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9.


《문지 에크리 : 빛과 실》

 한강 글, 문학과지성사, 2025.4.18.첫/2025.4.21.2벌



서울 성산동에서 살아가는 이웃님하고 새벽 4시까지 여러 노래를 들으며 수다꽃을 피웠다. 살짝 눈을 붙인 뒤에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끝손질(최종교정)’을 마쳐서 펴냄터로 보낸다. 기지개를 켠다. 어제 마을책집 세 곳에서 산 책을 하나하나 읽고서 글을 조금 여민 뒤,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서 부천으로 건너간다. 한낮인 12시부터 “얘들아 술?” 하며 왁자지껄한 스물 언저리 젊은이 무리 옆을 스친다. 그래, 너희는 한낮술을 하렴, 난 ‘한낮책’을 할게. 〈빛나는 친구들〉에 깃들어 책을 읽는다. 이윽고 〈용서점〉으로 건너가서 ‘사읽어용(책을 사서 읽어용)’ 모임을 꾸린다. 예전에는 이 나라에 책숲(도서관)이 제대로 없었기에, 지난날에는 “사읽어야만 하는 책”이었고, 오늘날에는 책숲도 잘 갖추고 볼거리에 놀거리가 가득하니 ‘안읽어용’ 하는 분이 많다만, 돈과 품과 짬을 들여서 사읽을 적에 우리 스스로 빛나는 씨앗 한 톨을 얻고 나누고 심는 하루를 살아낸다고 본다. 《문지 에크리 : 빛과 실》을 책집에서 서서 읽었다. 5분 걸렸나? 빈자리 넘실대는 듬성듬성 엮음새에 15000원 책값이라니, 너무하다. 글보람(문학상)은 기릴 만하되, 글보람을 등에 업고서 너무 얕게 종이장사를 하는구나 싶다. 얇은 주머니책으로 고작 50쪽이 될랑 말랑 한 꾸러미를 172쪽까지 부풀리느라 용썼구나 싶지만, 이렇게 책을 내서 ‘팔아치워 돈만 벌 셈’이라면, ‘책에 등돌리는 사람’을 늘리는 굴레로 치달으리라 느낀다. 왜 이렇게 책을 내야 할까? 손바닥책이 아닌 ‘손바닥책 시늉’으로 책을 묶으면 사람들이 무엇을 배우거나 느낄 만한가? 갈수록 ‘안 읽고 안 배우고 안 익히는 나라’로 나뒹군다면, 글보람을 받은 글지기가 더더욱 꽉꽉 채우는 “알찬 글빛”을 펼 일이지 않을까? “50쪽에 3000원 더 작은책”으로 낼 만한 글모음을 “172쪽에 15000원 더 멋부린 결”로 내놓는 펴냄터와 글지기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싶다. 이런 책으로는 글밭을 못 살릴 뿐 아니라, 온통 갈라치기가 판치는 이 나라에 사랑씨앗으로 깃들 책이 될 수 없다고 느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누리책집에서

빛과 실,

이 책을 살피면

끼워팔기가 어마어마하다.

창피하지 않을까?

아니,

창피를 잊었기에

"책을 끼워주고"서

돈벌이를 일삼겠지.


우리가 '작가'라면 이런 '끼워팔기 장삿속'을

마땅히 손사래쳐서

출판사가 "정신 좀 차리라"고,

"책을 엮어서 내놓으라"고

나무라야 할 노릇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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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8.


한 달의 오사카

 김에녹 글·사진, 세나북스, 2025.3.24.



서울길에 나서려는 새벽에 큰아이가 일어나서 집안일을 한다. ‘너는 늘 사랑스럽구나’ 하고 생각한다. 두 아이한테 맡길 집안일이 무엇인지 들려주고, 언제나 스스로 기쁘면서 새롭게 하루를 그리면서 가꾸자고 이야기한다. 함께 마을 앞을 빙그르르 돌고서 손을 흔든다. 논두렁을 따라서 옆마을로 몇 걸음 떼다가 뒤를 돌아보면 아직 손을 흔들고, 나도 손을 흔든다. 이제 얼굴만 보일 즈음에도 손을 흔들고, 나도 흔든다. 오늘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가 꽉 찬다. 옆에 앉은 분은 내내 큰소리로 전화를 하고 발이며 몸을 크게 떤다. 왜 이러실까? ‘멀쩡히 젊은’ 순이돌이 모두 시외버스에서 넋나간 듯 굴기 일쑤이다. 다만, 스물세 사람 가운데 너덧이 이럴 뿐이다. 서울에 닿아 광나루 〈날일달월〉부터 찾아간다. 볕길을 따라 걷는다. 이윽고 용산 〈뿌리서점〉에 찾아간 뒤, 화곡동 〈악어책방〉으로 건너가서 ‘마음말꽃’ 이야기를 편다. 《한 달의 오사카》를 읽은 지 한 달이 지나간다. 다 읽고서 가만히 삭인다. 곰곰이 보면, 어느 마을을 우리 마음과 몸으로 품으려면 ‘한달살이’쯤은 할 노릇이요, 책 하나를 속으로 풀어내려면 ‘한달읽기’쯤은 할 만하지 싶다. ‘한해살이’를 해보면 마을을 훨씬 깊넓게 품을 테고, ‘한해읽기’를 누리면 책을 더 새롭게 풀어낼 만하리라. “일본 곳곳 한달살이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젊게 피어나는 눈망울과 발걸음을 헤아리는 착한 길잡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벼슬꾼(공무원·국회의원)이 한 해에 한 달쯤은 다른 고장에서 일하도록 돌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를테면, 서울 동사무소 공무원이 전남 고흥군 도화면사무소로 한 달을 옮겨서 지내고, 전남 장흥군 용산면사무소 공무원이 부산시 중구청으로 한 달을 옮겨서 지내고, 국회의원도 한 해에 한 달쯤은 아주 다른 고장으로 옮겨서 일하도록 한다면, 이 나라가 조금씩 어깨동무를 익힐 만하지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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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7.


《로자 파크스 나의 이야기》

 로자 파크스·짐 해스킨스/최성애 옮김, 문예춘추사, 2012.3.15.)



어버이라면 아이하고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보람으로 하루를 기쁘게 살아낼 만하다고 느낀다. 아이를 낳아서 어버이라는 자리를 얻을 적에는, 바깥일을 알맞게 하되 집안일을 사랑으로 품고서 함께 풀어내는 길을 열어야지 싶다. 두 아이는 곧잘 “왜 아버지 혼자 일을 다 해요?” 하고 묻지만 “너희가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하고픈 일과 놀이가 있을 적에는, 파란놀 씨가 집안일을 도맡으면 돼.” 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어버이’란,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춤과 노래로 웃는 사람일 적에 누리는 이름이라고 본다. ‘아이’란, 보금자리에서 늘 사랑을 느끼고 물려받으면서 실컷 뛰어노는 사람이 누리는 이름이지 싶다. 《로자 파크스 나의 이야기》를 이제서야 읽는다. 이런 놀라운 책을 한글로 옮긴 2012년에 우리나라 새뜸은 〈동아일보〉쯤만 글을 낸 듯싶다. 살짝 어이없는 노릇이지만, 모든 아름책을 알아보지 않는 새뜸이니 어쩔 길이 없기는 하다. ‘로자 파크스 목소리’로 지난날 미국을 읽자니 ‘밖으로 알려진 이야기’와 꽤 다른 줄 새삼스레 느낀다. 로자 파크스 님은 ‘모든 흰사람이 나쁘다’거나 ‘모든 검은사람이 착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라가 시키는 대로 길들면 어느 살갗이든 얼을 잃고, 스스로 아이곁에 서며 살림을 지으면 어느 살갗이든 어깨동무한다고 들려준다. ‘미워할 흰둥이’가 아니라 ‘아직 삶·살림·사랑을 모르는 이웃(흰사람)한테 삶·살림·사랑을 어떻게 보여주고 나눌 만할까?’ 하고 생각할 적에 푸른별을 바꿀 수 있다고 들려준다. 대단히 놀랍고 빛나며 아름다운 책이다.


#RosaParksMyStory #RosaParks #JimHaskins

#RosaLeeLouiseMcCauleyPark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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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28. 개구리 죽다



  옆마을로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려고 새벽에 논두렁을 걷는데 곳곳에 밟혀죽은 개구리가 납작하다. 한봄에 이르러 논개구리가 꽤 깨어나서 보름쯤 운다 싶더니 그제부터 갑자기 끊겼다.


  무슨 일인가? 한봄부터 여름 내내 울어야 할 논개구리가 모조리 어디 갔는가? 사흘 동안 논개구리 울음소리를 못 들으며 갸우뚱하는 시골사람이 있으려나? 서울사람은 개구리소리를 쳐다보거나 마음쓸 틈이 없을 만하다.


  그러나 개구리가 사리지면 논밭과 시골이 다 죽는다. 참새와 제비가 사라져도 온통 풀죽임물판으로 뒤덮이며 다같이 죽음수렁에 휩쓸리고 만다.


  우리는 ‘AI·챗·관세·경제·대선’서껀 쳐다볼 수 있되, 먼저 봄소리에 귀기울일 노릇이지 싶다. 소리죽은 봄이란 사람살이도 죽음으로 뒤덮는다는 뜻이다. 온소리가 넘실거리는 봄을 잊을 적에는, 모든 숨결이 서로 다르면서 하늘빛으로 푸른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줄 나란히 잊기에, 넋을 잃고 얼까지 빼앗긴다.


  4월 28일에 고흥서 서울 가는 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미리 끊었기에 걱정은 없다. 그런데 5월 1일에 고흥 돌아갈 버스에도 빈자리가 없네. 그나마 순천 거쳐 돌아갈 자리는 있다. 시골은 시외버스가 늘어야 할 텐데 군수나 지역구 의원은 버스를 안 타니, 그들 손아귀에서 시골은 더 망가진다.


  누가 걸어야 할까. 그들이 안 걷더라도 나부터 걸으면 된다. 누가 아이곁에 서야 할까. 그들이 아이곁에 없더라도 내가 아이곁에 서면 된다. 시골 들녘에도 서울 복판에도 개구리가 울고 어울리는 푸른빛을 되찾기를 빌면서 걷고 또 걷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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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22. 서로 손으로



  손으로 쓰는 동안 손끝부터 발끝으로 물든다. 손으로 맞잡는 사이에 손길이 발걸음으로 퍼진다. 손수 가꾸고 빚고 일구면서 스스럼없이 다리를 잇고 놓고 뻗는다.


  손으로 안 쓰다 보니 손빛과 눈빛을 나란히 잃는다. 손보지 않거나 손질하지 않는 동안에 차츰 솜씨하고 등지면서 잔재주로 길든다. 손이 닿지 않으니 마음마저 다가가지 않는다.


  아기는 저를 안고서 저를 알아보라며 우리를 부른다. 처음부터 아기를 잘 안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안아 보면서 아기한테 맞추는 사이에 천천히 아기 마음을 함께 느낀다. 모든 사람은 아기를 안고 어르고 달래고 같이 놀기에 비로소 어른으로 깨어난다.


  곁에 아이가 없는 사람은 노상 멋대로 군다. 곁에 아이를 두는 사람은 수수하게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이루면서 느긋이 넉넉히 함께 걷고 같이 쉬고 나란히 노래한다.


  어른은 아이곁에서 배우고, 아이는 어른곁에서 가르친다. 우리는 온누리 어른을 가르치고 깨우치려고 이 땅에 태어났다. 이제 어린날을 지난 우리는 새롭게 아이들한테서 배우는 즐거운 길로 접어든다.


  아이곁에 서지 않기에 철없이 군다. 아이를 안 낳기에 철없지 않다. 아이곁에 다가서려 하지 않으니 철없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짓과 살림과 사랑을 늘 아이들이 고스란히 물려받는 줄 느껴서, 말을 고르고 글을 추스르고 하루를 그릴 적에 비로소 어른이다.


  나이만 먹기에 늙고 꼰대이다. 아이곁으로 다가서서 말하지 않으니 늙었고 꼰대이다. 아이가 못 알아듣거나 어려워하는 말과 글을 그냥 쓸 뿐, 하나도 안 고치는 사람은 모조리 늙은 꼰대이다.


  너는 어른이야. 너는 이제 아이가 아니야, 나도 어른이지. 나도 이제는 아이가 아닌걸. 우리나라에 어른이 사라졌다고 푸념하지 마. 이제 네가 어른인걸. 이제 같이 철들자. 같이 어른으로 일어서며 아이곁과 나무곁에서 이 하루걸음을 노래하자. 파란하늘빛으로.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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