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7.


《두 친구 이야기》

 안케 드브리스 글/박정화 옮김, 양철북, 2005.11.18.



오늘까지 더 쉰다. 어제보다 등허리가 한결 낫다. 아침에 씻으면서 빨래를 하는데 욱씬욱씬한다. 손빨래를 마치고서 밥을 짓는다. 큰아이가 어느새 다가와서 “뭘 도울까요?” 하고 묻는다. 혼자 다 할 수 있으나, 작게 도울 일거리를 하나씩 들려준다. 밥과 국을 지었으나 나는 얼마 들지 않는다. 힘을 다하였으니 새삼스레 누워서 앓는다. 저녁에 또 세 사람이 등허리를 꾹꾹 밟고 주무른다. 왼옆구리는 거의 풀렸다. 이튿날에는 나래터를 다녀올 만하리라 본다. 《두 친구 이야기》를 오랜만에 들춘다. 아이들하고 새롭게 읽을까 하다가 내려놓는다. 줄거리라든지 두 아이가 나아가려는 새길은 반짝이고, 차근차근 짚으면서 응어리와 실타래를 풀어가는 길은 눈여겨볼 만하다. 아프고 힘든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이바지할 만하다고 본다. 그런데 시골이나 들숲바다에서 고요히 살림을 짓는 하루를 그리는 사람한테는 ‘또다른 연속극’일 수 있다. 살림씨앗이나 살림그림보다는 생채기와 멍울로 기울 만하다. 그러고 보니, 네덜란드말로 나온 이 책은 “멍”이나 “푸른 자국”이라는 책이름이다. 책이름부터 “멍”이니, 어버이한테서 얻어맞으며 사랑을 잊어버릴 뻔한 아이가 마음동무를 만나서 이제 멍은 멈추고서 스스로 일어서려는 길이지.


#AnkedeVries

#Blauwe plekken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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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8.


《빨간 나라, 파란 나라》

 에릭 바튀 글·그림/이주영 옮김, 담푸스, 2018.9.14.



이제 등허리가 가볍다. 거의 풀린다. 날은 맑고 포근하다. 기름 300들이를 넣는다. 1들이에 1200원을 한다. 올해에는 가난집에 ‘포근이바지(난방비지원)’가 없다. 지난달하고 이달에 치른 기름값이 70만 원을 넘는다. 나래터를 다녀올까 하다가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한다. 저물녘 시골 읍내는 서울 한복판하고 닮는다. “해가 지는데 읍내에서도 별이 안 보이네요.” “그래, 이제 시골도 서울을 따라가느라, 이 작은 불빛으로도 밤하늘을 가려서 별을 막고 잊고 잃는단다.” 《빨간 나라, 파란 나라》를 읽었다. 아이들하고 함께 읽었는데 그림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한다. 목소리와 올바름(정의)을 앞세우느라 정작 이야기가 빠지기는 했다. 그래, 이야기가 빠지니 흔들린다. 더구나 책이름은 워낙 “A Bas Les Murs”이기에 “담을 허물어라”로 옮겨야 맞다. 빨갛거나 파란 두 나라가 아닌, “담을 허물어라” 하고 외친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그림책이다. 우리 몸을 빨갛게 흐르는 피가 대수롭고, 하늘과 바다를 이루는 파란빛이 대수롭다. 아침낮저녁으로 흐르는 햇빛이 대수롭고, 밤을 채우는 별빛이 대수롭다. 모두 대수롭다. 이쪽도 저쪽도 대수롭다. 왼오른이 어깨동무하는 길을 그릴 때라야 응어리가 풀린다.


#ABasLesMurs #EricBattut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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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9.


《팥경단과 찹쌀떡 1》

 와카나 우스쿠라 글·그림/김승현 옮김, 대원씨아이, 2009.10.15.



어제 고흥에 눈이 0.1mm가 내렸다고 한다. 오늘 밥을 짓는데 마당에 눈이 펄펄 날린다. 쌓이지는 않고, 바닥에 닿자마자 녹아서 사라진다. 겨울로 접어든 뒤로 우리 집은 16℃ 언저리인데, 오늘은 낮에 14℃ 언저리이다. 새가 마시라고 놓는 물에 살얼음이 끼지만, 우리 집은 나무로 둘러싸기에 다른 곳보다 한결 포근하다. 뒤숭숭한 나라인 요즈음이지만, 겨울은 겨울이고, 겨울새는 겨울새이고, 겨울나무는 겨울나무이다. 구름과 땅을 본다. 눈을 맞으며 나는 새를 본다. 조금씩 부풀려는 잎눈을 본다. ‘대통령 경호실 예산’이 그렇게 대단한 줄 처음 안다. 목돈을 그런 곳에 써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문득 느낀다. 《팥경단과 찹쌀떡 1》를 되읽었다. 함께 늙어가는 사람과 고양이 살림길을 투박하게 그리는 줄거리이다. ‘사람하고는 같이 못 살’지만, ‘고양이랑 개하고는 같이 살’ 수 있는 이웃이 부쩍부쩍 는다. 사람 사이에 끼며 고단한 탓일 텐데, 집과 집도 틈이 있어야 하고, 마을과 마을도 틈이 있어야 하고, 사람과 사람도 틈이 있어야 한다. 서울도 시골도 갈수록 빽빽하기에 숨막히면서 홀로 깃들고 싶은 마음이 자란다고 느낀다. 예부터 살림집과 살림집 사이에 울타리로 삼는 나무를 심은 뜻을 요사이는 다들 잊어버린 듯싶다.


#臼倉若菜 #おはぎと大福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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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0.


《사슴》

 백석 글, 열린책들, 2022.3.25.



날이 다시 얼어붙기 앞서 기름을 잘 넣었구나 싶다. 날이 다시 얼어도 텃새는 시골하늘을 가볍게 가른다. 무안나루에서 날개가 터지고 말았는데, 모든 바닷가와 들숲은 예부터 새랑 사람이 어울리던 터전이다. 하늘나루를 짓더라도 새가 무리지어 쉬고 날 만한 터전을 깎거나 밀지 않을 줄 알아야 한다. 여태까지 ‘사람길(철도·고속도로·공항·항구)’만 내세워 숱한 숲이웃과 들이웃 살림터를 깡그리 짓밟았다. 이제는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처음부터 돌아볼 때라고 느낀다. 나래터(우체국)를 다녀오느데, 읍내 버스나루 한켠에 “12월 3일·8일부터 날개를 거의 처음으로 띄운 무안나루로 가서 바깥마실을 가자”고 알리는 커다란 알림판이 둘 선 줄 뒤늦게 알아챈다. ‘이태원참사’처럼 ‘무안참사’인데, 전남도지사·무안군수·전남 국회의원과 도군의원은 모조리 멀쩡하다. 얄궂다. 《사슴》을 읽었다. 글몫(저작권)이 없는 책일 테지.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이라고 하는데, 백석 님이 우리말빛을 구수하게 살렸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일본말씨나 해묵은 한자말이 잔뜩 있다고 느낀다. 낱말 몇 가지만 사투리로 쓰기에 ‘구수한(토속적)’ 글일 수 있을까? 우리글꽃(한국문학)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할 때이지 싶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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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1.


《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글/김난주 옮김, 열림원, 1999.1.18.



새삼스레 등허리를 앓으며 하루를 보낸다. 그저 자리에 눕는다든지, 다시 일어서려 할 적에 한참 걸린다. 앉고 서고 눕고 걷고 쪼그리고 엎드리고 뛰고 달리는 모든 몸짓을 ‘그냥’ 할 수 없는 줄 돌아본다. 가까스로 눕거나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 생각한다. 숲노래 씨는 39살 무렵까지 숨을 제대로 못 쉬었다. 오랜 코머거리 탓에 숨을 쉬고 뱉는 일이 늘 고되었다. 콧길을 어떻게 뚫는지 뒤늦게 배우고서 이제 아무렇지 않게 숨을 쉬는데, 지난 열 해 동안 ‘그냥그냥 숨을 쉬는 몸’이 얼마나 고마운지 잊지 않았나 하고 되새긴다. 오늘은 큰아이가 부엌일을 도맡는다. 《중국행 슬로보트》를 읽었다. 둘레에서 하루키를 그렇게 읽을 적에 나는 아예 안 읽었다. 눈이나 마음이나 손이 안 갔다. 책집마실을 하다가 하도 자주 보여서 이따금 들추면서도 “연속극이잖아?” 싶어 으레 내려놓았다. 밀당을 하거나 끝없이 싸우는 놀이(연속극·영화)는 쳐다볼 마음이 없기에 하루키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아무튼 “중국길 느린배”를 덮는다. 이렇게 담는 글결이 하루키 삶글이라면 이러한 삶글도 둘레에 많다는 뜻일 테지. 시골에서 군내버스로 오가는 사람은 드물지만, 서울(도시)에서 시내버스와 전철을 타는 사람은 많으니, 삶글도 다를 테지.


#中國行きのスロウボ-ト #村上春樹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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