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기후정의



 기후정의가 제외된 정책이다 → 바른날씨가 빠진 길이다

 지금 당장 기후정의를 말할 때 → 오늘 바로 곧은날씨를 말할 때


기후정의 : x

기후(氣候) : 1. 기온, 비, 눈, 바람 따위의 대기(大氣) 상태 2.일 년의 이십사절기와 칠십이후를 통틀어 이르는 말. ‘기’는 15일, ‘후’는 5일을 뜻한다 3. [지리] 일정한 지역에서 여러 해에 걸쳐 나타난 기온, 비, 눈, 바람 따위의 평균 상태  ≒ 천후(天候)

정의(正義) : 1.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2. 바른 의의(意義) 3. [철학]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 4. [철학] 플라톤의 철학에서, 지혜·용기·절제의 완전한 조화를 이르는 말



  ‘기후정의(氣候正義)’는 그냥 일본말입니다. “climate justice”를 고스란히 풀어낸 셈인데, ‘바른날씨’나 ‘곧은날씨·옳은날씨’처럼 우리말로 나타낼 만합니다. 널뛰거나 춤추는 날씨를 다시 푸르고 싱그럽도록 추스르거나 돌보는 길에 온마음과 온힘을 쓰자는 뜻을 펴거나 일으키려는 물결입니다. 날씨를 망가뜨리는 모든 얄궂고 사납고 나쁜 일을 멈추거나 끊자는 뜻을 일으키려는 물결입니다. ㅍㄹㄴ



그래서‘기후정의’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 그래서 ‘옳은날씨’라는 말을 힘주어 하기도 합니다

《진보 콘서트》(윤난실, 레디앙, 2010) 292쪽


어떻게 해야 기후정의를 실현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을 막을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해야 바른날씨를 이루고 궂은날씨로 안 무너지도록 할 수 있을까요

《10대와 통하는 기후정의 이야기》(권희중·신승철, 철수와영희, 2021) 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영어] 트레이싱 페이퍼tracing paper



트레이싱 : x

트레이싱지 : x

트레이싱페이퍼(tracing paper) : [공업] 도면, 그림 따위를 투사하는 데 쓰는 반투명의 얇은 종이. 물기를 빼고 도사(陶沙)를 바른 미농지나 기름을 먹인 양지(洋紙) 따위가 있다 = 투사지

tracing paper : 투사지, 트레이싱 페이퍼(투사(tracing)에 쓰이는 투명한 종이)

トレ-シングペ-パ-(tracing paper) : 트레이싱 페이퍼, 투사지(透寫紙), 복사지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영어 ‘tracing paper’일 텐데, 한자로 ‘투사지’라 적는들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기름을 먹일 적에는 ‘기름종이’라 으레 이야기합니다. 덧댈 적에는 ‘덧종이’라 하지요. 쓰임새를 살펴서 ‘덮종이·밑종이·비침종이’라 할 만합니다. ‘기름쪽·덧쪽·덮쪽·밑쪽·비침쪽’처럼 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트레이싱지 위에 글자를 따라 써 보세요

→ 덧종이에 글씨를 따라 써 보셔요

→ 밑종이에 글씨를 따라 써 보셔요

《글이 된 말씀》(이애란, 성서유니온, 2023) 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 - 바른 문장, 섬세한 표현을 위한 맞춤법 표준어 공부
오경철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2.27.

까칠읽기 57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
 오경철
 교유서가
 2024.11.26.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다”처럼 틀리게 쓰는 분이 많다만, “-게 마련이다”로 적어야 올바르다. “먹게 마련이다”나 “쓰게 마련이다”처럼 적는다. “먹곤 한다”나 “쓰기 일쑤이다”처럼 적는다. 그저 그렇다. ‘-께’는 올림말씨가 맞지만, 막상 높이거나 올리고 싶은 분한테는 수수하게 ‘-한테’를 써야 어울린다. 내가 스승이나 어른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분을 높이거나 추키는 말짓을 안 달갑게 여기게 마련이다. 참말로 스승이나 어른은 언제나 아이 곁에서 어깨동무를 하려는 마음이기에, 오히려 스승이나 어른한테는 ‘-한테’를 붙이는 사근사근한 말씨야말로 어울린다.

우리말에 ‘것’이 있기는 하지만, ‘것’을 가려쓰는 글지기를 보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 마음을 말글로 어질게 담아내려 한다면, 말끝에 ‘것’을 안 넣으면 된다. 쉽게 헤아리면 아주 쉽다. 그냥 안 쓰면 된다. “-것 같다”뿐 아니라, 그저 말끝에 ‘것’이 없을 적에 말결도 글결도 수수하게 빛난다.

한자는 한자일 뿐, 우리말도 우리글도 아니다. 영어는 영어일 뿐이고, 일본말은 일본말일 뿐이다. 우리가 우리말을 쓴다고 할 적에는, 먼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고서 새로 맞이할 앞날에 이르기까지, 그저 우리 손으로 살림을 일구는 말빛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아주 투박하다 싶은 ‘우리’가 왜 ‘우리’인지 밑동을 들여다보는 틈을 스스로 낸다면, ‘우리말’이라는 낱말뿐 아니라 “너랑 나랑 우리랑” 어떻게 말씨앗을 주고받을 만한지 눈을 뜰 테지.

말은 늘 바뀐다. 마음이 늘 바뀌니까. 말은 늘 거듭난다. 마음부터 늘 거듭난다. 말은 언제나 흐른다. 마음이 언제나 흐르기에, 모든 말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는다. 그렇다. ‘마음·말·맑다’라는 낱말은 뿌리가 같다.

맞춤길이나 띄어쓰기는 빈틈없이 익히지 않아도 된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을 찬찬히 읽고 새기면서 고스란히 옮기려는 수수한 손길이면 넉넉하다. 마음을 소리로 담는 말이고, 말을 눈으로 읽도록 그린 글이다. 이 얼거리를 읽으면 즐겁다. 즐겁든 슬프든, 서운하든 반갑든, 나쁘든 좋든, 빛나든 어둡든, 우리 마음을 차곡차곡 헤아리고 짚으면서 하나하나 넌지시 옮기기에 말이요 글이다.

마음을 담지 않으면 허울이다. 마음을 싣지 않으면 겉치레이다. 마음을 그리지 않으면 껍데기이다. 마음을 숨기니 눈가림에 눈속임이고, 마음을 덮어씌우니 빛좋은 개살구이다.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너무 매인다. 그곳과 그 낱말책은 훌륭하지도 안 훌륭하지도 않다. 그저 ‘벼슬아치 말글지기’가 보여주는 맨낯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담아내는 길을 살펴서 열 노릇 아닐까? 어느 때에 띄고 붙이는지 가누어도 즐겁되, 먼저 ‘마음쓰기(마음을 글로 쓰기)’라는 길부터 차분히 바라보는 길을 열어야지 싶다.

마음을 수수하게 그리기에 그저 숲처럼 빛나는 말 한 마디에 글 한 줄이라는 대목을 글쓴이부터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는 사뭇 달랐으리라. 어느 틀을 따르든 안 따르든 대수롭지 않다. 사람들(언중)이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에 스스로 일구는 작은말(사투리) 한 마디는 작은씨앗 한 톨처럼 이 땅에 드리우게 마련이다. 작은말씨부터 눈여겨본다면, 줄거리도 얼거리도 그야말로 아기자기하면서 맛깔나게 엮었으리라 본다. 꽤 아쉽다. 더구나 이 책에는 빈자리가 너무 휑뎅그렁하다. 이렇게까지 휑뎅그렁하게 비워 놓기보다는, 씨알이 알차게 여물도록 하나하나 채우는 결이 훨씬 나았을 텐데 싶다. 더더욱 아쉽다. 이제 그만 덮는다.

ㅍㄹㄴ

글을 쓰게 해 주신 전금순 선생님께
→ 글쓰기를 북돋운 전금순 어른한테
→ 글길을 이끈 전금순 님한테 올림
→ 글을 쓰도록 가르친 전금순 님한테
5

명확히 설명할 도리가 없었을 뿐
→ 딱히 밝힐 길이 없을 뿐
→ 또렷이 풀지 못 했을 뿐
7

쉽사리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우리말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 쉽사리 바꿀 수 없는 우리말인 줄 느끼기만 했다
→ 쉽사리 못 바꾸는 우리말이라고 느끼기만 했다
7∼8

두 말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라면 부정하기 어렵다
→ 우리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두 말이 서로 다르다고 느낀다
→ 우리말로 살아가는 이라면 두 말이 서로 다르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8

표준어 사정査定의 완고한 기제가 언중의 두터운 기층 정서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 맞춤말을 고지식하게 살피다가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씨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보기로 손꼽을 만하지 싶다
→ 맞춤말을 꼬장꼬장 짚던 밑동이 사람들 말씨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보기로 꼽을 만하지 싶다
8

자연 언어 또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다
→ 밑말도 때와 곳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게 마련이다
→ 살림말도 때와 삶터에 따라 끊임없이 흐른다
9

이러한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토대로 면밀히 운용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이러한 흐름을 잘 느끼면서 이 흐름을 바탕으로 찬찬히 돌보아야 마땅하다
→ 이러한 흐름을 깊이 느끼면서 이를 밑동으로 차근차근 가꾸어야 옳다
9∼10

말은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 말은 늘 바뀐다
→ 말은 노상 거듭난다
→ 말은 언제나 흐른다
→ 말은 꾸준히 나아간다
→ 말은 늘 새롭다
10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도록 해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여겨도 좋을 것이다
→ 이렇게 망가지지 않도록 돕는 작은 길잡이라 여길 만하다
→ 이렇게 어긋나지 않도록 붙잡는 작은 손잡이라 여길 만하다
10

글을 쓰는 것이 생업(의 일부)인 사람들도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그리 밝지 못한 경우가 많다
→ 글로 먹고사는 사람도 한글과 맞춤길에 그리 안 밝기도 하다
→ 글을 쓰지만 한글과 맞춤길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11

이러한 잗다란 하자 탓에 저자의 필력과 문학적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감히 말하건대 일어나서도 안 된다
→ 이러한 잗다란 흉 탓에 글쓴이 붓힘과 붓빛이 금이 가지 않으며 금이 갈 까닭도 없다
→ 이 잗다란 티끌 탓에 지은이 글힘과 붓빛이 금이 가지 않으며 금이 갈 까닭도 없다
11

그럼에도 위에서 문학 거장의 사소한 실수를 굳이 언급한 까닭은
→ 그런데 빼어난 글바치도 잗다랗게 틀린다고 굳이 밝혔는데
→ 그래도 훌륭한 글님조차 자잘하게 틀린다고 굳이 들었는데
11

모두가 완벽하게 숙지해야만 할까
→ 모두가 빈틈없이 익혀야만 할까
→ 모두 잘 써야만 할까
→ 모두 잘 알아야만 할까
12

이런 풍문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고 씁쓸한 것은 사실이다
→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고 씁쓸하다
12

조금이라도 우리말을 바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 조금이라도 우리말을 바르게 쓸 길은 없을까
→ 조금이라도 우리말을 바로쓸 길은 없을까
12

가끔 이렇게 글을 끼적이는 한, 나는 사전과 그리 쉽게 결별하지 못할 것이다
→ 가끔 이렇게 글을 끼적인다면, 나는 낱말책을 그리 쉽게 놓지 못한다
→ 가끔 이렇게 글을 끼적이는 동안에는 낱말책을 그리 쉽게 놓을 수 없다
13

완벽한 사전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흉없는 낱말책은 어디에도 없다
→ 단단한 낱말책은 없다
13

쳔변만화하는 언어의 실상을 시기적절하게 반영하려 애쓸 뿐이다
→ 춤추는 말빛을 알맞게 담으려고 애쓸 뿐이다
→ 너울대는 말결을 찬찬히 옮기려고 애쓸 뿐이다
13

어쭙잖게나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명징한(깨끗하고 맑은) 생각은 정확한 문장에 담긴다는 사실이다
→ 어쭙잖게나마 깨달았으니, 생각이 맑으면 글도 맑다
→ 어쭙잖게나마 깨달았는데, 생각이 깨끗하면 글도 깨끗하다
14

오래고 변함없는 후의에 남다른 고마움을 전한다
→ 오래오래 꾸준히 베풀어 남다르게 고맙다
→ 오래도록 한결같이 도타워 남달리 고맙다
15

정혜인 님의 예리하고 정확한 지적에 원고의 부실한 부분들을 손볼 수 있었다
→ 어설픈 곳은 정혜인 님이 날카롭고 꼼꼼히 짚었기에 손볼 수 있었다
→ 서툰 곳은 정혜인 님이 매섭게 꼬치꼬치 알려주어서 손볼 수 있었다
15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 전설의 책방지기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2.27.

까칠읽기 56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이시바시 다케후미
 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2016.7.15.



2016년에 나온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은 책집지기 삶을 담는다. 2025년 2월이 되도록 굳이 안 샀다. 책이름이 뜬금없다고 느꼈다. 알퐁스 도테 흉내를 내며 멋을 부리기에 내키지 않았다. 어제 이 책을 사서 밤에 읽는데, 일본에서 2015년에 나오며 붙은 책이름은 “口笛を吹きながら本を賣る”였네. ‘시바타 신’이라는 ‘쉰 해 책집지기’는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고 말했고, 이 말 그대로 책이름을 붙였는데, 그야말로 엉뚱하고 어처구니없이 한글판 이름이 바뀌었다.

책이름이란 펴냄터에서 붙이게 마련이고, 글쓴이는 여러모로 생각을 밝힐 뿐이다. 그런데 이웃나라 책을 옮길 적에 함부로 책이름을 바꾸어도 될까?

더 멋스럽거나 돋보이거나 잘빠졌구나 싶은 책이름으로 바꾸거나 새로 붙여야 “책을 잘 알려서 팔 만하다”고 여기는 책마을 일꾼이 제법 있다만, 이제는 이런 틀이야말로 낡은 줄 깨달을 때라고 본다. ‘줄거리를 제대로 드러내’고 ‘이야기를 오래오래 살리’는 길로 수수하게 책이름을 붙일 줄 알아야지 싶다. 아주 자그마한 데부터 하나씩 바꾸고 세우고 가꿀 적에, 책마을도 천천히 새롭게 살아날 만하다고 본다.

책장사도 똑같이 장사인 터라, 닫는 곳이 있고 여는 곳이 있다. 안 될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오래 이을 수 있더. 그러나 그뿐이다. 날이 가물면 비바라기를 할 뿐인데, 사람이 억지로 날씨를 바꾸려 하다가는 오히려 날벼락이 친다. 날씨에 흔들리지 않는 살림을 꾸리자면 함부로 나무를 베거나 풀밭이나 들도 섣불리 ‘하나심기(단일경작)’를 안 해야 하지.

흙을 살리고 논밭을 어질게 가꾸는 길이란 ‘고루짓기(혼합경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들살림(농업정책)은 ‘더 크게 하나심기’로 치닫는다. 책마을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나심기(베스트셀러 장사)’에 지나치게 기운 얼거리라고 느낀다. 한 해에 10000가지 책이 나오면, 10000가지 책이 10000자락씩 팔려서 읽히는 터전으로 거듭나야 비로소 나라가 살고 책마을도 살고, 다같이 어깨동무한다고 느낀다.

책집도, 펴냄터도, 글꾼도, 읽는님도, 이러한 ‘고루짓기’라는 눈썰미와 손길과 살림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선 오늘날이라고 느낀다. 고루짓기일 적에 비로소 살림짓기일 테고, 고루짓기를 잊거나 등질 적에는 죽음늪으로 달려가는 셈이라고 느낀다. 날씨에 휘둘릴 수밖에 없도록 나무를 몽땅 베거나 풀밭을 모조리 잿더미(시멘트)로 덮는다면, 가문 날이 오래이다가 벼락비가 오래 잇는 널뜀날씨가 될 테지. 책마을도 고루짓기 아닌 하나심기로 치우친다면, 고르게 너른 들숲이 사라지는 셈이니,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휘청일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쉰 해 넘게 책집지기로 일한 분이 무척 많다. ‘좀 있다’가 아니라 ‘무척 많다’고 할 텐데, 막상 우리나라 책집지기한테서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듣는 책마을 일꾼은 여태 아주 못 본다.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어진 땀방울과 굳은살’로 책살림을 일군 작은이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길을 걷는다. 우리는 아직 한참 멀다. 책마을이 벼랑끝에 몰린 까닭은 아주 쉽게 알 만하지 않을까? ‘고루짓기’하고 등진 나라처럼, ‘고루읽기’를 안 하는 우리 민낯이고, ‘고루쓰기’와 ‘고루살림’을 잊은 채 우루루 몰리고 쏠리는 우리 몸짓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서울과 서울곁(수도권)만 지나치게 뚱뚱하다. 부산조차 힘겨워한다. 서울과 서울곁에 때려박기만 할 뿐, 부산하고 나누지조차 못 하고, 작은고장(중소도시)으로는 더더욱 나누지 못 할 뿐 아니라, 시골하고는 아예 나눌 마음조차 없는 얼거리이다.

작은책집에서 ‘문어발 큰펴냄터 잘난책(임프린트 남발 대형출판사 베스트셀러)’을 아예 안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작은책집에서 작은펴냄터를 먼저 사랑하고, 작은마을 작은책벗한테 작은펴냄터 작은책을 작은몸짓으로 알리고 나누는 ‘작은책수다’에 ‘작은책마당’을 작은손으로 펼 수 있어야지 싶다. 우리 스스로 누구나 어디에서나 ‘고루짓기’라는 살림길로 거듭나는 새걸음을 내딛일 수 있기를 빈다. 우리나라 펴냄터도 ‘이 나라 오래일꾼 땀방울과 굳은살’부터 눈여겨보기를 빈다. 다같이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내딛으면 모든 벼랑끝을 살림밭으로 바꾸어 낼 만하다. 책이름을 그저 그대로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로 붙이면서, 옮김말씨를 차분히 가다듬는다면 훌륭할 책인데, 참으로 아깝다. 안타깝기까지 하다.


ㅍㄹㄴ

“조례를 하다가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는 말을 모두에게 한 적이 있어.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는 것은 그걸 지탱하는 강한 시스템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이지.” (58쪽)

“진보초에서 제 역할은 야구로 치면 볼보이입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이다. (100쪽)

“서점은 스스로 상품을 만들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누구든 할 수 있는 업종이었어. 그러나 자본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가 된다면, 서점을 하겠다는 사람에게는 힘든 이야기일 수밖에 없겠지. 자네는 어떤 사람들이 서점을 해야 한다고 보나?” (174쪽)

“어떤 책이 그 사람에게 좋은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방은 최소한의 필터링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251쪽)


#石橋毅史 #口笛を吹きながら本を?る #柴田信
(휘파람을 불면서 책을 판다 2015)

+

세계 제일의 고서점거리 진보초에
→ 온누리 으뜸 헌책거리 진보초에
→ 첫손꼽히는 헌책집거리 진보초에
8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 이야기를 하였다
→ 이야기했다
9

이름 없는 일개 서점 주인에 지나지 않는다
→ 수수한 책집지기일 뿐이다
→ 여느 책지기이다
10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라면 바로 잡겠습니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책을 파는 일로 반세기’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 말이 너무 거침없다면 바로잡겠습니다. 더 넓게 ‘책을 팔며 쉰 해’라고 하면 될까요
→ 너무 대놓고 말했다면 바로잡겠습니다. 더 넓게 ‘책을 판 쉰 해’라고 하면 어울릴까요
20

손님이 왕이다. 그런 면에선 철저했지
→ 손님이 임금이다. 그런 데는 깐깐했지
→ 손님이 먼저. 그런 쪽은 빈틈없지
→ 손님이 첫째. 그런 곳은 꼼꼼했지
23

늘 이런 식의 전개다
→ 늘 이렇게 간다
→ 늘 이처럼 흐른다
29

선생 시절에도 교환일기 같은 걸 내가 참 잘 썼지
→ 길잡이 적에도 나눔글을 내가 참 잘 썼지
→ 길잡이로 일하며 두레글을 내가 참 잘 썼지
40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서점주
→ 같은장사인 책집지기
→ 또래장수인 책집지기
→ 나란가게인 책집지기
42

사원이라면 자신을 내려놓고 멸사봉공해야 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 일꾼이라면 저를 내려놓고서 몸바쳐야 한다는 뜻과는 아주 다르다
47

조례를 하다가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는 말을 모두에게 한 적이 있어.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는 것은 그걸 지탱하는 강한 시스템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이지
→ 아침맞이를 하다가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는 말을 모두에게 한 적이 있어.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면 얼거리가 튼튼하다는 뜻이지
→ 하루맞이를 하다가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는 말을 모두에게 한 적이 있어.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려면 밑동이 든든하다는 뜻이지
58

접객업을 하는 집 아이는 집이 약간 부유하다는 이유로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 손님맞이집 아이는 살림이 좀 넉넉하다면서 시샘하기도 했다
→ 손님받이집 아이는 살짝 가멸지다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66

쌍방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2세 모임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실 생각입니까
→ 두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서 뒷님 모임을 어떤 길로 이끌어 가실 생각입니까
→ 나란히 이야기를 듣는데 다음꽃 모임을 어떻게 이끌어 가실 생각입니까
78

진보초 북 페스티벌이 신간 업계가 나서는 계기가 된 건가요
→ 진보초 책잔치에 새책마을이 나서는 발판이 되었나요
→ 진보초 책마당에 새책판이 나서는 씨앗이 되었나요
81

규칙은 있는 듯 없는 듯,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고
→ 틀은 있는 듯 없는 듯, 누구한테 말을 걸고 누가 말을 걸어오고
84

지역과 시대의 흐름에 밀착해 살아간다
→ 마을과 삶터 흐름에 따라서 살아간다
→ 고을과 살림흐름에 맞추어 살아간다
94

볼보이는 비유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이기도 했다
→ 빗대는 공아이라는 말이 아니라 말뜻 그대로이기도 하다
→ 견주려는 공받이가 아니라 말뜻 그대로이기도 하다
100

지금도 그가 나이에 비해 건강한 까닭은 그 시기의 육체노동 덕분일지도 모른다
→ 그는 요즘도 나이보다 튼튼한데 지난날부터 몸을 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18

왜 응모를 해야겠다고
→ 왜 넣어야겠다고
→ 왜 보내야겠다고
131

아이들을 조용히 시킬 수 있는 건 회초리 아니면 화술이었으니까
→ 아이들이 조용하려면 회초리 아니면 말발이니까
→ 아이들이 조용하려면 회초리나 말솜씨이니까
136

왕도가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지
→ 빠른길은 틀림없이 하나이지
→ 으뜸길은 아무래도 하나이지
137

요 며칠은 꽤 호조였어
→ 요 몇날은 꽤 팔았어
→ 요 몇날은 잘나갔어
168

자신의 바람을 주위에 알리기 위한 봉홧불일 수도 있다
→ 바라는 바를 둘레에 알리려는 불빛일 수도 있다
→ 바라는 뜻을 둘레에 펴는 알림불일 수도 있다
217

책방은 최소한의 필터링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책집은 거름틀 노릇을 작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책집은 가볍게 거르는 노릇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251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25. 깨달은 때



  ‘깨닫다’는 ‘깨다 + 닫다(달리다)’인 얼거리이다. 깨기만 해서는 알지 않는다. 깨고 나온 다음에 새걸음을 내닫아야 비로소 둘레를 보면서 너랑 나를 판가름할 수 있고, ‘나너우리’라는 새길을 바라본다. 깨닫는 사람은 담벼락을 깨고서 스스럼없이 박차고 나오는 사람이다. 남들이 같이 나갸기에 나가지 않는다. 담벼락은 늘 모두 가두는 줄 알아차렸으니 나부터 의젓하게 숲바람을 마시려는 이슬받이일 뿐이다.


  오늘은 부천 〈용서점〉에서 노래짓기를 나누는 하루이다. 옆마을로 지나가는 시골버스가 07:40에 지나가는데, 짐을 꾸리고 보니 07:35이다. 꿈길에서 노는 작은아이를 쓰다듬고서 얼른 달린다. 논두렁을 신나게 가른다. 꼭 07:40에 닿았고, 시골버스는 07:44에 들어온다.


  논두렁을 달리며 헤아리자니, 오늘은 기나긴 서울길에 읽을 책을 하나도 안 챙겼다. 버스와 전철과 거님길에서 읽으려고 몇을 빼두었으나 고스란히 놓고 나왔구나. 그렇다면 오늘은 긴긴 길에서 글꽃(동화)을 쓰면 되겠거니 여긴다. 읽으니 배우고, 쓰기에 익힌다. 거닐며 살피고, 달리며 느낀다.


  손발과 팔다리와 눈코귀입을 쓰는 사이에 온누리를 느끼고 받아들여서 새롭게 녹인다. 손과 팔은 짓고 가꾸고 일구고 돌보고 보듬으라는 몸이다. 발과 다리는 두루 걷고 달리고 뛰고 서며 만나라는 몸이다. 눈코귀입은 고루고루 움직이며 깊넓게 품으라는 몸이다. 마음은, 온몸으로 배운 바를 고스란히 담아서 삭이는 밭이다. 머리는 마음으로 삭인 모든 삶을 새로 추슬러서 꽃피우는 길이다. 넋은 이 얼거리를 찬찬히 밝히며 누리늘 빛이다.


  누가 깨닫는가? 걷고 뛰고 달리며 땀방울로 웃고 울며 노래하는 너랑 내가 깨닫는다. 누가 안 깨닫는가? 안 걷고 안 뛰고 안 달리느라, 웃지도 울지도 노래하지도 않는 너하고 내가 안 깨닫는다.


  쟤가 깨닫든 말든 아랑곳할 일이 없다. 쟤를 쳐다보기에 다들 스스로 빛을 잊으면서 서로 똑같이 안 깨닫더라. 너는 널 보면 되고, 나는 날 보면 된다. 스스로 깨닫는 너랑 내가 만나기에 우리별은 푸른숲빛으로 푸른별이면서, 파란바람으로 파란별이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