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따뜻하네 2024.10.15.불.



너희가 살아가는 별은 너희를 ‘옳거나 그르다’고 안 갈라세워. 너희가 밥옷집을 얻는 별은 너희를 ‘좋거나 나쁘다’고 안 갈라놓아. 너희가 모이는 마을을 내어주는 별은 너희를 ‘착하거나 안 착하다’고 안 갈라. 그저 보고 바라보면서 가만히 돈단다. 물이 안 흐르고서 고이면 썩듯이, 별은 안 돌면서(구르면서) 멈추면 닳아. 해가 왜 늘 빛날까? 해는 늘 비추면서 안 힘들거나 안 닳을까? 해도 스스로 돌고, 크게 동그라미를 그리며 돈단다. 해도 늘 돌고(구르고) 비추어야 안 닳아. 해가 “난 이제 안 비출래!” 하고 멈춘다면, 해부터 확 사그라들면서 사윈단다. 너희 사람은 가슴에 늘 뛰는 염통이 있어. 이 숨통은 늘 뛰지. 너희 몸 핏줄도 늘 피가 흘러. 너희 몸에는 힘살과 힘줄도 늘 움직여. 너희 몸에는 뼈도 늘 버티고 받치고 살과 살을 잇지. 모든 숨붙이는 움직인단다. 부드럽게 돌고도는 얼거리로 움직여. 너희 스스로 눈여겨보면, 나무와 풀도 움직이는 줄 알 테지. 안 움직인다면 죽었다는 뜻이야. 죽지 않은 숨결은 모두 움직이고, 죽은 몸은 아주 빠르게 사그라들고 사위지. 동그랗게 돌아보고 둥그렇게 둘러보는 매무새로 움직이기에 빛나. 불타오르거나 불사를 적에는, 확 일어나는 만큼 확 꺼지고 재로 바뀐단다. 사랑은 ‘불타오름’이 아니야. 그래서 ‘불빛·빨강’은 미움이나 젊음일지언정 사랑일 수 없어. 사랑은 따뜻하게 늘 피어나고 흐르는 싱그러운 빛줄기야. 하늘을 이루는 바람빛이 사랑이고, 바다를 이루는 물빛이 사랑이란다. 그러면 ‘따뜻빛’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알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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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달려 2024.10.16.물.



달려 봐. 짐가방을 잔뜩 멘 채로 달리고, 손이며 몸에 아무것도 안 걸친 채로 달려 봐. 힘껏 달리고, 천천히 달려. 네 몸은 팔다리를 즐겁게 쓰는 얼거리란다. 걷기만 하지 마. 곧잘 달리기를 해. 그렇다고 너무 오래 많이 달리지는 마. 온몸이 두근두근 콩콩 뛸 만큼 달려. 땀 한 방울이 빗방울이나 이슬방울처럼 또르르 볼을 타고서 구를 만큼 달려. 신나게 달렸으면 드러누워. 팔다리에 힘을 빼고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눈을 감아. 이제 너는 네 몸 구석구석을 이루고 흐르는 기운을 하나하나 느끼겠지. 달리기란 참으로 멋져. 내닫는 발바닥에는 땅과 하늘이 함께 베푸는 숨결이 차곡차곡 맺히지. 곰이 어떻게 달리니? 늑대가 어떻게 달려? 말은 어떻게 달릴까? 하나씩 그려 보렴. 달릴 줄 아는 팔다리가 곧게 뻗는구나. 휙휙 달리면서 작은새와 큰새가 네 곁으로 다가와서 함께 날갯짓을 하네. 구름이 너를 본다. 해와 별이 너를 봐. 네 몸을 입은 넋이 빙그레 웃으면서 지켜봐. 달리는 몸에서 빛이 난다. 달리고서 쉬는 몸으로 빛알갱이가 내려앉다가 춤을 춰. 이제 달리기를 마치고서 걷는 네 둘레가 환하게 열려. 어디로 달려 볼까? 어디에서 달려 보겠니? 네가 달릴 적에 들풀이 푸르게 반기네. 네가 숨을 고르면서 쉬려고 하니 나무가 그늘을 뻗어. 네 달리기를 지켜본 나비가 팔랑팔랑 바람을 일으켜. 땅을 박차는 발에 찌릿찌릿 땅빛이 올라온단다. 바람을 가르는 손에 찌릿찌릿 하늘빛이 내려와. 기운이 안 날 적에는 그저 달려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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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임을 잊은 2024.10.17.나무.



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임을 잊은” 모습일 수 있어. “임을 잊을” 적에 어떠한지 알아보라는 뜻이야. 네가 걸어가는 곳으로 “임을 잊은” 사람이 수두룩할 수 있어. 네가 언제 어디에 있든 너부터 “임이란 늘 우리 마음에 있는” 줄 알아보라는 뜻이야. 네가 만나는 사람이 “임을 잊은” 눈일 수 있어. 네가 네 이웃한테 “임을 이야기해서 잇는” 길을 펴야 한다고 알리려는 뜻이야. 네(내)가 너(나)로서 이곳에 있기에 ‘임’이야. 있고 이으며 이루고 일어나는 빛인 ‘임’이면서, ‘나’이기도 하고 ‘너’이기도 한 ‘님’이란다. “임을 잊은” 사람은 아직 오늘 이곳에서는 바보일 테지. 어제까지 바보였을 수 있고, 모레에도 바보일 수 있어. 다만, “임을 잊은” 이들은 스스로 임을 잊은 줄 몰라. 스스로 임·님인 줄 모르기도 하고. 그러면 “임을 잊은 사람”을 바라보는 너는 스스로 임·님인 줄 알아볼까? 너부터 스스로 이곳에 있고 이곳을 일구고 이곳을 이루고 이곳을 잇는 이야기를 바로 네 삶에서 일으켜서 네 살림이 일어서는지 돌아보렴. 봄에 새잎을 내고 가을에 노랗게 물들이는 가랑잎을 내는 부채나무는 어떤 임·님일까? 봄에 아기 손톱보다 조그마한 몸으로 깨어나더니 가을에 어른 손마디보다 굵게 자라서 알을 낳는 사마귀는 어떤 임·님일까? 겨울에 가뭇없이 사라지는 듯한 나뭇잎이며 꽃잎은 어떤 임·님으로 새봄에 새롭게 태어날까? 임을 잊은 사람은 입을 마구 놀려. 스스로 임인 줄 모르기에, 나뭇잎이나 꽃잎을 담고 닮은 말을 나누거나 짓거나 들려주지도 못하고, 듣거나 읽거나 익히지도 않는단다. 스스로 임인 줄 알면서 임을 바라보기에 배우고 생각하고 살아숨쉬지. 입만 산 사람은 먹고 뱉기만 할 뿐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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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염증 厭症


 염증이 나다 → 싫다 / 지겹다 / 신물나다

 염증을 내다 → 진저리를 내다 / 이골이 나다

 일에 염증을 느끼다 → 일이 지긋지긋하다

 무미건조한 생활에 염증이 생기다 → 따분한 삶이 물리다


  ‘염증(厭症)’은 “싫은 생각이나 느낌. 또는 그런 반응 = 싫증”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싫다·신물’이나 ‘지겹다·지긋지긋·지지리·질리다·진저리·졸리다’로 고쳐씁니다. ‘꺼리다·보기싫다·꼴보기싫다’나 ‘넌더리·넌덜머리·밉다·이골’로 고쳐쓸 만해요. ‘멀미·물리다·몸서리·하품’이나 ‘보잘것없다·하찮다·좀스럽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염증’을 둘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ㅅㄴㄹ



염증(炎蒸) : 찌는 듯한 더위

염증(染繒) : 염색한 거친 명주옷



조직적인 냉혹성에 염증을 느꼈다

→ 차가운 무리짓기가 보기싫었다

→ 끔찍한 떼짓기가 이골이 났다

《영국 여성 운동사》(실라 로우버덤/이효재 옮김, 종로서적, 1982) 96쪽


그 당시 부패한 사회에 염증을 느껴 도시를 떠나

→ 그무렵 썩은 나라가 진절머리라 서울을 떠나

→ 그즈음 곪은 나라가 몸소리나서 서울을 떠나

《이스라엘》(김종철, 리수, 2006) 113쪽


칠칠은 끝내 염증을 냈다

→ 칠칠은 끝내 넌더리냈다

→ 칠칠은 끝내 싫었다

《조선의 프로페셔널》(안대희, 휴머니스트, 2007)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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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염증 炎症


 염증을 일으키다 → 붓다 / 곪다

 염증이 생기다 → 고름이 생기다


  ‘염증(炎症)’은 “[생명] 생체 조직이 손상을 입었을 때에 체내에서 일어나는 방어적 반응. 예를 들어 외상이나 화상, 세균 침입 따위에 대하여 몸의 일부에 충혈, 부종, 발열, 통증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 염”을 가리킨다는군요. ‘고름·고름덩이’나 ‘곪다’로 고쳐씁니다. ‘멍·멍울’이나 ‘붓다·부풀다·부어오르다’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ㅅㄴㄹ



안드류슈카의 유선(乳腺)에 염증이 생겼다

→ 안드류슈카는 젖샘이 부었다

→ 안드류슈카는 젖샘이 곪았다

《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타르코프스키/김창우 옮김, 두레, 1997) 35쪽


염증이 생기는 부위로는

→ 붓는 자리로는

→ 부어오르는 곳으로는

→ 붓거나 아픈 데로는

《반려견 응급처치 매뉴얼》(사토 타카노리/김주영 옮김, 단츄별, 2017) 14쪽


오장육부 전체가 염증 맥스라니

→ 뱃속이 고름투성이라니

→ 온몸이 확 부어오른다니

《어둠의 소년 下》(나가사키 다카시·이시키 마코토/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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