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8.
《한 달의 오사카》
김에녹 글·사진, 세나북스, 2025.3.24.
서울길에 나서려는 새벽에 큰아이가 일어나서 집안일을 한다. ‘너는 늘 사랑스럽구나’ 하고 생각한다. 두 아이한테 맡길 집안일이 무엇인지 들려주고, 언제나 스스로 기쁘면서 새롭게 하루를 그리면서 가꾸자고 이야기한다. 함께 마을 앞을 빙그르르 돌고서 손을 흔든다. 논두렁을 따라서 옆마을로 몇 걸음 떼다가 뒤를 돌아보면 아직 손을 흔들고, 나도 손을 흔든다. 이제 얼굴만 보일 즈음에도 손을 흔들고, 나도 흔든다. 오늘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가 꽉 찬다. 옆에 앉은 분은 내내 큰소리로 전화를 하고 발이며 몸을 크게 떤다. 왜 이러실까? ‘멀쩡히 젊은’ 순이돌이 모두 시외버스에서 넋나간 듯 굴기 일쑤이다. 다만, 스물세 사람 가운데 너덧이 이럴 뿐이다. 서울에 닿아 광나루 〈날일달월〉부터 찾아간다. 볕길을 따라 걷는다. 이윽고 용산 〈뿌리서점〉에 찾아간 뒤, 화곡동 〈악어책방〉으로 건너가서 ‘마음말꽃’ 이야기를 편다. 《한 달의 오사카》를 읽은 지 한 달이 지나간다. 다 읽고서 가만히 삭인다. 곰곰이 보면, 어느 마을을 우리 마음과 몸으로 품으려면 ‘한달살이’쯤은 할 노릇이요, 책 하나를 속으로 풀어내려면 ‘한달읽기’쯤은 할 만하지 싶다. ‘한해살이’를 해보면 마을을 훨씬 깊넓게 품을 테고, ‘한해읽기’를 누리면 책을 더 새롭게 풀어낼 만하리라. “일본 곳곳 한달살이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젊게 피어나는 눈망울과 발걸음을 헤아리는 착한 길잡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벼슬꾼(공무원·국회의원)이 한 해에 한 달쯤은 다른 고장에서 일하도록 돌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를테면, 서울 동사무소 공무원이 전남 고흥군 도화면사무소로 한 달을 옮겨서 지내고, 전남 장흥군 용산면사무소 공무원이 부산시 중구청으로 한 달을 옮겨서 지내고, 국회의원도 한 해에 한 달쯤은 아주 다른 고장으로 옮겨서 일하도록 한다면, 이 나라가 조금씩 어깨동무를 익힐 만하지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