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과 개미 과학은 내친구 6
모리타 타츠요시 그림, 야자마 요시코 글, 윤태랑 옮김 / 한림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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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21

 


작은 꽃 사랑하는 눈길
― 제비꽃과 개미
 야자마 요시코 글·그림
 윤태랑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4.5.20.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듯이 조그맣게 피어나는 제비꽃이 있습니다. 제비꽃은 더없이 자그마한 봄맞이꽃인데, 제비꽃 둘레에서 피어나는 봄까지꽃과 코딱지나물꽃은 더 자그마한 봄맞이꽃입니다. 이 곁에서 피어나는 별꽃은 더욱 자그마한 봄맞이꽃입니다. 그리고, 별꽃 둘레에서 피고 지는 꽃다지꽃이랑 꽃마리꽃은 훨씬 자그마한 봄맞이꽃이에요.


  냉이꽃도 조그마한 봄맞이꽃입니다. 꽃마리 가운데 좀꽃마리꽃은 그야말로 작은 봄맞이꽃입니다. 할미꽃이나 참꽃처럼 제법 알아보기 쉬운 커다란 꽃이 있고, 현호색이나 복수초처럼 환하게 빛나는 꽃이 있어요.


  제비꽃과 같은 앉은뱅이꽃이라 할 민들레도 꽃송이가 눈에 잘 뜨여요. 푸릇푸릇 돋는 풀밭에서 보랏빛 제비꽃은 좀처럼 안 보인다 할 테지만, 아직 풀이 우거지지 않은 봄숲에서는 보랏빛 꽃송이도 꽤 잘 보입니다.


.. 봄기운이 가득한 길가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어요. 보랏빛 꽃이 제비꽃이에요 ..  (2쪽)


  민들레는 꽃이 지고 나서 꽃대가 껑충 오릅니다. 멀리멀리 씨앗을 날리려고 고개를 높이높이 뻗습니다. 바람이 분다든지, 아이들이 꽃대를 꺽어 후후 날립니다. 민들레는 그야말로 멀리멀리 새끼들을 보내어 새롭게 뿌리내려 자라도록 합니다.


  제비꽃은 꽃이 지고 나더라도 꽃대가 오르지 못합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제비꽃 작은 송이마냥 작은 씨주머니를 맺고, 깨알보다 더 작은 씨톨을 내놓아요.


  민들레꽃씨 날리는 아이들은 많아도, 제비꽃씨 터뜨리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제비꽃이 진 뒤 제비꽃씨 맺은 줄 알아차리는 아이들부터 드물다고 할 만해요. 제비꽃씨 있는 줄 모르니, 제비꽃씨 터뜨리며 놀지 못할 만해요.


.. 벌이 제비꽃 꽃잎에 앉았어요. 머리를 꽃 속에 깊숙이 들이밀고 기다란 입을 꿀샘에 넣고 있어요 ..  (10쪽)

 

 

 


  어느 누구도 민들레를 따로 심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냉이를 따로 심지 않습니다. 씀바귀 씨앗이나 고들빼기 씨앗을 뿌려서 퍼뜨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질경이 씨앗이나 쑥 씨앗을 받아 뿌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상추씨를 뿌리고 시금치씨를 뿌립니다. 무씨를 심고 배추씨를 심어요. 이들 씨앗은 참말 따로 심어야 잘 자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누군가 꼭 심는 씨앗이 자라야 밥을 얻나요. 누군가 꼭 심는 씨앗이 없으면 굶어야 할까요.


.. 높다란 돌담을 기어오르는 개미가 있어요. 제비꽃 씨앗을 입에 물고 있네요. 떨어뜨리지 말고 나르렴. 가까운 곳에 개미집이 있나 보구나 ..  (23쪽)


  야자마 요시코 님이 빚은 그림책 《제비꽃과 개미》(한림출판사,2004)를 읽습니다. 조그마한 제비꽃 한살이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곱게 담은 그림책을 읽습니다. 제비꽃이 처음 작은 떡잎 내놓고 자라는 모습부터, 어미 제비꽃이 시들고 새끼 제비꽃이 새롭게 자라는 모습까지,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제비꽃 둘레에는 제비꽃한테서 꿀을 얻는 작은 벌이 있고, 제비꽃 씨앗을 물어 먹이로 삼으려는 개미가 있습니다.


  벌이 있어 제비꽃은 씨앗을 맺을 수 있습니다. 개미가 씨앗을 물어 나르다가 그만 톡 떨어뜨리는 바람에 이곳저곳에서 제비꽃은 새롭게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제비꽃은 벌과 개미가 있어 고맙습니다. 벌과 개미는 제비꽃이 있어 고맙습니다.


  사람은 제비꽃이 고마울까요. 제비꽃은 사람이 고마울까요. 사람은 제비꽃을 곱다 여기며 빙그레 웃으며 들여다보나요. 제비꽃은 사람이 반갑기에 봉오리 활짝 벌려 방긋방긋 인사를 할까요.


.. 엄마 제비꽃에서 멀리 떨어져서 이곳에도 싹을 틔웠구나 ..  (26쪽)


  작은 꽃 사랑하는 눈길이 되어 이 땅을 사랑합니다. 작은 꽃 아끼는 손길이 되어 이웃을 아낍니다. 작은 꽃 쓰다듬는 마음길이 되어 마을과 고을과 고장을 얼싸안아요. 작은 빛이 모여 아름다운 빛 되고, 작은 꿈이 모여 아름다운 삶 됩니다.


  천천히 길을 걸어요. 천천히 길을 걷다가도 살며시 멈추어요.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내려다봐요. 나뭇줄기를 가만히 품에 안아요. 조그마한 꽃송이나 잎사귀를 보드랍게 쓰다듬어요.


  꽃을 바라보는 눈이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 됩니다. 꽃내음 맡는 매무새가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매무새가 됩니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온갖 들꽃이 들내음 듬뿍 베푸는 따사로운 이야기 펼칩니다.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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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2-11 15:41   좋아요 0 | URL
자연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은 자연을 사랑할 줄 알고 그런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겁니다.
사람이니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겠으나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겠죠.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게 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도시 아이들에겐요...

숲노래 2013-12-11 17:3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이런 책들 모두 도시 아이들 읽히려고 나와요.
다만, 이 아름다운 웬만한 자연그림책은 거의 다
일본에서 1950~80년대에 만든 책들이에요.
2000년대에 접어들고 2010년대가 되어도
아직 한국에서는 아름다운 '창작 자연그림책'이 잘 태어나지 못해요.
애써 나와도 깊고 넓게 들여다보지 못하고요.

이 제비꽃 그림책은 일본에서 1995년에 처음 나왔군요.
시골 아이들은 자연그림책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만했지만,
이제는 시골에서도 참말 시골아이는 드물고
거의 다 읍내나 면내 아이가 되다 보니,
시골에서도 이런 자연그림책 읽히면서 '자연을 알도록' 해야 한답니다...
 

  손도끼 하나만 허리에 찬 채 깊은 숲에 홀로 떨어진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나라에서 열세 살쯤 된 아이가 혼자 숲에 덩그러니 놓인 채, 길도 절도 집도 모른다면, 스스로 씩씩하게 살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 한국에서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부조종석에 앉아 하늘을 날다가 혼자 숲 한복판에 내려앉을 일부터 없으리라. 더욱이,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불을 어떻게 피우고, 먹을거리 어디에서 찾는가 하는 이야기를 조금도 가르치지 못하리라. 미국사람이 쓴 《손도끼》라는 책은 아기자기하면서 재미있게 그린 청소년문학이로구 하고 느끼는데, 마무리는 엉성하다. 너무 갑작스럽게 맺은 마무리라고 할까. 글흐름으로 보면 아이가 몇 해쯤 숲속에서 살아간 듯 그리지만, 정작 두 달이 채 안 되게 보냈을 뿐이다. 조금 더 탄탄히, 조금 더 숲살이를 깊고 넓게 그린다면 나았을 텐데. 생각해 보면, 이만 한 이야기를 200쪽이 안 되는 책으로 담자고 하니 마무리가 억지스러웠구나 싶기도 하다. 얼추 400쪽은 되도록 낱낱이 차근차근 풀어내어야, 아이가 숲에서 부딪힌 온갖 고단하고 힘든 나날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했다고 느낀다. 좋은 작품이기는 하되, 훌륭하지는 못하다. 그래도, 이 작품은 뉴베리상을 받았다고 한다.

 

..

 

 그런데, 나만 이렇게 느끼지 않았는가 보다. 아주 많은 미국 어린 독자들도 이렇게 느껴 작가한테 왜 이렇게 썰렁하게 마무리를 지었느냐고 편지를 수없이 띄웠고, 작가는 나중에 《손도끼의 겨울 이야기》를 새로 썼다고 한다. 아무렴, 그래야지. 4346.12.1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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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
게리 폴슨 지음, 김민석 옮김 / 사계절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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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썰매
게리 폴슨 지음, 박중서 옮김, 장선환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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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전해 준 쪽지
게리 폴슨 지음, 정회성 옮김 / 탐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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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스쿨
게리 폴슨 지음, 신재실 옮김 / 우리같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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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1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1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질러 놓은 장난감을 아이가 치우도록 시킬 적에, 이마에 고랑 이랑 만들면서 골을 낼 수 있다. 잔뜩 어지른 장난감을 아이와 함께 치우면서, 얼굴에 살며시 웃음을 지을 수 있다. 이쪽으로 갈 수 있고 저쪽으로 갈 수 있다. 아이는 어떤 어버이 모습을 반길까. 아이는 어떤 어버이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 즐겁게 치우면서 재미나게 노는 길을 찾을까. 작은 이야기를 작게 엮은 《쿠피야, 영차영차!》를 아이와 함께 읽기도 하고, 여섯 살 큰아이가 세 살 동생한테 읽어 주기도 한다. 아이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도 방바닥과 마루를 실컷 어지른다. 어쩌다 한 번, 그림책에 나오는 대로 예쁘게 치우기도 한다. 따사롭게 바라보며 기다리면 모든 일이 아름답게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4346.12.1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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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피야, 영차영차!
나카야 미와 지음, 유문조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8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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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피야, 안녕?
나카야 미와 지음, 유문조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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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피야, 차례차례!
나카야 미와 지음, 유문조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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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피야, 잘 자!
나카야 미와 지음, 유문조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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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예쁜 이야기 누릴 수 있도록

책을 선물해 주신 appletreeje 님 고맙습니다~~~ ^__^

 

..

 

책아이 82. 2013.12.10.ㄷ  (선물받은 책들을)

 


  책상자 선물이 왔다. 상자를 끌르니 또 상자가 나온다. 예쁘장하고 단단한 상자이다. 두 아이가 오잉 오잉 하면서 달라붙는다. 무슨 그림인가 하고 들여다본다. 상자를 여니 아이들이 저마다 하나씩 꺼내겠다고 한다. 그러나 두 아이 모두 글은 못 읽는다. 그림이 얼마 없다고 하지만, 그림만 찾아서 죽죽 넘긴다. 아이들아, 너희가 글을 익히면 이 예쁘고 재미난 이야기책 신나게 읽을 수 있어. 만화영화에서는 너무 간추렸고, 알맹이 되는 얘기는 빠뜨리기도 했단다. 글도 그림과 함께 예쁜 빛이 감도는 줄 앞으로는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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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11 00:34   좋아요 0 | URL
아이쿠~^^
벼리와 보라가 궁금해하며 책들을 꺼내는
예쁜 모습을 보니, 참 즐겁고 괜시리 좋습니다~*^^*

숲노래 2013-12-11 07:32   좋아요 0 | URL
어제부터 1권을 읽는데, 참말 동화가 아주 말끔하며 훌륭하네요. 번역도 제법 깔끔하고요. 만화영화와 다른 맛이라기보다, 이렇게 예쁜 작품이기에 그만 한 만화영화가 나올 만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후애(厚愛) 2013-12-11 13:20   좋아요 0 | URL
참으로 좋은 선물을 받으셨네요.^^
만화영화였군요.^^;;
어떤 내용인지 한번 찾아봐야겠어요~ㅎㅎ

숲노래 2013-12-11 15:09   좋아요 0 | URL
원작동화 가운데 1권을 바탕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님이
만화영화를 만들었어요. 같은 이름으로요~
한국에서는 원작동화보다는 만화영화만 널리 알려졌지 싶어요.
 

책아이 81. 2013.12.10.ㄴ 어머니 등 타기

 


  재미난 그림책을 아이들한테 읽힌 이튿날, 곁님이 이 재미난 그림책을 문득 보고는 찬찬히 읽는다. 큰아이는 다른 놀이를 하다가 한참 뒤에 어머니 곁에 붙고, 작은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니 등을 타고 앉다가 서다가 미끄럼놀이를 한다. 작은아이는 책을 읽어 주더라도 이렇게 몸을 쓰며 놀기를 훨씬 더 즐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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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11 01:09   좋아요 0 | URL
참 즐겁고 정다운 모습이네요~~
어머니와 함께 노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저까지 스르르~웃음이 나옵니다!
그런데 벼리 어머니가 보시는 책은 무슨 책일까요~?^^

숲노래 2013-12-11 07:33   좋아요 0 | URL
'프랭크 태실린(태슐린)'이라는 분이 그린 <나는 곰이라고요>인데, 여러 차례 절판되고, 요새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는 아주 오래된 그림책이에요. 원작은 1946년에 처음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소개를 예쁘게 할게요~

달걀부인 2013-12-11 10:55   좋아요 0 | URL
꿋꿋하게 책을 보시는 어머니 모습에 빵 터졌어요... 광고 콘티같아요.....

숲노래 2013-12-11 12:00   좋아요 0 | URL
아이 있는 집에서는 언제나 볼 수 있는...
그러나 몇 해 보기 어려운,
아이들은 곧 크니까요~
요즈음 한창 누리는 모습입니다 ^^;;;

앞으로 두 해쯤 지나면 이 모습도 끝나겠지요~~

하늘바람 2013-12-11 23:43   좋아요 0 | URL
와우 전 저상황에선 책이 머리에 안들어올거같아요

숲노래 2013-12-12 09:1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늘 이렇게 지내니,
저도 이렇게 책 잘 읽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