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키는 돌보는 (2024.7.19.)
― 경남 진주 〈형설서점〉
돈을 버니까 하는 일은 모든 사람을 좀먹습니다. 왜냐하면, ‘일’이라는 낱말은 ‘일다·일어나다’가 바탕이요, ‘일으켜서 잇는’ 결이 밑동이거든요. 바람이 일고 바다가 인다고 합니다. 밥을 지으려고 쌀을 입니다. 하면서 차근차근 이루어 가기에 ‘일’이요, 하는 동안 서로 이야기가 태어나기에 ‘일’입니다. 어깨에 이듯 차곡차곡 올리면서 살림을 넉넉하게 가다듬는 ‘일’입니다.
가만히 있는다면 어느새 고입니다. 고이는 결이라서 ‘고요’라고 합니다. 숨도 몸짓도 소리도 없는 ‘고요’인데, 그만 넋이나 빛이 사라지면 ‘고이’고 말아서 썪어요. 그저 꿈꾸는 씨앗이나 ‘고치’라면 머잖아 깨어날 텐데, 넋이나 빛이 사그라들면 죽음(썩음)으로 치닫습니다.
일이란, 마음을 잇고 손을 이으면서 땅을 일구고 서로 생각을 일으켜서 너울너울 싱그럽게 바람과 바다를 하나로 여미는 길입니다. 이러한 숨빛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서 돈바라기로 흐르는 오늘날 숱한 ‘일자리(직업)’는 오히려 모든 사람을 갉아요. 사랑바라기나 꿈바라기가 아닌 돈버러지로 치닫거든요.
진주에 깃들어서 〈형설서점〉부터 찾아갑니다. 다른 일을 보아야 하기에 살짝 머무를 수밖에 없는데, 얼른얼른 책시렁을 누비고 책꽂이를 살핍니다. 몇 해 앞서 찾아오던 때부터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는 책을 만지작거리고, 새로 들어온 책을 쓰다듬습니다. 모두 살뜰히 이어온 책입니다. 다 다르게 알뜰히 흐른 꾸러미예요.
우리말 ‘돌보다’는 ‘돌아보다’를 줄인 낱말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란, 아이를 돌아보는 눈길이 밝다는 뜻입니다. 둘레를 돌볼 줄 아는 손길이란, 둘레를 돌아보는 사랑이 환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오늘 어디에서 어떤 책을 만나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좋거나 나쁜 책을 가릴 까닭이 없습니다. 아름다운가 안 아름다운가 하고 헤아리면 됩니다. 아이한테 물려줄 만한 사랑이 흐르는가 안 흐르는가를 가늠하면 됩니다.
눈여겨보고서 배울 만하기에 책입니다. 즐겁게 눈을 밝히는 길동무인 책입니다. 이름을 드날리더라도 속이 빈 꾸러미가 꽤 많아요. 허벌나게 팔린다지만 허울스러운 꾸러미도 참 많아요. 다른 사람도 가려내는 눈길이 얕으니, 나도 눈길이 얕으면 될까요? 다른 사람도 그냥저냥 사읽으니, 나도 덩달아 사읽으면 되나요?
살림을 가다듬듯 말글을 다듬을 수 있을 적에 책을 오롯이 읽는다고 느낍니다. 삶을 쓰다듬듯 이야기를 손수 토닥토닥 다독일 적에 책읽기가 피어나게 마련입니다. 말씨앗을 여미기에 말빛이 살아납니다. 길은 다 아주 쉽습니다.
《고등말본》(최현배, 정음사, 1949.1.25.첫/1950.5.20.17벌)
- 나는 갓난아기로다. 아직껏 우리말을 배우고 있어요.
《카프 문학운동연구》(역사문제연구소 문학사연구모임, 역사비평사, 1989.5.1.)
《사회주의의 이론·역사·현실》(서울사회과학연구소, 민맥, 1991.4.20.)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 87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미래사, 1991.11.15.)
《正音新書 : 現代藝術의 運命》(웨이드레/이경식 옮김, 정음사, 1979.1.30.)
- 1800원
- 재조정정가 800원
《여신강림 1》(야옹이, 영컴, 2020.10.29.첫/20202.12.18.둘)
《사실 난 조선일보 맘에 안 들어》(사외보 편집팀 엮음, 조선일보사, 2002.4.25.)
《月刊 에세이 56호》(원종목 엮음, 원장문화사, 1991.12.1.)
《月刊 에세이 61호》(원종목 엮음, 원장문화사, 1992.5.1.)
《月刊 에세이 62호》(원종목 엮음, 원장문화사, 1992.6.1.)
《한국의 놀이》(스튜어트 컬린/윤광봉 옮김, 열화당, 2003.1.20.)
《통일을 비는 마음》(문익환, 세계, 1989.4.12.)
- 명신고등학교. 어른 김장하 세운 학교
《따라오라 시여》(김해윤, 시인사, 1988.5.25.)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정영상, 실천문학사, 1989.5.30.)
《반달곰에게》(김광규, 민음사, 1981.10.20.첫/1985.1.30.중판)
《개천 백일장 수상작품집 : 꽃불 수놓은 하늘》(한국문협진주지부 엮음, 문예정신사, 1980.11.1.)
《漢陽文庫 16 이데올르기의 諸問題》(유준수·김승호, 한양대학교 출판원, 1986.11.25.)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이오덕, 한길사, 2005.8.24.)
《넥스트 월드》(테즈카 오사무/김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08.10.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