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
현혜수 글, 김소영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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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3



‘내 책’이 되려면 ‘내 이야기’를 써야

―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

 현혜수 글

 김소영 그림

 풀과바람 펴냄, 2014.6.19.



  현혜수 님이 글을 쓰고 김소영 님이 그림을 그린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풀과바람,2014)를 읽으며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어린이가 스스로 그림책을 한 권 만들어 보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모두 열여덟 가지로 나누어 차근차근 이 흐름에 맞추면 그림책을 한 권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먼저 생각을 짜고, 쓸 이야기를 세운 뒤, 정보를 모아서, 누가 나오는가를 살피고, 이름을 붙인 뒤, 줄거리 바탕을 짭니다. 그런 뒤 그림을 그리고 빛깔을 입히며 책은 어떤 크기로 만들는지 살피지요. 겉그림을 그리고 글꼴을 살피며, 그림책을 펴내는 까닭을 적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묶습니다.


  단출하면서 깔끔하게 ‘그림책 만드는 얼거리’를 보여주어요. 그림이 아기자기합니다. 어린이도 이 책을 곁에 두고 그림책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잘 이끌겠구나 싶습니다.




..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려면 다양한 정보를 모아야 해요. 어디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책, 인터넷, 비디오, 라디오, 신문, 텔레비전 등이 있지요 ..  (9쪽)



  그런데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라는 그림책은 아주 큰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이 그림책은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을 만들자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어떤 그림책이 ‘나한테 남다른’ 그림책이 되는지 밝히지 못해요.


  종이를 묶거나 글꼴을 살피거나 빛깔을 입히는 대목은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니, 안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가장 대수로이 살필 대목을 너무 가볍게 지나치기 때문에, 이 책만 읽어서는 ‘나한테 남다른’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를 쓴 분은 아이들한테 ‘여러 가지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이나 비디오나 라디오나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얻으라고 말합니다. 자, 생각해 보셔요. ‘나한테 남다른’ 그림책을 만들자는 책 아닌가요? 그런데 왜, 다른 사람이 쓴 책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지요? 무슨 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다른 책에서 정보를 얻나요? 인터넷이나 비디오나 텔레비전 같은 데에서 왜 정보를 얻어야 하나요?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살피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방송이나 신문을 살핀다면, ‘나한테 남다른’ 이야기를 쓸 수 없습니다. ‘나한테 남다른’ 이야기를 쓰려면, 내가 스스로 겪은 일을 갈무리해서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는가부터 제대로 살펴야 하고, 그림책을 한 권 빚을 때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이야기 엮고 짜고 쓰기’에 아주 많이 품을 들여요. 그림도 잘 그려야 하고, 글꼴도 잘 맞추어야겠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이야기(글)’가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가 없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어요.


  그러니까, 열여덟 가지로 차근차근 ‘만드는 차례’를 나눌 노릇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어떻게 느끼거나 깨닫거나 알아보면서 ‘내 이야기’를 쓰도록 이끌어야 할까 하는 대목을 더 깊고 많이 제대로 다루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라는 책은 ‘나도 책을 만들어 볼까?’ 하는 책이 아니라 ‘나한테 남다른 책을 만들자!’ 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써 볼까요? 한 번에 너무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그동안 모아 둔 자료와 계획서를 바탕으로 마음껏 이야기를 써 봐요 ..  (18쪽)



  어떤 책을 쓰든 ‘글쓰기’가 절반을 넘는 자리를 차지합니다. 왜냐하면 ‘책을 쓰기’ 때문입니다. 글을 한 줄조차 안 넣더라도, 줄거리가 될 이야기를 글로 갈무리해 놓아야 합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니까요.


  더 살핀다면, ‘나도 책을 만들어 볼까?’ 하고 이야기를 엮더라도, ‘자료와 계획서 짜기’를 더 꼼꼼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라는 책은 이 대목도 너무 가볍게 넘어갑니다. 이래서야 아이들이 그림책 만드는 일을 제대로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어른들은 쉽게 말하겠지요. “마음껏 이야기를 써 봐요” 하고 쉽게 말하겠지요. 그러면, 이렇게 말한들 참말 마음껏 이야기를 써 볼 수 있을는지 생각해 보셔요. 마음껏 이야기 쓰기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마음껏 쓸 수 있는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쓰라고 이끄는 이 책인데,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로 어떻게 마음껏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알쏭달쏭하기도 합니다.


  ‘나한테 남다른 책을 만들자!’ 하고 말하려 한다면, 다른 사람이 만든 책에서 자료를 빌리도록 이끌지 말고, 아이들이 손수 쓴 일기나 생활글을 바탕으로 책을 엮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적어도 이쯤은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느 날 겪은 일이 아주 남달라서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수 있으니, 그 이야기를 어떻게 추리고 솎고 살을 붙이고 가다듬어서 그림책 ‘밑글’이 되도록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이 밑글을 바탕으로 쪽수에 맞게 글을 나누어서 새롭게 쓰고, 새롭게 쓴 글에 맞추어 그림은 어떻게 그릴 때에 아름답거나 잘 들어맞는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보기 쉽게 이야기를 하려는 개론서라 할 《나만의 특별한 그림책 만들기》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보기 쉽게 들려주는 개론서 구실로서도 여러모로 아쉽구나 싶습니다. ‘나한테 남다른’ 이야기가 무엇인지부터 똑똑히 살핀 뒤, 아이들이 참말 그림책에 ‘내 이야기’를 즐겁게 담도록 이끄는 아름다운 웃음과 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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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서 아파



  읍내마실을 가려고 마을 어귀로 가는데, 신나게 달리던 사름벼리가 그만 넘어진다. 앞으로 철푸덕 엎어진다. 아이들은 언제나 온몸으로 걷거나 달리니, 한 번 넘어지더라도 그야말로 온몸으로 넘어진다. 대문을 닫고 뒤에서 따라가는데 큰아이가 넘어진 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아플까. 그렇지만 달려가서 일으켜세우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도록 지켜본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훨씬 아픈 듯하다. 몸이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니, 앞으로는 넘어질 때마다 더 아프리라. 시골길이 옛날처럼 흙길이라면 모르되, 온통 시멘트바닥이다. 게다가, 시골 길바닥은 채이고 깨지고 깎여서 울퉁불퉁하다. 시멘트바닥이라 하더라도 도시가 시골보다 덜 다칠 만하리라 본다. 시골에서는 시멘트바닥을 깔아도 얇게 깐다. 시늉으로만 깐다고 할까.


  사름벼리야, 아프기는 아프겠지. 그러니까, 아이고 아프네 하고 한 번만 말하고 생각해. 그러고는 아픔은 흘려보내기를 바란다. 네 마음속에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들이를 간다는 즐거움을 담기를 바란다. 그러면 너는 온몸에 즐거운 기운이 새로 솟으면서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다시 힘차게 달리면서 놀 수 있을 테니까.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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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40. 맨발로 세발자전거 (2014.9.17.)



  사름벼리는 곧잘 동생 세발자전거를 탄다. 동생 세발자전거를 타는 까닭은 동생더러 ‘이렇게 발을 굴러서 발판을 밟으면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간다’고 보여주려는 뜻은 아닐까 싶곤 하다. 가을이 무르익는 구월 아침에 마당에서 맨발로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노는 자전거순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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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누나 잘 도와줘



  누나가 길바닥에 철퍽 엎어졌다. 무릎이 까졌다. 무릎이 아프단다. 마을 어귀 버스역 걸상에 앉은 누나가 동생더러 신 찍찍이 붙여 달라 말한다. 산들보라는 누나가 무릎 많이 아프겠다고 걱정해 주면서 신 찍찍이를 붙여 준다. 참 착하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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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51. 함께 짓는 사진



  사진 한 장을 함께 짓습니다. 어떻게 함께 지을 수 있을까요?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서로 한마음이 되기에, 사진 한 장을 함께 짓습니다. 밥 한 그릇을 함께 짓습니다. 어떻게 함께 지을 수 있을까요? 끓이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 한마음이 되니, 밥 한 그릇을 함께 짓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즐겁습니다. 나 스스로 찍고 싶은 모습을 찍을 수 있기에 즐겁고, 내가 즐겁게 찍은 모습을 이웃이나 동무한테 즐겁게 보여주어 읽힐 수 있어 즐겁습니다. 사진이 즐겁다면, 찍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즐거움은 언제나 나란히 흐릅니다. 외곬로 흐르는 즐거움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찍는 즐거움만 있지 않으며, 읽는 즐거움만 있지 않아요. 찍는 즐거움만 앞세워서 찍으려 한다면 사진이 아닙니다. 읽는 즐거움만 앞세워서 읽으려 한다면 사진이 아니에요. 두 가지를 늘 함께 헤아리면서 사진을 이룹니다. 찍기와 읽기를 함께 아우르면서 사진이 빛납니다.


  주면서 받는 사랑입니다. 받으면서 주는 사랑입니다. 사랑을 나눈 사람은 모두 잘 알리라 생각해요. 내가 너한테 사랑을 주려 하면 이 사랑은 언제나 나한테 고스란히 곧바로 돌아옵니다. 내가 너한테서 사랑을 받으려 하면 이 사랑은 언제나 너한테 고스란히 곧바로 돌아갑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은 사랑입니다. 주고 또 주고 다시 주어도 새롭게 샘솟는 사랑처럼, 찍고 또 찍고 다시 찍어도 새롭게 찍을 수 있는 사진입니다. 그래서,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어도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사진이에요.


  함께 짓습니다. 함께 짓는 삶을 생각합니다. 함께 짓는 삶을 즐겁게 누리면서 사진기 단추를 누르고, 종이에 얹은 사진을 읽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들어 보셔요. 마음을 기울여 말 한 마디 건네셔요. 우리가 서로 어떤 마음인가 읽고 살피면서, 이 마음이 사진 한 장에 찬찬히 깃들 수 있도록 사랑을 짓습니다. 사랑을 지을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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