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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손힘찬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1년 2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4.30.
까칠읽기 67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스튜디오 오드리
2021.2.8.
모든 책은 바탕이 ‘나살림(자기계발)’이다. 내가 나부터 살리려고 글을 읽고 쓴다. 내가 나를 살리는 길을 배우고 익힐 때라야 책을 읽고 쓴다. 굳이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글을 쓰거나 책을 낼 까닭이 없다. 군더더기랄까.
‘자기개발’이든 ‘자기계발’이든 ‘자기관리’이든 말끝으로 장난을 칠 뿐이라고 느낀다. 내가 나를 안 돌보면 누가 나를 돌보나? 앓아누울 때조차 스스로 몸을 돌보면서 밥과 물을 끊고서 신나게 드러누워서 ‘나돌봄(나를 돌아보는 삶)’을 하기에 비로소 낫는다.
아이는 “남들이 걸으니까 따라서 걷지” 않는다. 아이는 “남은 남이고, 나는 즐겁고 씩씩하게 걷고 싶은 꿈”을 품기에 비로소 두 다리로 의젓하게 서서 척척 한 발짝 두 발짝 내딛는다.
다시 말하자면 ‘나살림(자기계발)’을 밝히거나 외치는 글과 책은 이제껏 “바로 내가 나부터 안 돌보고 안 살리는 팽개치기를 해왔다”고 드러내는 셈이다. 우리는 ‘나살림책(자기계발서)’를 아무리 읽는들 못 바꾸고 안 바뀐다. “내가 나를 안 보고 안 돌보고 안 가꾸는 삶을 이은 줄거리”가 드러날 뿐인 글이나 책을 읽고서 우리가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는가?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를 보면 머리말에 “나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과거의 이야기를 정리했다”처럼 적는데, 어느 누구도 멍을 풀거나 옛이야기를 치우지 못 한다. 멍을 풀었다거나 옛이야기를 치웠다고 밝히는 사람이 있다면 다 뻥이다. 눈속임이랄까. 멍을 지우려고 한들 지울 수 없다. 스스로 오늘을 사랑으로 지어서 일굴 적에 멍이 저절로 사라질 뿐이면서, 새살이 돋는다. 스스로 오늘을 사랑이라는 살림으로 가꾸기에 ‘옛이야기’는 ‘오늘이야기’로 녹아들면서, 바로 이곳에서 웃는다.
나는 남을 못 돕는다. 내가 남을 돕는다고 할 적에도 거짓말이다. 남도 나를 못 돕는다. 남이 나를 돕는다고 할 적에도 가짓부렁이다. 왜 그런가?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살리고 가꾸고 돌볼 뿐이니까.
내가 네게 들려줄 말이란, “넌 네가 너를 들여다보면서, 네 삶을 네가 너답게 너로서 사랑하는 길을 받아들이고서, 차분히 삭이는 틈을 들이면, 네 일을 언제나 네가 스스로 풀고 품어서 맺어.”일 뿐이다. 내가 너한테서 들을 말도 이와 같다. 우리는 서로 “스스로 할 일”을 두런두런 말을 섞으면서 “스스로 배울” 뿐이고, 이제 혼자 고요히 있는 보금자리에서 “내가 나를 바라보기”를 하면서 가다듬는다.
사랑이란, 사람마다 다를 수 없다. 사랑은 온갖 곳에 아무렇게나 안 쓴다. 사람이라면, 저마다 사랑이다. “저마다 사랑인 사람”이라서 “다 다른 사랑”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저마다 사랑인 사람”이기에, 우리가 스스로 ‘사람’인 줄 알아볼 적에, 바로 스스로 “내가 나를 보는 이 눈빛이 사랑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면서, “내가 나를 보듯, 네가 너를 보기에, 우리가 서로 볼 수 있네” 하고 느낀다.
손수 살림을 지으면서 삶을 이루는 사람이기에 스스럼없이 사랑을 스스로 배워서 익히고 품고 풀어낸다. 오직 이뿐이다. 아무리 말로 읊는들 사랑을 모른다. 아무리 나살림(자기계발)을 해본들 사랑하고 한참 등질 뿐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아이곁에 서서 밥을 차려서 아이랑 같이 밥을 먹고, 아이랑 같이 치우고, 아이랑 같이 이야기하면 된다. 어른곁에 서서 나란히 볕바라기를 하며 새노래와 개구리노래와 풀벌레노래를 귀담아들으며 아무 말이 없이 하루를 누리면 된다. 언제나 이뿐이다. 사랑은 ‘대화와 토론과 상담’으로는 ‘죽어도 못 깨닫’는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집살림을 맡아야 누구나 곧바로 알아보고 익히는 사랑이다.
ㅍㄹㄴ
최근 들어 가장 충격적인 발경는 내가 생각보다 수동적인 사람이라는 점이다 … 나는 이 책을 쓰기에 앞서 나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과거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4쪽)
특히 사랑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더욱 힘들다. 내가 본격적으로 코칭의 세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 코치가 있다. 그와 상호 코칭하면서 사랑에 관해 여러 대화를 주고받았고 그 과정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그는 사랑을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이유가 사랑의 형태가 제각각이라 그렇다고 했다. (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