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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 전설의 책방지기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2.27.
까칠읽기 56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이시바시 다케후미
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2016.7.15.
2016년에 나온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은 책집지기 삶을 담는다. 2025년 2월이 되도록 굳이 안 샀다. 책이름이 뜬금없다고 느꼈다. 알퐁스 도테 흉내를 내며 멋을 부리기에 내키지 않았다. 어제 이 책을 사서 밤에 읽는데, 일본에서 2015년에 나오며 붙은 책이름은 “口笛を吹きながら本を賣る”였네. ‘시바타 신’이라는 ‘쉰 해 책집지기’는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고 말했고, 이 말 그대로 책이름을 붙였는데, 그야말로 엉뚱하고 어처구니없이 한글판 이름이 바뀌었다.
책이름이란 펴냄터에서 붙이게 마련이고, 글쓴이는 여러모로 생각을 밝힐 뿐이다. 그런데 이웃나라 책을 옮길 적에 함부로 책이름을 바꾸어도 될까?
더 멋스럽거나 돋보이거나 잘빠졌구나 싶은 책이름으로 바꾸거나 새로 붙여야 “책을 잘 알려서 팔 만하다”고 여기는 책마을 일꾼이 제법 있다만, 이제는 이런 틀이야말로 낡은 줄 깨달을 때라고 본다. ‘줄거리를 제대로 드러내’고 ‘이야기를 오래오래 살리’는 길로 수수하게 책이름을 붙일 줄 알아야지 싶다. 아주 자그마한 데부터 하나씩 바꾸고 세우고 가꿀 적에, 책마을도 천천히 새롭게 살아날 만하다고 본다.
책장사도 똑같이 장사인 터라, 닫는 곳이 있고 여는 곳이 있다. 안 될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오래 이을 수 있더. 그러나 그뿐이다. 날이 가물면 비바라기를 할 뿐인데, 사람이 억지로 날씨를 바꾸려 하다가는 오히려 날벼락이 친다. 날씨에 흔들리지 않는 살림을 꾸리자면 함부로 나무를 베거나 풀밭이나 들도 섣불리 ‘하나심기(단일경작)’를 안 해야 하지.
흙을 살리고 논밭을 어질게 가꾸는 길이란 ‘고루짓기(혼합경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들살림(농업정책)은 ‘더 크게 하나심기’로 치닫는다. 책마을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나심기(베스트셀러 장사)’에 지나치게 기운 얼거리라고 느낀다. 한 해에 10000가지 책이 나오면, 10000가지 책이 10000자락씩 팔려서 읽히는 터전으로 거듭나야 비로소 나라가 살고 책마을도 살고, 다같이 어깨동무한다고 느낀다.
책집도, 펴냄터도, 글꾼도, 읽는님도, 이러한 ‘고루짓기’라는 눈썰미와 손길과 살림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선 오늘날이라고 느낀다. 고루짓기일 적에 비로소 살림짓기일 테고, 고루짓기를 잊거나 등질 적에는 죽음늪으로 달려가는 셈이라고 느낀다. 날씨에 휘둘릴 수밖에 없도록 나무를 몽땅 베거나 풀밭을 모조리 잿더미(시멘트)로 덮는다면, 가문 날이 오래이다가 벼락비가 오래 잇는 널뜀날씨가 될 테지. 책마을도 고루짓기 아닌 하나심기로 치우친다면, 고르게 너른 들숲이 사라지는 셈이니,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휘청일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쉰 해 넘게 책집지기로 일한 분이 무척 많다. ‘좀 있다’가 아니라 ‘무척 많다’고 할 텐데, 막상 우리나라 책집지기한테서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듣는 책마을 일꾼은 여태 아주 못 본다.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어진 땀방울과 굳은살’로 책살림을 일군 작은이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길을 걷는다. 우리는 아직 한참 멀다. 책마을이 벼랑끝에 몰린 까닭은 아주 쉽게 알 만하지 않을까? ‘고루짓기’하고 등진 나라처럼, ‘고루읽기’를 안 하는 우리 민낯이고, ‘고루쓰기’와 ‘고루살림’을 잊은 채 우루루 몰리고 쏠리는 우리 몸짓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서울과 서울곁(수도권)만 지나치게 뚱뚱하다. 부산조차 힘겨워한다. 서울과 서울곁에 때려박기만 할 뿐, 부산하고 나누지조차 못 하고, 작은고장(중소도시)으로는 더더욱 나누지 못 할 뿐 아니라, 시골하고는 아예 나눌 마음조차 없는 얼거리이다.
작은책집에서 ‘문어발 큰펴냄터 잘난책(임프린트 남발 대형출판사 베스트셀러)’을 아예 안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작은책집에서 작은펴냄터를 먼저 사랑하고, 작은마을 작은책벗한테 작은펴냄터 작은책을 작은몸짓으로 알리고 나누는 ‘작은책수다’에 ‘작은책마당’을 작은손으로 펼 수 있어야지 싶다. 우리 스스로 누구나 어디에서나 ‘고루짓기’라는 살림길로 거듭나는 새걸음을 내딛일 수 있기를 빈다. 우리나라 펴냄터도 ‘이 나라 오래일꾼 땀방울과 굳은살’부터 눈여겨보기를 빈다. 다같이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내딛으면 모든 벼랑끝을 살림밭으로 바꾸어 낼 만하다. 책이름을 그저 그대로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로 붙이면서, 옮김말씨를 차분히 가다듬는다면 훌륭할 책인데, 참으로 아깝다. 안타깝기까지 하다.
ㅍㄹㄴ
“조례를 하다가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는 말을 모두에게 한 적이 있어.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는 것은 그걸 지탱하는 강한 시스템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이지.” (58쪽)
“진보초에서 제 역할은 야구로 치면 볼보이입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이다. (100쪽)
“서점은 스스로 상품을 만들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누구든 할 수 있는 업종이었어. 그러나 자본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가 된다면, 서점을 하겠다는 사람에게는 힘든 이야기일 수밖에 없겠지. 자네는 어떤 사람들이 서점을 해야 한다고 보나?” (174쪽)
“어떤 책이 그 사람에게 좋은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방은 최소한의 필터링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251쪽)
#石橋毅史 #口笛を吹きながら本を?る #柴田信
(휘파람을 불면서 책을 판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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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고서점거리 진보초에
→ 온누리 으뜸 헌책거리 진보초에
→ 첫손꼽히는 헌책집거리 진보초에
8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 이야기를 하였다
→ 이야기했다
9
이름 없는 일개 서점 주인에 지나지 않는다
→ 수수한 책집지기일 뿐이다
→ 여느 책지기이다
10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라면 바로 잡겠습니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책을 파는 일로 반세기’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 말이 너무 거침없다면 바로잡겠습니다. 더 넓게 ‘책을 팔며 쉰 해’라고 하면 될까요
→ 너무 대놓고 말했다면 바로잡겠습니다. 더 넓게 ‘책을 판 쉰 해’라고 하면 어울릴까요
20
손님이 왕이다. 그런 면에선 철저했지
→ 손님이 임금이다. 그런 데는 깐깐했지
→ 손님이 먼저. 그런 쪽은 빈틈없지
→ 손님이 첫째. 그런 곳은 꼼꼼했지
23
늘 이런 식의 전개다
→ 늘 이렇게 간다
→ 늘 이처럼 흐른다
29
선생 시절에도 교환일기 같은 걸 내가 참 잘 썼지
→ 길잡이 적에도 나눔글을 내가 참 잘 썼지
→ 길잡이로 일하며 두레글을 내가 참 잘 썼지
40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서점주
→ 같은장사인 책집지기
→ 또래장수인 책집지기
→ 나란가게인 책집지기
42
사원이라면 자신을 내려놓고 멸사봉공해야 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 일꾼이라면 저를 내려놓고서 몸바쳐야 한다는 뜻과는 아주 다르다
47
조례를 하다가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는 말을 모두에게 한 적이 있어.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는 것은 그걸 지탱하는 강한 시스템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이지
→ 아침맞이를 하다가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는 말을 모두에게 한 적이 있어.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판다면 얼거리가 튼튼하다는 뜻이지
→ 하루맞이를 하다가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는 말을 모두에게 한 적이 있어.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려면 밑동이 든든하다는 뜻이지
58
접객업을 하는 집 아이는 집이 약간 부유하다는 이유로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 손님맞이집 아이는 살림이 좀 넉넉하다면서 시샘하기도 했다
→ 손님받이집 아이는 살짝 가멸지다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66
쌍방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2세 모임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실 생각입니까
→ 두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서 뒷님 모임을 어떤 길로 이끌어 가실 생각입니까
→ 나란히 이야기를 듣는데 다음꽃 모임을 어떻게 이끌어 가실 생각입니까
78
진보초 북 페스티벌이 신간 업계가 나서는 계기가 된 건가요
→ 진보초 책잔치에 새책마을이 나서는 발판이 되었나요
→ 진보초 책마당에 새책판이 나서는 씨앗이 되었나요
81
규칙은 있는 듯 없는 듯,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고
→ 틀은 있는 듯 없는 듯, 누구한테 말을 걸고 누가 말을 걸어오고
84
지역과 시대의 흐름에 밀착해 살아간다
→ 마을과 삶터 흐름에 따라서 살아간다
→ 고을과 살림흐름에 맞추어 살아간다
94
볼보이는 비유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이기도 했다
→ 빗대는 공아이라는 말이 아니라 말뜻 그대로이기도 하다
→ 견주려는 공받이가 아니라 말뜻 그대로이기도 하다
100
지금도 그가 나이에 비해 건강한 까닭은 그 시기의 육체노동 덕분일지도 모른다
→ 그는 요즘도 나이보다 튼튼한데 지난날부터 몸을 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18
왜 응모를 해야겠다고
→ 왜 넣어야겠다고
→ 왜 보내야겠다고
131
아이들을 조용히 시킬 수 있는 건 회초리 아니면 화술이었으니까
→ 아이들이 조용하려면 회초리 아니면 말발이니까
→ 아이들이 조용하려면 회초리나 말솜씨이니까
136
왕도가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지
→ 빠른길은 틀림없이 하나이지
→ 으뜸길은 아무래도 하나이지
137
요 며칠은 꽤 호조였어
→ 요 몇날은 꽤 팔았어
→ 요 몇날은 잘나갔어
168
자신의 바람을 주위에 알리기 위한 봉홧불일 수도 있다
→ 바라는 바를 둘레에 알리려는 불빛일 수도 있다
→ 바라는 뜻을 둘레에 펴는 알림불일 수도 있다
217
책방은 최소한의 필터링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책집은 거름틀 노릇을 작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책집은 가볍게 거르는 노릇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251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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