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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기본기 다지기 - 바른 문장, 섬세한 표현을 위한 맞춤법 표준어 공부
오경철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1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2.27.
까칠읽기 57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
오경철
교유서가
2024.11.26.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다”처럼 틀리게 쓰는 분이 많다만, “-게 마련이다”로 적어야 올바르다. “먹게 마련이다”나 “쓰게 마련이다”처럼 적는다. “먹곤 한다”나 “쓰기 일쑤이다”처럼 적는다. 그저 그렇다. ‘-께’는 올림말씨가 맞지만, 막상 높이거나 올리고 싶은 분한테는 수수하게 ‘-한테’를 써야 어울린다. 내가 스승이나 어른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분을 높이거나 추키는 말짓을 안 달갑게 여기게 마련이다. 참말로 스승이나 어른은 언제나 아이 곁에서 어깨동무를 하려는 마음이기에, 오히려 스승이나 어른한테는 ‘-한테’를 붙이는 사근사근한 말씨야말로 어울린다.
우리말에 ‘것’이 있기는 하지만, ‘것’을 가려쓰는 글지기를 보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 마음을 말글로 어질게 담아내려 한다면, 말끝에 ‘것’을 안 넣으면 된다. 쉽게 헤아리면 아주 쉽다. 그냥 안 쓰면 된다. “-것 같다”뿐 아니라, 그저 말끝에 ‘것’이 없을 적에 말결도 글결도 수수하게 빛난다.
한자는 한자일 뿐, 우리말도 우리글도 아니다. 영어는 영어일 뿐이고, 일본말은 일본말일 뿐이다. 우리가 우리말을 쓴다고 할 적에는, 먼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고서 새로 맞이할 앞날에 이르기까지, 그저 우리 손으로 살림을 일구는 말빛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아주 투박하다 싶은 ‘우리’가 왜 ‘우리’인지 밑동을 들여다보는 틈을 스스로 낸다면, ‘우리말’이라는 낱말뿐 아니라 “너랑 나랑 우리랑” 어떻게 말씨앗을 주고받을 만한지 눈을 뜰 테지.
말은 늘 바뀐다. 마음이 늘 바뀌니까. 말은 늘 거듭난다. 마음부터 늘 거듭난다. 말은 언제나 흐른다. 마음이 언제나 흐르기에, 모든 말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는다. 그렇다. ‘마음·말·맑다’라는 낱말은 뿌리가 같다.
맞춤길이나 띄어쓰기는 빈틈없이 익히지 않아도 된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을 찬찬히 읽고 새기면서 고스란히 옮기려는 수수한 손길이면 넉넉하다. 마음을 소리로 담는 말이고, 말을 눈으로 읽도록 그린 글이다. 이 얼거리를 읽으면 즐겁다. 즐겁든 슬프든, 서운하든 반갑든, 나쁘든 좋든, 빛나든 어둡든, 우리 마음을 차곡차곡 헤아리고 짚으면서 하나하나 넌지시 옮기기에 말이요 글이다.
마음을 담지 않으면 허울이다. 마음을 싣지 않으면 겉치레이다. 마음을 그리지 않으면 껍데기이다. 마음을 숨기니 눈가림에 눈속임이고, 마음을 덮어씌우니 빛좋은 개살구이다.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너무 매인다. 그곳과 그 낱말책은 훌륭하지도 안 훌륭하지도 않다. 그저 ‘벼슬아치 말글지기’가 보여주는 맨낯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담아내는 길을 살펴서 열 노릇 아닐까? 어느 때에 띄고 붙이는지 가누어도 즐겁되, 먼저 ‘마음쓰기(마음을 글로 쓰기)’라는 길부터 차분히 바라보는 길을 열어야지 싶다.
마음을 수수하게 그리기에 그저 숲처럼 빛나는 말 한 마디에 글 한 줄이라는 대목을 글쓴이부터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는 사뭇 달랐으리라. 어느 틀을 따르든 안 따르든 대수롭지 않다. 사람들(언중)이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에 스스로 일구는 작은말(사투리) 한 마디는 작은씨앗 한 톨처럼 이 땅에 드리우게 마련이다. 작은말씨부터 눈여겨본다면, 줄거리도 얼거리도 그야말로 아기자기하면서 맛깔나게 엮었으리라 본다. 꽤 아쉽다. 더구나 이 책에는 빈자리가 너무 휑뎅그렁하다. 이렇게까지 휑뎅그렁하게 비워 놓기보다는, 씨알이 알차게 여물도록 하나하나 채우는 결이 훨씬 나았을 텐데 싶다. 더더욱 아쉽다. 이제 그만 덮는다.
ㅍㄹㄴ
글을 쓰게 해 주신 전금순 선생님께
→ 글쓰기를 북돋운 전금순 어른한테
→ 글길을 이끈 전금순 님한테 올림
→ 글을 쓰도록 가르친 전금순 님한테
5
명확히 설명할 도리가 없었을 뿐
→ 딱히 밝힐 길이 없을 뿐
→ 또렷이 풀지 못 했을 뿐
7
쉽사리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우리말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 쉽사리 바꿀 수 없는 우리말인 줄 느끼기만 했다
→ 쉽사리 못 바꾸는 우리말이라고 느끼기만 했다
7∼8
두 말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라면 부정하기 어렵다
→ 우리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두 말이 서로 다르다고 느낀다
→ 우리말로 살아가는 이라면 두 말이 서로 다르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8
표준어 사정査定의 완고한 기제가 언중의 두터운 기층 정서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 맞춤말을 고지식하게 살피다가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씨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보기로 손꼽을 만하지 싶다
→ 맞춤말을 꼬장꼬장 짚던 밑동이 사람들 말씨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보기로 꼽을 만하지 싶다
8
자연 언어 또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다
→ 밑말도 때와 곳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게 마련이다
→ 살림말도 때와 삶터에 따라 끊임없이 흐른다
9
이러한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토대로 면밀히 운용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이러한 흐름을 잘 느끼면서 이 흐름을 바탕으로 찬찬히 돌보아야 마땅하다
→ 이러한 흐름을 깊이 느끼면서 이를 밑동으로 차근차근 가꾸어야 옳다
9∼10
말은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 말은 늘 바뀐다
→ 말은 노상 거듭난다
→ 말은 언제나 흐른다
→ 말은 꾸준히 나아간다
→ 말은 늘 새롭다
10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도록 해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여겨도 좋을 것이다
→ 이렇게 망가지지 않도록 돕는 작은 길잡이라 여길 만하다
→ 이렇게 어긋나지 않도록 붙잡는 작은 손잡이라 여길 만하다
10
글을 쓰는 것이 생업(의 일부)인 사람들도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그리 밝지 못한 경우가 많다
→ 글로 먹고사는 사람도 한글과 맞춤길에 그리 안 밝기도 하다
→ 글을 쓰지만 한글과 맞춤길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11
이러한 잗다란 하자 탓에 저자의 필력과 문학적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감히 말하건대 일어나서도 안 된다
→ 이러한 잗다란 흉 탓에 글쓴이 붓힘과 붓빛이 금이 가지 않으며 금이 갈 까닭도 없다
→ 이 잗다란 티끌 탓에 지은이 글힘과 붓빛이 금이 가지 않으며 금이 갈 까닭도 없다
11
그럼에도 위에서 문학 거장의 사소한 실수를 굳이 언급한 까닭은
→ 그런데 빼어난 글바치도 잗다랗게 틀린다고 굳이 밝혔는데
→ 그래도 훌륭한 글님조차 자잘하게 틀린다고 굳이 들었는데
11
모두가 완벽하게 숙지해야만 할까
→ 모두가 빈틈없이 익혀야만 할까
→ 모두 잘 써야만 할까
→ 모두 잘 알아야만 할까
12
이런 풍문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고 씁쓸한 것은 사실이다
→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고 씁쓸하다
12
조금이라도 우리말을 바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 조금이라도 우리말을 바르게 쓸 길은 없을까
→ 조금이라도 우리말을 바로쓸 길은 없을까
12
가끔 이렇게 글을 끼적이는 한, 나는 사전과 그리 쉽게 결별하지 못할 것이다
→ 가끔 이렇게 글을 끼적인다면, 나는 낱말책을 그리 쉽게 놓지 못한다
→ 가끔 이렇게 글을 끼적이는 동안에는 낱말책을 그리 쉽게 놓을 수 없다
13
완벽한 사전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흉없는 낱말책은 어디에도 없다
→ 단단한 낱말책은 없다
13
쳔변만화하는 언어의 실상을 시기적절하게 반영하려 애쓸 뿐이다
→ 춤추는 말빛을 알맞게 담으려고 애쓸 뿐이다
→ 너울대는 말결을 찬찬히 옮기려고 애쓸 뿐이다
13
어쭙잖게나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명징한(깨끗하고 맑은) 생각은 정확한 문장에 담긴다는 사실이다
→ 어쭙잖게나마 깨달았으니, 생각이 맑으면 글도 맑다
→ 어쭙잖게나마 깨달았는데, 생각이 깨끗하면 글도 깨끗하다
14
오래고 변함없는 후의에 남다른 고마움을 전한다
→ 오래오래 꾸준히 베풀어 남다르게 고맙다
→ 오래도록 한결같이 도타워 남달리 고맙다
15
정혜인 님의 예리하고 정확한 지적에 원고의 부실한 부분들을 손볼 수 있었다
→ 어설픈 곳은 정혜인 님이 날카롭고 꼼꼼히 짚었기에 손볼 수 있었다
→ 서툰 곳은 정혜인 님이 매섭게 꼬치꼬치 알려주어서 손볼 수 있었다
15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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