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48] 노래돌이와 노래순이



  아이들하고 살면서 아이들을 부르는 이름을 곧잘 새로 짓습니다. 아이들을 가리키거나 부르는 이름을 왜 이렇게 자꾸 새롭게 지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내 마음속에 늘 아이들 넋과 빛을 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곰곰이 헤아리면, 예전부터 나는 늘 나한테도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글을 쓰는 나를 가리켜 ‘글돌이’라 했고, 사진을 찍는 나를 두고 ‘사진돌이’라 했습니다. 살림과 집일을 도맡는 나를 보며 ‘살림돌이’라고도 하며, 빨래를 즐기니 ‘빨래돌이’라고도 하다가는, 자전거를 즐기니 ‘자전거돌이’라고도 했어요. 아이들이 일곱 살과 네 살로 지내는 2014년 여름 한복판입니다. 이 아이들은 아침저녁으로 내내 노래를 부릅니다. 무엇이든 아이들 입에서는 노래가 됩니다. 악기를 입에 물기도 하지만, 악기가 없어도 언제나 노래입니다. 그래, 아이들은 누구나 ‘노래아이’이지 싶어요. ‘노래돌이’와 ‘노래순이’가 되어 스스로 삶을 빛내는구나 싶습니다. 노래를 즐기며 삶을 빛내기에 ‘노래빛’이고, 시골에서 맑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니 ‘노래숲’으로 나아갑니다. 4347.7.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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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순이 1. 바이올린 차근차근



  헌 바이올린을 장만했다. 바이올린은 값이 그야말로 다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녀석이 있고 무척 값싼 녀석이 있다.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갖고 싶다고 노래노래 불렀는데, 막상 어떤 바이올린을 장만해야 할는지 까마득했다. 이러던 어느 날, ‘연습할 적에 쓰는 헌 바이올린’을 단돈 9만 원에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두 아이한테 하나씩 장만해 주었다. 처음에는 활을 마구마구 휘저으며 놀았는데, 이제 큰아이는 찬찬히 가락을 짚듯이 하나씩 헤아린다. 악기를 손에 쥐어 스스로 빛을 읽으려고 한다. 짠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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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순이] 게시판을 새로 열면서 생각한다.

그래, 우리 집 아이들은

참말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노는데

왜 진작부터 '노래하는 아이들' 모습을

따로 갈무리할 생각을 못 했을까?


손님이 우리 집에 찾아왔을 적에

손님 앞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느낀다.


중고악기점에서

헌 바이올린을

단돈 9만 원에 장만할 수 있었는데,

이 바이올린 하나를 놓고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모른다.


피아노를 놓고도

하모니카를 놓고도

피리를 놓고도

그저 입으로 노래를 부르면서도

아이들은 늘 노래인데

이 노래를 그동안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구나 싶다.


우리 집 아이들한테

'노래순이'라는 이름을

새롭게 붙여 줄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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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22) 통하다通 67 : 사람끼리 통하는 정


사람끼리만이 통하는 따뜻한 정을 받았을 땐 더 큰 외로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권정생-몽실 언니》(창작과비평사,1984) 105쪽


 사람끼리만이 통하는

→ 사람끼리만이 맺는

→ 사람끼리만이 나누는

→ 사람끼리만이 주고받는

→ 사람끼리만이 흐르는

 …



  따뜻한 마음이란 사람끼리만 나눌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마, 짐승이나 나무하고도 얼마든지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 보기글에서는 너무 외롭게 지내는 아이가 이웃 누군가한테서 따뜻한 마음을 받으면서 오히려 더 외롭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음은 서로 나눕니다. 마음은 서로 주고받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하면서 동무나 이웃 사이로 맺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릅니다. 아름다운 빛이 샘솟아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기를 빕니다. 4347.7.9.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사람끼리만이 나누는 따뜻한 마음을 받았을 땐 더 크게 외로운 노릇이다


‘정(情)’은 “(1)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2)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을 한자로 옮길 적에 ‘情’이 되는 셈입니다. “더 큰 외로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는 “더 크게 외로운 노릇이다”나 “더 크게 외롭다”나 “더 크게 외롭기 마련이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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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질을 하는 팔


  여러 날 비가 잇달아 내린다. 해가 나지 않아도 꽤 덥다. 여름에 축축한 기운이 곳곳에 넘치기 때문이지 싶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뛰놀기에 늘 땀투성이로 지낸다. 여러 차례 씻기지만 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한 아이씩 부채질을 해 준다. 어느새 ‘부채질로 나는 철’이 되었구나 싶다. 아이들이 까무룩 잠들면 땀이 덜 돋지만, 작은아이가 자꾸 안 자면서 장난을 치려 하니 작은아이를 자꾸 부채질을 해 주어야 한다. 한 시간쯤 부채질을 하다가 팔도 아프고 졸음까지 밀려든다. 부채질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든다. 작은아이도 저 스스로 알아서 잠들었겠지. 이러다가 번쩍 잠을 깬다. 몇 시인가. 아침인가 밤인가. 아이들 이를 고치러 아침 일찍 읍내로 시외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 아이들 옷과 짐은 미리 꾸렸지만 이것저것 챙겨야 하니 새벽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허둥지둥 일어나고 보니 밤 열두 시이다. 아직 멀었구나. 낯을 씻고 기지개를 켠 다음 살짝 더 누워야겠다. 4347.7.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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