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어떤 나무이니? 2024.8.30.쇠.



모든 나무는 움직여. 안 움직이는 나무란 없어. 모든 바위는 날아다녀. 안 날아다니는 바위는 없어. 그러나 나무가 왜 어떻게 어디에서 움직이는지 안 지켜보거나 안 알아보는 사람이 수두룩해. 나무를 “나무 그대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으면서 “나무 목소리”에 귀를 열지 않으면, 나무살이를 하나도 못 보고 모를 테지. 그리고 바위가 왜 어떻게 어디에서 날아다니는지 안 살펴보거나 안 찾아보는 사람이 숱해. 바위를 “바위 그대로” 마주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바위 숨소리”에 눈을 뜨지 않으면, 바위살림은 조금도 못 보고 모를 테지. 너는 어떤 나무이니? 너는 어떤 바위이니? 너는 어떤 사람이니? 너는 어떤 눈과 귀와 입과 마음이니? 너는 어떤 손짓에 발걸음에 몸놀림이니? 네가 누구하고 무엇을 하는지 너 스스로 말을 해보렴. 네가 너를 고스란히 드러낸다면, 너는 이때부터 스스로 빛나면서 사랑이라는 씨앗을 한 톨 품는단다. 비오는 날이면 물어봐. 빗물한테 “너는 어떤 비일까?” 하고 물어봐. 별이 돋는 밤이면 “너는 어떤 별이니?” 하고 묻고서 “나는 어떤 별일까?” 하고 물어봐. 들꽃 한 송이를 만나면 “너는 어떤 꽃이니?” 하고 묻고서 “나는 어떤 꽃일까?” 하고 물어봐. 너는 그곳에서 곧바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이튿날이나 몇날 뒤나 여러 해 뒤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모든 빛줄기는 다 다르게 흐르고 뻗어. 게다가 빛줄기는 곧기도 하지만 둥글거나 돌기도 해. 네가 바라보는 눈길을 타면서 나아간단다. 숨빛을 보려고 눈길을 기울이면, 너는 숨길을 읽어. 그렇지만 숨빛을 눈으로 못 본다고 여기면, 너는 숨길도 눈길도 삶길도 못 본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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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쟤가 2024.8.31.흙.



‘쟤’는 ‘저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야. ‘나’하고 ‘남’을 그어서 멀리하려는 말이야. ‘저쪽’이란 “먼 쪽”을 가리켜. ‘그쪽’이란 “안 보는 쪽”을 가리켜. 안 보니까 모르고, 모르니까 ‘거기’라든지 ‘그쪽’이라고 해. 아주 멀지는 않으나 옆에 안 두는 마음으로 가리키는 ‘저쪽’이니까, ‘쟤’라고 섣불리 말할 적에는 자칫 차츰 멀어가다가 동떨어지곤 한단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 사람이 말이야”라 할 적하고, “저 사람이 말이야”라 할 적은 참 다르지. 다만, 넌 ‘이쪽·저쪽·그쪽’을 그냥그냥 쓸 수 있어. 그리고, 넌 네가 으레 쓰는 말씨를 다시 처음부터 새기면서 하나씩 새로 담을 수 있어. 보렴! 오늘까지 못 했으면 오늘부터 하면 돼. 오늘까지 안 했으니 오늘부터 하기에 즐거워. 오늘까지 못 했다고 탓하기만 할 적에는 오늘부터 아무것도 못 하게 마련이야. 오늘까지 안 했다고 타박만 할 적에는 오늘도 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굴레란다. 너한테나 남한테나 마찬가지야. 그저 해. 그대로 해. 그냥 해. 나중에 따지고 이곳에서 이제부터 그저 해. 이다음에 나무라기로 하고 오늘 이곳에서 그대로 해. 이러쿵저러쿵은 접고서 그냥그냥 웃으며 해. 네가 하기에 네가 빛나. 네가 안 하기에 네가 안 빛나. 오늘까지 쟤가 안 빛나는 줄 느꼈으니까, 오늘도 안 빛나기를 바라니? 오늘도 쟤가 헛발질에 사로잡혀서 “또 실컷 꾸중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지는 않아? 좋은삶·나쁜삶이 없다면, ‘오늘삶’만 있어. 좋은말·나쁜말이 없다면 ‘오늘말’만 있어. ‘좋은곳·나쁜곳’이 없다면 ‘오늘곳’만 있어. 이쪽 저쪽 그쪽 가리려 하지 말고, 오늘을 보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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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배우자’란 2024.9.1.해.



바꿨으면, 조금 앞서까지 있던 허물과 허울은 다 내려놓으렴. 바꿨더라도, 예전 허물과 허울을 되새기고 뉘우칠 수는 있어. 그러나 바뀐 뒤에는 이제부터 새로 나아가는 길을 바라볼 노릇이란다. 바뀌었는데도 예전 허물과 허울을 자꾸 되새기거나 뉘우칠 적에는, 자칫 예전대로 돌아가려는 쳇바퀴일 수 있단다. 네가 ‘배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배울 테지. 모든 날과 모든 때와 모든 곳에서 배우겠지. 모든 일에서 배울 테고, 모든 말을 배우게 마련이야. ‘배우는’ 사람은 안 잊어. 안 잊으니 안 잃어. 배우는 사람은 안 붙잡아. ‘받아들이는’ 배움길이란, 스스로 받아서 스스로 살리는 하루야. ‘붙잡기’란 “틀·굴레를 똑같이 따라가려는 짓”이지. 허물이나 허울을 배웠으면, 이제는 따뜻하게 녹여서 새몸으로 나아가면 돼. 네가 볼 곳은 “너는 그 허물을 쓰던 놈이잖아!”나 “너는 그런 허울을 쓰던 녀석이잖아!”일 수 없어. 너는 “허물을 벗고서 거듭난 빛”을 바라고 바라볼 일이야. 너는 “허울을 내려놓고서 온넋으로 깨어난 숨결”을 그리고서 품을 일이지. 허물은 허물면 돼. 허우대를 자랑하는 허울은 허우적거리는 수렁이니까, 가볍게 벗어던지면 돼. 문득문득 이 한 마디, “배우자!”를 새겨 봐. 배우고 익히고 가꾸면서 하루를 살아 봐. 바라보고 알아보고 나아가 보면서 이곳에 있는 너를 느껴 봐. 배우기에 말을 할 수 있어. 배우지 않으니 말을 못 하거나 ‘말시늉’을 잔뜩 부린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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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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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키는 돌보는 (2024.7.19.)

― 경남 진주 〈형설서점〉



  돈을 버니까 하는 일은 모든 사람을 좀먹습니다. 왜냐하면, ‘일’이라는 낱말은 ‘일다·일어나다’가 바탕이요, ‘일으켜서 잇는’ 결이 밑동이거든요. 바람이 일고 바다가 인다고 합니다. 밥을 지으려고 쌀을 입니다. 하면서 차근차근 이루어 가기에 ‘일’이요, 하는 동안 서로 이야기가 태어나기에 ‘일’입니다. 어깨에 이듯 차곡차곡 올리면서 살림을 넉넉하게 가다듬는 ‘일’입니다.


  가만히 있는다면 어느새 고입니다. 고이는 결이라서 ‘고요’라고 합니다. 숨도 몸짓도 소리도 없는 ‘고요’인데, 그만 넋이나 빛이 사라지면 ‘고이’고 말아서 썪어요. 그저 꿈꾸는 씨앗이나 ‘고치’라면 머잖아 깨어날 텐데, 넋이나 빛이 사그라들면 죽음(썩음)으로 치닫습니다.


  일이란, 마음을 잇고 손을 이으면서 땅을 일구고 서로 생각을 일으켜서 너울너울 싱그럽게 바람과 바다를 하나로 여미는 길입니다. 이러한 숨빛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서 돈바라기로 흐르는 오늘날 숱한 ‘일자리(직업)’는 오히려 모든 사람을 갉아요. 사랑바라기나 꿈바라기가 아닌 돈버러지로 치닫거든요.


  진주에 깃들어서 〈형설서점〉부터 찾아갑니다. 다른 일을 보아야 하기에 살짝 머무를 수밖에 없는데, 얼른얼른 책시렁을 누비고 책꽂이를 살핍니다. 몇 해 앞서 찾아오던 때부터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는 책을 만지작거리고, 새로 들어온 책을 쓰다듬습니다. 모두 살뜰히 이어온 책입니다. 다 다르게 알뜰히 흐른 꾸러미예요.


  우리말 ‘돌보다’는 ‘돌아보다’를 줄인 낱말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란, 아이를 돌아보는 눈길이 밝다는 뜻입니다. 둘레를 돌볼 줄 아는 손길이란, 둘레를 돌아보는 사랑이 환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오늘 어디에서 어떤 책을 만나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좋거나 나쁜 책을 가릴 까닭이 없습니다. 아름다운가 안 아름다운가 하고 헤아리면 됩니다. 아이한테 물려줄 만한 사랑이 흐르는가 안 흐르는가를 가늠하면 됩니다.


  눈여겨보고서 배울 만하기에 책입니다. 즐겁게 눈을 밝히는 길동무인 책입니다. 이름을 드날리더라도 속이 빈 꾸러미가 꽤 많아요. 허벌나게 팔린다지만 허울스러운 꾸러미도 참 많아요. 다른 사람도 가려내는 눈길이 얕으니, 나도 눈길이 얕으면 될까요? 다른 사람도 그냥저냥 사읽으니, 나도 덩달아 사읽으면 되나요?


  살림을 가다듬듯 말글을 다듬을 수 있을 적에 책을 오롯이 읽는다고 느낍니다. 삶을 쓰다듬듯 이야기를 손수 토닥토닥 다독일 적에 책읽기가 피어나게 마련입니다. 말씨앗을 여미기에 말빛이 살아납니다. 길은 다 아주 쉽습니다.


《고등말본》(최현배, 정음사, 1949.1.25.첫/1950.5.20.17벌)

- 나는 갓난아기로다. 아직껏 우리말을 배우고 있어요.

《카프 문학운동연구》(역사문제연구소 문학사연구모임, 역사비평사, 1989.5.1.)

《사회주의의 이론·역사·현실》(서울사회과학연구소, 민맥, 1991.4.20.)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 87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미래사, 1991.11.15.)

《正音新書 : 現代藝術의 運命》(웨이드레/이경식 옮김, 정음사, 1979.1.30.)

- 1800원

- 재조정정가 800원

《여신강림 1》(야옹이, 영컴, 2020.10.29.첫/20202.12.18.둘)

《사실 난 조선일보 맘에 안 들어》(사외보 편집팀 엮음, 조선일보사, 2002.4.25.)

《月刊 에세이 56호》(원종목 엮음, 원장문화사, 1991.12.1.)

《月刊 에세이 61호》(원종목 엮음, 원장문화사, 1992.5.1.)

《月刊 에세이 62호》(원종목 엮음, 원장문화사, 1992.6.1.)

《한국의 놀이》(스튜어트 컬린/윤광봉 옮김, 열화당, 2003.1.20.)

《통일을 비는 마음》(문익환, 세계, 1989.4.12.)

- 명신고등학교. 어른 김장하 세운 학교

《따라오라 시여》(김해윤, 시인사, 1988.5.25.)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정영상, 실천문학사, 1989.5.30.)

《반달곰에게》(김광규, 민음사, 1981.10.20.첫/1985.1.30.중판)

《개천 백일장 수상작품집 : 꽃불 수놓은 하늘》(한국문협진주지부 엮음, 문예정신사, 1980.11.1.)

《漢陽文庫 16 이데올르기의 諸問題》(유준수·김승호, 한양대학교 출판원, 1986.11.25.)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이오덕, 한길사, 2005.8.24.)

《넥스트 월드》(테즈카 오사무/김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08.10.2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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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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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207


《까치 울던 날》

 권정생 글

 제오문화사

 1979.1.25.



  사람은 어떻게 사람을 만날까요? 늘 수수께끼라고 여깁니다. 저는 중학교란 데부터 그만 다니고 싶었으나 1988년에 ‘중학교 자퇴’는 입도 벙긋할 수 없었고, ‘고등학교 자퇴’를 1991년에 입밖에 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1994년에 대학교에 들어가고 보니, 대학생 노닥질이 너무 어이없더군요. 더는 참지 않기로 하면서 ‘대학교 자퇴’를 외치고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라는 길로 삶을 틀었습니다. 신문사지국은 뭘 믿고 저를 일꾼으로 뽑았을까 궁금하지만, 저는 그때 새벽 두 시부터 네 시 반 사이에 일을 마쳤어요. 겉모습이 아닌 일매무새로 받아들여 주었다고 느껴요. 다른 눈치를 볼 일이 없이, 스스로 하루를 가꾸라고 가볍게 자리를 내주었구나 싶어요. 그 뒤로 1999년에 얼결에 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들어갔고, 2001년에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뽑혔고, 2003년에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는 자리를 맡았습니다. 한 칸씩 옮기는 자리마다 아무런 사람줄·배움줄·돈줄 없이 나아갔습니다. 여러 일을 맡는 동안 곧잘 생각에 잠겼어요. ‘나는 어떻게 이 일을 맡아서 한 발짝씩 내딛을 수 있을까?’ 1979년에 처음 나오던 무렵에는 그리 사랑받지 못 했다지만, 어느덧 이 책에 실린 글이 새롭게 여러 책으로 퍼져서 꾸준히 사랑받는 《까치 울던 날》입니다. 저는 2003년에 이 묵은 책을 처음 보았어요. 이오덕 어른 책시렁을 갈무리하다가 《까치 울던 날》이 애틋해 보여서 한참 만지작거리니, 이오덕 어른 큰아드님이 “자네 이 책을 모르나? 못 봤나? 자네처럼 책 많이 읽었다는 사람이 이 책을 모르네? 아버지한테 여러 권이 있으니 한 권은 자네가 가지게.” 하시더군요. 살림돈이 아주 바닥이라서, 책 살 돈을 돈터(은행)에서 찾고 나니 8만 얼마가 남던 2003년 11월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가난할 적에 곁을 내준 분이 있기에 늘 새롭게 배우면서 이 길을 걸었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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