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이모 이모부와 (2014.7.11.)



  이모랑 이모부하고 만나서 노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름벼리와 산들보라를 바라본다.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모부 품에 안긴 사름벼리를 먼저 그린다. 그러고 나서 이모 곁에서 노는 산들보라를 그린다. 네 사람이 사랑스럽게 어우러지는 빛을 그린다. 연필로 슥슥 한달음에 그린다. 네 사람이 앞으로도 사랑스레 어우러지면서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삶을 가꿀 수 있기를 빈다. 아이들이 이웃과 동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잘 다스리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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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 3
쿄우 마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34



따뜻해졌어?

― 미카코 3

 쿄우 마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미우 펴냄, 2011.7.30.



  내가 곁님을 주무르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곧잘 아버지나 어머니를 조물조물 주물러 주곤 합니다. 조그마한 손으로 커다란 어버이 몸뚱이를 주무릅니다. 아이들 손아귀에 얼마나 힘이 있겠느냐 싶지만, 살살 만지는 손길에 묻어나는 따사로운 빛을 느낍니다. 꾹꾹 눌러 주지 않아도 개운합니다. 힘껏 짚어 주지 않아도 시원합니다.


  더운 여름날 늘 아버지가 아이들한테 부채질을 선물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아버지한테 부채질을 돌려줍니다. “아버지, 덥지요?” 하면서 이마와 콧잔등에 땀을 내면서 부채질을 합니다. “괜찮아. 고마워. 너희들이 부채질 받아.” 하면서 부채질을 다시 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압니다. 저희한테 다가오는 느낌이 즐거움인지 서운함인지 쓸쓸함인지 기쁨인지 모두 압니다. 아이들한테 어른들이 따사로운 손길을 내미는지 거친 손길을 뻗는지 모두 압니다. 사랑은 새로운 사랑이 되어 퍼집니다. 미움은 새로운 미움이 되어 번집니다.



- “잔뜩 있네. 비슷비슷한 색이.” “잘 봐. 이건 진한 빨강. 그 옆은 오렌지 빛이 도는 거. 이건, 장미색. 이건 진짜 장미꽃이 들어 있는 거라서 내가 산 물감 중에서 제일 비싸. 한번 맡아 봐.” “내가 왜?” “됐으니까 빨리!” (6∼7쪽)





  아직 수저질이 서툰 아이들한테 밥을 떠먹이곤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수저질이 익숙해지는 어느 때에 저희 작은 숟가락에 밥을 떠서 내밉니다. 이러면서 한 마디를 붙이지요. “자, 먹어.” 그래, 네가 주는 밥 맛나게 먹을게.



- “따뜻해졌어?” (18쪽)



  바람이 싱그럽게 불면서 들을 간질입니다. 바람이 푸르게 불면서 숲을 보듬습니다. 바람은 시골에서도 불고 도시에서도 붑니다. 바람은 시골집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한테도 불고, 도시 한복판을 달리는 자동차 지붕에도 붑니다.


  바람은 어떤 빛일까요. 바람은 어떤 숨결일까요. 바람 한 점은 우리한테 어떤 노래가 되어 스며들까요.


  바람을 마시면서 풀이 돋습니다. 바람을 머금으면서 나무가 우거집니다. 바람을 들이켜면서 풀벌레와 개구리가 노래합니다. 바람을 쐬면서 사람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꿈을 키웁니다.





-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음. 딱히 없어. 어리광도 좀 부리고 그래. 아플 때는 아이 때로 돌아가도 되는 거야!” (50쪽)

- “토끼 만들어 줘!!” “사과 먹고 싶어?” “토끼 만들어 줘! 아니야. 잘라서 토끼로 만드는 거야!” “잘라서? 음.” “거기서 멈춰! 반 되면! 귀 만들어 줘. 여기 있는 사과도 몽땅!” “뭐?” (59쪽)



  만화책 《미카토》(미우,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수수한 이야기가 감도는 만화책 《미카코》를 그린 쿄우 마치코 님은 어떤 넋으로 지구별을 바라볼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나온 이녁 만화책은 아직 《미카코》뿐인데, 이 만화책 한 권을 거쳐 만화쟁이 한 사람 숨결을 어느 만큼 받아마실 수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작은 아이들이 작게 빚는 사랑은 작은 마을에 작게 드리웁니다. 작은 아이들이 작게 빚는 노래는 작은 마을에 작게 스며듭니다. 작은 아이들이 작게 빚는 꿈은 작은 마을에 작은 씨앗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자그마한 나무로 자랍니다.





- “미도리카와 애인 말이야!! 있는 거 왜 숨겼어? 그리고 그 사람 대학생이라며? 선생님이라며? 그래도 되는 거야?” “애인 같은 거 없어. 다 거짓말이야.” “그럼……. 그럼! 없는 거면 우리 사귀자!” (132∼133쪽)



  사랑은 교과서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꿈은 대학입시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노래는 졸업장에서 샘솟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책에서 흐르지 않습니다. 한겨울에 따뜻하게 내민 작은 손에서 사랑과 꿈과 노래와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한여름에 시원하게 내민 작은 손에서 이야기와 노래와 꿈과 사랑이 자랍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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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꽃 책읽기



  쑥갓이 쑥쑥 자라면서 꽃대가 뻗는다. 모든 풀과 나무는 꽃을 피우니, 쑥갓은 쑥갓꽃을 피운다. 쑥갓은 쑥갓다운 꽃을 피운다고 할 텐데, 샛노란 꽃이 피어나기도 하고, 하얀 빛이 감도는 꽃이 피어나기도 한다. 꽃잎이 다닥다닥 붙은 채 피어나기도 하고, 꽃잎이 성기게 벌어진 채 피어나기도 한다. 모두 쑥갓꽃이면서 다 다른 쑥갓꽃이다.


  그리 굵지도 크지도 않은 줄기에 꽃송이가 꽤 소담스럽다. 바람이 살랑 불기만 해도 커다란 꽃송이가 한들한들 춤을 춘다. 노란 꽃이 노랗게 춤을 춘다. 하얀 빛을 머금은 노란 꽃무더기가 다 같이 춤을 춘다.


  온통 짙푸른 밭자락에 쑥갓꽃은 맑은 빛을 베푼다. 햇볕이 후끈후끈 뜨거운 한여름에 쑥갓꽃은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온 여름을 가득 담아 꽃송이가 통통하고, 이 통통한 꽃송이에서 쑥갓씨가 토실토실 알뜰히 여물겠지.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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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글쓰기



  글을 쓸 적에는 신나게 쓴다. 오직 글 한 가지만 생각하면서 신나게 쓴다. 둘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건 쳐다보지 않는다. 오직 글만 쳐다본다. 옆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더라도 듣지 않는다. 오직 글에서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춥건 덥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추위나 더위를 느끼지 않으면서 글빛으로 감겨든다.


  아이를 마주할 적에는 아이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이하고 웃는 길을 생각하고, 아이하고 노는 삶을 헤아리며, 아이하고 누리는 하루를 그린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아주 마땅히 어느 한 사람인 ‘누군가’만 생각하고 마음에 담으며 사랑한다. 달리 할 일이 있는가? 아니, 달리 해야 할 일이 있을까?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만 생각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하늘만 생각한다. 골짜기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골짜기만 생각한다. 밥을 지으면서 밥만 생각한다. 풀을 뜯으면서 풀만 생각한다. 나비를 바라보면서 나비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책만 생각한다. 글 한 줄을 쓰는 동안 나는 오롯이 글 한 줄이 되어 새롭게 태어난다. 신나게.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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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8) 과거의 6 : 과거의 것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말을 과거의 것으로 돌리지 말고 그 내용을 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라 켄야/민병걸 옮김-디자인의 디자인》(안그라픽스,2007) 236쪽


 과거의 것으로

→ 옛 것으로

→ 옛날 것으로

→ 지나간 것으로

→ 철 지난 것으로

→ 해묵은 것으로

→ 고리타분한 것으로

→ 낡은 것으로

 …



  옛 것이 나쁘고 새 것이 좋지 않습니다. 거꾸로, 옛 것이 좋지 않고 새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옛 것은 옛 것입니다. 새 것은 새 것입니다. 나쁜 것을 찾자면 예전이든 요즈음이든 얼마든지 찾습니다. 좋은 대목을 느끼자면 예전이나 요즈음이나 얼마든지 느낍니다.


  보기글에서 말하는 ‘옛 것’이란, 말뜻 그대로 ‘옛’이나 ‘옛날’이나 ‘지나간’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는 한편, ‘철 지난’이나 ‘해묵은’을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더 나아간다면, ‘고리타분한’이나 ‘낡은’처럼 바라보는구나 싶습니다.


  느낌을 더 세게 나타내려 한다면 ‘낡아빠진’이나 ‘케케묵은’이나 ‘뒤떨어진’이나 ‘이제는 죽은’처럼 써 볼 수 있습니다. 4347.7.12.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말을 낡은 것으로 돌리지 말고 그 알맹이를 새롭게 살려야 한다


“그 내용(內容)을 진화(進化)시키는 것이 중요(重要)하다”는 “그 알맹이를 키워야 한다”나 “그 줄거리를 새롭게 살려야 한다”나 “그 속살을 북돋아야 한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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