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17.


《우리 곁에 있어야 할 법 이야기

 최정규 글, 김푸른 그림, 철수와영희, 2024.10.30.



오늘은 과역초 5·6학년 어린이한테 ‘눈·나·비’라는 낱말로 우리말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윽고 ‘12월 꽃찔레(장미)’를 이야기한다. 바로 옆에 있는 울타리에 꽃찔레 한 송이가 꽃망울을 틔우려 하는데 보았느냐고 물으니 딱 한 아이가 보았다더라. 그래서 ‘꽃대·꼰대’가 말끝 하나로 얼마나 다른 길인지 짚는다. 철이 들고 어질면서 씨앗을 남길 줄 알기에 어른이라서 꽃대로 간다면, 나이만 먹고 늙고 낡으면서 억누르거나 올라서려 하기에 불쌍한 굴레로 꼬부라지고 꼬여서 꼰대로 간다고 들려준다. 앞으로 나아갈 길에 어린이 여러분 스스로 꽃대로 설는지, 꼰대로 구를는지, 차분히 돌아볼 줄 아는 길은 바로 아주 조그마한 씨앗 같은 말씨 하나에서 비롯할 수 있다고 짚는다. 《우리 곁에 있어야 할 법 이야기》를 읽었다. ‘틀’이란 ‘튼튼’을 밑동으로 삼는 낱말이다. ‘틀’은 든든히 세우면 튼튼히 버티는 기둥 노릇일 테지만, 딱딱하게 만들면 그만 올가미에 수렁으로 가두는 꼴이다. ‘법(法)’이라는 한자를 우리말로 옮기면 ‘틀’도 되고 ‘길’도 된다. 길들이는 길일 수 있으나, 기르는 길일 수 있다. 글쓴이가 ‘틀·길’을 더 헤아리면서 차분히 짚으려 했다면 한결 나았을 텐데 싶다. 한쪽으로 기울면 그만 ‘뒤틀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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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16.


《내 집으로 와요 1》

 하라 히데노리 글·그림/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4.5.31.



아침 일찍 과역면으로 건너간다. 오늘하고 이튿날에 과역초등학교 어린이하고 ‘우리말·노래밭 이야기꽃’을 펴기로 했다. 한 해가 거의 저물 무렵에 어린배움터 아이들하고 ‘배움책(교과서)을 내려놓고서 새롭게 듣는 이야기’를 꾸려 보자고 먼저 물어봐 주신 으뜸길잡님(교장선생님)이 고맙다. 고흥에서 부산이나 서울 가는 길 못잖게 먼 “이쪽 시골(면)에서 저쪽 시골(면)로 움직이는 길”이지만, 이런 자리는 기꺼이 날아갈 노릇이라고 여긴다. 바로 이 고장 아이들 앞날을 그리면서 마음밭에 말씨·글씨를 함께 심는 일이니까. 《내 집으로 와요 1》를 읽었다. 나는 이 그림꽃을 몰래책(해적판)으로 이미 읽었다. 손가락꽃(피아노)과 빛꽃(사진)이 어우러지는 줄거리를 잘 여미었다고 여겼으나, 설마 이 그림꽃이 다시 나올 수 있을 줄 몰랐다. 몰래책은 살짝 나왔다가 곧 사라졌기에 거의 못 찾는다. 실랑이를 벌이는 두 마음을, 한쪽은 가락으로 다른쪽은 빛으로 담으면서 새롭게 마주하는 얼거리이다. 곰곰이 보면, 사랑으로 가는 길에는 늘 노래와 춤이 숲빛으로 어울리면서 흐른다. 노래와 춤이 있되 숲빛이 없으면 사랑이 아닌 노닥질로 기운다. 숲빛은 있되 노래와 춤이 없으면 메마르다. 햇빛과 별빛이 아닌 불빛은 모두 불태운다.


#部屋においでよ #原秀則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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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15.


《개와 샌드백 上》

 카오리 오자키 글·그림/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10.30.



바지런히 끝낼 꾸러미 가운데 하나를 오늘 드디어 마친다. 후련하다. 이제 세 가지 큰 꾸러미를 추스르면 올해 일거리를 잘 다독였노라 할 만하리라. 언제 마칠는 지 모르겠다고 여겼어도, 조금씩 다듬고 천천히 가다듬고 다시 추스르니 끝낼 수 있다. 깊밤(동지)으로 다가가는 낮은 더 짧고 밤은 더 깊다. 집일을 두 아이가 여러모로 맡아 주니 어깨도 한결 가볍다. 아이들도 곁님도 ‘상현·하현’이라는 한자 달이름이 헷갈리단다. 상현(上弦)은 ‘오른달’이고, 하현(下弦)은 ‘왼달’이다. 우리말로 하면 쉽다. ‘오른달·왼달’이란 이름은 달을 보던 어느 날 내가 슥 지어 보았다. 《개와 샌드백》을 읽었다. 그다지 많잖은 나이라 할 테지만, 서른이나 마흔 언저리라면 이미 ‘늙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듯싶다. 나이만 먹으면 꼬장꼬장 꼰대가 될 테니 ‘늙다리’이고, 나이를 먹는 삶을 스스로 새기고 삭이며 배운다면 어진 나날을 품으니 ‘어른’이다. 누구나 똑같이 나이를 먹지만, 한쪽은 꼰대요 다른쪽은 어른이다. 누구나 똑같이 밥을 먹되, 누구는 불씨를 심고 누구는 사랑씨를 심는다. 무엇을 하느냐도 대수롭지만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부터 볼 노릇이다. 스스로 어떤 씨앗을 심는 하루인지 돌아볼 때라야 스스로 깨어난다.


#尾崎かおり #犬とサンドバッ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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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14.


《엠마》

 웬디 케셀만 글·바바라 쿠니 그림/강연숙 옮김, 느림보, 2004.2.17.



찬바람 씽씽 부는 겨울에 저잣마실. 여름에도 걷는 사람이 드물고, 겨울에도 걷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길에 쇳덩이가 차고 넘칠 뿐 아니라, 이 시골에서조차 밀리고 붐빈다. 더운바람과 찬바람을 쐬지 않으면 철을 알 수 없을 텐데. 저녁에 세 사람이 등허리에 팔다리를 주물러 준다. 고맙게 하루를 누리고서 쉰다. 오늘 우두머리를 끌어내렸다(탄핵). 《엠마》를 되읽었다. 이따금 이 그림책을 이웃님한테 건넨다. 그저 살림을 즐겁게 꾸리면서 붓을 쥔 할매가 남기는 사랑 이야기로 여길 만하다. 할매는 스스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집안에 걸고 싶을 뿐이다. 이녁 아이가 가끔 찾아와서 문득 주는 ‘이름난 그림’은 어쩐지 “내 삶하고 너무 멀고, 시골을 시골답게 못 그렸는걸” 하고 느꼈다지. 할매는 어릴 적부터 보고 겪은 삶과 시골살림을 손수 붓을 쥐어서 나타냈다. 날마다 마주할 그림이란, 스스로 빚은 그림일 적에 빛난다. 누가 뭘 잘하고 잘못하고 짚어도 안 나쁘되, 이따금 잘잘못을 짚으면 된다. 온하루는 스스로 나아가려는 꿈그림을 바라보면서 꿈씨앗을 품고 심고 가꾸고 보살피면서 즐겁게 노래하고 춤출 노릇이다. 인천 화평동에서 ‘평안 수채화의 집’을 꾸리던 박정희 할머니를 떠올린다. 온누리 그림할머니는 모두 사랑이다.


#Emma (1980년)

#WendyKesselman #BarbaraCooney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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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13.


《안경 쓰기 싫어요》

 구스노키 시게노리 글·다루이시 마코 그림/전선영 옮김, 애플트리테일즈, 2014.7.23.



어제 안 온 ‘청소년과’ 일꾼이 오늘 온다. ‘학교밖 청소년’한테 지난 한 해 주던 ‘생활지원’을 새해에는 못 준다고 알린다. 그러려니 여긴다. 나라에서는 ‘인구소멸·저출산’을 놓고서 시끌벅적하고, 이 때문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들이붓는다지만, 막상 시골에서 스스로 길을 살펴서 살아가는 푸름이한테 소꿉돈(책 사서 읽는 돈)조차 내주지 않는 모습을 지켜본다. 큰아이는 요즈막 손가락꽃(피아노)하고 피리를 한창 즐긴다. 작은아이는 이즈막 그림꽃(만화)에 손힘이 붙은 듯싶다. 마음이 가고 손발이 따르면서 움직일 적에 신바람으로 하면 하나씩 풀리게 마련이다. 《안경 쓰기 싫어요》를 읽었다. 일본에서 나온 책이름은 “안경을 쓰니(メガネをかけたら)”인데 엉뚱하게 옮겼다. 아이가 눈이 많이 흐리면서 잘 안 보이는 탓에 어버이뿐 아니라 배움터 길잡이가 어떻게 마음을 기울이는지 들려주는 줄거리이다. 이런 책인데 “쓰니”가 아닌 “쓰기 싫어요”로 확 바꾸면 오히려 줄거리를 잘못 읽거나 알 수 있다. 우리말은 토씨 하나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뜻이 갈린다. 제발 제뜻을 제대로 살리는 말씨를 들여다보면서 아이 곁에 서기를 빈다.


#くすのきしげのり #垂石眞子 #メガネをかけたら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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