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661 : -겨지는 것들 분리 -겨지는 것들 긍정되


거룩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분리해 나갈 때 거룩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긍정되고

→ 거룩하지 않다고 여기는 쪽을 솎을 때, 거룩하다고 여기는 쪽을 반기고

→ 거룩하지 않다고 여기면서 멀리할 때, 거룩하다고 여기는 쪽에 손들고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19) 75쪽


‘여겨지다’는 우리말이 아닙니다. 이런 우리말은 없습니다. ‘여기다’라고만 쓰는 우리말입니다. ‘긍정되다’는 우리말일 수 없습니다. 한자말을 쓰더라도 ‘긍정하다’라 해야 맞고, ‘반기다·받아들이다·품다·안다·손들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만 받아들이고 다른 쪽은 안 받아들인다면, ‘솎다’나 ‘가르다’나 ‘나누다’나 ‘쪼개다’나 ‘멀리하다’나 ‘등돌리다’인 셈일 테지요. ㅍㄹㄴ


분리(分離) : 서로 나뉘어 떨어짐

긍정(肯定) : 1.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함 2. [철학] 일정한 판단에서 문제로 되어 있는 주어와 술어와의 관계를 그대로 인정하는 일. ‘S는 P이다.’라는 형태의 명제를 참이라고 승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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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662 : 취향의 문제

그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 그저 달리 좋아할 뿐이다
→ 그저 마음이 다를 뿐이다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이혜미, 톰캣, 2024) 91쪽

누구나 다르기에 다르게 받아들이고 바라보고 반깁니다. 사람은 다 다르기에 좋아하는 결이 다르고, 싫어하는 곳이 달라요. 눈이 다르고 귀가 다릅니다. 몸이 다르고 마음이 달라요. 삶이 다르며 살림이 다르지요. 다만, 숨빛이나 사랑은 누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ㅍㄹㄴ

취향(趣向) :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문제(問題) : 1.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2. 논쟁,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3.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 4. 귀찮은 일이나 말썽 5.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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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663 : -ㄴ 이행 시작되어야


이러한 이행은 언제 시작되어야 하는가

→ 언제부터 이렇게 해야 하는가

→ 언제부터 이렇게 펴야 하는가

→ 언제부터 이리 움직여야 하는가

→ 언제부터 이처럼 나서야 하는가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016) 203쪽


뜻이 좋기에 다 할 만한 일이지 않습니다. 뜻깊은 일일수록 더욱 마음을 기울여서 아름답게 펼 노릇입니다. 뜻있는 일이라서 바로바로 해야 하지 않아요. 뜻과 길과 넋과 사랑을 고르게 어울면서 차분히 움직일 노릇입니다. 언제부터 해야 할는지 스스로 돌아봅니다. 첫길을 나설 때를 헤아리고, 첫발을 뗄 자리를 곱씹고, 첫손을 뻗을 곳을 생각합니다. ㅍㄹㄴ


이행(履行) : 1. 실제로 행함 ≒ 이천 2. [법률]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을 실행하는 일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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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여기 와서 읽는 (2024.11.17.)

― 인천 〈나비날다〉



  새로 낸 책을 들고서 어제 서울에 왔고, 오늘은 인천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책이름을 조금 길게 붙였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스토리닷, 2024)라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건 이웃나라에서건 언제나 들꽃과 나무가 자라는 곳을 천천히 걸으면서 마을을 헤아리다가 책집이 있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서 이야기씨앗을 나눈다는 줄거리입니다.


  제가 나고자란 인천은 ‘골목고을’이라고 느낍니다. 인천하고 이웃한 부천과 안산과 수원도, 먼 이웃인 부산과 대구와 광주와 대전도, 다들 조촐히 골목고을이라고 느껴요. 굳이 톨스토이 글자락을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한테 땅이 얼마나 있어야 넉넉한가?” 하고 돌아볼 일입니다. 하루 내내 끝없이 걸어가야 할 만큼 드넓은 땅이 있어야 하나요? 죽고 또 죽어도 다 못 쓸 만큼 돈을 벌어야 하나요?


  작은책집이 온나라에 고루고루 있는 터전이어야 비로소 큰책집이 태어납니다. 작은 골목집이 온누리에 두루두루 보금살림을 가꾸는 밑동이어야 나라가 아름다이 설 만합니다. 작은사람이 작은집에서 작은사랑으로 작은말꽃을 지피는 작은씨앗을 심는 작은길을 걷기에, 글빛과 책빛이 밝다고 느낍니다.


  인천 배다리 〈삼성서림〉에서 한참 책을 읽고 나서 〈나비날다〉로 건너옵니다. 〈나비날다〉 옆에 있는 〈마쉬〉는 오늘도 닫힌 모습입니다. 〈나비날다〉 골마루를 살랑살랑 오가다가 자리에 앉습니다. 고른 책을 읽고, 노래를 여미고, 인천 이웃님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합니다.


  살림하는 마음을 담으려고 하는 책에는 풀냄새와 나무냄새가 흐르고, 이 작은책을 알뜰살뜰 건사한 책시렁에서는 숲냄새가 번집니다. 파란하늘을 담아서 푸른들숲을 이루고, 파랗고 푸른 숨결을 고맙게 누리면서 여미는 꾸러미가 책입니다. 채우고 챙기면서 차분하고 참다이 흐르는 빛살을 찬찬히 읽고 새기는 책입니다.


  아름숲에는 아무런 꾸밈결이 없습니다. 아름글과 아름책과 아름동무한테도 꾸밈이나 치레가 없어요. 나무가 우거지면서 줄기가 굵기에 아름드리라면, 우리가 읽고 나누는 글과 책으로서는 작은글과 작은책이야말로 아름빛이지 싶습니다.


  꾸미려는 손짓으로는 겉치레가 태어난다면, 가꾸려는 손길로는 새길이 샘솟습니다. 치레하려는 글결로는 눈가림이나 눈속임이 퍼진다면, 일구려는 글길일 적에는 어울림과 어깨동무가 어질게 흐릅니다. 작은책집으로 마실하기에 작은눈길로 읽고 이으면서 여기에 있습니다. 작은마을에 깃든 작은동무랑 이야기하면서 이곳을 일구는 바람줄기와 별빛줄기를 넉넉히 품습니다.


ㅍㄹㄴ


《송림1동 181번지》(권근영, 달빛체조, 2024.4.5.)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 5》(야마다 히츠지/Leigh 옮김, 소미미디어, 2023.8.17.)

#デキる猫は今日も憂鬱 #山田ヒツジ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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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1
텐도 키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13.

만화책시렁 703


《네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1》

 텐도 키린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3.12.15.



  어쩐지 ‘나라걱정’을 하는 분이 꽤 많은 듯싶으나, ‘나라걱정’이란 ‘남걱정’이게 마련입니다. 나라이든 남이든 등돌릴 만하지는 않되, ‘걱정’을 할 만큼 매일 적에는 바로 ‘우리 삶’을 놓치고 잊으면서 ‘나걱정’으로 기울어요.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 사이에 ‘우두머리(대통령)’ 없이 멀쩡히 잘 굴러가는 놀랍고 멋진 길입다. 이제는 생각할 때예요. 우두머리가 굳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아야 할 때이고, ‘그들(권력자·정치꾼)’은 일을 안 하면서 자리만 차지한 줄 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일은 안 하면서 자리만 차지한 셈이라서, ‘그들’은 나라 곳곳에 빨대를 꽂고서 나라살림을 거덜낸 얼거리가 환하게 드러나는 나날이에요. 앞으로 우두머리 없는 채 몇 달을 더 갈는지 모르나, 바로 이런 민낯을 지켜보면서 ‘나라 아닌 나를 바라보기’로 거듭나면, 이 나라는 저절로 아름답게 피어날 만합니다. 《네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는 도무지 ‘나보기’를 안 하는 모지리들이 얽히는 굴레를 줄거리로 다룹니다. 첫걸음부터 끝걸음까지 내내 이 늪입니다. 그야말로 읽으면서도 같이 늪에 빠지는 듯 괴롭더군요. ‘네가 내 마음에 자리잡았다’가 아닌 ‘나는 너한테 얽매인다’인 수렁이라면, 사랑도 꿈도 없이 좇고 쫓기면서 늘 싸움박질과 생채기가 넘칠 뿐입니다. 사람 사이도, 나라와 나 사이도 똑같습니다.


ㅍㄹㄴ


‘나 자신을 바꾸고 싶어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매달렸다가 맥없이 격침당했다.’ (29쪽)


“그렇게 관계를 끊어버리고 싶으면 번호를 바꾸면 되잖아. 앞으로 나아가려면 그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53쪽)


‘예전의 나와는 달리,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 호시나 선배가 뭘 생각하고 있건, 난 지지 않을 거야!’ (182쪽)


+


《네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1》(텐도 키린/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3)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매달렸다가 맥없이 격침당했다

→ 좋아하지도 않는 사내한테 매달렸다가 힘없이 무너졌다

→ 좋아하지도 않는 놈한테 매달렸다가 기우뚱 쓰러졌다

29쪽


왜 나는 그의 주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 왜 나는 그이 굴레를 못 벗어날까

→ 왜 나는 그사람 고삐를 못 벗어날까

32쪽


이건 신작 천이에요. 집에서 이것저것 실험해 보려고요

→ 여기 새천이에요. 집에서 이것저것 해보려고요

49쪽


앞으로 나아가려면 그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 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렇게 열어야 하지 않을까

53쪽


옛날의 잔상에 얽매여 사는 바람에 내 망상을 누군가에게 겹쳐버린 거야

→ 옛날 그늘에 얽매여 사는 바람에 내 꿈을 남한테 겹쳐버렸어

→ 옛날 그림자에 얽매이는 바람에 내 근심을 남한테 겹쳐버렸어

68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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