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51. 함께 짓는 사진



  사진 한 장을 함께 짓습니다. 어떻게 함께 지을 수 있을까요?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서로 한마음이 되기에, 사진 한 장을 함께 짓습니다. 밥 한 그릇을 함께 짓습니다. 어떻게 함께 지을 수 있을까요? 끓이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 한마음이 되니, 밥 한 그릇을 함께 짓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즐겁습니다. 나 스스로 찍고 싶은 모습을 찍을 수 있기에 즐겁고, 내가 즐겁게 찍은 모습을 이웃이나 동무한테 즐겁게 보여주어 읽힐 수 있어 즐겁습니다. 사진이 즐겁다면, 찍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즐거움은 언제나 나란히 흐릅니다. 외곬로 흐르는 즐거움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찍는 즐거움만 있지 않으며, 읽는 즐거움만 있지 않아요. 찍는 즐거움만 앞세워서 찍으려 한다면 사진이 아닙니다. 읽는 즐거움만 앞세워서 읽으려 한다면 사진이 아니에요. 두 가지를 늘 함께 헤아리면서 사진을 이룹니다. 찍기와 읽기를 함께 아우르면서 사진이 빛납니다.


  주면서 받는 사랑입니다. 받으면서 주는 사랑입니다. 사랑을 나눈 사람은 모두 잘 알리라 생각해요. 내가 너한테 사랑을 주려 하면 이 사랑은 언제나 나한테 고스란히 곧바로 돌아옵니다. 내가 너한테서 사랑을 받으려 하면 이 사랑은 언제나 너한테 고스란히 곧바로 돌아갑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은 사랑입니다. 주고 또 주고 다시 주어도 새롭게 샘솟는 사랑처럼, 찍고 또 찍고 다시 찍어도 새롭게 찍을 수 있는 사진입니다. 그래서,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어도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사진이에요.


  함께 짓습니다. 함께 짓는 삶을 생각합니다. 함께 짓는 삶을 즐겁게 누리면서 사진기 단추를 누르고, 종이에 얹은 사진을 읽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들어 보셔요. 마음을 기울여 말 한 마디 건네셔요. 우리가 서로 어떤 마음인가 읽고 살피면서, 이 마음이 사진 한 장에 찬찬히 깃들 수 있도록 사랑을 짓습니다. 사랑을 지을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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