를 수 없다. 사랑은 온갖 곳에 아무렇게나 안 쓴다. 사람이라면, 저마다 사랑이다. “저마다 사랑인 사람”이라서 “다 다른 사랑”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저마다 사랑인 사람”이기에, 우리가 스스로 ‘사람’인 줄 알아볼 적에, 바로 스스로 “내가 나를 보는 이 눈빛이 사랑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면서, “내가 나를 보듯, 네가 너를 보기에, 우리가 서로 볼 수 있네” 하고 느낀다.


손수 살림을 지으면서 삶을 이루는 사람이기에 스스럼없이 사랑을 스스로 배워서 익히고 품고 풀어낸다. 오직 이뿐이다. 아무리 말로 읊는들 사랑을 모른다. 아무리 나살림(자기계발)을 해본들 사랑하고 한참 등질 뿐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아이곁에 서서 밥을 차려서 아이랑 같이 밥을 먹고, 아이랑 같이 치우고, 아이랑 같이 이야기하면 된다. 어른곁에 서서 나란히 볕바라기를 하며 새노래와 개구리노래와 풀벌레노래를 귀담아들으며 아무 말이 없이 하루를 누리면 된다. 언제나 이뿐이다. 사랑은 ‘대화와 토론과 상담’으로는 ‘죽어도 못 깨닫’는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집살림을 맡아야 누구나 곧바로 알아보고 익히는 사랑이다.


ㅍㄹㄴ


최근 들어 가장 충격적인 발경는 내가 생각보다 수동적인 사람이라는 점이다 … 나는 이 책을 쓰기에 앞서 나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과거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4쪽)


특히 사랑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더욱 힘들다. 내가 본격적으로 코칭의 세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 코치가 있다. 그와 상호 코칭하면서 사랑에 관해 여러 대화를 주고받았고 그 과정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그는 사랑을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이유가 사랑의 형태가 제각각이라 그렇다고 했다. (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ne 일 숫자 그림책 시리즈 1
캐드린 오토시 글.그림, 이향순 옮김 / 북뱅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4.30.

그림책시렁 1576


《One 일》

 캐드린 오토시

 이향순 옮김

 북뱅크

 2016.5.20.



  우리는 ‘1’처럼 적으면 ‘하나’로 읽습니다. ‘一 二 三 四 五’는 우리말이 아닌 중국말입니다. ‘한(하나) 둘(두) 셋(석·세) 넷(넉·네) 닷(다섯)’이 우리말입니다. 《One 일》은 책이름부터 얄궂습니다. 왜 어린이한테 우리말 ‘하나’를 안 들려줄까요? ‘하나’란 ‘하 + 나’요, “하늘(한 + 울)인 나”를 뜻합니다. 일본사람이라면 ‘1’를 ‘이치’로 읽을 테고, 미국사람이라면 ‘원’으로 읽을 테지요. 우리는 이곳에서 짓고 가꾸고 일구는 살림결에 따라서 ‘하나’로 읽을 뿐입니다. 우리가 늘 바라보는 파란하늘은 둘이나 셋으로 못 가릅니다. 한덩이를 이루는 바람이자 하늘은 그저 하나입니다. 모든 사람은 바로 ‘하나’이고, 이 낱말이 품은 뜻처럼 ‘하늘(하늘님)’이에요. 그래서 누구나 “바로 나부터 하늘인 줄 알아볼” 적에, 나하고 마주한 ‘너’를 나랑 똑같이 하늘빛으로 느끼고 깨닫고 알아차려서 어깨동무합니다. 누구나 스스로 나를 사랑할 적에 ‘나 + 너 = 또다른 빛인 우리’인 줄 배워요. 그래서, 한마음으로 손을 잡고, 한뜻으로 길을 열고, 한넋으로 꿈을 키우고, 한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이룹니다. 그림책 《One 일》은 얼핏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몸을 돌보거나 아낄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줄거리 같지만, 셈과 빛에 얽힌 수수께끼나 밑동하고는 먼, ‘나·너·우리’가 아닌 ‘나라(사회·정부)’라는 굴레에서 불거지는 다툼질을 그릴 뿐입니다. 이제 그만 좀 싸우고 나를 바라봐요. 제발 그만 나누거나 가르고서 마음부터 틔워요. 모든 삶터에서 스스로 사랑으로 이은 수수한 말씨를 품으려 할 적에 두레(둘·2)를 이루고 동무를 하면서 동아리를 맺는 참빛을 노래하게 마련입니다.


#One #KathrynOyoshi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